나는 결국엔 사지도 않을 것들을 가지고 진지하게 고민하는 경우가 많은데(그리고 그 고민의 과정을 즐긴다), 요즘 꽂힌 것은 바로 태블릿 PC.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뉴 아이패드와 넥서스7. 보통 이런 류의 고민은 두 단계를 거친다. 1. 내게 필요한가 2. 필요하다면 어떤 제품을 사는 것이 가장 좋은가. 그리고 세부 사항을 체크해보면서 필요한지 아닌지, 뭘 살지 고민하고 결국 구매하지 않는다. 이 얼마나 쓸모없는 정신활동인가.
이 단계를 태블릿 PC에 적용하면,
1. 태블릿 PC는 과연 나에게 필요한 것인가.
2. 필요하다면 뉴 아이패드를 구매할 것인가, 넥서스7을 구매할 것인가.
고민해보자.
1. 태블릿 PC는 과연 나에게 필요한 것인가.
태블릿 PC의 용도는 내 관심사에 따라서 크게 다섯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전자책/잡지/동영상/인터넷/게임 이다(전자책과 잡지는 사실 하나라고 볼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별개다). 그밖에 문서 작업이라던지 블로그 업로드라던지 뭐 여러가지 있을 것도 같은데, 주변에 태블릿 PC 쓰는 사람도 없고 나는 입력은 역시 키보드가 편한 사람이라.
1-1. 전자책
-책장을 직접 넘기면서 책 읽는 것을 더 좋아한다. 손맛이라고 해야하나.
-주된 책 구입 경로는 중고서점이다보니 전자책은 새책보다는 싸다고 해도 역시 나에겐 비싸게 느껴진다. 게다가 중고책은 읽고 다시 중고로 되팔 수도 있는데 전자책은 아니니까 내가 실제 책을 사서 읽는 비용에 비해 전자책을 사서 읽는 비용은 더욱더 비싸게 느껴진다. 게다가 전자책을 읽기 위해 태블릿 PC까지 사는데!
-책을 한 달에 막 열 권 스무 권 이렇게 읽는 것도 아닌데...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메모할 수 있다는 점은 상당히 좋은 점. 나는 책 읽으면서 접거나 밑줄 긋거나 포스트잇 붙여놓거나 하는걸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메모하려면 따로 노트를 사용하거나 핸드폰을 사용해야 한다. 근데 그게 상당히 번거롭다.
-게다가 전자책은 부피를 차지하지 않는다. 지금도 책장이 부족해서 바닥에 쌓아놓았는데. 전자책으로 읽어보고 맘에 든 책만 실제 책으로 재구매하면 공간 문제는 해결될 것 같다. 돈은 더 들겠지만.
1-2. 잡지
-태블릿용 잡지 어플같은 경우 종이 잡지와 좀 다른 디자인으로 되어 있는 것도 있다고 하고 해서 상당히 끌린다.
-종이 잡지는 매달 사서 보거나 정기구독 하기도 귀찮고, 사실 일반 책에 비해서 갖고 있고 싶은 생각이 별로 안 들기 때문에 딱히 종이 잡지여야 할 필요는 없다. 활자로만 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1-3. 동영상
-영화는 극장가서 보거나 DVD를 구매해서 보기 때문에(부가영상, 코멘터리 같은 것들 때문에) 보통 다운받아서 잘 안 본다. 그리고 큰 화면이 좋아서 태블릿 PC보다는 차라리 모니터로 보는게 더 낫다.
-우리나라 드라마는 안 보고 애니도 안 보고.
-본다면 미드 정도일텐데, 미드도 많이는 안 본다. 그래도 태블릿 PC 있으면 볼 것 같긴 한데. 사실 미드 보자고 컴퓨터 켜는 것은 귀찮다. 자기 전에 침대에서 뒹굴거리면서 보고 자면 좋긴 하겠다.
1-4. 인터넷
-인터넷 역시 이걸 위해서 컴퓨터를 켜고 책상에 앉기는 상당히 귀찮다. 침대에서 뒹굴거리면서 인터넷 하면 좋을 것 같다.
-이동중에는 사실 책을 주로 읽는다. 가끔 뭐 찾거나 하면 스마트폰으로 찾는데, 화면이 작은건 사실 좀 답답함. 크게 불편한건 아닌데, 옆에서 태블릿 PC로 인터넷 하는 사람 보면 부럽긴 함. 책이랑 같이 들고 다니면 무거울 것 같지만.
-책과 태블릿 PC 둘 중 하나만 휴대해야 한다고 하면 책을 들고 갈 것 같긴 하다.
1-5. 게임
-핸드폰으로 게임 잘 안 한다. 요새 하는건 판타지 러너즈랑 던전 빌리지인데, 재미있긴 하드라. 근데 게임은 금방 질려서...
1-6. 거기에 더해서, 내년에 복학하면 논문 보고 그럴 때 태블릿 PC 있으면 편할 것 같다. 논문 뽑아서 들고다니기도 은근 귀찮고, 태블릿 PC로 논문 보면서 메모하고 밑줄긋고 할 수 있으니까.
2. 산다면 뉴 아이패드인가, 넥서스7인가.
사실 빠르면 올해가 가기 전에 아이폰5로 갈아탈 생각을 하고 있다. 지금 넥서스s를 1년 하고 2, 3개월 정도 사용중인데, 1, 2개월쯤 전부터 갑자기 폰이 너무 느려지는거다. 깝깝하기도 하고, 쉽게 질리는 스타일이라 이제 안드로이드 안녕 하고 아이폰으로 갈아타고 싶기도 하고. 게다가 이번 아이폰은 디자인이 너무 맘에든다. 가장 싫어했던 3.5인치 화면도 4인치로 커졌고. 다른 이야기지만, 스마트폰은 너무 크면 싫다. 4인치에서 4.3인치?정도가 가장 적당한 것 같다. 남자 치고도 손이 큰 편이지만 역시 스마트폰 화면은 너무 크면 불편하다. 주머니에 넣어도 불편하고. 그래서 태블릿 PC가 더 사고싶은건가...
뭐 하여튼, 폰은 iOS로 바꿀건데, 그렇다면 태블릿 PC도 iOS로 바꾸는게 좋을까. 근데 어디서는 iOS와 안드로이드를 함꼐 사용하는게 좋다고 하고, 또 어디서는 안드로이드면 안드로이드, iOS면 iOS로 통일하는게 더 좋다고 하고.
1번에서의 고민들을 보면 태블릿 PC를 사면 인터넷과 독서, 거기에 더해서 잡지나 게임정도? 복학하면 논문 보거나 이럴텐데, 역시 읽는 것 위주의 패턴이면 뉴 아이패드가 더 좋을까.
사실 뉴 아이패드가 더 맘에 드는데, 문제는 가격과 무게. 와이파이 16g로 사고싶은데 그래도 가격은 비싸다. 인터넷에 보면 뉴 아이패드 들고 다니기엔 너무 무거워서 집에 박혀있다는 사람도 많고. 태블릿 PC 사면 많이 들고다니진 않겠지만 그래도 안 들고다닐건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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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런저런 고민들을 하고 있다. 그러다 안 사겠지, 역시. 하하하하. 누가 하나 안 던져주나. 공짜로 주면 잘 쓸 자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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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KA 3집 발매 소식을 접하고 여태 안 사고 있던 1집과 2집 매거진 에디션, 3집 디럭스 에디션 구매. YES24에서 주문했더니 3집 포스터가 부족해서 대신 YES24포인트 2000점으로 받을래냐, 물었지만 그래도 나는 포스터를 받겠습니다.
2집은 특히나 뭔 에디션이니 뭔 판이니 이런게 많은데, 3집도 막 반년 뒤에 라이브 포함해서 무슨 에디션 내고 공연 실황 포함해서 또 무슨 에디션 내고 이딴 더러운 짓꺼리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3집 초판 한정으로 교통카드 준다는데 꼭 당첨됐으면.
The Finnn 1집도 생각난 김에 구매. 이건 향뮤직에서 주문했는데, YES24에서는 품절이더라. 더 늦으면 못 구할까봐 주문했다. 정말 좋아했던 밴드인데,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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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영하의 작품을 하나도 안 읽어 봤다. 문학동네에서 김영하의 작품들을 이쁜 디자인으로 내던데(이쁜 디자인이라기보다는, 역시 같은 작가의 작품을 같은 컨셉의 디자인으로 만들어놓으면 소장하고 싶은 마음이 더 생기는 듯), 한 번 읽어보고 싶었다. 그렇다고 덜컥 아무거나 집어보기도 그래서 망설이던 차에 알라딘 중고서점에 김영하가 대상을 수상한 <이상문학상 작품집>이 있었다.
2.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 작가의 작품을 읽어본 지도 꽤 됐다. 국어교과서의 영향인걸까, 우리나라 작가들에 그다지 관심이 가지 않았다. 일본 소설과 만화책, 그리고 라이트노벨이나 판타지 소설 같은 것들을 접하면서 자극적인 이야기에 길들여져왔던 것도 있을 것이다. 짜게 먹다 보면 싱거운 음식을 먹을 수 없듯이. 즐겨 읽던 책들에 비해 교과서에 실린 소설들은 분명히 작품성이 뛰어나기에 선정된 것이겠지만 그 작품성이라는 것을 잘 이해할 수 없었다. 재미도 없고. 분석하는 것도 지겹고.
3. 이상문학상 작품집은 처음 읽어보는데, 대상 한 편과 대상 수상 작가의 자선작 한 편, 수상 소감, 문학적 자서전, 작가론, 작품론으로 대상 수상자를 위한 페이지가 할애되어 있다. 나머지는 우수상 수상작과 심사평이 있는데, 특이하게도 맨 앞에 선정 이유서 라고 글이 하나 있고 맨 뒤에는 이상문학상에 대한 설명이 있다.
4. <옥수수와 나>는 재미있었다. 우리나라 최고의 순문학 상이라는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라서 사실 교과서같은 느낌을 생각했는데, 내가 순문학에 대해 얼마나 고리타분한 생각을 갖고 있었는지 조금 알게 되었다. 대화가 많은데, 속도감이 있어서 좋았다. 자선 대표작인 <그림자를 판 사나이>는 느낌이 안 왔다고 해야 하나. 특히 마지막이.
5. 우수상 수상작은 일곱 편인데, 특히 김숨의 <국수>와 조현의 <그 순간 너와 나는>이 참 좋았다.
<국수>는 처음에 생뚱맞게 국수 반죽을 하는 장면에서 시작하지만 그 국수를 뽑는 과정 속에 새어머니와 주인공의 인생을 녹여내는 것이 감동적이었다. 뭉클함도 느껴졌고, 정말 밀가루를 반죽하고 국수를 끓여 새어머니의 식탁에 내어놓는 과정일 뿐인데 그 속에 너무나 많은 이야기가 있었다.
<그 순간 너와 나는>은 마무리가 조금 허무했지만 오컬트적인 분위기가 나와 잘 맞았던 것 같다. 섬뜩하기도 했고. 내가 갖고 있던 '순문학'이라는 것의 고정관념과도 별로 맞지 않는 느낌이라서 신선하기도 했다.
그밖에 다른 우수상 수상작도 좋았다. 하지만 함정임의 <저녁식사가 끝난 뒤>는 지루했다.
6. 심사평이나 평론가들의 글은 항상 어느 정도는 일반인의 시선과 동떨어진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상문학상 작품집의 심사평들을 보면서도 그런 생각은 크건 작건 들었는데, 특히 <옥수수와 나>의 작품론을 읽으면서는 거의 공감하지 못했다. 너무 확대해석한 것 같은 부분도 있고. 좋게 말하면 '여기서 이런 것까지 읽어내는 건가'하는 대단함이지만, 솔직히 말하면 작가도 이런 것까지 염두하지는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건 작가만 알겠지만. 내가 문학적 지식이 없는 것도 있고. 여튼, 내가 재미있게 읽고 내가 나름의 감상을 얻으면 그걸로 된 것이겠지. 평론가가 무엇을 읽어내든, 심지어 작가가 정말 의도한 것이 무엇이든.
7. 생각 외로 재미있게 읽어서 만족스러웠다. 뿌듯하기도 하고. 나 이상문학상 작품집 읽는 남자야!라는 느낌도 조금 들고. 하하하. 2012년도 말고, 김훈이 대상을 수상했길래 2004년도 이상문학상 작품집도 같이 사왔는데 처음부터 겁먹고 읽지는 않아도 될 것 같다. 뭐, 재미가 없다면 어쩔 수 없는 거지.
8. (20120926추가)책 내부 디자인이 아주 좋다. 보통 책을 볼 때 한 페이지의 여백을 살펴보면 좌우 여백 폭이 같은데, <이상문학상 작품집>의 경우 책을 펼쳤을 때 바깥쪽의 여백이 좁고 안쪽의 여백이 넓어서 책을 조금만 펼쳐도 안쪽의 글짜까지 잘 보인다. 책을 자꾸 많이 펼치면 책 가운데가 갈라지고 책장이 낱장씩 분리되는 경우도 있는데, 안쪽의 여백이 넓어 책을 끝까지 펼치지 않아도 되니 책 상태 유지에도 좋고 읽는데도 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