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크
하비 밀크는 게이다. 애인과 함께 시러운 삶을 살기 위해 샌프란시스코로 넘어온 밀크는 그곳에서 게이에 대한 차별을 경험하고, 게이들의 인권을 개선시키기 위히 정치권으로 나간다.
영화는 개인적으로 평균 이상이었다. 재미있다. 배우들의 연기도 전혀 어색함이 없고 특히 숀 펜은 (나는 실제로 게이를 모르지만)정말 게이라고 생각될 정도다. 이 영화가 정말 멋진 영화까진 아니었던 것 같다. 하지만 하비 밀크의 이야기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밀크는 사실 영웅이 아니다. 그의 사상활은 혼란스러웠다. 정치 무대로 나아가던 도중 애인과 불화로 헤어졌고, 새로 사귄 애인은 지나치게 의존적이어서 그를 힘들게 했다. 그는 정치적 이해관계를 위해 다른 정치인과의 약속을 어기기도 했고 연출을 하기도 했다.
이러한 하비 밀크의 평범함에서 오히려 이 영화의 메시지가 힘을 발한다. 밀크는 평범한 사람이지만 소수자로서 자신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직접 움직였다. 게이뿐만 아니다. 세상의 많은 소수자들이 행동을 통해 정치적인 힘을 형성했고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쟁취해왔고 세상을 변화시켰다.
하비 밀크는 게이지만, 영화는 꼭 게이만을 입장에서 말하는 것은 아니다. 차별과 부당한 억압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권리를 위해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
부가영상을 보면 영화에 참여한 배우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인터뷰가 나온다. 그중 한 사람은 젊은 사람들이 꼭 투표이 참여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표도 행동이다. 밀크는 세 번의 낙선을 경험했지만 그를 또다시 선거에 도전하게 만든 것은 점점 늘어나는 지지자들이었다. 그리고 그 지지를 나타내주는 것이 바로 득표수였다. 누구는 당선자에게 향한 표가 아니면 가치가 없다고 말하지만 그렇지 않다. 탈락한 후보에게 향한 표 역시 그를 얼마나 지지하는지 나타내준다.
나는 이 영화를 게이에 관한 영화가 아니라 소수자에 대한 영화로 읽어서 게이에 대해서는 할 말이 별로 많지 않다. 다만 영화에서 밀크는 게이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게이들이 용기있는 커밍아웃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들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자신들을 드러내야 한다고. 우리나라는 아직 커밍아웃이 정말 커다란 이슈다. 커밍아웃을 한다는 것은 곧 혼자가 될 각오를 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에도 밀크와 같이 행동하는 게이가 있다면 게이가 커다란 이슈가 되고 의미있는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그래. 가장 힘들고 어려운 것이 첫 걸음이다. 밀크는 영웅의 기질을 타고난 사람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밀크는 첫 걸음을 뗀 사람이고, 다른 사람이 따라갈 수 있도록 제일 앞서 걸었던 사람이다.
밀크가 정치권에서 활동한 시기는 70년대다. 오래 지나지 않은 만큼 당시 밀크의 곁에 있었던 사람들 중 아직도 살아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이 영화에 카메오로 등장하는데, 부가영상을 보면 더 의미있다. 그리고, 감독도 작가도 둘 다 게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