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
1. 분명히 일기를 주 목적으로 만든 블로그인데, 본격 가동하고 쓴 글이 전부 다 독서 기록 뿐이다. 일상이 책으로만 되어있느냐, 하면 또 그건 아닌데. 뭐 여튼 요새는 이전까지에 비해 책을 많이 읽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영양가나 밀도는 제쳐두고라도.
재미있는 책과 기억에 남는 책은 다르다. 기분 좋게 마지막 장을 덮었지만 이 책을 계속 가지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안 드는 책이 있다. 그와 반대로 복잡한 심정으로 마지막 장을 덮었지만 이 책은 언젠가 꼭 한 번 다시 읽어보고 싶은 책이 있다. 재미도 없고 다시 읽을 것 같지도 않은 책도 있지만.
책을 많이 읽은 것도 아니고 아직은 다시 읽어보고 싶은 책보단 새롭게 읽고 싶은 책이 더 많기도하기 때문에, 다 읽은 책을 갖고 있어야 할지 아니면 다시 중고로 팔아야 할지 확신이 안 서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많이 읽어보면 구분이 되겠지. 그러면 책장에 두 겹으로 꽂혀 있는 책들과 침대 옆에 무릎 높이의 3층탑을 이루고 있는 책들을 많이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그러고보면, 내가 산 책들 가운데 반복해서 가장 많이 읽어본 책은 만화책 <허니와 클로버>다. 그중에서 주인공인 다케모토가 자아찾기 자전거 여행을 떠나는 부분과, 맨 마지막 엔딩 부분. 이전까지는 만화책 <아즈망가대왕>이 가장 많이 읽어본 만화책이었는데 역전된 것 같다. 아니, 아직은 <아즈망가대왕>을 더 많이 반복해서 읽었는지도 모르겠다.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다 읽은 횟수는 아무래도 <아즈망가대왕>이 가장 많다. 권수도 적고 고등학교때부터 읽었으니까.
그리고 요즘 다시 읽어보려고 벼르고 있는 책은 김훈의 <칼의 노래>, <현의 노래>, <남한산성>,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다. 특히 <남한산성>은 어서 읽고 10월이 지나기 전에 실제 남한산성을 갔다오는 것이 목표다.
2. 책과 마찬가지로 영화도 다시 볼 것 같은 영화와 그렇지 않은 영화가 있다. DVD로 갖고 있는 영화들 중에 가장 많이 본 것은 <멋진 하루>와 <500일의 썸머>다. 나에게는 의외인데, 공포나 스릴러를 좋아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역시 영화도 많이 본 것은 아니지만, 보면 볼 수록 다른 장르의 영화들 역시 그 나름의 매력이 있는 것 같다. 공포나 스릴러는 비교적 테크닉이라고 해야하나, 그런 것들이 눈에 들어오는데 다른 영화, 특히 느릿한 영화는 마음이 따라가는 것 같다고 해야할까. 말로는 잘 설명을 못하겠는데, 하여튼 그렇다.
생각해보니 <500일의 썸머>는 '느린 영화'라고 하기엔 맞지 않는구나.
다시 보고싶던, 앞으로 꽤 많이 볼 것 같다고 생각했던 <만추>의 DVD를 얼마전에 선물받았다. 아직 보진 않았다. 어서 보고싶다.
3. 근황을 쓰려고 했는데. 이건 근황이 아니라 그냥 내 잡생각을 써놓은 거잖아. 근황이라고 한다면...마음이 복잡해서 별로 길게 쓰고 싶은 마음은 안 들지만. 휴학했고 이 문제로 여자친구와 심하게 싸웠고, 어떻게든 화해는 했지만 마음 속에 아직 깊이 가라앉아있는 것들이 남아있다. 아마 여자친구도 그럴 것이다. 오래 사귀었고 많이 싸웠지만 후유증이라고 할까, 그런 것이 가장 크다.
언제는 안 그랬냐마는, 잔잔한 것 같으면서도 복잡한 나날들이다. 멘탈의 강도를 높여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