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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1.23 다섯째 아이(도리스 레싱)
<스포일러 주의>
집에 같은 작가의 <생존자의 회고록>이라는 책이 있는데, 얼마 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할인할 때 산 이 책이 더 얇아서 우선 읽어봤다.
전통적인 미덕을 지닌 가족-많은 가족 구성원들이 서로 화목하게 지내고 큰 집의 식탁에서 항상 저녁을 먹는, 그런 가족을 만들고자 하는 남녀가 나온다. 같은 또래의 주변 사람들은 이런 사고방식을 고루하다 여기지만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결혼과 동시에 큰 집을 산다. 피임도 하지 않고 아이도 열심히 낳고. 하지만 다섯 번째로 낳은 아이가 그 가족에 불행을 가져온다.
남녀는 전통적인 의미의 '행복한 가족'을 만들고자 했다. 때문에 자신들의 경제적 능력으로는 유지하기 힘들 정도의 거대한 집을 결혼과 동시에 장만했고, 역시나 풍족하지 않은 환경 속에서 아이를 계속 낳고 기념일마다 친척들을 불러모았다. 그들의 가족에 대한 이상을 유지하기엔 모든 것이 부족했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행복한 가족'을 꾸려나갔다. 그들의 가족에 불행을 가져온 다섯째 아이. 이로 인해 모든 것이 망가진다. 친척들은 점차 집을 찾아오지 않게 되고, 첫째와 둘째, 셋째 아이는 집을 떠난다. 넷째 아이 역시 정서적인 불안을 겪고, 가족을 가장 우선시하고자 맹세했던 부부의 관계 역시 파국으로 치닫는다. 결국 부부는 그들에게 있어 '행복한 가족'의 상징이었던 거대한 집을 팔기로 결심한다.
부부가 가졌던 가족에 대한 이상은 결국 허상이 아니었나 싶다. 그 허상을 실재하도록 만든다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 다섯째 아이가 가족의 와해를 가져왔을지 모르지만, 그 불행은 결혼 초기부터 내재되어있었다.
어른들은 항상 '결혼은 현실이다'라고 말한다. 그 말이 생각났다.
+음. 노벨문학상이니 순문학이니 이런거에 편견 비스무리한게 있어서 그런지 맨 위에 '스포일러 주의'라고 써놓는 것도 이상하다. 반쯤 습관이라 써놓았는데 왠지 이런 '문학'소설은 스포일러 따위에 지지 않아야 할 것 같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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