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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9.10 안녕, 인공존재!(배명훈)
<스포일러 주의>
배명훈 작가의 책은 <타워>밖에 안 읽어봤는데, 거대한 빌딩(?)으로 된 국가의 이야기는 굉장히 재미있었다. 그래서 <백만 광년의 고독>에 배명훈의 단편이 실려있다고 하여 구매하여 읽어봤는데 재미있는 아이디어였지만 이야기가 재미있지는 않았다. 지금 책장을 살펴보니 <신의 궤도>, <은닉>, <총통 각하>에 이르기까지 배명훈 혼자 쓴 책은 다 있다. 고 생각했는데 고새 <청혼>이라는 책을 또 냈구나.
뭐 하여튼. 이 책엔 총 8편의 단편들이 실려있다. 순서대로 두서없는 짤막한 감상을.
<크레인 크레인> 뜬금없다는 생각도 드는데, 불륜은 역시 파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님께서 개입해서야 해결이 날 정도고, 그래도 그들은 궁핍한 삶을 이어간다. 그래도 결국 사랑하는 사람끼리 살았으니 행복하려나.
<누군가를 만났어> 솔직히 잘 모르겠다. 앞 뒤 떼어내고 가운데 이야기만 있으면 공룡이 살았던 시대에 지구 밖에서 지구를 탐사하러 왔던 존재가 있었다는 이야기였을텐데 앞에서 상대에게 하는 말이 헷갈린다.
<안녕, 인공존재!> 철학적인 개념이 나와서 신기했던 단편. 데카르트가 끊임없이 의심하고 사유함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증명했다는 건데, 주인공은 죽은 신우정의 유작의 존재 이유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그러다가 신우정의 빈 자리가 역설적으로 그녀가 존재했다는 증거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인공존재가 소멸하면서 그 존재를 보이는 것처럼. 요는 그거다. 있을때 잘 하자.
<매뉴얼> 뒤에 서평을 보면 이 단편 중간에 핸드폰 매뉴얼의 비밀(?)이 직접적으로 등장하는 장면이 없었다면 더 괜찮았을 거라고 하는데, 동의한다. 그 장면을 뺐다면 더 아리송하면서 흥미로운 이야기가 되었을 것 같다. 아니면 아예 핸드폰 매뉴얼의 비밀을 찾는 연구팀의 이야기와 아이의 이야기가 비슷한 비중으로 교차적으로 다뤄졌어도 재미있었을 것 같다.
<얼굴이 커졌다> '프로'들은 얼굴이 크다. 하지만 프로 자리에서 내려온 주인공의 얼굴은 다시 작아진다. 그리고 사소하지만 중요한 행복을 찾는다. 프로의 압박에서 벗어났기 때문일까. 근데 왜 하필 얼굴일까? 남들에게 보이는 부분이라서? 얼굴이 커진다는건 뭐랄까, 프로로써 자신감과 허세같은걸까.
<엄마의 설명력> 이런 이야기 좋아한다. 터무니 없어보이는데 듣다보면 왠지 그럴 것도 같은 이야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는 것을 알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재미있게 받아들일 수 있다. 거대한 음모론처럼 거창하지도 않고.
<변신합체 리바이어던> 역사책 같은 것을 읽다 보면 뭔가 하나에 매몰되어 많은 사람들이 우르르 움직이는 것의 무서움이 많이 나온다. 자체적으로 정화할 수 있는 능력을 잃고 움직이던 방향으로 그저 계속 가속해나갈 뿐일 때의 공포는 대단하다. 합체로봇 리바이어던은 로봇이 많이 합체할 수록 그 힘은 더하기가 아니라 곱하기가 되어버린다. 그 힘을 제어하는 것은 합체 로봇 조종사의 일부만이고 결국 그 힘을 제어하지 못한 채 자신들을 도우러 온 아군 외계생명체를 피떡으로 만들어버린다.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힘이 모여 큰 일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안에서 그들을 비판하는 정화작용의 중요성은 정말 크다고 생각한다. 정치 관련된 화두에서도 그렇고 아이돌 팬덤이나 핸드폰 팬덤(?)에서도 내부적인 정화작용이 이뤄지지 않아 욕 먹는 경우를 자주 봤다.
<마리오의 침대> 동화같은 이야기. 개인적으로 우주에 만든 그 침대는 진짜 좋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굴러도 침대 위라니 이런 꿈 같은 침대가!!
단편집은 항상 좋은 단편과 별로인 단편이 섞여있는데, 좋은 단편만 뽑아다 놔두고 별로인 단편은 팔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으니. 맘에 드는 단편이 얼마나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맘에 드는지에 따라 다시 팔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안녕, 인공존재!>는 일단은 보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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