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주의>
아름다운 인어가 아니라 식인 인어를 다룬 영화. 이야기가 새롭지는 않다. 두 남녀가 섬에 놀러갔는데, 괴상한 노인은 그 섬은 위험하니 가지 말라고 주의를 준다. 당연히 주인공 일행은 그 주의를 무시하고, 그래서 식인 인어를 만나게 된다.
평범하게 이야기가 진행되고 평범하게 긴장되었지만, 마지막에 말이 너무 많다. 영화가 모든 것을 대사로 설명하려고 하는 것은 싫다.
더 마스터즈 섹션의 영화라 기대했는데, 실망스러웠다. 개인적으로 소리로 깜짝깜짝 놀래키는 스타일을 좋아하지 않는데, 이 영화가 그런 스타일이었다. 무서운 장면에서는 어김없이 갑작스러운 큰 소리가 터진다. 생각보다 진부한 이야기에 안개를 배경으로 한 몇몇 장면만이 기억에 남는 영화였다.
극한 상황에서 인간의 변화는 항상 흥미로운 주제이다. <크레이터즈 오브 더 문>에서는 한 커플이 나온다. 사이 좋던 커플은 폭설로 인해 평원 한가운데에서 발이 묶인다. 차에는 연료도 많지 않고, 식량도 거의 없는 상황. 커플의 심리는 점점 변화한다.
남자의 성격은 원래 충동적이고 이기적이다. 그는 심각한 상황에서 여자를 자극하는 장난을 치고, 자신의 생존이 항상 우선이다. 그런 남자의 성격이 눈 속에 같이면서 더 심해진다. 여자는 처음엔 순종적이고 조용한 듯 보이나 위기 속에서 남자의 극단적인 성격을 겪게 되면서 점차 변화한다. 결국 여자는 마지막에 남자를 죽이고 혼자 구조된다. 참혹하게 남은 남자의 시체를 바라보며 담배 한 대를 피우는 여자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영화에서 주인공은 여자이다. 눈 속에 파묻힌 상황도 재난이지만, 남자의 충동적이고 폭력적인 성격 역시 재앙이다. 남녀가 재난을 맞이하는 것이 아니라 여자가 외부 환경과 사람으로부터 오는 모든 위기를 겪어낸다.
재미있었지만, 남녀의 변화가 더 섬세하게 진행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좀비 다큐멘터리를 기대했다. 특히 좀비영화가 갖고 있는 상징성과 다양한 좀비 영화에서 좀비를 어떤 의미로 사용했고 어떻게 변화해왔는지와 같은 것들을 기대했다.
전반부는 그러한 내용이다. 좀비의 기원부터 시작해서 좀비를 다룬 장르의 성립, 그리고 최근 미디어에서 나타나는 좀비의 이미지와 상징성과 같은 것들. 하지만 후반부로 가면 별 희안한 내용이 다 나온다. 좀비 마니아들의 좀비 사랑, 좀비 행진, 심지어 좀비가 습격했을 때를 대비한 생존 물품이나 방공호 등. 이런 부분은 내가 궁금해했던 내용이 아니다. 전반부의 내용이 더 심도있게 다루어졌으면 좋았을 것 같다.
카니발
Cannibal
- 감독
- 마누엘 마틴 쿠엔카
- 출연
- 안토니오 드 라 토레, 올림피아 멜린테, 마리아 알폰사 로소, 호아킨 누녜즈, 그레고리 브로사드
- 정보
- 스릴러 | 스페인, 루마니아, 러시아, 프랑스 | 116 분 | -
소재는 자극적이지만 굉장히 절제된 화면을 보여준다. 아니, 애초에 시체를 해체하는 모습이 많이 나오지 않는다. 영상만 보면 아름다운 자연 풍경과 종교인의 일상을 담아놓은 것만 같다. 절제된 영상이 아름답긴 하지만, 주인공의 인육을 먹는 의미를 잘 모르겠다. 자극적인 소재를 절제된 영상으로 담아낸 것은 흥미로웠지만 딱 그정도.
눈밭을 배경으로 한 서부극. 부천초이스 장편부문 작품상 수상작이다. 배경은 서부극의 느낌이 아니지만 카우보이 복장의 주인공이 나오고 마지막의 결투 장면은 서부극 느낌이 난다. 색다른 느낌의 서부극이랄까. 템포가 빠르지는 않지만 재미있다.
진부한 소재이고 이야기도 진부하다. 이야기만 보았을 때 개성적이라고 하기 힘들지만 골고루 뿌려진 개그코드가 정말 재미있다. 대박 개그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중박은 치는 개그들이 고루 분포되어있다. 진부해도 집중해서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부천초이스 단편
우주 속으로 : 인간이 전체를 인지할 수도 없을 정도로 거대하고 절대적인 초월자의 존재는 공포 그 자체이다.<우주 속으로>는 우주미아가 된 주인공을 충격적인 결말로 끌고 간다. 우주 미아가 되어 떠다니던 주인공은 지구의 환상을 보지만, 정신을 차려보니 알 수 없는 우주 공간 어딘가로 흘러와있었다. 그리고 그 곳에는 수많은 우주비행사들이 미아가 된 채 떠돌고 있었다. 이런 결말 좋아.
악심 : 원숭이 악심의 몸에 사람인 춘자의 영혼이 들어가 일어나는 일을 이야기한 애니메이션. 하지만 원숭이의 이야기와 춘자의 이야기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서 다른 두 개의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거침없이 죽여라! 맥블라스터 : 서부극으로 시작해 SF로 끝나는 영화. 서부극에 나오는 현상금사냥꾼인 맥블라스터는 죽인다. 다 죽인다. 만나는 사람마다 다 죽인다. 배경음악인줄 알았지만 사실은 맥블라스터 옆에서 기타치는 사람이 직접 부르는 노래였다. 그 가수를 죽인다. 현상금이 걸린 악당을 죽인다. 그 악당은 알고보니 외계인이었다. 외계인은 외계의 부하들을 데려왔다. 그래서 다 죽였다. 레이져총을 빼앗아 근처에서 놀고 있던 불랑배를 죽였다. 살아난 가수가 다시 통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다. 그 가수를 죽였다. ...이런 이야기. 웃겨서 죽을뻔.
팡이요괴 : 주인공은 병든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극빈층이다. 집세는 5개월이나 밀렸고 집은 곰팡이로 가득찼다. 어느날 자신도 모르는 아름다운 여자가 부인 행세를 하고 있고 아픈 어머니는 건강해져있다. 주인공은 다시 행복해졌지만 집의 곰팡이는 점점 심해지고 여자는 곰팡이를 없애지 말고 모르는 이를 집에 들이지 말라고 한다. 주인공이 이런 환상에 취해있는 동안 집은 점점 만신창이가 된다. 우렁각시 이야기를 생각나게 하는 전래동화 같은 이야기이지만, 빈곤을 극복할 수 없어 현실에서 도피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비극적이다.
래빗 105 : 보통 공포영화나 스릴러에서 문란하고 사치스러운 여자는 희생양이 되고 만다. 그래서 주인공이 되지 못하는데, <래빗 105>에서는 그런 문란하고 사치스러운 여자가 주인공이다. 주인공은 아버지의 카드로 쇼핑을 끝내고 주차장에 차를 찾으러 간다. 하지만 차는 사라지고 없고 아무도 없는 주차장에서 누군지 모를 사람의 습격을 받는다. 공포의 대상이 누군지 나오지 않지만, 그렇기 때문에 주인공인 여자가 당하는 재앙과도 같은 상황은 주인공의 일상에 대한 처벌처럼 느껴진다.
그림자연극 : 중국영화인줄 알았는데 프랑스 감독이었다. 그림자 연극을 생업으로 삼고 있는 남자는 보잘것 없다. 하지만 길가다 우연히 만난 여성에게 반하게 된다. 집에 돌아오던 중 오토바이 사고를 당한 주인공은 점점 몸이 그림자로 변한다. 결국 그림자가 된 주인공은 자신이 반한 여성의 몸에 들어간다. 다음날, 여자는 출근하지만 그녀의 그림자는 남자의 모습이다. 이런 비스무리한 이야기를 어디서 본 것 같은데...잘 기억은 안 난다. 결말이 좋았다. 해피엔딩일 수도 있지만 배드엔딩일 수도 있다. 내 생각엔 해피엔딩이다.
자매들의 시간 : 일단 자매로 나온 배우들의 연기가 어색해서 집중을 못 했음.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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