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2. 31. 00:16



달의 뒷면

저자
온다 리쿠 지음
출판사
비채 | 2012-04-06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달의 뒷면에 숨어 있는 인생의 비밀!의문의 연쇄 실종사건을 둘러...
가격비교


<스포일러 주의>







읽고 팔아야지, 하는 생각으로 읽었는데 생각보다 재미있어서 놀랐다. 물론 재미없을 책을 사진 않았지만, 재미는 있되 쭉 갖고있고 싶지는 않을 거라 생각하고 첫 장을 펼쳤기 때문이다.


책 뒷면의 광고 문구처럼 미스터리와 판타지, SF, 호러가 모두 들어가있는 것 같다. 운하의 마을 '야나쿠라'를 배경으로 주인공들은 '실종되었다가 아무런 상처 없이 실종된 기간동안의 기억만 잃은 채 돌오는 사건'을 조사한다. 다만 주인공들은 모두 그냥 일반인일 뿐이고, 따라서 보통 생각하기 쉬운, 주인공들이 미스터리를 밝혀내고 사건을 해결하여 평화가 찾아오는 식의 해결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사건을 막을 수 없었지만, 세계는 (겉보기엔)격변하지 않았고 그렇게 일상이 흘러간다.


온다 리쿠의 책은 읽으면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생각나게 만드는데, 이 작품은 <어제의 세계>를 바로 떠올리게 된다. 운하가 거미줄처럼 뻗어있는 마을이라는 점도 그렇고, 비현실적인 요소가 있다는 점도. 다만 <어제의 세계>는 비현실적인 요소가 너무 뜬금없었지만 <달의 뒷면>에서는 잘 녹아있다고 생각된다.


주인공들이 일반인이다보니 이야기는 별로 급박하게 흘러가지도 않고, 사건의 중심에 선 주인공들이 할 일도 별로 없다. 책에서도 나오듯이 인간의 몸을 빼앗아 그 인간의 행세를 하는 여러 작품이 있는데, 그 어느 작품과도 다른 분위기일 것 같다(이런 내용의 작품들을 많이 본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읽어왔던 온다 리쿠 작품들이 갖고 있는 분위기의 연장선이라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장르가 달라져도 이 작가의 분위기는 뭔가 통하는 것이 있다.


미스터리의 비밀은, 운하 속의 '그것'이 사람들을 납치하고 실종된 사람들을 지하수로에서 다시 만들어내 복귀시킨다는 것이다. 복귀된 사람들은 실종되고 지하수로에서 다시 만들어지는 동안의 기억을 잃지만, 무의식 속에 '그것'과 이어져있는 의지가 심어져있다. 실종되었다가 돌아온 사람들은 모두 '그것'과 이어진 무의식을 공유하는 하나의 의식체계 속에 편성된다. 이 '하나가 되려는 의지'에 대해 온다 리쿠는 '개성과 다양성을 통해 진화하려는 전략이 한계에 부딛혀 하나가 되려는 전략으로 선회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이야기한다. 확실히 인간은 남과 차별화되려고 하지만 또 너무 달라져버리면 불안감을 느낀다. 즉, 암묵적으로 용인되는 테두리 내에서 최대한 튀고 싶어하지만, 그게 지나쳐서 일정 정도를 넘어서버리면 다른 것이 아니라 틀린 것이 되어버리는 것. 실제로 마지막에 주인공 일행을 제외한 모든 마을사람들이 다 실종되는데, 홀로 남겨진 주인공들은 마을사람들이 다시 돌아온 뒤를 두려워한다. 모든 마을사람들이 무의식속에 동일한 의식을 갖고 있는데, 주인공들만이 그렇지 않다. 그들은 개성적인 존재가 아니라 이질적이고 배척되어야할 존재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오랜만에 이 책은 중고판매가 아니라 책장 속으로. 


+주인공인 다몬이 등장하는 단편집이 있구나. 당장 읽어보고 싶다. <달의 뒷면>에서 다몬은 특이한 인물로 나온다. 그는 '도둑맞았는지, 도둑맞지 않았는지 알 수 없다'.

'독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쿄는 꿈맛(허안나)  (0) 2013.01.01
천사의 나이프(야쿠마루 가쿠)  (0) 2013.01.01
공중그네(오쿠다 히데오)  (0) 2012.12.26
고양이 이야기 黑(니시오 이신)  (0) 2012.12.25
목요조곡(온다 리쿠)  (0) 2012.12.15
Posted by 곰고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