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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10.24 마술은 속삭인다
<스포일러 주의>
등장인물이 많고 이야기가 한 줄기가 아니다. 그래서 더 복잡한 것 같은데, 산만하지는 않다. 사건에 대한 이야기로 처음부터 끝까지 가는 것이 아니라, 사건에 얽힌 주인공의 개인사가 또 다른 작은 사건들을 불러오고, 나중에는 그 둘이 하나로 뒤엉켜 마무리를 맺는다.
읽다보면 추리 소설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미스테리, 호러 소설같은 느낌이 있다. 살해 트릭이 최면이다보니 더 그런 것 같은데, 아무도 없는 어두운 거리에서 사람이 자살하고 막 그러다보니. 거기에 정체를 모를 사람이 결정적인 도움을 주고 알 수 없는 사람이 전화를 하고 그런 것들이 뒤엉켜서 그런 것 같다.
등장인물 가운데 주조연? 혹은 조연급 인물들에 대한 설명이 빈약하고 성격도 단순하게 묘사되다 보니 인물들이 재미가 없다. 주인공이 일하는 알바의 직원도 그냥 착한 사람이고, 주인공을 도와주는 '누님'도 그냥 주인공을 돕는 역할로 끝. 그에 대한 설명같은 것도 없다. 주인공을 괴롭히는 아이도 그냥 괴롭히는 것을 좋아하고.
하지만 악역은 다른 추리소설에서 보는 느낌과는 매우 달라서 인상깊다. 주인공과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심판'이라는 부분에 있어서 주인공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그리고 실제 주인공은 그 공감대 속에서 악역을 계승할 뻔 하기도 했고. 하지만 그러지 않았고, 악역은 그것을 분해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형태로 주인공 나름대로의 마무리를 할 수 있도록 또 다른 배려를 준비했다. 악역이 아니라 주인공의 내면의 상처를 마무리하고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그런 역할인 것처럼 보일 정도.
최면이 살인의 트릭으로 작용하기도 하고, 등장인물간의 연결고리가 뭔가 조금 비현실적이라고 느껴졌다. 설명이 부족한 조연들도 그렇고. 이야기는 재미있는데, 1년 전에 쓴 <화차>에 비교하면 좀 더 '소설'이라는 느낌이 든다.
그러고보면 <화차>는 적은 등장인물에 한 줄기의 이야기로 우직하게 달려가는 소설이라는 느낌이었는데. 오래전에 읽었고, 저번에 본 영화와 겹쳐지면서 그렇게 기억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화차> 발표되고 1년 뒤에 발표된 작품이 <마술은 속삭인다>라는 점에서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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