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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10.28 제보자
<스포일러 주의>
황우석의 논문조작 사건이 터졌을 때 나는 고등학생이었다. 그땐 공부하고 노느라 논문조작 사건에 크게 관심이 없었지만, 그래도 워낙 큰 일이었어서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제보자>가 실제 사건과 얼마나 같고 얼마나 다른지는 잘 모르겠다.
무언가에 대한 지지와 호응이 집단을 이루게 되면 그 집단 내부에서 정화의 기능이 사라지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지지와 호응의 대상에 대한 합리적인 비판이 수용되지 않게 되면 그것은 맹목적인 믿음으로 흐르게 되고 폐쇄되어 내부에서부터 썩어가게 된다. 우린 우리가 믿는 것들을 한 번쯤 의심할 수 있어야 하고 상대방의 비판에 귀기울일 줄 알아야 한다. 믿음은 우리의 두 눈을 가리고 두 귀를 막는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생산적인 토론이 필요하다.
영화에서 이 믿음을 키운 것은 언론이다. 언론은 연일 자극적이고 지나치게 희망적인 보도를 통해 이장환 박사의 연구를 홍보했다. 의문과 의혹이 받아들여질 수 없는 환경을 만든 것은 언론이다. 일반인이 전문적인 연구분야를 알 수 없는 것은 당연하고, 그렇기 때문에 언론의 부풀려진 보도는 그대로 수용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영화에서 언론의 호응은 이장환 박사가 의도한 것이다. 이장환 박사는 연구인력만큼이나 많은 홍보인력을 통해 보도자료를 뿌려댔다. 하지만 언론이 홍보자료를 무조건 믿어서는 안 되지 않을까.
그리고 이장환 박사는 영화 후반부에 멈출 때를 놓쳐버렸다고 말한다. 하나를 만들면 둘을 원하고, 둘을 원하면 넷을 원한다고. 지나친 성과주의는 결국 비윤리적인 과정을 용인하게 된다. 정당한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결과는 그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지만 극적이다. 조금 오글거리는 부분도 있다. 실제 사건에서도 그런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는거고, 아닌데 각색하면서 들어간 장면이라면 빼는게 나았을 것 같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아예 이 내용을 다큐로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오히려 그쪽이 더 흥미로웠을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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