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키 루크의 인생 스토리는 알지 못한다. 그의 전성기 시절을 직접 보지도 못했고, 그렇기 때문에 미키 루크가 정상에서 추락해 암흑같은 세월을 보내다 이 영화로 재기에 성공했다는 말을 들어도 그랬구나, 정도에 그쳤다.
미키 루크의 전성기를 아는 많은 사람들은 이 영화를 보고 미키 루크의 이야기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처럼 그 시절을 모르더라도 이 영화는 감동적인 영화다.
이 영화는 몸으로 이야기하는 영화다. 정상에서 추락한 나이든 남자의 얼굴엔 지나간 세월의 상처들이 고스란히 새겨져 있다. 그의 일상은 보잘 것 없는, 집세도 제때 내지 못하는 그런 것일 뿐이지만 절정기였던 시절을 잊지 못해 추억거리가 되어버린 소규모 프로레슬링 경기에 꾸준히 나간다.
한때 자신의 현실을 깨닫고 다시 일상으로, 평범하고 건실한 삶으로 복귀하려고도 해보지만, 일상은 그에겐 상처일 뿐이다. 그는 어쩌면 필연적으로 다시 마약같은 링 안으로 들어선다.
마지막 경기에서 미키 루크는 일상에서 도망쳤다. 도망쳤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일상은 미키 루크의 신음과 한숨과 거친 숨소리로 채워진 곳이다. 미키 루크는 오로지 링 안에서만 신음을 흘리지도, 아픈 숨을 내뱉지도 않는다. 그런 그에게 링으로의 귀환은 도망이 아니라 어쩌면 목숨을 건 선택이었을 것이다.
미키 루크의 젊은 시절 사진을 찾아보았다. 깜짝 놀랄 정도로 미남이었다. 이 영화에서의 모습으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이 영화에서의 얼굴이 분장이라고 말해도 믿을 것 같다. '얼굴에 새겨진 세월'이라고 말한다면 정확할 것 같은 얼굴이었다. 그래서 미키 루크에게 랜디의 역할은 그냥 본인인 것 같았을 정도.
랜디가 습관처럼 내뱉던 신음소리가 얼마나 가슴아프던지. 그리고 마지막에 경기를 위해 링으로 걸어나가기 전에 했던 말도.
너무나 멋진 영화였다.
+플레인 아카이브에서 만든 스틸북, 책자 포함 한정판이었는데, 디자인이 참 좋다. 부가영상에서 오른쪽 끝까지 넘어가니 숨어있던 영상이 있었는데, 다음 작품은 <제로 다크 서티>인 듯. 이거 말고 <올드보이>도 낸다는데 완전 기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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