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1. 17. 00:14



13번째 인격

저자
기시 유스케 지음
출판사
창해 | 2009-07-31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내 안의 '또 다른 내'가 살인귀가 되다!검은 집의 작가로 잘 ...
가격비교


<스포일러 주의>









<푸른 불꽃>과 <천사의 속삭임>을 통해 좋아하는 작가로 자리잡은 기시 유스케의 데뷔작. 히가시노 게이고나 온다 리쿠, 미야베 미유키에 비하면 호러의 색채를 좀 더 강하게 보여주는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주인공 유카리는 '엠파시'라는 능력을 통해 사람의 마음에 깊이 공감하고 읽어낼 수 있다. 한신 대지진으로 인한 피해자 상담을 하던 중 만난 치히로라는 환자가 다중인격이라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리고 치히로의 학교 상담 선생님과 함께 치료를 해나가던 중 분노와 원망에 가득찬 열 세번째 인격을 찾아내게 되고, 그 인격으로 인해 끔찍한 사건들이 발생한다.


엠파시, 유체이탈, 영혼 등의 비과학적인 소재들이 많이 나오지만 히가시노 게이고의 <다잉아이>만큼 거슬리지 않고 자연스럽다. 경찰이 등장하지 않기 때문인지, 아니면 분위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기시 유스케는 조금 더 비과학적이어도 괜찮은 느낌이다. 추리라기보단 호러소설이니까.


몰입도도 있고 재미있게 읽었다. 역시 유명 작가가 될 사람은 데뷔작도 재미있구나 싶다. 재미있는 부분들에 대해서는 딱히 할 말은 없는데, 마지막 마무리는 말해두고 싶다. 뒤끝 있는 마무리는 좋다. 선을 긋다가 펜을 딱 떼는 것이 아니라, 흐물흐물 흐릿하게 선을 계속 이어나가다가 슬그머니 떼어버리는 느낌. <푸른 불꽃>도, <천사의 속삭임>도 어느정도 그런 느낌의 마무리였던 것 같다.


별로였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크지 않지만 또 쓰다 보면 분량으로는 길어진다.


데뷔작이라 그런지 이야기는 매끄럽지 않은 부분들이 몇몇 있는데, 특히 유카리가 다중인격 치료를 목적으로 치히로의 상담을 하게 되는 부분이 그랬다. 처음 상담을 할 때는 다중인격임을 몰랐고, 치히로의 인격들 역시 유카리에게 다중인격임을 들키지 않기 위해 경계심을 갖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갑자기 치히로의 인격들은 자신이 다중인격임을 유카리가 알고 있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행동한다. 치히로의 인격들이 유카리를 인정하고 다중인격 치료를 위한 상담을 맡기는 과정이 없다. 그 밖에도 유카리가 가진 엠파시라는 능력이 너무 자연스럽다. 다른 등장인물들은 유카리가 알지 못해야 할 정보를 알고 있는데도 '감이 예민하네'로 넘어가고, 혹은 엠파시라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말해도 그냥 놀라고 만다. 엠파시는 거의 초능력 비슷한 느낌으로 사용되는데, 그만큼 비일상적인 능력이면 아예 철저하게 숨기거나 공개되더라도 어느정도의 갈등을 동반해야 더 자연스럽지 않을까 싶었다. 마지막으로, 한신 대지진이 배경인데 그 배경이 갖는 의미를 좀 더 강조해도 좋았을 것 같다. 실제 있었던 비극적인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써먹지 않을 거면 굳이 실제 있었던 지진이 배경일 필요는 없지 않을까.


역시나. 별로였던 부분은 적은데도 글로 쓰면 꼭 길어진다. 여튼, 재미있게 읽었다.


+ 제목에 책 제목만 쓰지 말고 작가 이름도 함께 써두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아서 이번 글부터는 그렇게 쓰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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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곰고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