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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10.21 무한도전 300회 특집
1. 아, 벌써 300회구나. <무모한도전>때부터 본 그런 골수 '무도빠'는 아니지만, 무한도전은 TV프로 하나도 보지 않는 내가 유일하게 챙겨보는 프로그램이다. 레슬링 특집때 경기도 직접 봤고. 벌써 300회다.
2. 예고편부터 기대했던 300회. 지금 시점에서 300회 특집으로 뭔가를 하기보다는 서로 이야기를 하기로 한 것은 정말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너무 짧지 않나... 좋은 이야기가 많았지만 그래도 2주분량이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3. 처음에 가장 기억에 남는 특집을 하나씩 뽑는 장면에서. 길은 중간에 들어왔으니, 그것도 가장 마지막에 들어온 멤버이니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그래도 안타깝긴 하다. 모두가 뽑은 특집에서 길이 출연했던 회는 레슬링특집 말고 하나도 없었다. 레슬링특집 이야기할 때도 길은 안 나왔고(물론 레슬링특집에서 길 역할이 심하게 없긴 했다. 열심히 했던 것 같지도 않고). 그런 느낌이 든다. 길 입장에서는, 슈퍼7 사건도 있었고 무한상사에서 정직원도 달았고 이제 무도 가족이 되었고 열심히 하려고 생각하는 딱 그 때 추억을 이야기하는데, 그 추억에는 본인만 없는 그런거. 하나가 된 줄 알았는데 본인이 없던 때의 이야기들.
그렇다고 다른 멤버나 제작진 탓 하겠다는게 아니고(당연히 길 영입을 기준으로 보면 길 영입 이전의 이야기가 훨씬 더 많고, 무도 최전성기때 길은 없었기도 하고. 무한도전의 모든 역사를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길이 소외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냥 길을 아끼는 입장에서 좀 안타깝달까. 길을 막 좋아하진 않지만 그냥 본인 전문 분야가 아닌 곳에서 욕먹으면서 노력하는거 보면 괜히 안쓰러운 느낌이 많이 든다. 더 잘 해서 칭찬도 많이 받았으면 좋겠고, 좀 더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달까.
4. 소울푸드 코너에서는 누가 뭐 좋아하고 싫어하고 은근히 길이 그런걸 잘 알더라. 조금 놀랐음. 위에도 썼지만 길이 다른 멤버들과 친한 티가 나고 멘트도 늘고 하면 괜히 뿌듯하다.
5. 텐트에서 이야기하는 코너에서는, 유재석이 단연 주인공이었다. 노홍철과 하하가, 자신들에게 왜 그렇게 '심하게' 잘해줬었냐는 물음에서 유재석은 정말 인간적으로 멋지다고 생각했다. 특히 노홍철을 챙겨줬다는 그 이야기는. 어린 후배를 그렇게까지 챙겨줄 수 있다는 것은. 아랫사람에게 이만큼의 인망을 얻은 유재석은 아마 오래 갈 것이다. 오래 갔으면 좋겠다.
오래 갔으면 좋겠는데. 유재석은 벌써 내려올 때를 생각하는 듯하다. 노홍철과 하하에게 자신이 없을 때를 대비하라는 이야기를 했던 것은 그만큼 노홍철과 하하를 아끼기 때문이겠지. 유재석이 무한도전이 끝나면 본인의 예능 인생도 끝날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고 많은 생각을 했다. 오래 전부터 갖고 있는 고민이 있다. 나를 안정시켜주고 나를 성장시켜주는 그런 존재와 함께 한다는 것은 정말 너무 행복하고 감사한 일이지만, 그것이 나와 평생 함께할 수 없다면, 홀로설 때를 생각해야 한다. 그것이 나와 함께하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나는 그 속에서 더 안도하고 더 의지하게 되겠지만, 대신 홀로설 때 더 많이 아프고 더 많이 힘들겠지. 그런 생각들을 하고 있다. 유재석은, 만약에 무도가 사라지더라도 변함없이 방송에 나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도, 날 편안하게 해주고 성장하게 해주는 그 존재를 벗어나 혼자가 되었을 때 빨리 추스를 수 있기를. 떨어지지 않을 수 있다면 더 좋겠지만.
6. 무한도전은 출연자들과 제작진에겐 물론 가족같은 소중한 존재이겠지만, 무한도전을 꾸준히 시청해왔던 시청자들에게도 단순한 방송 프로그램 이상의 존재다. 오래오래, 지금같은 재미와 감동 유지하면서 함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지난 회에서 노홍철 울던거는 그냥 편집된걸까, 아니면 다음주에 이어서 좀 더 해주려나. 장면상으로는 텐트 들어가기 전인 것 같은데 편집된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