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0. 10. 03:44

1. 두 살 밑의 후배 하나와 조별과제를 같이하게 됐다. 모르는 아이라 혼자 하게 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참 착하고 좋다. 나는 선배라는 존재가 되게 어려웠는데, 이 아이는 막 긴장하고 그러는 것 같진 않은데 말도 곧잘 하고 막 장난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예의가 바르다고 해야 할까, 그렇다. 거기에 조별과제에 대해 이야기할 때도 적당히 의욕도 있고 맡은 일도 늦지 않으면서 성실하게 해온다. 아직 조별과제가 끝난 건 아니지만, 여지껏 만난 팀원중에 베스트3 정도는 들지 않을까 싶다. 일정을 정해놨는데, 오히려 내가 일정을 못 맞출까 걱정이다. 팀원이 이렇게 잘해주니 고마워서라도 더 열심히 해야지, 하는 생각이 든다.


2. Todoist 어플을 사용하고 있는데, 뭐랄까...역시 어플은 도우미의 역할일 뿐이다. 일단 일을 안 까먹게 된다는 것은 장점. 관리가 편하다. 다만 이 어플을 사용한다고 내가 일을 계획적으로 착착 해나갈 수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 의지. 의지만 있다면야 굴러다니는 이면지에 할 일 적어놓고 계획적으로 해나갈 수도 있는 것이다. 이걸 새삼 느끼고 있다. 그래도 할 일 계획에 대한 관리가 편하니 아무래도 일 처리 효율은 조금 늘었다. 게다가 못 한 일을 다음 날로 미룰 때마다 드는 자괴감 때문에라도 더 열심히 해야지 마음먹게 되고.


3. 시험이 밀리고 어떤 것은 중간 기말 사이에 시험을 한 번 더 보고 막 이러니까 시험기간이 애매하다. 중간고사시즌부터해서 기말고사까지 나는 쭉 시험준비모드일 것 같은 예감. 다행히 그 사이에 과제가 많진 않다. 예전엔 중간 기말 사이에 과제 폭풍이었는데 이번엔 하나만 하면 될 것 같다. 휴.


4. 예전에 트위터도 하고 미투데이도 했는데, 다 접었다. 미투데이는 가장 먼저 접한 SNS였는데(블로그 제외하면. 근데 블로그는 SNS가 아닌가?), 시간을 너무 많이 빼앗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하면서 좋은 사람들 많이 알게 되고 그랬는데, 자꾸 덧글 확인하고 친구들의 글들을 확인하게 되고, 내 덧글의 답글을 확인하게 되고 그랬다. 그리고 무슨 일만 생기면 자꾸 글을 올리고 싶고 사진을 올리고 싶고. 오프라인에서 사람을 쉽게 사귀지 못하는데, 온라인이라 그런 어려움이 적었다. 쉽게 사람들과 알게 되는 것이 신기했고 재미있어서 점점 더 빠져들었던 것 같다. 어느날 문득 내 일상에 미투데이가 너무 많이 들어와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할 때마다 자꾸 미투데이로 흐름이 끊기는 느낌이라 줄여야겠구나, 생각했다. 그러면서 자꾸 쉬고 의식적으로 줄이다 보니까 어느 순간 열기가 식었다. 좋은 사람들 알게 됐던 것은 아쉽지만. 사실 접는다고 글을 올리고 싶은데, 글을 안 올린 지도 년 단위가 넘어가다 보니까 새삼스럽게 올리는 것도 이상하단 생각이 들었다. 날 기억할까 싶기도 하고. 이런 생각이 드는 걸 보면 온라인으로 만든 인간 관계는 참 얕구나 싶은 생각도 들고.


5. 트위터는 미투데이 한창 하다가 시작했다. 미투데이는 진짜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이 너무 재미있었는데, 트위터는 유명인의 계정 팔로하고 리트윗되는 글들을 읽는 재미가 있었다. 여러가지 봇들의 글도 재미있었고. 리트윗되는 글만 읽으면 대충의 화제는 정리가 되었다. 솔직히 좀 치우친 면도 있긴 했다만. 교류는 주로 오프라인에서의 친구들 몇 명과 미투데이에서 알던 사람들 중 몇 명과만 했다. 트위터도 마찬가지로 열심히 싸질렀지만, 미투데이만큼 반응이 활발하진 않았고 그런 점에서 미투데이보다 재미있다고 느끼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트위터도 점점 시들시들해졌다. 결국 지금은 미투데이도, 트위터도 안 한다.


6. 미투데이나 트위터에 글을 올릴 때마다, 다른 사람들이 어떤 덧글을 달아줄지 기다리게 되었다. 특히나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되면서 글 남기기가 간편해지다보니 정말 사소한 일들까지 전부다 올리게 되었다. 나도 다른 사람의 사소한 일상들을 지켜보면서 일일히 반응하고. 그런게 조금 이상했다는 생각이 요즘에 와서 든다. 미투데이와 트위터를 접은 것은 시간을 많이 뺏겨서, 그리고 흥미가 사라져서이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접길 잘한 것 같다. 뭔가 그때의 나는 관심병종자 초기였다는 느낌도 들고. 블로그는 아무래도 글을 짧게 쓰려면 거부감이 생겨서 그런지 생각해보고 길게 쓰게 된다. 그때그때의 짧은 느낌 보다는 좀 걸러져서 소재도 조금 더 중요했던 것에 대해 쓰게 되고 이야기도 길어진다. 이게 더 좋은 것 같다.


7. 물론, 모든 SNS 사용자가 관심병종자는 아니다.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고, 내가 봤던 사람들 중에 관심병종자 같은 사람도 있었지만 아닌 사람도 많았다. 다만 그때의 나는 항상 내 글에 사람들의 관심이 많이 달리길 바랐던 것 같다. 물론 블로그에 올린 글에도 사람들의 관심을 보이길 바라지만, 여기에 쓰는 글은 SNS에 남기던 사소한 이야기들은 아니다. 나름대로 생각했던 것들을 쓰는 것이니까 거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좋은 것이다.


8. 생각해보면, SNS 할 때 오프라인에서 만나자는 이야기가 몇 번 있었다. 온라인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뭔가 진짜 사람과 이야기한다는 느낌이 잘 안 들어서 나도 한 번 만나보고 싶었다. 하지만 여자친구는 내가 SNS 하는 것을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는 눈치였고 그걸로 사람을 만나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사실 이렇게 열심히 했었다는 것은 아마 모를 것이다. 그래서 한 번 보자는 제의는 전부 다 거절했다. 아쉽다. 요새는 특히 내가 인간관계를 확장하는데 굉장히 소심한 경향에 대해 많은 반성과 후회를 하는 중이라 더 아쉽다. 다시 시작해볼까, 싶을 정도. 하지만 아마 그럴 일은 없겠지.


9. 뭔가 되게 두서없고 이야기가 길어졌는데. 이건 다 과제 탓이다. 과제해야 하는데 여기에 시간을 쏟고 있다. 어휴, 한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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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곰고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