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 드 보통'에 해당되는 글 2건
- 2013.05.30 불안(알랭 드 보통)
- 2012.11.16 우리는 사랑일까
<카이스트 명강 01-구글 신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를 다 읽고 나서 그동안 끄트머리만 안 읽고 남겨놨던 책들을 읽어야지, 하고 생각했다. 근데 생각해보니 도서관에서 빌린 <신이 절대로 답할 수 없는 몇 가지>라는 책이 반납 기일이 얼마 안 남았다...<2013년 이상문학상 작품집>과 <TV피플>은 좀 나중에 읽던지 해야지.
여튼 <불안>이다. 알랭 드 보통의 <우리는 사랑일까>를 정말 재미있게 읽었는데, 마침 요새 자꾸 우울해지고 자기비하만 하게 되는 것 같은 차에 알라딘 중고서점에 있던 이 책을 발견했다. 연애를 색다르게 풀어낸 것처럼 불안도 색다르고 재미있게, 그리고 납득할 수 있게 해석해줄까, 싶어서.
읽은 지 오래 됐는데 일단은 인상깊었던 부분에 대해서만 써놓고 나중에 다시 읽게 되면 제대로 써보자.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불안의 원인과 해결 방법이다. 알랭 드 보통은 불안의 원인은 근본적으로 계급이 사라지고 신분상 모두가 평등해짐으로 인해 경제적 격차를 더욱더 크게 느끼게 된 것이라고 말한다. 이런 식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신기했다. 보통 학교에서 노예제 철폐라던지 선거권 확대 등은 '좋은 거'라고 배우는데, 이로 인해 과거에는 아예 비교 대상조차 될 수 없었던 사람들이 이제는 비교 대상이 되고 그에 따라서 나의 상대적 박탈감이 더 커지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원인이라면 해결책은 경제적 성취를 평등하게 만들거나 격차를 납득할 만하게 만들어야 해결되는 게 아닐까 싶다.
그리고 신분이라는 것은 과거에 몇몇 사람들이 잉여 생산물을 축적하면서 부유해지고 그것이 대를 이으면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과거 신분제가 있었던 시대에 낮은 신분의 사람들이 높은 신분의 사람들을 '감히' 질투하지 못했던 것은 신분제가 경제적 차이와 그로 인한 질투와 불안을, 그리고 그 불안이 커져 혁명으로 발전하는 것을 사회의 근본 체제 속에서, 또는 사람들의 근본적인 인식 속에서 막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도덕적 가치에 집중하는 것은 지금은 사라진 신분제를 대신해 부유층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를 질투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해결은 철학, 예술, 정치, 기독교, 보헤미안 다섯 파트로 나누어 설명하는데, 결국 각 분야에서 공통적으로 하는 말은 겉으로 드러나는 부나 사회적 지위가 아닌 본질에 가치를 두라는 것이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인데, 그 본질을 보고 평가한다는 것이 쉬운 것이 아니라 나에게는 너무 뜬구름 잡는 소리처럼 들린다는게 문제. 뭔가 실질적으로 팍 해결될 수 있는 것을 바랐는데 그게 아니라 조금 실망이다. 하지만 이 세상에 경제적 사회적 지위를 획득하지 못해 열등감을 느끼는 사람이 나 뿐만이 아닐텐데 즉효성 있는 해결책이 있었다면 진즉에 퍼졌겠지.
+이제는 책을 읽을 때 꼭 메모를 하면서 읽어야 겠다. 이번 처럼 오랜 텀을 두고 읽게 되더라도 내용을 기억하고 감상글을 쓰기 쉽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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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검색하면서 알았는데, 개정판이 있다. 하드커버. 내가 읽은 책은 소프트커버에 2005년에 출간된 판. 책 정보 넣는데 제목으로 검색하니까 '사랑' 들어간 책이란 책은 모두 나오는 듯. 검색능력이 쓰레기같다. '알랭 드 보통'으로 검색해서 찾긴 했지만.
뭐 하여튼 꽤 긴 시간동안 읽은 <우리는 사랑일까>. 그냥 유명한 작가라 이름은 알고 있었는데(게다가 영화 <500일의 썸머>에서 남자 주인공이 읽는 책이 이 작가의 <행복의 건축>이다) 알라딘 중고서점에 있길래 어떤 책을 쓰나 궁금해서 집어왔다. 뒤의 설명에 보면 연애소설이라기에 '별로 안 좋아하는 장르니 빨리 읽고 팔아버려야지'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굉장히 재미있고, 연애소설을 생각하고 이 책을 읽었다간 낭패를 본다. 로맨스라기보다는 '연애'라는 행위를 다루고 있는 소설이라고 해야 할까. 굉장히 흥미롭다.
책에는 여주인공 '앨리스'와 남주인공 '에릭'이 등장한다. 앨리스의 시점에서 에릭을 만나 연애를 시작하고 관계를 지속해나가다 결국 헤어지기까지의 과정이 책의 내용이다. 하지만 로맨스 소설에서 기대할 수 있는 로맨틱하거나 가슴아픈 에피소드, 문학적인 감정 묘사같은 것은 없다. 대신 작가는 둘 사이의 관계를(특히 주인공인 앨리스의 시점에서 바라본 연애를) 분석한다. 연애소설에서 쉽게 발견할 수 없는 사상가들의 이름이 등장하고 그들의 이론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것들에 비추어 둘 사이의 연애관계를 살펴본다. '소설'이라기 보다는, 사랑과 연애관계 뒤에 숨어있는 생각의 흐름들을 설명하려고 하는데, 그냥 설명하면 재미도 없고 어려우니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두 주인공을 등장시켰을 뿐인 느낌이다. 연애를 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이야들을 한 커플에게 몰아놓은 것 같다. 'case 1. 앨리스와 에릭 커플의 경우' 같은 느낌. 두 주인공의 에피소드를 위해 할애된 분량보다 그 에피소드에서 읽어낼 수 있는 것들을 설명하기 위해 할애된 분량이 훨씬 많은 듯하다.
그렇다고 해서 '겉으로만 소설인 듯한' 이 책이 지루하냐 하면 그건 또 아니다. 작가의 말솜씨도 재미있는데다가 잘 모르는 사상가들의 이야기를 통해 연애관계를 살펴보는 방식이 꽤나 재미있다. 전혀 지루하지 않고 오히려 두루뭉실하게 보여주는 소설보다 훨씬 더 명확하고 이해하기 쉽다고 해야 할까. 지나치게 분석적이다 보니 오히려 더 잘 이해되고 그런게 있다. 더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연애행위 뒤에 이렇게 많은 이야기가 있을 줄 몰랐다. 예전에 한 수업에서 교수님이 '사람은 둘만 있어도 그 사이에 권력관계가 형성된다'고 하셨는데 이 책을 보면서도 교수님의 말씀이 자주 생각났다. 순수해보이는 사랑 속에도 권력관계가 형성되어 있고 계산이 있고 다 그런 것. 그렇다고 이 책이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 비관적인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읽으면서 지금 하고 있는 연애에 있어 참고...라고 해야할까, 새로운 관점으로 우리를 바라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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