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9. 7. 01:06

1. 분명히 일기를 주 목적으로 만든 블로그인데, 본격 가동하고 쓴 글이 전부 다 독서 기록 뿐이다. 일상이 책으로만 되어있느냐, 하면 또 그건 아닌데. 뭐 여튼 요새는 이전까지에 비해 책을 많이 읽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영양가나 밀도는 제쳐두고라도.


재미있는 책과 기억에 남는 책은 다르다. 기분 좋게 마지막 장을 덮었지만 이 책을 계속 가지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안 드는 책이 있다. 그와 반대로 복잡한 심정으로 마지막 장을 덮었지만 이 책은 언젠가 꼭 한 번 다시 읽어보고 싶은 책이 있다. 재미도 없고 다시 읽을 것 같지도 않은 책도 있지만.


책을 많이 읽은 것도 아니고 아직은 다시 읽어보고 싶은 책보단 새롭게 읽고 싶은 책이 더 많기도하기 때문에, 다 읽은 책을 갖고 있어야 할지 아니면 다시 중고로 팔아야 할지 확신이 안 서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많이 읽어보면 구분이 되겠지. 그러면 책장에 두 겹으로 꽂혀 있는 책들과 침대 옆에 무릎 높이의 3층탑을 이루고 있는 책들을 많이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그러고보면, 내가 산 책들 가운데 반복해서 가장 많이 읽어본 책은 만화책 <허니와 클로버>다. 그중에서 주인공인 다케모토가 자아찾기 자전거 여행을 떠나는 부분과, 맨 마지막 엔딩 부분. 이전까지는 만화책 <아즈망가대왕>이 가장 많이 읽어본 만화책이었는데 역전된 것 같다. 아니, 아직은 <아즈망가대왕>을 더 많이 반복해서 읽었는지도 모르겠다.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다 읽은 횟수는 아무래도 <아즈망가대왕>이 가장 많다. 권수도 적고 고등학교때부터 읽었으니까.


그리고 요즘 다시 읽어보려고 벼르고 있는 책은 김훈의 <칼의 노래>, <현의 노래>, <남한산성>,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다. 특히 <남한산성>은 어서 읽고 10월이 지나기 전에 실제 남한산성을 갔다오는 것이 목표다.


2. 책과 마찬가지로 영화도 다시 볼 것 같은 영화와 그렇지 않은 영화가 있다. DVD로 갖고 있는 영화들 중에 가장 많이 본 것은 <멋진 하루>와 <500일의 썸머>다. 나에게는 의외인데, 공포나 스릴러를 좋아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역시 영화도 많이 본 것은 아니지만, 보면 볼 수록 다른 장르의 영화들 역시 그 나름의 매력이 있는 것 같다. 공포나 스릴러는 비교적 테크닉이라고 해야하나, 그런 것들이 눈에 들어오는데 다른 영화, 특히 느릿한 영화는 마음이 따라가는 것 같다고 해야할까. 말로는 잘 설명을 못하겠는데, 하여튼 그렇다.


생각해보니 <500일의 썸머>는 '느린 영화'라고 하기엔 맞지 않는구나.


다시 보고싶던, 앞으로 꽤 많이 볼 것 같다고 생각했던 <만추>의 DVD를 얼마전에 선물받았다. 아직 보진 않았다. 어서 보고싶다.


3. 근황을 쓰려고 했는데. 이건 근황이 아니라 그냥 내 잡생각을 써놓은 거잖아. 근황이라고 한다면...마음이 복잡해서 별로 길게 쓰고 싶은 마음은 안 들지만. 휴학했고 이 문제로 여자친구와 심하게 싸웠고, 어떻게든 화해는 했지만 마음 속에 아직 깊이 가라앉아있는 것들이 남아있다. 아마 여자친구도 그럴 것이다. 오래 사귀었고 많이 싸웠지만 후유증이라고 할까, 그런 것이 가장 크다.


언제는 안 그랬냐마는, 잔잔한 것 같으면서도 복잡한 나날들이다. 멘탈의 강도를 높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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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곰고옴
2012. 9. 7. 00:40



요노스케 이야기

저자
요시다 슈이치 지음
출판사
은행나무 | 2009-09-23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도쿄로 상경한 무사태평 낙천가 규슈 청년 요노스케!요시다 슈이치...
가격비교


니시오 이신의 이야기 시리즈 신간인 <요노스케 이야기>


는 뻥이고.


<괴물 이야기>와 <상처 이야기>에 이어 같은 친구에게 빌린 <요노스케 이야기>를 읽었다. 본격 청춘 성장소설은 별로 읽어본 적이 없다. 지금 와서 딱히 기억나는 청춘소설?성장소설? 이라면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정도일까. 3년인가 4년 전에 읽은 것 같은데.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은 읽고 나서 많은 위로가 됐는데, <요노스케 이야기>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그다지 위로가 되지는 않았다.


느긋하고 빈틈 많은 주인공 요노스케는 대학 신입생이다. 상경 후 1년간의 이야기를 12개월로 나눠서 하고 있는데, 그 중간중간에 요노스케 지인들의 20년 후 이야기가 삽입되어있다. 책은 쉽게 쉽게 넘어간다. 이야기가 재미 없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남는게 없다.


일단, 빈틈 많은, 흐릿한 성격의 주인공 처럼 이야기도 뭔가 흐릿하다. 기승전결을 잘 모르겠다고 해야할까. 말 그대로 일상이 이어진다. 그리고 그 일상 속에서 요노스케는 성장한 듯 하면서도 성장하지 않은 것도 같다. 1년만에 정신적으로 성숙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될지 모르지만, 제자리에 서있는 듯한 요노스케의 모습은 조금 답답하기도 하다. 마지막에서 요노스케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첫 발자국을 떼는 듯한 모습도 보여주고, 성취한 요노스케의 모습도 언급은 된다. 그래도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요노스케의 성격은 어디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성격인데, 묘하게 몰입이 안 된다. 지극히 일반인이라고 생각하는 나의 경험에 비추어 보았을 때, 요노스케가 1년간 겪은 이야기들은 그다지 기억에 남는 일상으로 보여지지 않는다. 오히려 비일상에 가깝다고나 할까. 내가 지나치게 심심하게 살아왔는지 모르겠지만, 에피소드들이 그다지 공감되지 않는다.


중간중간에 언급되는 요노스케 지인들의 20년 후의 이야기도 생뚱맞게 느껴졌다. 20년 후의 지인들에게 요노스케는 그냥 기억 한켠에 남아있는 친구의 이름이다. 그냥 이름도 잊혀지고 두리뭉실한 느낌으로만 요노스케를 기억하는 지인도 있다. 이 이야기들이 왜 삽입되어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내가 청춘소설, 성장소설에 대해서 뭔가 편견 같은 것을 가지고 있는 것도 같다. 띠지에 '걸작 청춘소설'이라고 쓰여져있는데, 읽기 전에 이 문구 때문에 선입견이랄까, 기대가 있었다. 어느 나이대나 마찬가지지만, 내가 지금 겪어가고 있는 20대는 고민이 많다. 20대만의 고민들이 있다. 그리고 이런 고민과 갈등에 대해 이야기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내가 여러가지로 복잡하기 때문에 더 그런걸 기대했는지 모르겠다.


20대를 이야기하는 소설들은 나중에 20대가 지났을 때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대체로 20대 이야기를 하는 작가는 20대를 넘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20대가 지나서 20대를 기억하며 쓴 이야기는, 20대를 살아가는 독자와 생각이 다를 수도 있다. 내가 20대이기에 보지 못하고 지나가는 것들도 많을 것이고. 아직 많이 서투르기도 하고. 그래서 20대가 지나서 다시 읽어보면, 그때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작가가 무엇을 생각하고 이야기를 한 것인지 그때는 별로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또 다르게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이 책, <요노스케 이야기>도 그런 책인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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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곰고옴
2012. 9. 6. 02:51


상처 이야기

저자
니시오 이신 지음
출판사
학산문화사 | 2011-01-2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괴물 이야기』에 이은 이야기 시리즈 두 번째 작품인『상처 이야...
가격비교

읽고 바로 쓰는 두서 없는 이야기. 를 약간만 정리.

흡혈귀는 다른 작품들에서도 상당히 많이 사용되는 소재로, 사실 상당히 라기보다는 뼛속까지 우려낸 사골이라고 하는 편이 더 어울릴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나오는 것을 보면 흡혈귀라는 소재 자체가 많은 매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겠지. 그러고보면 같은 흡혈귀 이야기면서도 색다른 이야기가 꾸준히 나온다는 것도 참 대단하다.

<상처 이야기>는 흡혈귀 이야기를 또 다른 느낌으로 써내려간다. 말장난은 여전히 많고 또 여전히 재미있다. 흡혈귀가 나오는데 책의 분위기는 호러도, 액션도, 그렇다고 러브코미디...도 아닌 듯하고. 역시 말장난의 비중이 크다보니 그런걸까.

흡혈귀는 이러니저러니해도 역시 인간을 잡아먹는 존재다. 보통 흡혈귀가 주인공 급으로 나오는 다른 작품에선 고상하고 완전한 인간의 친구로 나온다. 흡혈귀는 인간을 이해하고 인간을 보호한다. 그래서 상처이야기 후반부에서 아라라기가 키스샷의 식사장면을 보고 받는 충격이 더 신선했다. 흡혈귀에게 인간은 역시 식량일 뿐인데. 사실 다른 작품에서와는 달리 상처이야기에서 키스샷은 인간의 살까지 씹어삼킨다는 설정이 이런 충격의 강도를 더 키운 것 같다. 

그러고보면 이야기랑 상관 없는 말장난이 많다보니 책은 술술 넘어가는데 다 읽고나서 머리에 남는건 이야기의 뼈대와 몇몇 인상깊은?? 끌린 장면 뿐이다. 그 이상을 바라는 것도 이상할지 모르지만, 여튼 꽤 두꺼운 두께임에도 이야기는 간략하게 남는다는건 좀 이상한 기분이긴 하다.

그리고 하네카와와의 플래그는 괴물이야기 상권에서의 센조가하라보다 오히려 더 빨랐구나. 그리고 상처이야기에사의 하네카와 캐릭터가 괴물이야기에서보다 더 마음에 든다.

시리즈라는 것은 참 묘한데, 이야기가 쭉 이어지는 장편 시리즈야 물론 처음 살 때부터 끝까지 읽을 각오를 하고 사는거지만, 이야기 시리즈처럼 각 이야기간의 상관관계가 장편소설처럼 직접적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 경우에는 오히려 퍼즐맞추기처럼 생각되어 수집욕이 더 강해지는 것 같다. <괴물 이야기>에서도 각각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다른 이야기의 주인공을 찾는 것처럼 <상처 이야기>에서도 주인공인 키스샷 말고도 하네카와의 색다른 모습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이후 다른 이야기 시리즈에서도 퍼즐 찾듯이 다른 캐릭터들을 찾아나가게 될 것이다. 이런 점이 수집욕을 자극하게 되는 것 같다. 말하자면 이전 이야기의 보충 설명을 다음 이야기에서 한다던지. 괴물이야기 하권의 마지막 에피소드 츠바사캣에서 하네카와가 아라라기군을 좋아해왔다고 말하는데, 다음 이야기인 <상처 이야기>에는 하네카와가 아라라기군을 좋아하는 듯한 모습이 빈번하게 묘사된다.


여하튼 친구에게 당장 <가짜 이야기>를 빌리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그러지는 못하고. 가능한 빨리 빌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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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곰고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