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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10.03 프로메테우스 재감상
<프로메테우스>는 거대한 영화다. 개봉 당시 걸작이다vs아니다 사이에서 많은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관심있는 영화는 이동진과 허지웅의 평을 종종 찾아보곤 하는데, 허지웅이 '문학적인 서사의 결이 풍부하다'고 한 말은 당췌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다른 이들이 뭐라 하건, 나에게 <프로메테우스>는 굉장한 '경험'으로 다가왔던 영화다.
인류의 탄생으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어쩌면 인류의 탄생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 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쩌면 인류의 탄생에 대한 이야기일 지도 모른다.
처음 봤을 때는 규모에 감탄했다. 몇 가지 인상에 남는 장면들이 바로 '인간이 어찌 할 수 없는 압도적인 무언가'를 생각하게 하는 장면들이었다. 포스터에도 나오는 거대 인간 두상, 데이빗이 외계인의 우주선을 작동시킬 때 나타나는 우주의 모습, 그리고 우주선이 추락할 때의 거대함. 극장에서 처음 볼 때는 압도되어 보았던 것 같다.
며칠 전에 다시 볼 때는 그보다는 물고 물리는 관계가 눈에 들어왔다. 자신을 만든 창조주를 찾아가는 인간과, 또 자신을 만든 인간과 함께하는 데이빗의 모습. 인간은 창조주인 외계인들에게 자신들을 만들어내고 또 멸망시키려 한 이유를 묻고 싶었지만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 데이빗 역시 자신의 창조주인 인간들을 알기 위해 항해하는 내내 우주선에 탑승한 인간들의 꿈을 읽고 인간들을 공부하지만, 글쎄. 데이빗의 눈에 비친 인간은 어찌 보면 자신보다도 더 불완전한 존재이다. 아마 인간들은 자신을 만들어낸 존재를 '신'이라고 생각해왔고 그렇기 때문에 자신들이 창조된 데에도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이유가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했을 테지만, 어쩌면 외계인들이 인간을 만들어낸 이유는 그리 거창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찰리가 데이빗에게 인간이 휴머노이드를 만들어낸 이유를 이야기할 때 '그냥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이 되어서'라고 말한 것처럼.
인간의 존재 이유가 우리가 생각한 것처럼 아무렇지 않다는 것은 이런 것일 수도 있다. 우리가 인간 중심적인 사고를 하는 이유는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우리가 우리 자신을 신의 의지에 발을 디디고 존재하는 존재라고 생각한다는 것. 하지만 사실은 그런 것이 아니라, 우리는 그저 우주를 구성하는 다른 모든 것과 동등한, 그저 그뿐인 존재일 뿐이라는 것. 그리고 우주에는 우리가 인지하는 것조차 힘든 무언가가 존재하고, 그에 비하면 우리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
어찌 보면 단순히 이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창조주가 심심해서 창조물을 만들어내고, 또 창조물이 알 수 없는 이유로 그들을 없애버리려 하는 것처럼, 감독 역시 자신이 이런 영화를 만들 능력이 되어서 만든 것이다. 그리고는 에일리언의 프리퀄이니 뭐니 관객들이 설왕설래 하는 것을 저 멀리서 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리들리 스콧이 창조주에 버금가는 그런 존재인 것은 아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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