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2. 21. 00:33



괴물들이 사는 나라

Where the Wild Things Are 
6.8
감독
스파이크 존즈
출연
맥스 레코드, 캐서린 키너, 마크 러팔로, 로렌 암브로스, 크리스 쿠퍼
정보
어드벤처, 판타지 | 미국 | 101 분 | -


꼬마인 맥스는 외롭다. 아빠는 없고 누나도 엄마도 맥스와 놀아주지 않는다. 맥스는 자신을 혼내는 엄마의 어깨를 물고 집을 뛰쳐나온다. 정신없이 달리다보니 괴물들이 사는 나라에 도착했다. 맥스는 괴물들 사이에서 자신을 왕이라 속이며 녹아든다.


원작도 동화이고 영화의 주인공도 어린아이지만, 어른이 봐도 재미있다. 아니, 어른이 봐야 더 느끼는 것이 많을 지도. 맥스와 괴물들의 모습이 일견 유치해보일수도 있지만 어느샌가 어른인 우리 주변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맥스가 괴물들이 사는 나라에서 가장 먼저 친해진 괴물이 맥스와 가장 비슷한 성격인 괴물이고, 결국 맥스가 직접 겪으면서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는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다. 애정이 부족하고 사랑받고 싶은 아이들이, 남들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의 의견을 제대로 표현하는 법을 모르고 떼쓰고 괴롭히는 것으로만 표현할 줄 알다가 괴물들과의 생활을 통해 남을 이해할 줄 알게 되는 성장담이기도 하다. 하지만 괴물들이 사는 나라에 있는 여러 괴물들은 한 가지 측면이 강조되긴 했지만 우리가 살면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의 일면이다. 아이들처럼은 아니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땡깡부리는 사람도 있고, 자신의 의견을 잘 펴지 못하는 사람도 있고 회의적이고 시비만 거는 사람도 있고 다른 친구와 논다고 삐지는 사람도 있다. 어른들은 항상 이성적이고 냉정하고 뭐 그래야 할 것 같지만 알고보면 차라리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내뱉어 알기 쉬운 아이들이 훨씬 상대하기 쉬운 경우가 다반사다. 그래서 영화는 동화라기보단 우화처럼 느껴진다. 괴물들이 서로 다투는 것도 남일 같지가 않고. 


이야기도 재미있지만, 특유의 분위기가 너무 매력적인 영화다. 괴물들은 전부 CG가 아니라 실제 인형옷을 입은 배우들로 촬영됐다(표정 변화는 CG일 것 같다). 풍경도 너무 아름답고 괴물들의 모습도 기괴하면서 어딘가 그립다. 음악 역시 정말 좋은데, 어린이들이 부른 노래가 많은데 굉장히 좋다. 영상과 음악이 한데 어우러지면서 영화의 독특한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맥스가 괴물들이 사는 나라를 떠나 집으로 돌아갈 때는 나도 개인적으로 아쉽다고 느낄 정도로 그 분위기에 푹 빠져들었다.


블루레이에는 메이킹필름을 비롯한 다양한 부가영상이 있다. 내용이 겹치는 부가영상도 있긴 하지만 흥미롭기도 하다. 특히 동화가 원작인 만큼 어린이들과 함께 하는 촬영 현장의 모습이 흥미로웠다. 제작진과 감독이 주인공을 비롯한 어린이들과 어떻게 소통하고 즐기면서 촬영해왔는지 보는 것이 재미있었다. 단편영화도 하나 있긴 한데, 크게 재미있진 않았다. 기묘한 동화같은 내용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코멘터리가 없다는 점, 그리고 인형탈에 관한 부가영상이 없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괴물들의 표정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인형옷과 탈의 구조는 어떻게 되어있는지와 같은 것들이 참 궁금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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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2. 12. 19:38



자본주의

저자
EBS 자본주의 제작팀 지음
출판사
가나출판사 | 2013-09-27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세계 32명의 석학들이 밝히는 금융·소비·돈에 관한 33가지 비...
가격비교



이 책은 EBS에서 만들어졌던 동명의 다큐멘터리를 기초로 쓰여진 책이다. 책 표지에 쓰여있는 것처럼, '빚 지는 사람이 있어야 돌아가는' 자본주의의 구조를 밝히고 나름의 대안을 제시한다.


책에 의하면, 자본주의라는 구조 내에는 이자가 존재할 수 없다. 이자는 상품 판매의 대가로 생기는 것이 아닌 돈을 빌려줌으로써 생기는 돈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내가 전 지구상의 모든 화폐를 빌렸다고 생각해보자. 나는 그에 대한 이자를 내야 한다. 하지만 나는 현재 발행 된 전 세계의 돈을 다 빌렸기 때문에, 이자로 내야 하는 돈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이자를 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은행은 내가 이자를 내기 위한 화폐를 추가로 발행해야 하는 것이다. 이자를 위해 화폐는 계속 발행되고 인플레이션은 지속된다. 하지만 이 화폐 발행은 이자를 위한 것, 즉 인플레이션은 빚 위에 존재하는 것이다. 신용에 근거한 대출은 지속되고, 결국 거품은 꺼지고 불황이 찾아온다. 불황의 시기에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것은 낮은 신용에 기초해 대출을 받은 저소득층이다. 그들은 빚을 갚을 능력이 없기 때문에 가장 먼저 파산한다.


이처럼 자본주의는 구조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자본주의를 대체할 수 있는 경제모델이 없다. 과거 존재했던 다양한 경제 모델은 전부 다 실패했고, 구조적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자본주의만이 아직 존재한다. 자본주의는 부를 생산하는데 최적화된 모델이기 때문에 구조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자본주의를 무작정 폐기할 수는 없다. 이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들이 있어왔다. 아담 스미스로부터 자본주의가 시작됐고, 마르크스는 자본주의는 구조적인 문제로 결국 무너질 것이라 예상했다. 케인즈는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정부의 개입으로 해결하고자 했고, 하이에크는 거대해진 정부를 축소시키는 방법으로 자본주의를 수정하고자 했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대안은 복지다. 위에서 말했던 것처럼, 자본주의의 문제점으로 인한 피해는 저소득층에게 가장 먼저 돌아오고 가장 큰 피해를 준다. 아담 스미스가 국부론을 집필했던 이유는 모두가 잘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마르크스도, 케인즈도, 하이에크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의 경제 이론은 인류가 함께 잘 사는 것에 기초하고 있었다. <자본주의>는 복지를 나눠주기가 아닌 공동구매로 정의한다. 개인이 구매하는 안전망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공동으로 구매하는 사회 안전망을 복지라고 말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사회 안전망은 사람들이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것을 막는다. 저소득층이 자본주의의 피해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면 그들의 소비가 경제 성장을 이끌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다. 이 책에서는 고소득자보다 저소득자의 소득이 증가해야 그 증가분이 소비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고 말한다. 또한 사회 안전망이 확실히 정착된 국가에서는 도전의 실패를 사회가 감당하기 때문에 창의성이 더 높다고 주장한다.


책에서 제시한 대한은 직관적으로 생각하기에도 타당한 방법이다. 실제로 월 천만원을 버는 사람에게 월 백만원을 더 쥐어준다고 해도 그 백만원을 무엇을 사는 데 사용되기보다는 저축에 사용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반대로 월 백만원을 버는 사람이 백만원을 더 받는다면 평균적인 사람들의 삶에 맞추기 위한 소비가 더 많이 이루어질 것은 당연하다.


많은 사람들이 살기 힘들다고 말한다. 부모님들은 항상 살기 힘들다고 말하고, 이제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을 우리들도 행복하지 않다. 자본주의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라면 보완책이 필요하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보완책은 얼마만큼 실현이 가능할 것인지 문외한인 내가 평가할 수는 없겠지만, 문외한인 내가 보기엔 좋은 방법이고 꼭 필요한 방법이라 생각한다.


이 책은 다섯 챕터로 이루어져있다. 첫 번째 챕터가 자본주의의 구조적 문제점을 밝히는 챕터이고, 네 번째 챕터는 자본주의와 관련된 경제학자들의 이론을 간략하게 다루며 마지막 다섯 번째 챕터에서는 자본주의를 어떻게 보완할 수 있을지에 대해 설명한다. 하지만 두 번째 챕터는 금융상품이 사실은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설명되지 않은 채 판매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세 번째 챕터는 사람들이 더 많은 돈을 소비에 사용하도록 하는 마케팅 기법들에 대해 설명한다. 내용의 통일성을 생각했을 때, 두 번째 챕터와 세 번째 챕터는 굳이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이 책이 자본주의의 구조적인 문제점에 대해 서술하고 있는 책이라면, 두 번째 챕터와 세 번째 챕터는 너무 지엽적인 부분의 문제점을 다루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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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2. 10. 23:09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 (2014)

Exodus: Gods and Kings 
5.5
감독
리들리 스콧
출연
크리스찬 베일, 조엘 에저튼, 시고니 위버, 존 터투로, 벤 킹슬리
정보
드라마 | 영국, 미국 | 154 분 | 2014-12-03

<스포일러 주의>





널리 알려진 모세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내가 아는 모세의 이야기는 '지팡이를 꽂자 바다가 갈라졌더라'정도라 그냥 모르는 이야기나 마찬가지였다.


영화는 모세가 이집트 왕의 절친한 친구이자 명망있는 장군이었던 시기부터 시작된다. 모세가 히브리인이라는 소문이 돌자 모세를 내심 질투하던 람세스는 모세를 쫒아낸다. 쫒겨난 모세는 동쪽에서 결혼하고 가정을 이루지만 신의 계시를 받고 자신이 이집트에서 고통받는 히브리인을 위해 싸워야 한다는 사명을 느낀다.


성경을 아는 사람은 아는 이야기일테고, 모르는 사람도 대충은 알지 않을까 싶은 줄거리다. 영화가 흥미로운 부분은 다들 아는 이야기를 색다른 관점으로 풀어낸다는 것이다.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신은 그 모습처럼 하는 행동도 신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생각이 짧고 치기어리다. 모세는 신의 계시를 받아 행동하는 대리인의 모습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가지고 있고 신과 대립하기도 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또한 탈출한 히브리인들이 나중에 서로 반목하고 갈등을 만들 것을 염려하는 등 현실적인 모습도 보였다.


결론적으로 생각해보면 신이 한 일은 모세에게 동기부여를 해준 정도인 것 같다. 이후 일어났던 일들은 어찌보면 신이 도움이 되긴 했던건가 싶기도 하고. 신이라면, 전지전능한 존재라면 왜 애초에 히브리인들을 들어다 가나안 땅에 옮겨주지 못했을까. 아니, 애초에 왜 히브리인들이 이집트인들의 핍박과 박해 속에서 살게 놔뒀나. 부질없는 가정이지만, 전지전능한 신이라면 처음부터 인간을 완벽한 존재로 만들어 어떠한 갈등도 없는 낙원으로 만들 수는 없던걸까. 처음부터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를 따먹지 않도록 만들 수는 없었던걸까. 신이라는 존재가 만약에 있다면, 인간에게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뭐, 이야기가 잠깐 새긴 했는데, 하여튼 신과 모세의 관계 설정에서 조금 예상 외였던 것은 있지만 큰 줄거리는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다. 규모가 큰 장면들이 주는 압도감이 있지만 전체적인 내용은 좀 늘어지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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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1. 28. 18:20



K N의 비극

저자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출판사
황금가지 | 2013-06-14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2012년, [제노사이드]로 일본추리작가협회상?야마다후타로상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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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주의>






의도했던 건 아닌데, 이 책으로 국내에 다카노 가즈아키의 이름만으로 나온 단행본은 한 권 빼고 다 읽었다. <유령 인명 구조대>라는 책도 있던데, 그 책만 보면 땡.


슈헤이는 작가이고 아내 가나미는 출판사 직원이다. 슈헤이는 자신이 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어 큰 돈을 벌게 된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의도치 않게 가나미가 임신하게 된다. 금전적 사정으로 낙태를 권하지만 그때부터 가나미는 다른 영혼이 씌인 듯한 행동을 하게 된다. 슈헤이는 이를 치료하기 위해 정신과 의사인 이소가이에게 연락하지만 가나미의 행동은 점점 더 이해할 수 없어진다.


남자 입장에서 이 책은 여자보다 더 불편할 수 있다. 계획과 어긋난 임신은 남녀 모두의 부주의라고도 생각할 수 있지만 결국 임신에 대해 더 큰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은 여성이기 때문이다. 생물학적으로 아기는 여성의 몸에 생기기 때문에 남성의 입장에서는 낙태라는 선택지가 의외로 쉽게 선택 가능한 방안이라고 생각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성의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나도 남자라서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여성들은 임신하면 모성이 자연스럽게 생긴다고 말하기도 하고, 수술 자체가 여성의 몸에 좋지 않기도 하고.


어찌보면 K N의 비극은 남자가 무책임하게 낙태라는 선택지를 선택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마지막에 슈헤이가 말하는 것처럼 피임은 정말 중요한 것이다. 계획되지 않은 임신은 남녀 사이뿐만 아니라 새롭게 태어나게 될 아기까지 불행하게 만드는 최악의 결과를 낳을 지도 모른다.


<13계단>, <6시간 후 너는 죽는다>, <그레이브 디거>, <제노사이드>에 이어 <K N의 비극>까지 쭉 살펴보면, 다카노 가즈아키의 책은 어찌되었건 일단 해피엔딩이다. 다른 작품들에 비해 사회적 메시지가 약했던 <6시간 후 너는 죽는다> 역시 결국은 해피엔딩이었다. 무거운 메시지를 던져 독자의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으니 결말이라도 행복하게 만들어 조금이라고 기분 전환을 하라는 작가의 배려인걸까. 무책임한 해피엔딩은 끝맛을 안 좋게 하지만 다카노 가즈아키의 책들은 나름 합당한 수준의 결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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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1. 24. 20:15



싸이코 (0000)

Psycho 
9.4
감독
알프레드 히치콕
출연
안소니 퍼킨스, 자넷 리, 베라 마일스, 존 개빈, 마틴 발삼
정보
스릴러, 공포 | 미국 | 109 분 | 00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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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주의>






<싸이코>의 블루레이를 구매하게 된 건 이런 것 때문이었다. 예를 들면, 고전 소설을 읽는 수험생의 마음이라던지, 명작동화를 읽게 하는 부모님의 마음이라던지, 재미 없지만 앞으로의 공부를 위해 꼭 들어야 하는 지루한 개론 수업을 듣는 대학생의 마음이라던지. 알프레드 히치콕이라는 이름은 이미 스릴러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고, 영화 <싸이코> 역시 스릴러의 고전같은 느낌이 든다.


'어차피 중고로 사는 거니 재미 없으면 다시 팔면 되고 유명한 고전 영화니 한 번쯤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게다가 1960년에 만들어진 흑백영화를 내가 내 의지로 또 언제 보겠어.' 이런 마음으로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집어왔던 것이다.


부동산 경리인 마리온은 돈 때문에 애인과의 결혼이 힘들다. 어느날 부동산에서 거래름인 4만달러를 훔쳐온 마리온은 도주중에 낡은 모텔에 묵게 된다. 모텔은 괴팍한 병든 노모를 모시는 노먼 베이츠가 운영하고 있다. 마리온은 모텔에서 묵게 된 첫날 밤 노먼 베이츠의 노모에게 살해당한다. 마리온의 언니와 애인, 그리고 부동산에서 고용한 탐정이 마리온을 찾기 시작한다.


우선, 흑백영화임에도 상당히 깔끔해서 놀랐다. 대사나 연기는 요즘 영화와 비교하면 연극같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하다. 그 유명한 샤워실 살인 장면은 생각보다 되게 허술하다. 마지막 심리학자의 장황한 설명은 별로 선호하지 않는 결말 방식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것과는 별개로 옛날 영화임에도 이야기가 재미있었고 긴장감도 있었다. 은근 긴장하는 내 자신이 신기하기도 했고. 노먼 베이츠 역을 맡은 배우 안소니 퍼킨스의 연기는 정말 좋았다. 심리학자의 트릭 설명 이후 마지막에 홀로 감금된 노먼 베이츠는 오히려 샤워실 살해 장면보다 더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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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1. 24. 20:03



좌우파 사전

저자
구갑우, 김기원, 김성천, 서영표, 안병진 지음
출판사
위즈덤하우스 | 2010-08-16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대한민국을 이해하는 두 개의 시선 -하나의 개념을 둘러싼,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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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 관해서는 남들정도의 관심밖에 없는(=아주 뜨거운 화제가 아니면 알지 못하는) 나에게 좌파와 우파라는 구분은 항상 의문의 대상이었다. 좌우 구분의 본질적인 필요성부터 구체적인 각각의 주제에 관한 좌우의 주장과 근거에 이르기까지. 좌파와 우파는 매우 광범위하게 쓰이는 용어이지만 그 역사에서부터 시작하여 엄밀한 정의에 대해 알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생각보단 많지 않은 것 같다(특히 나같은 사람들은 더욱더). 물론 엄밀히 정의하는 것이 가능한지도 모르겠지만.


<좌우파 사전>은 좌파와 우파 사이에서 논쟁이 되었던 주제들을 광범위한 분야에서 끌고와 다룬다. 민주공화국-주권의 공존과 충돌-시장과 대안-공공성과 효율성-인권과 사회-지식과 권력 이라는 큰 주제들 속에서 세부적인 주제를 다시 나눠 논한다.


구성이 참 좋다고 느꼈다. 각 장 별로 주제에 대한 소개-우리나라의 현실-우파의 의견-좌파의 의견-정리-사전적 의미 순으로 장이 진행되는데, 각각의 주제에 대해 이해하고 정리하기 참 좋았다. 거기에 정리 부분에서는 각 주제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책이 추천되어있어서 각 주제를 좀 더 심도있게 파고들어보고 싶은 사람을 위한 가이드 역할도 해낸다.


다만 아쉬운 점은 책 제목이 '좌우파' 사전이면서 전체적인 내용이 좌파에 치우쳤다는 점이다. 챕터에 따라 좌우파의 의견이 비교적 고루 반영되있다고 생각되는 부분도 있지만 좌파의 의견이 더 강조된 챕터가 더 많다. 우선 주제별 소개와 우리나라의 현실, 정리, 사전적 의미와 같은 중립적이어야 할 부분들에서도 좌파의 의견을 반영하고 있다고 느껴지는 경우가 많았고, 좌우파의 의견에서도 우파의 의견은 피상적으로만 다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순서에서도 우파의 의견이 먼저 나오고 좌파의 의견이 나오다보니 좌파가 우파의 의견을 반박하는 모양새였지만 우파는 그러한 좌파의 의견에 다시 반박하기 힘든 구조였다.


전체적으로 사회 전반의 다양한 분야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좋은 가이드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좌파의 의견에 비해 우파의 의견이 소홀하게 다뤄지고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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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1. 16. 17:40



머니볼 (2011)

Moneyball 
8.2
감독
베넷 밀러
출연
브래드 피트, 조나 힐, 로빈 라이트,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 케리스 도시
정보
드라마 | 미국 | 133 분 | 2011-11-17



넥센 히어로즈의 단장인 이장석의 별명 중 하나가 '빌리장석'이다. 여기서 '빌리'가 이 영화의 주인공 빌리 빈 단장에서 따온 것이다. 빌리 빈 단장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단장으로, 당시 선수를 평가하는데 있어 불합리한 요소들이 반영되는 것을 반대하고 세이버메트릭스를 활용해 저비용 고효율의 선수들을 영입하여 메이저리그에 새바람을 불러왔다. 영화는 이 이야기를 다룬다.


원작인 책 <머니볼>은 경영학 서적으로 분류된다. 경영학을 배우지 않은 사람도 알고 있는 '블루오션' 전략의 야구판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 하다. 또는 합리적 의사결정 과정을 도입한 이야기라던지. 뭐 하여튼, 경영학적 관점에서 관심있어할 사례인 것은 분명하다.


피터는 구단이 선수를 사오는 것이 아닌 승리를 사와야 한다고 말한다. 구단의 목적은 승리하는 것이고, 그 수단이 좋은 선수(=팀의 승리에 기여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 선수)를 데려오는 것이다. 빌리 빈 단장은 그 말을 실행으로 옮긴다. 구단의 모든 스카우트들, 외부의 시선, 심지어 같은 팀 감독마저 반대하지만 자신의 믿음을 실천으로 옮긴다. 물론 빌리 빈도 그 과정에서 의문을 갖기도 하고 실패할까 초조해하고 두려워하기도 한다. 하지만 끝내 실천으로 옮기고 그의 실험은 (어느정도) 성공한다.


빌리 빈의 신념과 그를 지탱해주는 피터의 이야기가 극적이진 않지만 재미있고 감동적이다.


DVD의 모든 부가영상에는 한글자막이 들어있다. 브래드 피트의 NG장면, 삭제장면, 빌리 빈에 관한 인터뷰, 영화 제작 뒷이야기가 부가영상으로 수록되어있다.


브래드피트의 NG장면은 별거 없다. 그냥 한 씬에서 브래드 피트가 웃음을 참지 못해서 자꾸 NG가 났던 장면만 들어있다. 삭제장면은 '이 장면이 왜 빠졌을까' 생각하면서 본다면 어떤 영화던 삭제장면은 볼만하다. 가장 흥미있던 부분은 빌리 빈에 관한 인터뷰이다. 원작 작가와 감독, 각본가, 빌리 빈 본인도 나온다. 게다가 알렉스 로드리게스도 잠깐 나온다! 다양한 사람들이 나와 당시의 분위기와 이후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영화가 실존인물의 실화에 기반한 이야기다보니 이 인터뷰들도 흥미로웠다. 영화 제작 뒷이야기는 개인적으로 크게 흥미롭진 않았다. 2002년의 야구를 복원하기 위해 구장을 꾸미고 락커룸을 만들고 유니폼을 만든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영화에서는 실제 당시 경기의 자료화면과 이를 바탕으로 다시 찍은 장면들이 함께 나오는데, 자료화면과 다시 찍은 장면간의 느낌이 너무 달라 개인적으로 불만이었다. 특히 선수에 집중시키려고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경기에서 구장을 어둡게 처리하고 선수쪽에만 조명을 비춰 찍은 장면들이 있었는데, 실제 야구 볼 때와 느낌이 달라 오히려 집중이 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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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곰고옴
2014. 11. 9. 21:43



개포동 김갑수씨의 사정

저자
허지웅 지음
출판사
아우름 | 2014-03-0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허지웅 5년 만의 신작 출간! [마녀사냥] [썰전] 마성의 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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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주의>






개포동에 사는 김갑수씨는 난잡한 연애를 한다. 허지웅은 그 이야기를 듣고 책으로 냈다. 는 소설책. 자전적인 이야기일까. 그건 모르겠다.


김갑수씨의 연애는 난잡하다. 여러 명과 사귀기도 하고 유부녀를 만나기도 한다. 헤어진 여자를 또 만나고 또 헤어진다. 여러 장소에서 여러 여자와 관계를 갖는다.


김갑수씨의 연애는 실패한다. 결혼은 현실이라고들 한다. 연애도 현실이다. 상대와 내가 맞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꼼꼼하게 따져봐야 알 수 있는 것이다. 


연애를 하면서 때때로 생각하게 된다. 싸우고 나면, 우리의 어떤 부분이 문제였을까 생각해보곤 한다. 어떤 이유로 싸우건 표면적인 이유들을 다 들어내고 나면 결국 남는 것은 대체로 비슷한 것 같다. 그런 것을 느낄 때마다, 나와 여자친구는 어쨌거나 '다른' 사람이구나, 하는 것을 느낀다. 김갑수씨는 자신과 똑같은 사람을 만나 괴로웠고 결국 헤어졌다. 김갑수씨와 헤어진 그 사람은 똑같아서는 안 되는 부분이 똑같았던 그런 경우였던 것 같다. 사람이 똑같아야 하는 부분도 있고 아예 정 반대여야 하는 부분도 있고. 사람이 요철이라면 그 요철이 전부 꼭 들어맞는 사람이 존재할까? 지퍼가 딱 맞게 잠기는 것처럼.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연애가 어떤지 잘 모르겠다.


책 중간중간에 인터미션이 있다. 어찌 보면 인터미션이 더 인상깊기도 하고. 책 머리에는 또 다른 이야기가 있는데, 글쎄, 나는 책 내용과 관련해서는 크게 공감은 못 했다. 하지만 책 머리의 글만 따로 본다면 또 좋았다.


책은 후루룩 읽힌다. 짧기도 하고 읽히기도 잘 읽힌다.


나는 허지웅의 소설보단 에세이가 더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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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곰고옴
2014. 11. 9. 21:24



인터스텔라 (2014)

Interstellar 
8.4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출연
매튜 매커너히, 앤 해서웨이, 마이클 케인, 제시카 차스테인, 케이시 애플렉
정보
SF | 미국 | 169 분 | 2014-11-06

<스포일러 주의>






아이맥스로 보고싶었는데 그냥 일반스크린으로 봤다. 영화 소개도 안 보고 꽤 하드한 SF라는 말만 듣고 갔다.


아마 이 영화는 SF를 좋아하는 사람, 특히 과학 지식들로 세계관이 튼튼하게 만들어진 SF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좋아할 수 있을 것 같다. 반대로 SF를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글쎄. 크게 재미있다고 느낄지는 모르겠다.


어떤 이유로 지구는 점차 인간이 살기 힘든 환경이 되어가고 있다. 아마 다음 세대가 지구의 마지막 인류가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는 그런 세계. 나사는 비밀리에 인류를 다른 행성으로 이주시키기 위한 계획을 진행시키고 있었다. 과거 우주비행사였던 주인공은 원인을 알 수 없는 현상으로 이 계획에 참여하게 되고, 먼저 떠나있던 연구원들이 보내는 신호를 따라 사람이 살 수 있을 행성을 확인하러 떠난다. 그리고 지구에서는 인류를 이주시키거나,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수정란을 우주로 보내 인류의 맥을 잇기 위한 계획이 진행중이다.


영화에서는 웜홀, 4차원 이상의 세계, 블랙홀, 상대성이론 등의 과학 이론이 등장한다. 분명히 어려운 내용이지만, 적어도 영화를 보는데 지장이 없을 정도로는 설명이 된다. 어려운 내용일텐데 영화를 보다보면 생각보다 쉽게 설명해서 세계관을 이해하는데 크게 무리가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설명들을 바탕으로 우주 여행 장면들을 보다보면 감탄을 내뱉게 된다. 영상도 아름답고, 웜홀을 통과한다던지 블랙홀 안으로 들어가 시간과 공간이 배열된 장소를 떠다니는 장면은 아름답다. 또한 주인공이 자신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늙어버린 자식들의 영상편지를 받고 눈물 흘리는 장면은 상대성이론을 머리로 이해시키기보다 그 현상을 가슴으로 느끼게 만들어주는 장면이었다.


나는 문과생이지만, 개인적으로 '우주'나 '심해', '블랙홀'과 같은 단어들이 주는 미지의 세계라는 느낌을 좋아해서 관련 기사들이 뜨면 가끔 읽어보곤 한다. 그래서 얼마 안 되지만 SF소설도 재미있게 읽었고. 그래서 <인터스텔라>는 더욱더 내 취향에 맞았다.


그에 비해, 스토리는 가족의 사랑을 중심으로 한 특별하지 않은 이야기다. 이야기도 충분히 재미있고 감동적이지만(몇몇 장면에서는 가슴이 찡하기도 했다), 맷데이먼과의 갈등이나 마이클 케인이 죽기 전에 숨겨왔던 비밀을 이야기해주는 부분은 살짝 고개가 갸웃거려졌고, 마지막에 진화한 인류(=외계인)의 안배로 주인공이 다시 딸을 만나게 되는 장면도 너무 가족애를 강조한 결말이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우주의 신비로움과 함께 가족의 따뜻함도 나름 느낄 수 있었고, 특히 커다란 스크린에서 본다면 훨씬 더 멋진 체험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다. 주인공이 어떤 알 수 없는 현상으로 인류 구원을 위한 우주 여행을 시작->블랙홀로 들어감->진화한 인류가 만들어준 4차원 공간에서 딸에게 인류를 구원할 수 있는 공식을 알려줌->인류 구원->이 인류가 진화하여 5차원의 존재가 됨. 이런 순서로 시간이 흐르는 것 같은데, 그러면 시간축 상 모순이 생기는 거 아닌가? 인류가 지구에서 아직 살고 있을 때(주인공이 우주여행을 하기 전)에는 5차원의 존재가 같은 시간상에 존재할 수가 없는 것 같은데. 왜냐하면 5차원의 존재가 진화한 인류라고 나오기 때문이다. ...아니면 내가 설명을 잘못 들은건가. 5차원의 존재가 인류의 진화형이 아니라 그냥 5차원에 사는 어떤 존재라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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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곰고옴
2014. 11. 8. 00:01



도쿄섬

저자
기리노 나쓰오 지음
출판사
황금가지 | 2011-06-14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나오키 상, 에도가와 란포 상, 추리작가 협회 상, 이즈미 교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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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주의>






외딴 섬에 표류한 한 여성과 여러 남성들의 이야기. 문명과 떨어진 그 섬에서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성비에서 알 수 있듯이 한 명의 여성은 자신의 성을 이용해 권력을 쟁취하려 하고, 다른 사람들도 제각기 섬에 적응해간다. 자포자기 하고 미쳐가는 사람, 권력을 잡으려는 사람, 본래의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려 하는 사람, 섬에 적응해 나름대로 삶의 가치를 찾으려 하는 사람 등.


문명과 격리된 한정된 공간 속에서 한정된 사람들은 점차 솔직해진다. 그들의 권력관계가 변해가는 이야기가 흥미롭다. 여성이라는 점을 이용하기도 하고, 리더쉽을 발휘해 권력을 쟁취하기도 한다. 그들과 동떨어져 혼자 살아가기를 시도하기도 하고 권력자에게 아첨하는 자도 나타난다. 그렇게 신뢰 없는 무리를 이루며 살아간다.


마지막에 일부는 탈출에 성공하지만 대다수는 섬에 남는다. 그리고 아이가 태어난다. 섬에 남은 사람들도, 탈출에 성공한 사람들도 과거의 이야기는 자신에게 유리하게 미화된다.


공간에 격리된 소수의 인간에 대한 이야기는 대부분 그로테스크하고 역겹다. <도쿄섬>은 블랙코미디 느낌이 살아있는데, 그래서 많이 부담스럽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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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곰고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