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주의>
길가다 포스터는 많이 봤는데, 관심도 없고 뭐에 대한 영화인지도 모르겠고 하다가 사다놓은 영화표 할인 쿠폰 마감이 다 돼서 볼거 없나 찾다가 보게 된 영화. 진짜 아무런 기대 안 하고 봤는데, 좋았다.
스티븐 호킹에 관한 실화. 첫 번째 부인인 제인이 쓴 책을 원작으로 한다. 호킹의 대학시절, 제인을 만나고 자신의 학문적 연구 방향을 발견하게 되고, 루게릭 병을 앓게 되면서 제인의 도움으로 연구를 진척시키던, 하지만 개인 생활은 점점 힘들어지던 그런 시기의 이야기다.
호킹은 천재이고 대외적인 연구 성과는 대단해서 많은 사람들의 인정을 받았다. 하지만 자기 혼자서는 거동조차 불가능했던 호킹은 제인의 보살핌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제인 역시 사랑이라는 감정을 원동력으로 헌신적으로 호킹을 보살피지만, 그것도 결국은 한계가 있다.
원작이 제인이 쓴 책이라는 점에서 이 이야기는 균형잡힌 이야기가 아닐 수 있다. 호킹은 제인이 바람피우고 자신을 버렸다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원작을 보지 못했고 원작이나 이 영화에 대해 호킹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모르기 때문에 실화로써의 이 영화에 대해서는 사실 뭐라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이 영화는 사랑의 뜨거웠던 시절뿐만 아니라 뜨거움이 식고 난 뒤에 닥쳐오는 비극적이고도 현실적인 시기에 대해서도 눈 돌리지 않고 바라본다는 점에서 좋다. 얼마나 실화에 기반했는지의 여부를 떠나서 말이다. 그리고 그 현실적인 시기가 비극적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는 것까지 보여줘서 좋다. 영화 마지막에 호킹과 제인이 함께 보냈던 시간이 거꾸로 흘러간다. 그 되감기의 끝은 호킹과 제인의 첫 만남이었다. 둘의 사랑이 뜨겁게 시작되어 힘들었던 시기를 거치고 결국은 결별로 끝을 맺고 말았지만, 그래도 호킹의 시작은 제인과의 첫 만남이었다. 우주의 시작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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