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에 해당되는 글 102건
- 2015.10.24 베테랑
- 2015.10.03 근래에 기록하지 못했던 영화들.
- 2015.06.19 어벤져스(블루레이)
- 2015.06.04 끝까지 간다(블루레이)
- 2015.05.24 매드맥스 : 분노의 도로
- 2015.05.01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
- 2015.04.24 저수지의 개들(쿠엔틴 타란티노)
- 2015.03.19 위플래쉬
- 2015.03.08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 2014.12.21 사랑에 대한 모든 것
<스포일러 주의>
베테랑도 이제 거의 끝물이던데, 운 좋게 시간 맞춰 상영하는 곳을 찾아 봤다.
류승완 감독의 <부당거래>도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 상류층의 부패에 관한 영화였는데, 이 영화도 마찬가지다. 무대뽀에 막가파지만 정의로운 형사 황정민과 대기업 회장의 막내아들인 유아인의 대결구도다. 황정민의 캐릭터는 어찌보면 식상할 수도 있는데, 대척점에 있는 유아인의 캐릭터 덕분에 잘 살아났다고 생각한다.
영화는 결국 권선징악으로 끝난다. 하지만 유아인의 미친 듯한 연기는 권선징악이라는 식상한 결말에서 보통 이상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준다. <다크나이트>의 조커와도 비슷한 면이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하는데, 유아인의 악한 모습을 설명하는 어떠한 배경도 언급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정말 순수한 '절대 악'처럼 보인다. 게다가 유아인은 그런 캐릭터를 연기로 한층 더 잘 살려내 실감이 난다. 덕분에 영웅인 황정민보다도 유아인이 더 기억에 남는다.
영화 마지막에 유아인이 잡히면서 엄청난 대리만족을 느꼈다. 하지만 나와서 다시 생각해보니 굉장히 씁쓸하다. 유아인의 연기가 좋아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유아인같은 캐릭터는 왠지 실존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대기업 총수들, 혹은 그 자제들이 일으키는 문제들을 기사로 접할 때, 혹은 정재계 인물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흔히 만날 수 있는 '갑질'하는 사람들의 기사를 접할 때.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유아인같은 캐릭터는 분명히 존재할 것 같다. 하지만 반대로, 황정민같은 캐릭터는 있을까? 저렇게 정의롭고,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도 자신의 신념을 믿고 돌진하는 그런 캐릭터. 나는 그런 캐릭터는 실제로 찾기 힘들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영화에서 보여준 극적인 권선징악을 우리는 실제로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일까?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그 쾌감이 그저 영화를 통해서만 느낄 수 있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영화를 보면서 희열을 느꼈던 만큼, 나와서는 씁쓸함이 느껴졌다.
유아인은 개인적으로 류승범을 보는 느낌이다. 내가 유아인의 출연작을 전부 접한게 아니지만, 저런 똘기있는 캐릭터를 연기할 때 너무 잘 어울린다. 류승범처럼. <사도>에서는 저런 캐릭터가 아닌 것 같던데, <사도>도 한 번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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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 하는 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영화는 봤지만 블로그에는 남기지 못했다. 왓챠 평점과 코멘트는 남기긴 했는데. 일단은 블로그에도 정리를.
소름끼치는 영화. 이성을 만날 때, 우리는 상대방을 교정의 대상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이해의 대상이다. 교정의 대상이 아니다.
재미있었지만, (적어도 내 주변에서의)어마어마한 인기만큼은 아니었다. 그래도 인생에서 기쁨과 슬픔이 별개의, 상반되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는 좋았다. 결국 기쁨과 슬픔은 연속된 선상에 존재하는 것이고, 서로가 서로의 원인과 결과가 되기도 한다.
이 목록에 있는 영화들 중 베스트. 정말 재미있게 보았다. 워낙 유명해 기대를 안고 봤지만 그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영화. 라이언 고슬링이라는 배우를 머리 속에 각인시켰다. 스토리는 어찌 보면 단순할 수 있지만 스타일리쉬한 영상들이 좋았다.
우연이라는 장치에 의존하긴 하지만, 아버지와 아들, 업보와 같은 키워드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 아들은, 자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결국 아버지의 등을 좇게 된다.
드라마틱한 스토리지만, 그 극적인 이야기보다 로드리게즈가 삶을 사는 태도가 훨씬 인상깊다. 자신의 재능이 대중에게 이해받지 못할 때도, 그래서 결국 음악을 손에 놓을 때도, 극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될 때도 로드리게즈는 그저 자신의 눈 앞에 놓인 삶에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 실패했어도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갑작스러운 성공에도 흔들리지 않고 일상을 지속해나간다.
이 목록의 영화들 중 가장 많이 기대했고, 또 가장 많이 실망한 영화. 감독의 전작들에 비해 모든 부분에서 기대 이하였다. 다만 하정우는 멋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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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가 왜 감상글 목록에 없나 했더니만 제일 먼저 썼던 영화 글이 <본 레거시>였구나. 하여튼. 요새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이래저래 치이고 있어서, 마침 노바미디어 한정판 블루레이도 도착했겠다 마음놓고 봤다.
뭐 딱히 할 말은 없는데, 역시나 재미있다.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 비교한다면 확실히 1편이 더 재미있다. 그리고 2편 보다는 1편이 관객들에게 더 친절한 것 같기도 하고. 물론 둘 다 전편들을 봐야 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은 맞다. 1편은 딱 영화 한 편에서 다룰 수 있는 주연급 캐릭터 수의 마지노선인 것 같다. 1편보다 더 많은 캐릭터가 나온 2편은 정신사납고 캐릭터간의 관계 설정도 생뚱맞아 몰입이 잘 되지 않았다.
뭐 하여튼 오랜만이 우르르쾅쾅우지끈 하는 영화를 봤더니 속이 풀리는구나.
+임시저장 글 목록에서 이 글을 발굴해냈는데, 무려 5월 22일에 써뒀던 글이었다. 왜 이걸 안 올렸을까... 너무 짧아서 더 써보려고 안 올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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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주의>
작년에 영화제 봉사활동 같이 했던 조원 중 한 명이 재미있다고 해서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블루레이를 사왔다.
뇌물 받던 형사가 어머님 장례식을 치르던 중 뇌물 받던 것도 감찰에서 걸리고 거기에 더해 차로 사람까지 치이면서 시작되는 이야기. 영어 제목은 <A Hard Day>인데, 말 그대로 꼬일대로 꼬여버린 하루에서 시작해 '끝까지 가는' 이야기다.
영화는 제목처럼 끝까지 가는데, 복선들을 뿌리고 하나하나 주워담는 식이 아니다. 오히려 뿌려진 복선을 노골적으로 보여주지만 그걸 회수하지 않아 긴장감이 더 생긴다. 예를 들어, 초반에 시체를 어머니 관 속에 숨기고 못을 다시 박다가 나무못의 머리가 부러지는데, 그걸 들키지만 그때문에 일이 커지지는 않는다. 환풍기로 시체를 끌어오면서 소음이 다른 사람에게도 들리지만 그 역시 복선이 되지는 않고. 후반부에 저수지에 총알을 떨어트리지만 그것도 그냥 그대로 끝이다. 하지만 보면서는 이런 작은 요소들이 언제 어떻게 터질지 긴장되기도 한다.
그리고 영화는 기-승-전-결의 구조라기보단 절정이 반복되는 짧은 호흡으로 이어지는데, 그것이 더 긴장감을 강화시키는 요소다. 긴장이 길게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위기가 찾아오고 끝나면서, 관객도 숨죽이고 영화를 보는 게 아니라 헐떡이며 영화를 보게 되는 것 같다.
두 배우의 호연도 빼놓을 수 없다. 조진웅은 등장시간이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관객의 뇌리에 박히는 캐릭터다. 특히 이선균과 처음으로 직접 대면하는 장면은 그야말로 160킬로의 속구를 스트라이크존 한복판에 꽂아넣는 것 같이 느껴진다. 물론 이처럼 인상을 남기는 것은 받아주는 이선균의 연기도 좋았기 때문. 특히 이선균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인 상황을 제대로 표현한다. 허술하고 웃길 수 있는 부분이지만 당사자인 이선균 입장에서는 정말 똥줄타는 그런 부분의 연기가 좋았던 것 같다.
스토리를 차근차근 따져보면 헛점도 있는 이야기지만, 교훈이나 메시지 없이 긴장감 하나만을 바라보고 끝까지 가는 영화였다. 111분의 시간이었지만 내가 느끼기엔 한 시간 정도밖에 안 지난 것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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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했던 <어벤져스 2>가 실망을 안겨주었지만, 기대도 안 했던 <매드맥스 : 분노의 도로>(이하 매드맥스 4)가 장난없이 재미있다.
이 영화는 미친 영화다. 미친 사람들이 미친 차를 타고 미친 액션을 한다. 심장을 울리는 북소리와 피를 끓게 만드는 기타 소리, 생각을 날려버리는 엔진소리가 뒤섞인 영화다. 피와 땀이 뒤섞인 영화다.
정말 뭐라 말할 수가 없다. 액션 영화에서 입을 다물지 못하고 지켜봤던 영화가, 가장 최근에 기억나는 게 <퍼시픽 림> 인데, 그 이후로 최고다. <퍼시픽 림>이 스케일을 체감하게 해줬다면, <매드맥스 4>는 피와 땀, 기름냄새를 체감하게 해준다. 흙먼지 흩날리는 배경에서부터 종말 이후의 미쳐버린 세계를 그대로 재현한 듯한 복장. 그리고 백미는 미친 자동차들이다. 디자인도 기괴하지만 그게 실제로 달린다! 막 돌산을 뛰어넘고 부딫히고 구르고 터져! 불길을 뚫고 달린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미친 차들 위를 뛰넘으며 싸운다. 주먹이 절로 불끈 쥐어진다. 지금 다시 생각해도 심장이 쿵쾅거리는 정말 멋진 액션을 보여준다.
액션에 비해 스토리는 단순하다. 아니, 액션이 너무나 거대해서 스토리를 살리기 힘들었을 수도 있겠다. 어찌되었건, 이 영화는 액션이 80%는 된다.
세계관도, 인물들의 이야기도 흥미로운 부분이 많지만 그건 거의 언급되질 않는다. 초반 나레이션에서 문명이 멸망한 이유를 잠깐 이야기해주고 맥스의 과거도 잠깐 언급되지만, 그게 다다. '임모탈 조'나 '퓨리오사'의 과거 이야기도 거의 안 나오고, '녹스'도 재미있는 과거 스토리가 있는 것 같던데 전혀 언급되지 않는다. 물론, 그게 영화를 즐기는데 전혀 방해가 되진 않는다. 오히려 자동차 액션을 극한까지 밀어붙이는 이 영화에서 등장인물들의 과거사를 하나하나 언급했다면 분명 늘어져버렸을거다.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스토리적인 부분에서 눈에 띄는 것이, 영화의 대결구도가 성대결 느낌으로 만들어져있다. '퓨리오사'의 반란 자체가, '애 낳는 공장', '물건' 취급 받는 여성이 주체성을 되찾기 위한 투쟁으로 보인다. 보통 액션영화에서 여성은 연약하고 보호받는, 여성성이 강조된 어찌보면 민폐 캐릭터같은 느낌이거나 여성성이 지워진, 생긴 것만 여성이지 하는 행동은 남성 뺨치는 그런 여전사 캐릭터이거나 둘 중 하나의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매드맥스 4>의 '퓨리오사'는 여전사 캐릭터지만 인간 취급 받지 못하던 여성들의 구원자 역할을 자처하는 여성 그룹의 리더이기에 전형적인 여전사의 느낌은 아니다. 성대결적인 느낌이 심도있게 다뤄지지는 않지만, 이런 요소가 마초적인 액션 영화에 삽입되어있다는 것 자체가 영화를 조금 더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듯하다.
+이건 블루레이가 나오면 사뒀다가 스트레스 받을 때마다 봐야겠다. 특히, 블루레이에 액션장면 어떻게 찍었는지 보여주는 부가영상이 진짜 많았으면 좋겠다. CG를 최소화하고, 배우들이 직접 찍은 액션 장면도 많다던데. 자동차들은 어떻게 개조한거고 실제 달리는 건 어떻고 이런 것들도 궁금하다. 아 블루레이 빨리 나와라 이쁜 디자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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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 (2015)
The Avengers: Age of Ultron
- 감독
- 조스 웨던
- 출연
-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크리스 헴스워스, 마크 러팔로, 크리스 에반스, 스칼렛 요한슨
- 정보
- 액션, 어드벤처, SF | 미국 | 141 분 | 2015-04-23
기왕이면 <어벤져스 1> 스틸북을 받아서 복습하고 보고싶었지만, 5월 14일 배송 예정이던가 그래서 그냥 봐버렸다.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은 여전히 재미있다. 하지만 전작과 비교한다면 후퇴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기대만큼은 아니지만 재미있는 정도.'
볼거리와 깨알같은 말장난은 여전하다. 그도 그럴 것이, 지구 최강의 멤버들이 때리고 부수고 하니 당연하다. 거기에 각 캐릭터들도 살아있는데, 이걸 제대로 느끼려면 <아이언맨 3>, <토르 : 다크 월드>,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져>를 봐야 할 듯. <어벤져스> 시리즈는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각 히어로들의 독립적인 영화들을 기반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캐릭터 구축에 있어서는 개성있는 히어로들을 <어벤져스> 내에서 전부 설명한다는 것은 죽도 밥도 안 되는 꼴이기 때문에, 히어로 개별의 영화에서 만들어진 캐릭터를 그대로 사용한다. 따라서 <어벤져스>에서 <어벤져스 2>로 바로 넘어오는 관객들에게는 조금 불친절한 영화일 수도 있겠다.
아이언맨의 경우, <아이언맨 3>에서 히어로로서의 능력과 정체성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고 그걸 극복하면서 진지한 면을 갖게 되었고, 거기에 스칼렛 위치의 정신조작?이 더해지면서 울트론 프로젝트를 시작하려 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캡틴 아메리카는 전작에서도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지만,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져>를 통해 더욱더 확고함을 갖게 된 것 같고.
액션과 말장난을 제외한다면 <어벤져스 2>는 전작보다 산만해졌다. 나는 <어벤져스 1>과 <어벤져스 2> 사이의 영화들을 모두 봤지만, 그래도 초반 이야기 진행은 너무 빨랐다. 퀵실버와 스칼렛 위치의 캐릭터도 얕고 울트론은 그냥 중2병처럼 보인다. 블랙 위도우와 헐크의 관계는 약간 생뚱맞아보이고. <어벤져스 1>이 갖은 재료로 끓여낸 맛있는 하나의 요리였다면 <어벤져스 2>는 최고의 재료들로 국을 끓였지만 아직 덜 익어서 재료들이 따로 노는 느낌이랄까.
이런 장르에서 이야기의 깊이까지 바라는건 분명히 욕심이겠지만, 전작의 통일감을 잃은 것은 조금 아쉽다.
+어라 분명히 <토르 : 다크 월드>도 봤고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져>도 봤는데 왜 블로그에 글이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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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DVD로 봤었는데, 자막이 개판이었다. 영화는 기대보단 별로였다.
작년에 쿠엔틴 타란티노 박스세트를 샀는데, 이걸 쭉 보고 괜찮은 건 개별 타이틀로 재구매하고 박스세트는 팔아버려야지 해서 <저수지의 개들>부터 차례로 보기로 했다. (참고로, 쿠엔틴 타란티노 박스세트는 구성이 참 오묘하달까. 개판이다. <저수지의 개들>, <펄프 픽션>, <황혼에서 새벽까지>, <재키 브라운>, <킬빌1>, <킬빌 2>, <씬 시티 극장판>, <씬 시티 감독판>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박스세트 이름과는 다르게 로버트 로드리게즈의 <황혼에서 새벽까지>와 로버트 로드리게즈와 프랭크 밀러가 함께 감독한 <씬 시티>가 들어있다. <바스터즈>는 없고.)
<저수지의 개들>은 사실 두말하면 입아픈 작품이지만, 20년이 넘은 작품이라 기대만큼 재미있진 않다. 영화사적 흐름 속에서 차지하는 의미가 큰 작품일지 모르지만, 맥락을 제외하고 영화만으로 본다면 글쎄. 분명 재미없진 않지만, 그 정도의 인상인지를 묻는다면 나에겐 그렇지 않다. 이런 평도 영화 잘 몰라요쟁이나 되어야 할 수 있는 말일지 모르겠지만.
도둑들이 다이아몬드를 훔치려다 경찰의 습격을 받고 계획이 틀어진다. 경찰의 스파이가 숨어든게 아니라면 설명할 수 없는 상황. 스파이는 누구일까. 하는게 이야기다.
이야기의 구성은 지금 봐도 재미있는데, 애초에 도둑질 장면이 없다. 일반적으로 꼭 들어가야 하는 장면이라 생각되고 스펙터클과 액션을 담당하는 장면일텐데 영화는 이 장면을 통채로 들어내고 경찰의 습격을 받은 직후부터 시작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긴장감을 유지하는데, 새로운 인물이 등장할 때마다 그 인물이 어떻게 도둑 패거리에 들어왔는지 보여주는 플래시백 장면 때문인 것 같다. 플래시백 장면은 새 등장인물이 경찰의 스파이일까 여부를 고민하는 관객들에게 정보를 제공해주면서 추리를 유도하기 때문이다.
결말은 기억에 남는다. 부조리극 같은 느낌이라. 반면에 영화 초반의 무의미한 대사들은 애매했다. 무의미함도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빈틈없이 직조된 이야기를 꽤나 좋아하기 때문에. 아, 그래도 아무도 우리를 막을 수 없다는 듯이 길을 걷는 단체 씬은 참 좋았다.
결론적으로, <저수지의 개들>은 개별 구매 하지 않기로. 아쉽지만 안녕. 쿠엔틴 타란티노의 다른 영화들은 과연 어떤 느낌일지. 조만간 <펄프 픽션>을 보자.
+4월 29일 추가)블루레이판도 자막이 완벽하지는 않은 것 같다. 자막이 안 나오다가 갑자기 휘리릭 떠서 읽을 수도 없을 속도로 사라지는 경우가 몇 차례 있었다. 나의 영어 실력을 믿을 수는 없지만, 해석이 안 된 부분도 있는 것 같기도.<-이건 확실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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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왓차 평점 ★★★★☆
원하는 것을 이뤄내기 위해 악마와 손을 잡는 이들이 있다. 악마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채찍질을 한다. 살이 터지고 짓무른 살을 악마가 휘두르는 채찍이 계속 휘감는다. 그들은 자신의 몸은 만신창이가 되어도 상관 없다는 듯이 눈만을 번쩍인다. 어찌보면 그들 자신이 악마일지도 모른다.
<위플래쉬>는 악마와 거래한 드러머의 이야기다. 주인공 앤드류의 주변은 삭막하다. 친구도 없고 사회적 지위도 낮다. 벗어나고 싶은데, 주변엔 온통 현실에 안주하는 이들 뿐. 그가 인정받을 수 있는 방법은 드럼밖에 없다. 그런 그에가 다가오는 악마는 최고의 실력자인 플렛처 교수. 앤드류는 플렛처 교수의 채찍질에 고통받으며 이를 악문다.
<블랙 스완>을 처음 봤을 때, 머릿속으로는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가슴은 쿵쾅거렸다. <위플래쉬>를 보고 나와서도 마찬가지다. 플렛처의 교수법에 동의할 수는 없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도달할 수 없는 그런 경지도 있다는 것을 알 것 같았다. <블랙 스완>과 <위플래쉬>는 비슷한 느낌의 영화다. 경지에 도달하기 위한 광기에 가까운 집착. 다만 <블랙 스완>의 니나는 그 광기를 자기 내면에 가지고 있고, <위플래쉬>의 앤드류는 나약하지만 플렛처 교수의 광기에 이끌린다는 점이 다를 뿐.
개인적으로는 <블랙 스완>의 공포스러운 느낌을 좋아하지만, <위플래쉬>는 음악영화로서 사람을 이끄는 무언가가 있다. 특히 마지막의 연주는 보는 사람의 혼을 쏙 빼놓고 만다.
플렛처의 교수법은 호불호가 나뉠 것이다. 실제로 여자친구는 예고편만 봐도 플렛처의 캐릭터가 맘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결국 나 혼자 봐야 했으니까. 극중 앤드류는 짧은 시간만 살더라도 이름이 평생에 걸쳐 남을 수 있다면 그것이 성공한 삶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플렛처는 가장 나쁜 말 중에 하나가 '그만하면 잘 했어'라는 이야기를 한다. 이 말이 옳은 것은 아니지만 틀린 것도 아니다. 자신을 한계까지 몰아붙여서 이뤄낸 성과일지라도 자기 자신이 망가져버려서는 행복하지 않을 수 있다. 반대로 끝의 끝까지 자신을 몰아붙여 이뤄낸 것 그 자체에 행복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블랙 스완>을 봤을 때도 느꼈지만, <위플래쉬>를 보고 나서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나는 나약하다. 나는 내 자신을 저렇게까지 몰아붙일 수는 없다. 그래도 저렇게까지 자신을 다그쳐야만 얻어낼 수 있는 그 결과를 맛보고 싶기도 하다. 내가 저렇게까지 못 해서 그런 건지, 니나와 앤드류는 더할나위없이 빛나보인다. 니나가 공연 마지막에 지었던 그 표정, 앤드류와 플렛처가 마지막에 주고받던 눈빛. 그것이 기억에서 지워지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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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인 책은 꽤 유명했던 것으로 안다.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SM에 관한 내용도 들어가고 꽤 야한 내용이라는 말은 들었다.
책을 읽어보지 않은 입장에서 영화를 보고 원작 소설까지 평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영화는 돈 내고 볼 가치는 없다.
대학 영문학과 학생인 아나스타샤는 친구 대신 간 인터뷰를 통해 크리스찬 그레이를 처음 만나게 된다. 서로에게 이끌린 둘은 좀 더 깊은 관계를 맺게 되고, 아나스타샤는 그레이의 특이한 성벽을 알게 된 뒤 갈등과 화해가 반복된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단점이라면 감정선이 자꾸 끊어진다는 점이다. 소설에서는 어떻게 묘사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영화에서 아나스타샤는 이중인격처럼 보일 정도로 갑자기 화를 냈다가 또 갑자기 풀어지곤 한다. 그레이는 과거 어머니의 친구(이름이 생각이 안 난다)로 인해 SM에 발을 들였고 서브미시브(SM에서 종의 역할)로서 길들여졌다. 또한 영화에서 그레이는 입양된 자식으로 나오는데, 이러한 과거가 그레이가 일반적인 인간관계를 맺지 못하는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나스타샤는 이러한 그레이를 포용하지도 못하면서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내치려 들지도 않는다. 특히 그레이에게 받는 물질적인 부분들은 모두 받아들이는 모습은 보기 좋진 않았다. 그러다보니 이야기에 몰입도 안 되고 맥은 걸핏하면 툭툭 끊긴다. 영화를 보고 나왔을 때 딱히 기억나는 부분이 없을 정도.
심지어 SM 장면도 그다지 야하지 않고 의미도 없다. SM은 그레이가 여성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데, 그렇기 때문에 그레이라는 캐릭터를 설명하고 둘의 관계를 보여주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SM 장면은 크게 의미가 없다. 특히 마지막에 아나스타샤가 엉덩이를 맞는 장면은 너무나 뜬금없고 이후 아나스타샤의 행동 역시 웃음만 나오게 한다. 실제로 영화를 보면서 너무나 어이없는 전개에 웃는 관객들도 몇몇 있었을 정도.
2편이 있다는 말을 듣지 못하고 봤는데, 마지막이 너무 급작스럽게 끝나는 걸 보니 2편이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내 돈 주고 보고 싶지도 않을 뿐더러 무료로 보여준다고 해도 시간이 아까워 보고싶지 않다.
+그래서,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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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주의>
길가다 포스터는 많이 봤는데, 관심도 없고 뭐에 대한 영화인지도 모르겠고 하다가 사다놓은 영화표 할인 쿠폰 마감이 다 돼서 볼거 없나 찾다가 보게 된 영화. 진짜 아무런 기대 안 하고 봤는데, 좋았다.
스티븐 호킹에 관한 실화. 첫 번째 부인인 제인이 쓴 책을 원작으로 한다. 호킹의 대학시절, 제인을 만나고 자신의 학문적 연구 방향을 발견하게 되고, 루게릭 병을 앓게 되면서 제인의 도움으로 연구를 진척시키던, 하지만 개인 생활은 점점 힘들어지던 그런 시기의 이야기다.
호킹은 천재이고 대외적인 연구 성과는 대단해서 많은 사람들의 인정을 받았다. 하지만 자기 혼자서는 거동조차 불가능했던 호킹은 제인의 보살핌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제인 역시 사랑이라는 감정을 원동력으로 헌신적으로 호킹을 보살피지만, 그것도 결국은 한계가 있다.
원작이 제인이 쓴 책이라는 점에서 이 이야기는 균형잡힌 이야기가 아닐 수 있다. 호킹은 제인이 바람피우고 자신을 버렸다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원작을 보지 못했고 원작이나 이 영화에 대해 호킹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모르기 때문에 실화로써의 이 영화에 대해서는 사실 뭐라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이 영화는 사랑의 뜨거웠던 시절뿐만 아니라 뜨거움이 식고 난 뒤에 닥쳐오는 비극적이고도 현실적인 시기에 대해서도 눈 돌리지 않고 바라본다는 점에서 좋다. 얼마나 실화에 기반했는지의 여부를 떠나서 말이다. 그리고 그 현실적인 시기가 비극적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는 것까지 보여줘서 좋다. 영화 마지막에 호킹과 제인이 함께 보냈던 시간이 거꾸로 흘러간다. 그 되감기의 끝은 호킹과 제인의 첫 만남이었다. 둘의 사랑이 뜨겁게 시작되어 힘들었던 시기를 거치고 결국은 결별로 끝을 맺고 말았지만, 그래도 호킹의 시작은 제인과의 첫 만남이었다. 우주의 시작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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