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주의>
작년에 영화제 봉사활동 같이 했던 조원 중 한 명이 재미있다고 해서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블루레이를 사왔다.
뇌물 받던 형사가 어머님 장례식을 치르던 중 뇌물 받던 것도 감찰에서 걸리고 거기에 더해 차로 사람까지 치이면서 시작되는 이야기. 영어 제목은 <A Hard Day>인데, 말 그대로 꼬일대로 꼬여버린 하루에서 시작해 '끝까지 가는' 이야기다.
영화는 제목처럼 끝까지 가는데, 복선들을 뿌리고 하나하나 주워담는 식이 아니다. 오히려 뿌려진 복선을 노골적으로 보여주지만 그걸 회수하지 않아 긴장감이 더 생긴다. 예를 들어, 초반에 시체를 어머니 관 속에 숨기고 못을 다시 박다가 나무못의 머리가 부러지는데, 그걸 들키지만 그때문에 일이 커지지는 않는다. 환풍기로 시체를 끌어오면서 소음이 다른 사람에게도 들리지만 그 역시 복선이 되지는 않고. 후반부에 저수지에 총알을 떨어트리지만 그것도 그냥 그대로 끝이다. 하지만 보면서는 이런 작은 요소들이 언제 어떻게 터질지 긴장되기도 한다.
그리고 영화는 기-승-전-결의 구조라기보단 절정이 반복되는 짧은 호흡으로 이어지는데, 그것이 더 긴장감을 강화시키는 요소다. 긴장이 길게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위기가 찾아오고 끝나면서, 관객도 숨죽이고 영화를 보는 게 아니라 헐떡이며 영화를 보게 되는 것 같다.
두 배우의 호연도 빼놓을 수 없다. 조진웅은 등장시간이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관객의 뇌리에 박히는 캐릭터다. 특히 이선균과 처음으로 직접 대면하는 장면은 그야말로 160킬로의 속구를 스트라이크존 한복판에 꽂아넣는 것 같이 느껴진다. 물론 이처럼 인상을 남기는 것은 받아주는 이선균의 연기도 좋았기 때문. 특히 이선균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인 상황을 제대로 표현한다. 허술하고 웃길 수 있는 부분이지만 당사자인 이선균 입장에서는 정말 똥줄타는 그런 부분의 연기가 좋았던 것 같다.
스토리를 차근차근 따져보면 헛점도 있는 이야기지만, 교훈이나 메시지 없이 긴장감 하나만을 바라보고 끝까지 가는 영화였다. 111분의 시간이었지만 내가 느끼기엔 한 시간 정도밖에 안 지난 것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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