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다 리쿠'에 해당되는 글 12건
- 2014.10.28 빛의 제국(온다 리쿠)
- 2013.07.23 구석진 곳의 풍경(온다 리쿠)
- 2013.07.11 네버랜드(온다 리쿠)
- 2013.03.14 클레오파트라의 꿈(온다 리쿠)
- 2013.02.16 코끼리와 귀울음(온다 리쿠)
- 2013.01.23 브라더 선 시스터 문(온다 리쿠)
- 2013.01.18 메이즈(온다 리쿠)
- 2012.12.31 달의 뒷면(온다 리쿠)
- 2012.12.15 목요조곡(온다 리쿠)
- 2012.12.05 구형의 계절(온다 리쿠)
<스포일러 주의>
이게 얼마만의 책인지. <젊은 도시, 오래된 성>도 읽었는데, 오래되다보니 감상을 남기기가 애매하다.
<빛의 제국>은 연작소설이다. '도코노'라는 일족이 있다. 이들은 특이한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다. <빛의 제국>은 단편들인데, 각 단편들의 등장인물들이 서로 얽혀있는 구조다.
역시나 온다 리쿠의 느낌이 강하다. 그 느낌이 뭐냐, 하면 딱히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읽어보면 그런 느낌이 있다. 그리고 그 느낌이 좋아 온다 리쿠의 책을 찾게 된다. 어떤 장르의 어떤 내용을 써도 온다 리쿠의 느낌이 깔려 있달까. 물론 아닌 경우도 있다.
그래서 그런지 온다 리쿠의 책은 읽고 나서 생각해보게 된다기보다는 읽을 때 분위기에 빠지게 된다. 읽을 때의 경험이 강렬하달까. 자극적이진 않은데, 따뜻하기도 하고 서늘하기도 하고 그런게 있다.
<빛의 제국>은 표지처럼, 서늘하기보단 따뜻한 느낌이 강하다. 이후 도코노시리즈로 두 권이 더 있는데, 둘 다 <빛의 제국>에서의 단편과 연결되는 내용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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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니까 스포일러는 신경쓰지 않아도 되겠지. 온다 리쿠의 책을 꽤 많이 읽었다고 자부하지만 소설이 아닌 책은 처음이다. 이 책은 온다 리쿠가 일본과 해외의 여러 곳을 둘러보며 본 장소와 이벤트의 인상을 기록한 책이다.
온다 리쿠는 '극단적으로 말해서, 단 한 곳의 풍경, 단 하나의 이미지만을 얻'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고 한다. 장소에서 얻은 하나의 인상이 발전해 하나의 소설이 된다는 것 같다. 이 책에 있는 인상들도 앞으로의 소설에 소재로 등장하거나 혹은 이전의 소설에 이미 등장했을지도 모른다.
이런 기대감을 갖고 책을 읽었지만 아쉽게도, 내가 온다 리쿠의 책을 잘 기억하지 못해서인지 모르겠으나 내가 읽었던 책에서 활용된 소재는 찾기 힘들었다. 일본 여행지에서 수로에 대한 언급이 나오지만, 수로는 여러 책에 다양하게 등장하는 소재라 이 여행이 영향을 준 것인지 알 수도 없고.
여행기는 아마 기억하는 한 초등학교 이후로는 처음 읽어본 것 같다. 그래서 다른 여행기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여행지에서의 인상이 와닿지 않았다. 아무래도 내가 그 곳을 직접 가본 것이 아니기 때문인 것 같은데, 다른 여행기는 어떨지 모르겠다. 사진이 많으면 좀 공감이 될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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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주의>
보통 책을 고를 때, 나는 책을 읽어보기보다는 인터넷에서의 평가나 책 뒤의 소개를 보고 고르는 편이다. <네버랜드>는 믿고 보는 온다 리쿠의 소설이라 인터넷에서의 평가는 보지 않았는데, 책 뒤의 소개글이 정말 매력적이었다. 겨울방학을 맞이하여 남학생 넷만 남은 기숙사에서 벌어지는 진실게임. 딱 하나의 거짓말을 집어넣은 고해성사. 온다 리쿠의 소설에서 진실을 고백하는 것은 뭔가 충격적이고 더러운 것을 드러내는 행위인 경우가 많고 딱 하나의 거짓말을 집어넣은 고해성사는 퍼즐이나 퀴즈같은 요소로 재미를 더해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기대 이하의 재미를 보여줬다. 이야기는 네 소년들이 기숙사에서 지내는 동안 돌아가면서 자신에 얽힌 기묘한 이야기나 트라우마같은 것들을 진실게임 형태로 고백하는 내용인데, 하나의 거짓말을 집어넣은 고해성사는 첫 아이에게만 적용되고 나머지는 그냥 진실게임이다. 그리고 온다 리쿠의 소설이라면 기대하게되는 진실게임(을 빙자한 수수께끼의 제시)->진실 이면의 진실(혹은 수수께끼의 해답)의 발견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너무 간단했다. 또한 네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비밀의 무게감이나 충격이 굉장히 차이가 있는데, 그래서 가장 충격적인 비밀을 가진 아이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그냥 곁다리같은 느낌이다. 마지막으로 뭔가 비밀스럽고 또 어떤 비밀스러운 이야기가 펼쳐질까-하는 궁금증을 자아내는 초반에 비해 이야기가 진행될 수록 너무 훈훈한 분위기로 흘러가는 부분이 맘에 들지 않는다.
온다 리쿠는 마지막 작가 후기에서 이 책이 앞으로 쓸 소설의 원형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한다. 이러한 형식의 이야기라고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흑과 다의 환상>이다. <흑과 다의 환상>에서도 <네버랜드>의 주인공들처럼 자신의 과거에 대해 수수께끼처럼 이야기하는데, <흑과 다의 환상>에서는 그 각자의 과거가 좀 더 유기적으로 맞물려서 해답이 제시되는 점이 더 재미있었던 것 같다. 이게 더 발전되어서 <굽이치는 강가에서>가 되면 주인공들은 아예 과거의 한 가지 사건을 공유하며 그 사건에 대한 각자의 기억을 이야기하고 <유지니아>에서는 화자는 훨씬 많아지지만 어쨌든 한 가지 사건에 대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다 쓰고 보니 되게 재미없었다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냥저냥 읽을만 했다. 개인적으로 온다 리쿠의 소설은 재미있으면 일단 상위에 올려놓고 그 상위에 속한 책들 사이의 순위는 안 나눈다. <목요조곡>은 상위에 들지 못한 소설 중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인데, <네버랜드>는 <목요조곡> 바로 밑에쯤에 위치하지 않을까.
++남고생들이 주인공인데, 말투가 다들 오글오글. 온다 리쿠의 다른 많은 소설들처럼 이 책 역시 기숙사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네 명의 등장인물들이 이야기하는 연극같은 형식인데, 이런 오글거리는 말투까지 더해지니 진짜 연극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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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주의>
이 책이 생각보다 별로였던 이유가 뭘까. <메이즈>로 인해 같은 '간바라 메구미 시리즈'인 이 책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커져서일까.
전체적으로 조금 산만하다고 느껴지고 몰입이 안 된다. <메이즈>에는 매혹적인 분위기가 있었는데, <클레오파트라의 꿈>에는 그게 없다.
재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냥 평이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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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리쿠가 본격추리소설을 써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쓴 단편집. 여러 잡지들에 실렸던 단편들을 모으고 신작도 한 편 있다. 각 단편들이 실린 잡지의 발행 시기는 95년부터 99년까지이고, 단편들을 모아 책으로 나온 해도 99년으로 꽤나 오래된 책이다(데뷔작 <여섯 번째 사요코>가 1991년).
단편집이지만 동일한 주인공이 등장하고 주변인물들도 자주 겹친다. 등장인물 이름을 잘 안 외우는데다 읽은지도 시간이 지나 몰랐는데, 주인공인 세키네 다카오는 <여섯 번째 사요코>에 등장하는 주인공 세키네 슈의 아버지로 <여섯 번째 사요코>에도 등장했었다. 그밖에 세키네 슈의 형(세키네 슈운)과 누나(세키네 나쓰)도 등장하는데, 형은 우리나라에 출간되지 않은 중편 <PUZZLE>에서, 누나는 <도서실의 바다>의 표제작에 주인공으로 등장했다고 한다. 그리고 <메이즈>에 나왔던 미쓰루 역시 이 책에 비중있는 역할로 등장한다. 읽은지 꽤 된 <여섯 번째 사요코>와 <도서실의 바다>는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메이즈>에 등장한 미쓰루까지 몰랐던 것은 조금 아쉽다.
'추리 단편집'이지만, 역시나 온다 리쿠의 여느 소설과 같이 경찰이 등장하거나 숨막히는 추격전 같은 것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주인공인 세키네 다카오가 한가로운 전직 판사인데, 이야기들 역시 정적이다. 배경이 휙휙 바뀌지도 않고, 대신에 추리의 과정과 설명이 메인으로 자리한다. 어느정도냐 하면, 식사자리에서 친구가 재미로 '범죄와 연관이 된 사람의 방을 찍은 사진 네 장을 보여줄테니 이 방의 주인에 대해 추리해보라' 라고 하여 세키네 슈운과 세키네 나쓰가 열심히 추리해보는 단편도 있다. 이야기가 막 버라이어티하고 극적이고 그렇진 않은데, 이런 자잘한 요소들을 끼워맞추고 이어나가면서 추리를 통해 가설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생각보다 굉장히 재미있다.
책 뒤에 작가 후기가 있는데, 온다 리쿠는 '본격 미스터리는 '설득'과 '납득'의 소설'이라고 말하는데, 이 단편들이 그렇다. 다시 생각해보면 논리의 비약이나 터무니없는 가설이 없는 것이 아닌데, 읽어나갈 때는 그런 것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주인공들은 주어진 근거들을 가지고 열심히 독자를 '설득'시키고 독자로서의 나는 그 가설을 '납득'하고 넘어갔다. 비슷한 느낌으로 <메이즈>가 생각나는데, 음...스포일러라 이 글에서 언급하기는 그렇지만 전에 썼던 감상글에 보면 책 마지막을 덮고 다시 생각해봤을 때 어색했던 설정도 책을 읽는 도중에는 납득하고 읽었던 적이 있다. 거기에 더해서 온다 리쿠는 '거기에 '경탄'이 더해지면 본격 미스터리로서 걸작'이라고 한다. 이 책이 그 '경탄'이 나올만한 이야기들이었는가, 라고 묻는다면 확실하게 대답하긴 힘들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의 추리소설은 온다 리쿠만이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야기가 재미있으면 됐지 뭐.
+역자 후기에서 <코끼리와 귀울음> 등장인물들이 등장하는 다른 작품들을 알려주는데, 거기에 남몰래 하는 억측이 있지만 알려주지 않겠다고 써놨다. 뭐지. 궁금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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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주의>
175쪽의 짧은 두께의 소설. 세 화자가 각자 자신의 대학 생활을 회고하는데, 이 셋은 고등학교 친구이다. 보통 온다 리쿠의 소설이라면 이 셋이 회고하는 대학생활 속에 무언가 비밀이 숨겨져있을 법한데, 이 소설은 그렇지 않다. 셋의 기억을 더듬으며 숨겨진 이야기를 찾기보다는, 정말 잔잔하게 흘러가는 이야기일 뿐이다. 심지어 첫 챕터인 아야네의 이야기는 뚜렷한 스토리 라인도 없다.
하지만 이들의 대학생활 이야기를 읽어가고 있노라면 내 대학생활을 생각하게 된다. 아무것도 축적하지 못한, 정말 급행열차처럼 어디어도 멈추지 못하고 지나쳐가고 있는 대학생활을 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 나만 그런 것은 아닌가보다. 지금은 얼마 남지 않은 대학생활을 끝마치고 취직을 준비해야 할 시기. 답답함 속에서 가끔은 대학 초반을 생각하곤 한다. 그때 당시에는 모든 것이 신기하고 즐거웠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기를 대표할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는다. 그땐 하루하루가 특별했는데 지금은 그냥 아무런 자취를 남기지 않고 흘러가버린 나날들이었던 것 같다. 바닷가 모래에 그린 그림처럼.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흘러가버린 대학생활을 더듬다보면 시간을 아깝게 허비해버린 것만 같아 안타깝다. 하지만 <브라더 선 시스터 문>의 세 화자는 그렇게 허무하게 흘러가버린 시간 속에서도 무언가 하나씩을 남겨두었다. 그것은 항상 인식하고 마음 속에 숨겨놓았다가 가끔 꺼내보는 그런 것이 아니었나보다. 시간이 많이 흐르고 어른이 되고 일상생활을 살다가 문득, 아 지금의 내 생활을 만든 것들 중 하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 같은 대학생활인가보다, 싶은 것이다.
나는 아직 어른이 아니다. 어른이 되었을 때 지금을 떠올려보면 무엇을 기억하게 될까. 어떻게 기억하게 될까.
+셋의 기억에 공통적으로 중요하게 등장하는 기억이 있다. 그 기억과 풍경은 보편적인 것이 아니라 나에겐 그 장면 자체가 특별하게 다가오진 않았지만, 나에게도 그런 기억이 하나쯤 있을 것이다.
++문득 세어봤는데, 지금까지 읽은, 그리고 읽지 않았지만 책꽂이에 꽃혀 있는 온다 리쿠 소설이 꽤 된다. 국내 출간된 소설들 중 내가 아직 읽어보지 않았거나 갖고 있지 않은 소설은 총 아홉 권.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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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주의>
이건 꽤 전에 읽은 책인데, 어째서인지 글이 없다. 분명히 썼을 줄 알았는데...하지만 잘 생각해보니 블로그에 남긴 것이 아니라 핸드폰으로 에버노트에 간략한 감상만 끄적여놓고 만 것 같다. 여튼, 또 온다 리쿠의 책이다.
제목 그대로 미궁에 관한 이야기. 중동의 한 국가의 국경선 근처에 미로가 하나 있다. 정사각형 미로는 그 안에 들어간 사람이 사라진다는 전설을 갖고 있다. 주인공은 친구의 초대를 받아 안락의자 탐정의 역할로써 이 미로의 비밀을 풀기 위한 일행에 참가하게 된다. 일행들은 모두 각자의 꿍꿍이가 있고.
온다 리쿠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 호러 느낌이 조금 강한 미스테리 소설이다. 읽으면서 섬칫하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사람을 잡아먹는' 미궁의 존재감이 인상적인데, 주인공에 의해 하나하나 비밀이 밝혀져가는 듯한 상황들이 무섭게 한다.
마지막이 정말로 아쉬웠는데, 이상하거나 용두사미식 결말이어서는 아니다. 나는 이 소설의 초반부와 중반부가 갖고 있는, 초현실적인 호러 느낌이 너무너무 좋았는데 마지막 결말에 와서 이 미스터리는 결국 현실에 발을 딛는다. 비밀이 밝혀지지 않아도 좋으니 미로의 비밀이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혹은 설명할 수 없는 초월적인 무언가이길 바랐는데. 오히려 비밀이 밝혀지지 않았다면 이 미로의 존재감은 훨씬 더 강력하게 남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현실적인 결말이 이상하다는 것은 아니다. 책을 덮고 곰곰히 생각해보면 미로의 비밀을 밝혀내는 척 하면서 비밀기지를 철수시킨다는 작전이 뭔가 현실에 존재하기엔 지나치게 연극적이고 과장된 것 같아보이긴 하지만, 적어도 소설의 흐름과 분위기 속에서는 납득하게 된다.
납득하지만, 그래도 초중반의 그 분위기는 너무 매력적이고 이 분위기를 끝까지 유지하지 않은 것은 아쉽다.
+ '간바라 메구미'시리즈의 첫 번째 권인데, 주인공은 간바라 메구미가 아니라 그의(간바라 메구미는 남자다) 친구인 미쓰루가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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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주의>
읽고 팔아야지, 하는 생각으로 읽었는데 생각보다 재미있어서 놀랐다. 물론 재미없을 책을 사진 않았지만, 재미는 있되 쭉 갖고있고 싶지는 않을 거라 생각하고 첫 장을 펼쳤기 때문이다.
책 뒷면의 광고 문구처럼 미스터리와 판타지, SF, 호러가 모두 들어가있는 것 같다. 운하의 마을 '야나쿠라'를 배경으로 주인공들은 '실종되었다가 아무런 상처 없이 실종된 기간동안의 기억만 잃은 채 돌오는 사건'을 조사한다. 다만 주인공들은 모두 그냥 일반인일 뿐이고, 따라서 보통 생각하기 쉬운, 주인공들이 미스터리를 밝혀내고 사건을 해결하여 평화가 찾아오는 식의 해결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사건을 막을 수 없었지만, 세계는 (겉보기엔)격변하지 않았고 그렇게 일상이 흘러간다.
온다 리쿠의 책은 읽으면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생각나게 만드는데, 이 작품은 <어제의 세계>를 바로 떠올리게 된다. 운하가 거미줄처럼 뻗어있는 마을이라는 점도 그렇고, 비현실적인 요소가 있다는 점도. 다만 <어제의 세계>는 비현실적인 요소가 너무 뜬금없었지만 <달의 뒷면>에서는 잘 녹아있다고 생각된다.
주인공들이 일반인이다보니 이야기는 별로 급박하게 흘러가지도 않고, 사건의 중심에 선 주인공들이 할 일도 별로 없다. 책에서도 나오듯이 인간의 몸을 빼앗아 그 인간의 행세를 하는 여러 작품이 있는데, 그 어느 작품과도 다른 분위기일 것 같다(이런 내용의 작품들을 많이 본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읽어왔던 온다 리쿠 작품들이 갖고 있는 분위기의 연장선이라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장르가 달라져도 이 작가의 분위기는 뭔가 통하는 것이 있다.
미스터리의 비밀은, 운하 속의 '그것'이 사람들을 납치하고 실종된 사람들을 지하수로에서 다시 만들어내 복귀시킨다는 것이다. 복귀된 사람들은 실종되고 지하수로에서 다시 만들어지는 동안의 기억을 잃지만, 무의식 속에 '그것'과 이어져있는 의지가 심어져있다. 실종되었다가 돌아온 사람들은 모두 '그것'과 이어진 무의식을 공유하는 하나의 의식체계 속에 편성된다. 이 '하나가 되려는 의지'에 대해 온다 리쿠는 '개성과 다양성을 통해 진화하려는 전략이 한계에 부딛혀 하나가 되려는 전략으로 선회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이야기한다. 확실히 인간은 남과 차별화되려고 하지만 또 너무 달라져버리면 불안감을 느낀다. 즉, 암묵적으로 용인되는 테두리 내에서 최대한 튀고 싶어하지만, 그게 지나쳐서 일정 정도를 넘어서버리면 다른 것이 아니라 틀린 것이 되어버리는 것. 실제로 마지막에 주인공 일행을 제외한 모든 마을사람들이 다 실종되는데, 홀로 남겨진 주인공들은 마을사람들이 다시 돌아온 뒤를 두려워한다. 모든 마을사람들이 무의식속에 동일한 의식을 갖고 있는데, 주인공들만이 그렇지 않다. 그들은 개성적인 존재가 아니라 이질적이고 배척되어야할 존재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오랜만에 이 책은 중고판매가 아니라 책장 속으로.
+주인공인 다몬이 등장하는 단편집이 있구나. 당장 읽어보고 싶다. <달의 뒷면>에서 다몬은 특이한 인물로 나온다. 그는 '도둑맞았는지, 도둑맞지 않았는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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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주의>
유명 작가인 도키코는 자살했다. 그 후 매년 도키코가 자살한 목요일을 전후로 3일간 그녀의 집에서 모임이 열리고 있다. 멤버는 도키코의 편집자와 혈연관계인 사람들을 포함한 다섯 명. 모두 도키코의 영향을 지대하게 받아온 사람들로, 편집자를 제외한 나머지 넷은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올해 모임에서 도키코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자살인가, 아닌가. 타살이라면 누가 왜 죽인 것인가.
집에서만 진행되는 이야기로 가장 먼저 <굽이치는 강가에서>가 떠오른다. <굽이치는 강가에서>는 청소년기를 벗어나는 소녀들을 그리고 있고, 이 책 <목요조곡>은 도키코의 그림자에서 벗어나는 이야기다. 추리소설처럼 죽음의 배후를 쫒지만, 온다 리쿠의 소설 답게 탐정도, 근거도 나오지 않는다. 모든 추리는 도키코의 사망 당일에 대한 회상이나 도키코와의 관계에 대한 후일담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렇기 떄문에 추리소설에서 기대하기 힘든 결과가 나오는데, 엄정히 따지면 범인은 없지만 결국은 비뚤어진 관계가 쌓이고 쌓여 모두가 범인인 것처럼 끝난다. 책 뒷면의 이야기처럼 도키코의 죽음에 관한 진실은 각자에게 다르다.
책을 관통하는 주제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개인적인 경험도 있고 해서 어떤 부분에서는 많은 생각이 들었다. 도키코의 죽음을 기릴 겸 열리는 3일간의 모임. 그 기간동안 많은 이야기가 나온다. 모임에 참석하는 다섯 명은 모두가 서로 친하다고 생각했지만, 도키코의 죽음에 대한 진실공방 속에서 서로가 몰랐던 이야기들이 나오고, 도키코와 각자가 맺어왔던 관계에 관해서도 비밀스러운 부분들이 드러난다. 서로 친하지만 솔직하지 못한 것들. 요새 이런 것들에 관해서 많이 생각하고 있어서 괜히 이 장면에서 생각이 많아졌다. 비밀을 끌어안거나 터놓는 것, 그 정도에 따라 매겨지는 인간관계의 등급같은 것들 말이다.
그리고 다섯 멤버들에게 드리워져있던 도키코의 그림자와, 그 그림자에서 벗어나는 이야기들도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든다. 부모님의 그림자에 대해서도 예전부터 종종 생각해왔던 이야기라서. 책 속에서는, 결국 각자 도키코와의 관계 속에서 있었던 비밀들을 서로에게 오픈하면서 그림자의 압박에서 벗어나고, 그 그림자를 새로운 창작의 동력으로서 활용하는 장면을 마지막으로 한다. 나도 부모님의 그림자를 발전적인 방향으로 걷어내는 날이 올까. 지금은 너무 무거울 때도 있고 번거로울 때도 있고 그렇다. 고민이 많다.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많이 써놨는데, 책은 재미있었다. 다만 좀더 뭐랄까, 소녀적이면서 잔혹한 그런 느낌들을 기대했는데, 다른 작품들에 비해서(특히 읽으면서 많이 생각 난 <굽이치는 강가에서>와 비교했을 때) 조금 더 건조하달까, 추리소설같은 느낌이 더 강한 것 같다. 굽이치는 강가에서는 딱 표지같은 느낌이 난다. 아니면 화려한 장미나 백합 아래에 지나가고 있는 뱀이나 지네같은 광경이랄까. 써놓고도 모르겠지만 뭐 하여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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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주의>
온다 리쿠의 1994년 작. 폐쇄적 분위기의 작은 시골마을에서 벌어지는 미스테리한 이야기. 등장인물이 너무 많아 지루하다. 처음에는 주인공이 넷인 줄 알았는데, 이후 등장하는 인물들의 비중이 조연 이상이라 이야기의 초점이 잘 맞춰지지 않는다. 이야기하는 방식도, 성인이 되기 전의 아이들이 겪는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 같은데 별로 와닿지 않는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내용이나 이야기 방식이 아니라 다루고 있는 것의 측면에서)<굽이치는 강가에서>가 생각나는데, 당연하지만 <굽이치는 강가에서>가 훨씬 더 좋았다. <라이온 하트>이후로 가장 실망한 온다 리쿠의 소설.
+표지는 진짜 똥이다 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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