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3. 10. 21:20



팔란티어 1

저자
김민영 지음
출판사
황금가지 | 2006-03-3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1999년 출간된 옥스타칼니스의 아이들 개정판. 온라인 게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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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주의>







중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한창 판타지를 많이 읽었다. 인터넷에는 양판소 까는 글들이 넘치고 이른바 개념작을 추천해달라는 글들이 많았는데, 그 개념작을 꼽으면 자주 언급되던 소설이 <옥스타칼니스의 아이들>이었다. 한창 게임 판타지가 유행하던 때에는 게임 판타지의 원조라는 설명도 덧붙여졌다. 제목 때문에 망한 저주받은 걸작이라고들 했다.


<팔란티어>는 바로 이 <옥스타칼니스의 아이들>의 개정판이다. '게임중독 살인사건'이라는 촌스러운 부제가 붙어있는데, 대체 왜 붙인 건지 정말로 모르겠다. 권당 500쪽 후반에서 600쪽이 넘는 엄청난 분량이다. 미야베 미유키의 <모방범> 보다도 많은 분량이다.


현실에서 한 국회의원이 대낮에 사람 많은 곳에서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범인은 사건 직후 보안요원에 의해 사망하지만, 범인의 배후를 알 수가 없어 사건은 미궁에 빠진다. 한 편, 프로그래머인 원철은 가상현실 온라인 게임인 '팔란티어'라는 게임을 접하고 그곳에 빠져든다. 국회의원 살해사건 수사팀인 욱은 원철과 친구인데,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살인사건과 게임 사이의 연결고리가 드러난다.


이야기는 현실(원철의 직장 이야기+욱의 수사 이야기)과 팔란티어 내의 이야기가 번갈아서 진행되는데, 중반까지도 팔란티어 내의 이야기가 많다. 책이 매우 두껍지만 이런저런 곁가지들이 많기 때문에 굉장히 빠르게 읽히는 편이다.


가상현실의 현실세계 침범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만 이에 관해 그다지 철학적인 이야기를 할 맘은 그다지 없어보이고, 오로지 재미만을 추구하는 듯 하다. 팔란티어 내의 이야기도 재미있지만, 이 부분이 현실세계와 얽히고 난 뒤의 이야기도 긴장감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팔란티어와 현실세계의 접점이 발견되어가는 과정이 그다지 긴장감있지 않아서 팔란티어 이야기는 팔란티어 이야기 대로, 현실세계의 이야기는 또 그대로 따로 노는 것 같은 느낌이 조금 있다.


그리고 두 가지 이해가 되지 않는 점이 있다. 하나는 김혜란 박사에 대한 것으로, 본인의 잘못으로 살인사건이 일어났는데 수사팀이 협조를 요청해온다면 소극적으로 협조하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김혜란 박사는 단지 보로미어에 대한 흥미만으로 자신이 범인인 사건에 발을 깊이 집어넣는다. 이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또 하나는 게임 팔란티어의 목적이다. 뭐랄까, 게임 운영을 통해 통일자금을 마련한다는 것이 억지스럽다. 책을 다 읽기 전에 암살자를 육성해서 사용하기 위한 용도로 만들어진 게임이 아닐까, 했던 추측보다는 참신하...려나.


아참, 그리고 김혜란이 실바누스였다는 우연도 조금 아쉬웠다.


아쉬웠던 부분 빼고는 재미있었고, 두껍지만 시간가는줄 모르고 읽었다. 하지만 이 두께를 감수할 정도로 다시 읽고싶은 생각은...글쎄. 조금 더 얇았더라면 몇 번 더 읽어보고 싶긴 한데.

Posted by 곰고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