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주의>
보통 책을 고를 때, 나는 책을 읽어보기보다는 인터넷에서의 평가나 책 뒤의 소개를 보고 고르는 편이다. <네버랜드>는 믿고 보는 온다 리쿠의 소설이라 인터넷에서의 평가는 보지 않았는데, 책 뒤의 소개글이 정말 매력적이었다. 겨울방학을 맞이하여 남학생 넷만 남은 기숙사에서 벌어지는 진실게임. 딱 하나의 거짓말을 집어넣은 고해성사. 온다 리쿠의 소설에서 진실을 고백하는 것은 뭔가 충격적이고 더러운 것을 드러내는 행위인 경우가 많고 딱 하나의 거짓말을 집어넣은 고해성사는 퍼즐이나 퀴즈같은 요소로 재미를 더해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기대 이하의 재미를 보여줬다. 이야기는 네 소년들이 기숙사에서 지내는 동안 돌아가면서 자신에 얽힌 기묘한 이야기나 트라우마같은 것들을 진실게임 형태로 고백하는 내용인데, 하나의 거짓말을 집어넣은 고해성사는 첫 아이에게만 적용되고 나머지는 그냥 진실게임이다. 그리고 온다 리쿠의 소설이라면 기대하게되는 진실게임(을 빙자한 수수께끼의 제시)->진실 이면의 진실(혹은 수수께끼의 해답)의 발견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너무 간단했다. 또한 네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비밀의 무게감이나 충격이 굉장히 차이가 있는데, 그래서 가장 충격적인 비밀을 가진 아이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그냥 곁다리같은 느낌이다. 마지막으로 뭔가 비밀스럽고 또 어떤 비밀스러운 이야기가 펼쳐질까-하는 궁금증을 자아내는 초반에 비해 이야기가 진행될 수록 너무 훈훈한 분위기로 흘러가는 부분이 맘에 들지 않는다.
온다 리쿠는 마지막 작가 후기에서 이 책이 앞으로 쓸 소설의 원형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한다. 이러한 형식의 이야기라고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흑과 다의 환상>이다. <흑과 다의 환상>에서도 <네버랜드>의 주인공들처럼 자신의 과거에 대해 수수께끼처럼 이야기하는데, <흑과 다의 환상>에서는 그 각자의 과거가 좀 더 유기적으로 맞물려서 해답이 제시되는 점이 더 재미있었던 것 같다. 이게 더 발전되어서 <굽이치는 강가에서>가 되면 주인공들은 아예 과거의 한 가지 사건을 공유하며 그 사건에 대한 각자의 기억을 이야기하고 <유지니아>에서는 화자는 훨씬 많아지지만 어쨌든 한 가지 사건에 대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다 쓰고 보니 되게 재미없었다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냥저냥 읽을만 했다. 개인적으로 온다 리쿠의 소설은 재미있으면 일단 상위에 올려놓고 그 상위에 속한 책들 사이의 순위는 안 나눈다. <목요조곡>은 상위에 들지 못한 소설 중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인데, <네버랜드>는 <목요조곡> 바로 밑에쯤에 위치하지 않을까.
++남고생들이 주인공인데, 말투가 다들 오글오글. 온다 리쿠의 다른 많은 소설들처럼 이 책 역시 기숙사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네 명의 등장인물들이 이야기하는 연극같은 형식인데, 이런 오글거리는 말투까지 더해지니 진짜 연극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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