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2. 15. 01:59



목요조곡

저자
온다 리쿠 지음
출판사
북스토리 | 2008-11-1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4년 전 그날, 우구이스 저택에선 무슨 일이 있었나? 일본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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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주의>







유명 작가인 도키코는 자살했다. 그 후 매년 도키코가 자살한 목요일을 전후로 3일간 그녀의 집에서 모임이 열리고 있다. 멤버는 도키코의 편집자와 혈연관계인 사람들을 포함한 다섯 명. 모두 도키코의 영향을 지대하게 받아온 사람들로, 편집자를 제외한 나머지 넷은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올해 모임에서 도키코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자살인가, 아닌가. 타살이라면 누가 왜 죽인 것인가.


집에서만 진행되는 이야기로 가장 먼저 <굽이치는 강가에서>가 떠오른다. <굽이치는 강가에서>는 청소년기를 벗어나는 소녀들을 그리고 있고, 이 책 <목요조곡>은 도키코의 그림자에서 벗어나는 이야기다. 추리소설처럼 죽음의 배후를 쫒지만, 온다 리쿠의 소설 답게 탐정도, 근거도 나오지 않는다. 모든 추리는 도키코의 사망 당일에 대한 회상이나 도키코와의 관계에 대한 후일담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렇기 떄문에 추리소설에서 기대하기 힘든 결과가 나오는데, 엄정히 따지면 범인은 없지만 결국은 비뚤어진 관계가 쌓이고 쌓여 모두가 범인인 것처럼 끝난다. 책 뒷면의 이야기처럼 도키코의 죽음에 관한 진실은 각자에게 다르다.


책을 관통하는 주제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개인적인 경험도 있고 해서 어떤 부분에서는 많은 생각이 들었다. 도키코의 죽음을 기릴 겸 열리는 3일간의 모임. 그 기간동안 많은 이야기가 나온다. 모임에 참석하는 다섯 명은 모두가 서로 친하다고 생각했지만, 도키코의 죽음에 대한 진실공방 속에서 서로가 몰랐던 이야기들이 나오고, 도키코와 각자가 맺어왔던 관계에 관해서도 비밀스러운 부분들이 드러난다. 서로 친하지만 솔직하지 못한 것들. 요새 이런 것들에 관해서 많이 생각하고 있어서 괜히 이 장면에서 생각이 많아졌다. 비밀을 끌어안거나 터놓는 것, 그 정도에 따라 매겨지는 인간관계의 등급같은 것들 말이다.


그리고 다섯 멤버들에게 드리워져있던 도키코의 그림자와, 그 그림자에서 벗어나는 이야기들도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든다. 부모님의 그림자에 대해서도 예전부터 종종 생각해왔던 이야기라서. 책 속에서는, 결국 각자 도키코와의 관계 속에서 있었던 비밀들을 서로에게 오픈하면서 그림자의 압박에서 벗어나고, 그 그림자를 새로운 창작의 동력으로서 활용하는 장면을 마지막으로 한다. 나도 부모님의 그림자를 발전적인 방향으로 걷어내는 날이 올까. 지금은 너무 무거울 때도 있고 번거로울 때도 있고 그렇다. 고민이 많다.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많이 써놨는데, 책은 재미있었다. 다만 좀더 뭐랄까, 소녀적이면서 잔혹한 그런 느낌들을 기대했는데, 다른 작품들에 비해서(특히 읽으면서 많이 생각 난 <굽이치는 강가에서>와 비교했을 때) 조금 더 건조하달까, 추리소설같은 느낌이 더 강한 것 같다. 굽이치는 강가에서는 딱 표지같은 느낌이 난다. 아니면 화려한 장미나 백합 아래에 지나가고 있는 뱀이나 지네같은 광경이랄까. 써놓고도 모르겠지만 뭐 하여튼.

Posted by 곰고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