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정보 검색하면서 알았는데, 개정판이 있다. 하드커버. 내가 읽은 책은 소프트커버에 2005년에 출간된 판. 책 정보 넣는데 제목으로 검색하니까 '사랑' 들어간 책이란 책은 모두 나오는 듯. 검색능력이 쓰레기같다. '알랭 드 보통'으로 검색해서 찾긴 했지만.
뭐 하여튼 꽤 긴 시간동안 읽은 <우리는 사랑일까>. 그냥 유명한 작가라 이름은 알고 있었는데(게다가 영화 <500일의 썸머>에서 남자 주인공이 읽는 책이 이 작가의 <행복의 건축>이다) 알라딘 중고서점에 있길래 어떤 책을 쓰나 궁금해서 집어왔다. 뒤의 설명에 보면 연애소설이라기에 '별로 안 좋아하는 장르니 빨리 읽고 팔아버려야지'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굉장히 재미있고, 연애소설을 생각하고 이 책을 읽었다간 낭패를 본다. 로맨스라기보다는 '연애'라는 행위를 다루고 있는 소설이라고 해야 할까. 굉장히 흥미롭다.
책에는 여주인공 '앨리스'와 남주인공 '에릭'이 등장한다. 앨리스의 시점에서 에릭을 만나 연애를 시작하고 관계를 지속해나가다 결국 헤어지기까지의 과정이 책의 내용이다. 하지만 로맨스 소설에서 기대할 수 있는 로맨틱하거나 가슴아픈 에피소드, 문학적인 감정 묘사같은 것은 없다. 대신 작가는 둘 사이의 관계를(특히 주인공인 앨리스의 시점에서 바라본 연애를) 분석한다. 연애소설에서 쉽게 발견할 수 없는 사상가들의 이름이 등장하고 그들의 이론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것들에 비추어 둘 사이의 연애관계를 살펴본다. '소설'이라기 보다는, 사랑과 연애관계 뒤에 숨어있는 생각의 흐름들을 설명하려고 하는데, 그냥 설명하면 재미도 없고 어려우니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두 주인공을 등장시켰을 뿐인 느낌이다. 연애를 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이야들을 한 커플에게 몰아놓은 것 같다. 'case 1. 앨리스와 에릭 커플의 경우' 같은 느낌. 두 주인공의 에피소드를 위해 할애된 분량보다 그 에피소드에서 읽어낼 수 있는 것들을 설명하기 위해 할애된 분량이 훨씬 많은 듯하다.
그렇다고 해서 '겉으로만 소설인 듯한' 이 책이 지루하냐 하면 그건 또 아니다. 작가의 말솜씨도 재미있는데다가 잘 모르는 사상가들의 이야기를 통해 연애관계를 살펴보는 방식이 꽤나 재미있다. 전혀 지루하지 않고 오히려 두루뭉실하게 보여주는 소설보다 훨씬 더 명확하고 이해하기 쉽다고 해야 할까. 지나치게 분석적이다 보니 오히려 더 잘 이해되고 그런게 있다. 더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연애행위 뒤에 이렇게 많은 이야기가 있을 줄 몰랐다. 예전에 한 수업에서 교수님이 '사람은 둘만 있어도 그 사이에 권력관계가 형성된다'고 하셨는데 이 책을 보면서도 교수님의 말씀이 자주 생각났다. 순수해보이는 사랑 속에도 권력관계가 형성되어 있고 계산이 있고 다 그런 것. 그렇다고 이 책이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 비관적인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읽으면서 지금 하고 있는 연애에 있어 참고...라고 해야할까, 새로운 관점으로 우리를 바라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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