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 23. 23:12



브라더 선 시스터 문

저자
온다 리쿠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2-01-1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시간을 거슬러 그 시절을 다시 만나다!예민하고 불확실한 20대의...
가격비교


<스포일러 주의>







175쪽의 짧은 두께의 소설. 세 화자가 각자 자신의 대학 생활을 회고하는데, 이 셋은 고등학교 친구이다. 보통 온다 리쿠의 소설이라면 이 셋이 회고하는 대학생활 속에 무언가 비밀이 숨겨져있을 법한데, 이 소설은 그렇지 않다. 셋의 기억을 더듬으며 숨겨진 이야기를 찾기보다는, 정말 잔잔하게 흘러가는 이야기일 뿐이다. 심지어 첫 챕터인 아야네의 이야기는 뚜렷한 스토리 라인도 없다. 


하지만 이들의 대학생활 이야기를 읽어가고 있노라면 내 대학생활을 생각하게 된다. 아무것도 축적하지 못한, 정말 급행열차처럼 어디어도 멈추지 못하고 지나쳐가고 있는 대학생활을 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 나만 그런 것은 아닌가보다. 지금은 얼마 남지 않은 대학생활을 끝마치고 취직을 준비해야 할 시기. 답답함 속에서 가끔은 대학 초반을 생각하곤 한다. 그때 당시에는 모든 것이 신기하고 즐거웠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기를 대표할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는다. 그땐 하루하루가 특별했는데 지금은 그냥 아무런 자취를 남기지 않고 흘러가버린 나날들이었던 것 같다. 바닷가 모래에 그린 그림처럼.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흘러가버린 대학생활을 더듬다보면 시간을 아깝게 허비해버린 것만 같아 안타깝다. 하지만 <브라더 선 시스터 문>의 세 화자는 그렇게 허무하게 흘러가버린 시간 속에서도 무언가 하나씩을 남겨두었다. 그것은 항상 인식하고 마음 속에 숨겨놓았다가 가끔 꺼내보는 그런 것이 아니었나보다. 시간이 많이 흐르고 어른이 되고 일상생활을 살다가 문득, 아 지금의 내 생활을 만든 것들 중 하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 같은 대학생활인가보다, 싶은 것이다.


나는 아직 어른이 아니다. 어른이 되었을 때 지금을 떠올려보면 무엇을 기억하게 될까. 어떻게 기억하게 될까.


+셋의 기억에 공통적으로 중요하게 등장하는 기억이 있다. 그 기억과 풍경은 보편적인 것이 아니라 나에겐 그 장면 자체가 특별하게 다가오진 않았지만, 나에게도 그런 기억이 하나쯤 있을 것이다.


++문득 세어봤는데, 지금까지 읽은, 그리고 읽지 않았지만 책꽂이에 꽃혀 있는 온다 리쿠 소설이 꽤 된다. 국내 출간된 소설들 중 내가 아직 읽어보지 않았거나 갖고 있지 않은 소설은 총 아홉 권.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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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곰고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