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주의>
베테랑도 이제 거의 끝물이던데, 운 좋게 시간 맞춰 상영하는 곳을 찾아 봤다.
류승완 감독의 <부당거래>도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 상류층의 부패에 관한 영화였는데, 이 영화도 마찬가지다. 무대뽀에 막가파지만 정의로운 형사 황정민과 대기업 회장의 막내아들인 유아인의 대결구도다. 황정민의 캐릭터는 어찌보면 식상할 수도 있는데, 대척점에 있는 유아인의 캐릭터 덕분에 잘 살아났다고 생각한다.
영화는 결국 권선징악으로 끝난다. 하지만 유아인의 미친 듯한 연기는 권선징악이라는 식상한 결말에서 보통 이상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준다. <다크나이트>의 조커와도 비슷한 면이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하는데, 유아인의 악한 모습을 설명하는 어떠한 배경도 언급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정말 순수한 '절대 악'처럼 보인다. 게다가 유아인은 그런 캐릭터를 연기로 한층 더 잘 살려내 실감이 난다. 덕분에 영웅인 황정민보다도 유아인이 더 기억에 남는다.
영화 마지막에 유아인이 잡히면서 엄청난 대리만족을 느꼈다. 하지만 나와서 다시 생각해보니 굉장히 씁쓸하다. 유아인의 연기가 좋아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유아인같은 캐릭터는 왠지 실존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대기업 총수들, 혹은 그 자제들이 일으키는 문제들을 기사로 접할 때, 혹은 정재계 인물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흔히 만날 수 있는 '갑질'하는 사람들의 기사를 접할 때.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유아인같은 캐릭터는 분명히 존재할 것 같다. 하지만 반대로, 황정민같은 캐릭터는 있을까? 저렇게 정의롭고,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도 자신의 신념을 믿고 돌진하는 그런 캐릭터. 나는 그런 캐릭터는 실제로 찾기 힘들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영화에서 보여준 극적인 권선징악을 우리는 실제로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일까?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그 쾌감이 그저 영화를 통해서만 느낄 수 있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영화를 보면서 희열을 느꼈던 만큼, 나와서는 씁쓸함이 느껴졌다.
유아인은 개인적으로 류승범을 보는 느낌이다. 내가 유아인의 출연작을 전부 접한게 아니지만, 저런 똘기있는 캐릭터를 연기할 때 너무 잘 어울린다. 류승범처럼. <사도>에서는 저런 캐릭터가 아닌 것 같던데, <사도>도 한 번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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