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0. 5. 00:34

*연휴 첫 날이자 행사 첫 날인 10월 3일에 다녀왔다는 점, 그리고 행사 프로그램들을 제대로 알아보고 간 것이 아니라 교보문고 북페스타만 노리고 갔었다는 것을 염두해두고 읽어주세요.


0. 며칠 전, 교보문고에서 창고개방 세일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장소는 파주 교보문고 사옥. 책뿐만아니라 문구류, 음반까지 할인하는데다 최대 90% 세일이라는 말에 혹했다. 첫 날에 가면 물건이 많겠구나 싶어 첫 날인 10월 3일에 가기로 친구와 정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다시는 가고싶지 않다.


1. 교통편부터가 불편하다. 파주는 먼 곳이라 이해해야 할 분이 있을지 모르겠다. 


우선 우리 집쪽에서 가려면 당산역까지 가서 9000번 버스를 타거나 합정역에서 2200번 또는 200번 버스를 타면 된다고 한다. 우리가 당산역에 도착했을 때가 아마 11시가 안 됐을거다. 도착해보니 이미 9000번을 기다리는 줄이 길다. 결국 버스를 앞에서 놓쳤다. 배차간격이 너무 길어(어플로 보니 다음 차가 약 60분 뒤에 도착 예정이었다) 바로 앞 버거킹에서 점심을 먹었다. 먹으면서 우리가 당산역에서 9000번 버스를 타려면 얼마를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는 결론에 도달하고 다른 경로를 찾아 합정역으로 이동했다. 


합정역에서 2200번을 탔으나 지옥철에 버금가는 인구밀도에 시달려야 했다. 그렇게 약 1시간여를 버스 속에서 낑긴 채로 이동했다. 파주 출판단지까지 가는 길은 그나마 덜 막혔던 것 같은데, 파주 출판단지에 들어서자 차가 움직이긴 하는 건지 알 수가 없는 상황. 콩나물시루마냥 끼인 채로 버스가 움직이길 하염없이 기다려야 했다. 차도 굉장히 많은데다 주차공간이 없어서 그런지 도로 양 끝을 주차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어서 도로는 더욱더 좁아진 채였다. 우리는 내려야 하는 정류장 바로 전 정류장에서 내려 천천히 걸어갔으나 버스 속도와 비슷했다.


2. 이미 우리는 버스에서 모든 기력을 다 쓴 상황. 그래도 버스에 내리니 하늘은 맑고 건물들도 이뻐 기운이 좀 났다. 기운을 내서 조금 걷다보니 교보문고 건물이 보였다. 그래! 다 왔다! 하지만 교보문고 사옥을 둘러싼 많은 인파에 불안감이 엄습.


교보문고 사옥은 무슨 시위하는마냥 구매 고객들로 포위된 상태였다. 사람들은 저마다 카트와 바구니 등에 책을 담은 채로 건물을 빙 둘러 줄을 서 있었다. 보아하니 계산에만 한두 시간 이상은 가볍게 넘을 느낌. 어찌어찌 겨우 입구를 찾았는데, 또 창고에 들어가는건 줄을 서야 한단다. 내부가 너무 복잡하다고. 그래서 또 입장 줄의 끝을 찾아나섰다. 내 생각엔 입장 줄만 200명은 될 것 같았다. 거기에 더 어이없는건, 겨우 줄 끝에 도착하니 오늘 할인하는 상품들이 다 매진됐다는 안내가 붙어있었다는 것. 그때가 아마 2시가 안 됐을 때였을거다. 집에서 10시에 출발해 배차간격도 긴 빨간 버스를 겨우 기다려 콩나물시루마냥 낑긴 채로 파주 출판단지의 주차장같은 도로를 지나 온 결과가 이거였다.


3. 허무하게 발걸음을 돌렸다. 이대로 돌아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다른 건물들에서 팔고 있는 책도 구경했다. 하지만 대부분이 어린이도서. 빈 손으로 가기 너무 아쉬워 <꿈꾸는 책들의 도시> 새로 나온 판형을 20% 할인받아 샀다. 밖에서 파는 책은 거의 없었다. 이 부분은 사실 내가 알아가지 않은 탓이 큰데, 출판사 앞에서 하는 북마켓은 10월 3일부터지만, 야외 북마켓은 10월 9일부터라고 한다. 하지만 이날의 경험으로, 야외 북마켓에서 파는 책이 아무리 많고 할인이 많이 들어간다 하더라도 이미 파주 출판단지는 다시는 가고싶지 않은 곳이 된 상태.


4. 나와 친구는 제발 갈 때만은 앉아서 가자는 절박한 심정으로 롯데아울렛까지 걸어갔다. 뒤로 가면 자리가 있겠지 하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그건 헛된 기대였다. 롯데아울렛에서 탄 버스 역시 자리는 없고, 파주 출판단지를 빠져나가기까지 4정류장 정도 있었는데, 그 정류장을 지나가면서 버스 상태는 또 콩나물시루 상태. 우린 그 상태로 정신줄을 놓은 채 합정역까지 갔다.


5. 결론적으로, 파주 북소리 행사가 어떤지는 모르겠으나 개인적으로 다시 갈 일은 없을거다. 사람은 많고 책은 없다.


5-1. 파주 북소리 조직위원장이 파주 시장인데, 그렇다면 버스 배차간격좀 늘려줬으면 좋겠다. 2200번과 200번은 배차간격이 짧은 편인 것 같은데(파주 북소리 홈페이지에서 보니 15~20분 간격), 그나마도 콩나물시루 상태였다. 배차간격이 짧은 버스도 콩나물시루인데, 배차간격 40분이라는 9000번 버스는 어떻겠는가. 다들 버스가 불편하니 솔직히 나라도 차를 끌고 갈 것 같은데, 그 결과 파주 출판단지 내부는 차로는 도저히 이동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른다. 파주 출판단지는 행사기간동안은 혼돈의 카오스 상태일 듯.


그리고 교보문고의 창고개방 세일은 진짜 최악의 최악이다. 첫 창고개방이라고 하는데, 행사 진행이 미숙하다 못해 거의 방치 수준이다. 첫 행사다 보니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몰릴 것을 예상하지 못했을 수는 있다. 그렇더라도 사람이 이렇게 많이 온 상태면 당장 할 수 있는 대책은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계산줄이 건물을 빙 둘러 있는데 패스트푸드점에서도 세워놓는 구획 나눠놓는 안내선도 없다. 안내하는 직원도 없다. 입장줄도 마찬가지. 나는 교보문고 사옥에서 직원 딱 두명 봤다. 입구 바로 앞에서 줄 서라고 안내하는 사람 한 명, 그리고 입장줄 맨 끝에서 품절됐다고 안내하는 사람 한 명. 


행사기간동안 더 넓은 공간을 확보하던지, 아니면 할인하는 책 목록을 공개해서 차라리 살 물건이 있는 사람만 오는 편이 더 낫겠다. 아니, 이도저도 필요 없고 차라리 그냥 할인해서 온라인에서 파는 편이 가장 낫겠다. 아, 쓰다보니 또 열 뻗쳐.


5-2. 그래도 파주 북소리 홈페이지를 들어가보니 흥미있는 기획도 많아보인다. 자세히 알아보고 갔더라면 더 좋았을...것 같지는 않지만(사람이 너무 많아서), 사람이 3일에 왔던 사람들의 1/4정도만 되어도 나름 볼만한 행사일 것은 같다. 뭔가 커버쳐주고 싶은데 그날 고생만 하고 돌아와서 커버쳐줄 것이 없다. 


좋았던 것은 맑은 하늘 정도. 진짜 딱 그정도. 하늘을 보면 맑은데 땅을 보면 사람이 이렇게 많을 수가 없다. 제대로 준비가 안 된 행사.


6. 결론적으로, 주변 아는 사람이 파주 북소리 축제를 가겠다면 말릴 것이다. 그래도 꼭 가야겠다면 평일에 가라고, 10시에 도착할 수 있게 출발하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차라리 그 시간에 알라딘 중고서점 몇 군데를 돌아보는 것이 훨씬 덜 힘들고 더 알찬 시간이 될 것이라고 추천해줄 것이다.


+ 여기저기 후기를 보니 차라리 홍대에서 하는 와우 북페스티벌이 훨씬 낫다고 한다. 아쉽게도 10월 5일까지밖에 안 하는 것 같지만. 인터넷 교보문고 페이스북은 강제 호구인증당한 사람들이 불만을 쓰고 있는데, 나도 페이스북 아이디가 있다면 덧글을 남기고 싶다. 하여튼, 한동안은 파주의 ㅍ도 보기 싫다. 교보문고는 진짜 좋던 이미지 다 깎아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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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곰고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