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주의>
지난달인가 지지난달인가 종각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구입. 드라마 <로얄패밀리>의 원작소설이라고 한다. 드라마는 보지 않았는데, 느낌이 책 내용이랑은 매우 다를 것 같다. 이 책 내용대로 드라마가 진행되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여튼, <인간의 증명>. 책 제목부터 끌렸다. 일본 초호화호텔의 엘리베이터에서 죽은 흑인에 관한 수사와, 사라진 아내를 찾는 남편과 불륜남의 이야기가 두 개의 줄기를 이룬다. 그리고 그 줄기에는 고위층 가족(어머니와 아들)이 얽혀있다.
추리소설이라고 생각했는데, 수사의 진행은 사실 그렇게 극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우연도 꽤 많고. 죽은 흑인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형사가 내놓은 추측을 수사본부에서 그다지 비판없이 수용해버리고(물론 그 추측은 전부 다 옳긴 하다), 사라진 아내를 찾는 남편과 불륜남은 형사도 아니면서 우연히도 기회가 딱딱 맞아서 사실에 쉽게 접근해가기도 한다. 마지막에 관련 없어보였던 주요 등장인물들이 알고보니 서로 과거에 인연이 있던 사람들이었다는 식인데, 이역시 납득은 잘 되지 않는다.
작가의 시각이 조금 거슬리는데, 전반적으로 일본 전통적 가치들을 높이고 물질주의적이고 서구적인 가치들을 문제삼는다. 이 전통적 가치들이라는게 비 물질적이고 가족주의적이고 흔히 말하는 '사람냄새나는' 것들인데, 이에 대한 찬양이 조금 지나치다. 소설에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너무 대놓고 말해서 오히려 거부감이 든다고 해야 할까. 그리고 전통적인 일본을 선한 가치로 내세우면서 그와 반대로 뉴욕을 온갖 악하고 잘못된 것들의 온상으로 묘사하는데, 그 대비가 '인간적인 것과 물질만능주의의 대비'가 아니라 '일본과 미국의 대비'처럼 보여서 불편할 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