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9. 23. 21:54



옥수수와 나(제36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2012년)

저자
김영하 지음
출판사
문학사상 | 2012-01-16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현대 소설의 흐름을 보여주는 이상문학상 작품집!2012년 제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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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영하의 작품을 하나도 안 읽어 봤다. 문학동네에서 김영하의 작품들을 이쁜 디자인으로 내던데(이쁜 디자인이라기보다는, 역시 같은 작가의 작품을 같은 컨셉의 디자인으로 만들어놓으면 소장하고 싶은 마음이 더 생기는 듯), 한 번 읽어보고 싶었다. 그렇다고 덜컥 아무거나 집어보기도 그래서 망설이던 차에 알라딘 중고서점에 김영하가 대상을 수상한 <이상문학상 작품집>이 있었다.


2.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 작가의 작품을 읽어본 지도 꽤 됐다. 국어교과서의 영향인걸까, 우리나라 작가들에 그다지 관심이 가지 않았다. 일본 소설과 만화책, 그리고 라이트노벨이나 판타지 소설 같은 것들을 접하면서 자극적인 이야기에 길들여져왔던 것도 있을 것이다. 짜게 먹다 보면 싱거운 음식을 먹을 수 없듯이. 즐겨 읽던 책들에 비해 교과서에 실린 소설들은 분명히 작품성이 뛰어나기에 선정된 것이겠지만 그 작품성이라는 것을 잘 이해할 수 없었다. 재미도 없고. 분석하는 것도 지겹고.


3. 이상문학상 작품집은 처음 읽어보는데, 대상 한 편과 대상 수상 작가의 자선작 한 편, 수상 소감, 문학적 자서전, 작가론, 작품론으로 대상 수상자를 위한 페이지가 할애되어 있다. 나머지는 우수상 수상작과 심사평이 있는데, 특이하게도 맨 앞에 선정 이유서 라고 글이 하나 있고 맨 뒤에는 이상문학상에 대한 설명이 있다.


4. <옥수수와 나>는 재미있었다. 우리나라 최고의 순문학 상이라는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라서 사실 교과서같은 느낌을 생각했는데, 내가 순문학에 대해 얼마나 고리타분한 생각을 갖고 있었는지 조금 알게 되었다. 대화가 많은데, 속도감이 있어서 좋았다. 자선 대표작인 <그림자를 판 사나이>는 느낌이 안 왔다고 해야 하나. 특히 마지막이. 


5. 우수상 수상작은 일곱 편인데, 특히 김숨의 <국수>와 조현의 <그 순간 너와 나는>이 참 좋았다. 


<국수>는 처음에 생뚱맞게 국수 반죽을 하는 장면에서 시작하지만 그 국수를 뽑는 과정 속에 새어머니와 주인공의 인생을 녹여내는 것이 감동적이었다. 뭉클함도 느껴졌고, 정말 밀가루를 반죽하고 국수를 끓여 새어머니의 식탁에 내어놓는 과정일 뿐인데 그 속에 너무나 많은 이야기가 있었다. 


<그 순간 너와 나는>은 마무리가 조금 허무했지만 오컬트적인 분위기가 나와 잘 맞았던 것 같다. 섬뜩하기도 했고. 내가 갖고 있던 '순문학'이라는 것의 고정관념과도 별로 맞지 않는 느낌이라서 신선하기도 했다. 


그밖에 다른 우수상 수상작도 좋았다. 하지만 함정임의 <저녁식사가 끝난 뒤>는 지루했다.


6. 심사평이나 평론가들의 글은 항상 어느 정도는 일반인의 시선과 동떨어진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상문학상 작품집의 심사평들을 보면서도 그런 생각은 크건 작건 들었는데, 특히 <옥수수와 나>의 작품론을 읽으면서는 거의 공감하지 못했다. 너무 확대해석한 것 같은 부분도 있고. 좋게 말하면 '여기서 이런 것까지 읽어내는 건가'하는 대단함이지만, 솔직히 말하면 작가도 이런 것까지 염두하지는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건 작가만 알겠지만. 내가 문학적 지식이 없는 것도 있고. 여튼, 내가 재미있게 읽고 내가 나름의 감상을 얻으면 그걸로 된 것이겠지. 평론가가 무엇을 읽어내든, 심지어 작가가 정말 의도한 것이 무엇이든.


7. 생각 외로 재미있게 읽어서 만족스러웠다. 뿌듯하기도 하고. 나 이상문학상 작품집 읽는 남자야!라는 느낌도 조금 들고. 하하하. 2012년도 말고, 김훈이 대상을 수상했길래 2004년도 이상문학상 작품집도 같이 사왔는데 처음부터 겁먹고 읽지는 않아도 될 것 같다. 뭐, 재미가 없다면 어쩔 수 없는 거지. 


8. (20120926추가)책 내부 디자인이 아주 좋다. 보통 책을 볼 때 한 페이지의 여백을 살펴보면 좌우 여백 폭이 같은데, <이상문학상 작품집>의 경우 책을 펼쳤을 때 바깥쪽의 여백이 좁고 안쪽의 여백이 넓어서 책을 조금만 펼쳐도 안쪽의 글짜까지 잘 보인다. 책을 자꾸 많이 펼치면 책 가운데가 갈라지고 책장이 낱장씩 분리되는 경우도 있는데, 안쪽의 여백이 넓어 책을 끝까지 펼치지 않아도 되니 책 상태 유지에도 좋고 읽는데도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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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곰고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