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주의>
<싸이코>의 블루레이를 구매하게 된 건 이런 것 때문이었다. 예를 들면, 고전 소설을 읽는 수험생의 마음이라던지, 명작동화를 읽게 하는 부모님의 마음이라던지, 재미 없지만 앞으로의 공부를 위해 꼭 들어야 하는 지루한 개론 수업을 듣는 대학생의 마음이라던지. 알프레드 히치콕이라는 이름은 이미 스릴러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고, 영화 <싸이코> 역시 스릴러의 고전같은 느낌이 든다.
'어차피 중고로 사는 거니 재미 없으면 다시 팔면 되고 유명한 고전 영화니 한 번쯤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게다가 1960년에 만들어진 흑백영화를 내가 내 의지로 또 언제 보겠어.' 이런 마음으로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집어왔던 것이다.
부동산 경리인 마리온은 돈 때문에 애인과의 결혼이 힘들다. 어느날 부동산에서 거래름인 4만달러를 훔쳐온 마리온은 도주중에 낡은 모텔에 묵게 된다. 모텔은 괴팍한 병든 노모를 모시는 노먼 베이츠가 운영하고 있다. 마리온은 모텔에서 묵게 된 첫날 밤 노먼 베이츠의 노모에게 살해당한다. 마리온의 언니와 애인, 그리고 부동산에서 고용한 탐정이 마리온을 찾기 시작한다.
우선, 흑백영화임에도 상당히 깔끔해서 놀랐다. 대사나 연기는 요즘 영화와 비교하면 연극같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하다. 그 유명한 샤워실 살인 장면은 생각보다 되게 허술하다. 마지막 심리학자의 장황한 설명은 별로 선호하지 않는 결말 방식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것과는 별개로 옛날 영화임에도 이야기가 재미있었고 긴장감도 있었다. 은근 긴장하는 내 자신이 신기하기도 했고. 노먼 베이츠 역을 맡은 배우 안소니 퍼킨스의 연기는 정말 좋았다. 심리학자의 트릭 설명 이후 마지막에 홀로 감금된 노먼 베이츠는 오히려 샤워실 살해 장면보다 더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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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 관해서는 남들정도의 관심밖에 없는(=아주 뜨거운 화제가 아니면 알지 못하는) 나에게 좌파와 우파라는 구분은 항상 의문의 대상이었다. 좌우 구분의 본질적인 필요성부터 구체적인 각각의 주제에 관한 좌우의 주장과 근거에 이르기까지. 좌파와 우파는 매우 광범위하게 쓰이는 용어이지만 그 역사에서부터 시작하여 엄밀한 정의에 대해 알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생각보단 많지 않은 것 같다(특히 나같은 사람들은 더욱더). 물론 엄밀히 정의하는 것이 가능한지도 모르겠지만.
<좌우파 사전>은 좌파와 우파 사이에서 논쟁이 되었던 주제들을 광범위한 분야에서 끌고와 다룬다. 민주공화국-주권의 공존과 충돌-시장과 대안-공공성과 효율성-인권과 사회-지식과 권력 이라는 큰 주제들 속에서 세부적인 주제를 다시 나눠 논한다.
구성이 참 좋다고 느꼈다. 각 장 별로 주제에 대한 소개-우리나라의 현실-우파의 의견-좌파의 의견-정리-사전적 의미 순으로 장이 진행되는데, 각각의 주제에 대해 이해하고 정리하기 참 좋았다. 거기에 정리 부분에서는 각 주제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책이 추천되어있어서 각 주제를 좀 더 심도있게 파고들어보고 싶은 사람을 위한 가이드 역할도 해낸다.
다만 아쉬운 점은 책 제목이 '좌우파' 사전이면서 전체적인 내용이 좌파에 치우쳤다는 점이다. 챕터에 따라 좌우파의 의견이 비교적 고루 반영되있다고 생각되는 부분도 있지만 좌파의 의견이 더 강조된 챕터가 더 많다. 우선 주제별 소개와 우리나라의 현실, 정리, 사전적 의미와 같은 중립적이어야 할 부분들에서도 좌파의 의견을 반영하고 있다고 느껴지는 경우가 많았고, 좌우파의 의견에서도 우파의 의견은 피상적으로만 다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순서에서도 우파의 의견이 먼저 나오고 좌파의 의견이 나오다보니 좌파가 우파의 의견을 반박하는 모양새였지만 우파는 그러한 좌파의 의견에 다시 반박하기 힘든 구조였다.
전체적으로 사회 전반의 다양한 분야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좋은 가이드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좌파의 의견에 비해 우파의 의견이 소홀하게 다뤄지고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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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히어로즈의 단장인 이장석의 별명 중 하나가 '빌리장석'이다. 여기서 '빌리'가 이 영화의 주인공 빌리 빈 단장에서 따온 것이다. 빌리 빈 단장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단장으로, 당시 선수를 평가하는데 있어 불합리한 요소들이 반영되는 것을 반대하고 세이버메트릭스를 활용해 저비용 고효율의 선수들을 영입하여 메이저리그에 새바람을 불러왔다. 영화는 이 이야기를 다룬다.
원작인 책 <머니볼>은 경영학 서적으로 분류된다. 경영학을 배우지 않은 사람도 알고 있는 '블루오션' 전략의 야구판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 하다. 또는 합리적 의사결정 과정을 도입한 이야기라던지. 뭐 하여튼, 경영학적 관점에서 관심있어할 사례인 것은 분명하다.
피터는 구단이 선수를 사오는 것이 아닌 승리를 사와야 한다고 말한다. 구단의 목적은 승리하는 것이고, 그 수단이 좋은 선수(=팀의 승리에 기여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 선수)를 데려오는 것이다. 빌리 빈 단장은 그 말을 실행으로 옮긴다. 구단의 모든 스카우트들, 외부의 시선, 심지어 같은 팀 감독마저 반대하지만 자신의 믿음을 실천으로 옮긴다. 물론 빌리 빈도 그 과정에서 의문을 갖기도 하고 실패할까 초조해하고 두려워하기도 한다. 하지만 끝내 실천으로 옮기고 그의 실험은 (어느정도) 성공한다.
빌리 빈의 신념과 그를 지탱해주는 피터의 이야기가 극적이진 않지만 재미있고 감동적이다.
DVD의 모든 부가영상에는 한글자막이 들어있다. 브래드 피트의 NG장면, 삭제장면, 빌리 빈에 관한 인터뷰, 영화 제작 뒷이야기가 부가영상으로 수록되어있다.
브래드피트의 NG장면은 별거 없다. 그냥 한 씬에서 브래드 피트가 웃음을 참지 못해서 자꾸 NG가 났던 장면만 들어있다. 삭제장면은 '이 장면이 왜 빠졌을까' 생각하면서 본다면 어떤 영화던 삭제장면은 볼만하다. 가장 흥미있던 부분은 빌리 빈에 관한 인터뷰이다. 원작 작가와 감독, 각본가, 빌리 빈 본인도 나온다. 게다가 알렉스 로드리게스도 잠깐 나온다! 다양한 사람들이 나와 당시의 분위기와 이후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영화가 실존인물의 실화에 기반한 이야기다보니 이 인터뷰들도 흥미로웠다. 영화 제작 뒷이야기는 개인적으로 크게 흥미롭진 않았다. 2002년의 야구를 복원하기 위해 구장을 꾸미고 락커룸을 만들고 유니폼을 만든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영화에서는 실제 당시 경기의 자료화면과 이를 바탕으로 다시 찍은 장면들이 함께 나오는데, 자료화면과 다시 찍은 장면간의 느낌이 너무 달라 개인적으로 불만이었다. 특히 선수에 집중시키려고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경기에서 구장을 어둡게 처리하고 선수쪽에만 조명을 비춰 찍은 장면들이 있었는데, 실제 야구 볼 때와 느낌이 달라 오히려 집중이 안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