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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10.03 프로메테우스 재감상
- 2014.09.18 퍼시픽 림 재감상.
- 2014.09.03 여자, 정혜
- 2014.08.28 부초 이야기
- 2014.08.02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 2014.08.02 명량
- 2014.07.30 18회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에서 본 영화들 모음
- 2014.07.13 혹성탈출 : 반격의 서막
- 2014.07.13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
- 2014.06.23 글로 못 남긴 몇 편의 영화들 짤막 감상.
<프로메테우스>는 거대한 영화다. 개봉 당시 걸작이다vs아니다 사이에서 많은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관심있는 영화는 이동진과 허지웅의 평을 종종 찾아보곤 하는데, 허지웅이 '문학적인 서사의 결이 풍부하다'고 한 말은 당췌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다른 이들이 뭐라 하건, 나에게 <프로메테우스>는 굉장한 '경험'으로 다가왔던 영화다.
인류의 탄생으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어쩌면 인류의 탄생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 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쩌면 인류의 탄생에 대한 이야기일 지도 모른다.
처음 봤을 때는 규모에 감탄했다. 몇 가지 인상에 남는 장면들이 바로 '인간이 어찌 할 수 없는 압도적인 무언가'를 생각하게 하는 장면들이었다. 포스터에도 나오는 거대 인간 두상, 데이빗이 외계인의 우주선을 작동시킬 때 나타나는 우주의 모습, 그리고 우주선이 추락할 때의 거대함. 극장에서 처음 볼 때는 압도되어 보았던 것 같다.
며칠 전에 다시 볼 때는 그보다는 물고 물리는 관계가 눈에 들어왔다. 자신을 만든 창조주를 찾아가는 인간과, 또 자신을 만든 인간과 함께하는 데이빗의 모습. 인간은 창조주인 외계인들에게 자신들을 만들어내고 또 멸망시키려 한 이유를 묻고 싶었지만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 데이빗 역시 자신의 창조주인 인간들을 알기 위해 항해하는 내내 우주선에 탑승한 인간들의 꿈을 읽고 인간들을 공부하지만, 글쎄. 데이빗의 눈에 비친 인간은 어찌 보면 자신보다도 더 불완전한 존재이다. 아마 인간들은 자신을 만들어낸 존재를 '신'이라고 생각해왔고 그렇기 때문에 자신들이 창조된 데에도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이유가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했을 테지만, 어쩌면 외계인들이 인간을 만들어낸 이유는 그리 거창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찰리가 데이빗에게 인간이 휴머노이드를 만들어낸 이유를 이야기할 때 '그냥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이 되어서'라고 말한 것처럼.
인간의 존재 이유가 우리가 생각한 것처럼 아무렇지 않다는 것은 이런 것일 수도 있다. 우리가 인간 중심적인 사고를 하는 이유는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우리가 우리 자신을 신의 의지에 발을 디디고 존재하는 존재라고 생각한다는 것. 하지만 사실은 그런 것이 아니라, 우리는 그저 우주를 구성하는 다른 모든 것과 동등한, 그저 그뿐인 존재일 뿐이라는 것. 그리고 우주에는 우리가 인지하는 것조차 힘든 무언가가 존재하고, 그에 비하면 우리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
어찌 보면 단순히 이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창조주가 심심해서 창조물을 만들어내고, 또 창조물이 알 수 없는 이유로 그들을 없애버리려 하는 것처럼, 감독 역시 자신이 이런 영화를 만들 능력이 되어서 만든 것이다. 그리고는 에일리언의 프리퀄이니 뭐니 관객들이 설왕설래 하는 것을 저 멀리서 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리들리 스콧이 창조주에 버금가는 그런 존재인 것은 아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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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주의>
작년 여름 극장에서 본 <퍼시픽 림>을 다시 봤다. 마침 오늘 생일선물로 주문받은 블루레이가 도착해서. 오랜만에 봐도 역시나 재미있다.
개봉 당시 <퍼시픽 림>은 호불호가 매우 갈리는 영화였다. 적어도 내가 본 감상평들 가운데 '그냥저냥 볼만 했어요'는 없었던 것 같다. '완전 최고!'와 '완전 쓰레기...'는 많았지만.
평이 갈리는 이유는 아마 이 영화가 지향하는 바가 매우 명확하고 그를 위해 다른 모든 것들을 희생했기 때문일 것이다. <퍼시픽 림>은 '거대 로봇 vs 거대 괴수'라는 목표만을 성취하기 위해 만들어진 영화다. 영화가 크게 비주얼과 스토리로 구성된다고 한다면, 비주얼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스토리를 포기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를 볼 관객들 역시 명확해진다. 스토리가 빈약하더라도 길예르모 델 토로가 만들어낸 거대 로봇과 괴수의 전투만으로 환호할 수 있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이 영화를 재미있게 볼 관객들이다. 그리고 내가 바로 그랬다.
예거와 카이주의 대격돌. 로봇이나 괴수가 등장했던 다른 어떤 영화에서도 느끼지 못했던 압도적인 비주얼이 상영시간 내내 가득하다. 거대함이 부딫히는 전투 장면은 방정맞지 않고 웅장하다. 내지르는 주먹의 속도는 빠르지 않지만, 오히려 그 느린 속도에 긴장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퍼시픽 림>의 매력이다. 또다른 로봇 영화의 대표인 <트랜스포머>와 비교했을 때, 이 매력은 더욱 빛난다. <트랜스포머>의 로봇들은 예거에 비하면 오히려 '아기자기'하고 '방정맞다'고 해야 할 정도다.
이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많은 사람들이 언급하는 스토리도 짚고 넘어가야겠다. 적어도 뼈대는 있다. 그저 거대 로봇이 괴수와 싸우는 것을 보고싶다면, 그냥 전투장면만 모아놓은 영상으로 대신해도 된다. <퍼시픽 림>은 영화이기 때문에, 멋진 전투장면들을 이어붙일 정도의 스토리는 존재한다. 어찌보면 스토리는 전투 장면을 잇기 위한 접착제 정도밖에 못 한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것이 이 영화의 미덕인 것을 어찌하랴.
네이버 기자 평론가 평점을 보면 송경원씨가 이렇게 썼다. '크기는 정의다. 양덕은 진리다.' 그렇다. 크기는 정의다. 그리고 덕중의 덕은 양덕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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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상처받은 사람들은 자신을 어떻게 치유할까.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기 위해 특별한 어떤 방법을 사용해야 할까? 아니면 자연히 치유되는 것일까.
정혜는 많은 상처를 안고 있다. 직업을 갖고 생활도 하고 있지만 그뿐이다. 직장 동료들과도 피상적인 대화만을 이어가는 그녀의 마음을 달래주는 것은 화초가꾸기밖에 없다. 그런 그녀의 일상에 아주 작은 변화가 찾아오고, 그로 인해 정혜는 바뀌어간다.
일상의 작은 변화라는 것은 상처가 낫게 되는 어떤 계기이다. 그 계기가 영화에서는 어쩌면 그냥 스쳐지나갈 수도 있을 만남으로 표현된다. 이처럼 사소한 것이라는 말은 결국 만남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녀의 마음의 변화가 중요하다는 말일 것이다. 마음을 달리 먹는 것, 그것이 멈춰서있던 자신을 다시 걷게 만들 원동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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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국제 음악 영화제의 프로그램인 '원 썸머 나잇' 첫째 날 상영한 영화. '원 썸머 나잇'은 청풍호반에서 열리는 프로그램인데, 저녁 8시부터 영화를 상영하고 영화가 끝나면 공연이 준비되어 있다.
<부초 이야기>는 무성영화인데, 피아니스트가 상영시간동안 피아노를 계속 연주해줬다. 무성영화도 처음 보고 무성영화에 피아니스트가 배경음악을 라이브로 연주하는 것 역시 처음. 해가 지고 어두워진 야외에서 무성영화가 상영되고, 피아노 소리도 들리고, 바로 옆에는 청풍호가 있고, 풀벌레 소리가 들리고, 하늘에는 별도 간간히 보인다. 굉장히 낭만적이고 인상적인 경험.
영화는 제목 그대로 부초처럼 떠돌아다니면서 유랑극단을 운영하는 주인공의 이야기이다. 주인공은 부인도 아들도 포기한 채 자신의 유랑극단을 운영하며 이곳저곳을 순회하며 공연을 하는 남자다. 극단에는 자신의 정부인 여자도 있다. 어느날 주인공의 극단은 아들과 부인이 사는 마을에서 공연을 하게 된다. 주인공은 당연히 부인과 아들을 만나러 가는데(아들에게는 아버지가 예전에 죽었고 주인공은 삼촌인 것으로 되어있다), 그것을 정부에게 들킨다... 하며 이야기가 흘러간다.
옛날 영화라 그런건지 모르겠는데 부인은 아들이 탐탁지 않은 여자를 만나건 말건 집을 나가건 말건 남편이 정부를 만들었건 말건 다 상관 없고 그냥 남편이 돌아오면 기분이 좋은 것 같아서 이해가 안 된다. 정부는 자기 애인의 아들을 꼬셔내달라고 극단 여자에게 부탁하질 않나. 은근히 막장 스러운 부분이 있다.
떠돌아다니는 사람들의 인생 애환...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 나에게 와닿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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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주의>
<어벤져스>의 우주판이라는 평에 많이 기대했던 영화. <명량>을 보고 바로 다음에 이어서 봤다.
여러 캐릭터들이 모여 투닥거리다가 하나가 되고 사건을 해결한다는 점에서는 <어벤져스>를 떠올릴 수 있겠지만, <어벤져스>의 주인공들이 히어로로써 특징적인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 비교하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주인공들은 그렇지 않다.
여러모로 <어벤져스>와 비교하게 되는데,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어벤져스>의 주인공들은 이전에 각자 자신의 캐릭터를 구축하기 위한 영화륻을 배경으로 해서 캐릭터 잡기가 수월했지만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이 영화로 처음 선을 보인다는 점이다. 하지만 짤막한 장면들을 통해 캐릭터 잡기에는 성공한 듯 하다. 특히 그루트의 경우 가장 특징적이고 매력적인 캐릭터로 자리잡는다.
전체적으로 어수선한 우주 활극인데, 개그의 시도에 비해 성공률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빵 터지는 개그보다는 잽을 많이 날리는데, 개인적으로 웃긴 것도 있었지만 별로인 것도 있어서.
기대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쁘진 않았다. 우주를 배경으로 한데다, 모르는 등장인물이 너무 많이 나와서 마블 유니버스의 연속이라는 느낌은 별로 들지 않았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악당은 로난이지만, 로난의 배후에 있던 타노스도 등장한다. 타노스는 <어벤져스 3>의 악당이라던데, 그럼 그때쯤 되어야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 <어벤져스>와 만나게 되는 걸까.
+엔딩 쿠키 영상에 나오던 오리는 뭐지.
++아기?그루트 열쇠고리 같은거 나오면 사고싶다...움직이는거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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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성탈출 : 반격의 서막 (0) | 2014.07.13 |
<스포일러 주의>
최민식에 류승룡이라 기대가 컸다. 감독도 재미있게 봤던 <최종병기 활>의 김한민 감독이고. 그러고보니 류승룡은 둘 다 나오는구나. 그것도 악역으로. 그것도 우리나라 말 안 쓰는.
결론적으로는 매우 실망이다. 전반부는 이순신이 얼마 없는 병력을 추슬러 전투를 준비하는 과정이고 후반부는 명량해전 이야기이다. 전반부는 굉장히 지루한데, 이순신과 구루지마를 제외하고는 그다지 캐릭터가 잡히지 않는다. 전부 다 조연급도 안 되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희미한 인상일 뿐이다. 그러다보니 후반부의 명량해전 역시 몰입감이 떨어진다. 아니, 애초에 명량해전에서의 중요한 역할 역시 이순신과 구루지마 뿐이다. 거기에 더해 임준영 정도? 전투 장면은 박진감넘친다기보다는 전투장면에서 억지로 눈물을 짜내려고 한다. 명량해전 자체가 엄청난 병력 차이를 극복한 극적인 전투이지만, 영화에서는 그 과정도 너무 신파의 연속이다. 특히 나는 일반 백성들이 이순신의 고전에서 용기를 얻고 감화되어 응원하는 장면이 별로였다. 한 무리의 대중이 이런 식으로 하나되는 모습은 대개 오글거리고 자연스럽지 않았는데, <명량>에서도 마찬가지다.
여러모로 기대가 컸지만 실망도 컸다. 솔직히 잠 오는걸 참느라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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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주의>
아름다운 인어가 아니라 식인 인어를 다룬 영화. 이야기가 새롭지는 않다. 두 남녀가 섬에 놀러갔는데, 괴상한 노인은 그 섬은 위험하니 가지 말라고 주의를 준다. 당연히 주인공 일행은 그 주의를 무시하고, 그래서 식인 인어를 만나게 된다.
평범하게 이야기가 진행되고 평범하게 긴장되었지만, 마지막에 말이 너무 많다. 영화가 모든 것을 대사로 설명하려고 하는 것은 싫다.
더 마스터즈 섹션의 영화라 기대했는데, 실망스러웠다. 개인적으로 소리로 깜짝깜짝 놀래키는 스타일을 좋아하지 않는데, 이 영화가 그런 스타일이었다. 무서운 장면에서는 어김없이 갑작스러운 큰 소리가 터진다. 생각보다 진부한 이야기에 안개를 배경으로 한 몇몇 장면만이 기억에 남는 영화였다.
극한 상황에서 인간의 변화는 항상 흥미로운 주제이다. <크레이터즈 오브 더 문>에서는 한 커플이 나온다. 사이 좋던 커플은 폭설로 인해 평원 한가운데에서 발이 묶인다. 차에는 연료도 많지 않고, 식량도 거의 없는 상황. 커플의 심리는 점점 변화한다.
남자의 성격은 원래 충동적이고 이기적이다. 그는 심각한 상황에서 여자를 자극하는 장난을 치고, 자신의 생존이 항상 우선이다. 그런 남자의 성격이 눈 속에 같이면서 더 심해진다. 여자는 처음엔 순종적이고 조용한 듯 보이나 위기 속에서 남자의 극단적인 성격을 겪게 되면서 점차 변화한다. 결국 여자는 마지막에 남자를 죽이고 혼자 구조된다. 참혹하게 남은 남자의 시체를 바라보며 담배 한 대를 피우는 여자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영화에서 주인공은 여자이다. 눈 속에 파묻힌 상황도 재난이지만, 남자의 충동적이고 폭력적인 성격 역시 재앙이다. 남녀가 재난을 맞이하는 것이 아니라 여자가 외부 환경과 사람으로부터 오는 모든 위기를 겪어낸다.
재미있었지만, 남녀의 변화가 더 섬세하게 진행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좀비 다큐멘터리를 기대했다. 특히 좀비영화가 갖고 있는 상징성과 다양한 좀비 영화에서 좀비를 어떤 의미로 사용했고 어떻게 변화해왔는지와 같은 것들을 기대했다.
전반부는 그러한 내용이다. 좀비의 기원부터 시작해서 좀비를 다룬 장르의 성립, 그리고 최근 미디어에서 나타나는 좀비의 이미지와 상징성과 같은 것들. 하지만 후반부로 가면 별 희안한 내용이 다 나온다. 좀비 마니아들의 좀비 사랑, 좀비 행진, 심지어 좀비가 습격했을 때를 대비한 생존 물품이나 방공호 등. 이런 부분은 내가 궁금해했던 내용이 아니다. 전반부의 내용이 더 심도있게 다루어졌으면 좋았을 것 같다.
카니발
Cannibal
- 감독
- 마누엘 마틴 쿠엔카
- 출연
- 안토니오 드 라 토레, 올림피아 멜린테, 마리아 알폰사 로소, 호아킨 누녜즈, 그레고리 브로사드
- 정보
- 스릴러 | 스페인, 루마니아, 러시아, 프랑스 | 116 분 | -
소재는 자극적이지만 굉장히 절제된 화면을 보여준다. 아니, 애초에 시체를 해체하는 모습이 많이 나오지 않는다. 영상만 보면 아름다운 자연 풍경과 종교인의 일상을 담아놓은 것만 같다. 절제된 영상이 아름답긴 하지만, 주인공의 인육을 먹는 의미를 잘 모르겠다. 자극적인 소재를 절제된 영상으로 담아낸 것은 흥미로웠지만 딱 그정도.
눈밭을 배경으로 한 서부극. 부천초이스 장편부문 작품상 수상작이다. 배경은 서부극의 느낌이 아니지만 카우보이 복장의 주인공이 나오고 마지막의 결투 장면은 서부극 느낌이 난다. 색다른 느낌의 서부극이랄까. 템포가 빠르지는 않지만 재미있다.
진부한 소재이고 이야기도 진부하다. 이야기만 보았을 때 개성적이라고 하기 힘들지만 골고루 뿌려진 개그코드가 정말 재미있다. 대박 개그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중박은 치는 개그들이 고루 분포되어있다. 진부해도 집중해서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부천초이스 단편
우주 속으로 : 인간이 전체를 인지할 수도 없을 정도로 거대하고 절대적인 초월자의 존재는 공포 그 자체이다.<우주 속으로>는 우주미아가 된 주인공을 충격적인 결말로 끌고 간다. 우주 미아가 되어 떠다니던 주인공은 지구의 환상을 보지만, 정신을 차려보니 알 수 없는 우주 공간 어딘가로 흘러와있었다. 그리고 그 곳에는 수많은 우주비행사들이 미아가 된 채 떠돌고 있었다. 이런 결말 좋아.
악심 : 원숭이 악심의 몸에 사람인 춘자의 영혼이 들어가 일어나는 일을 이야기한 애니메이션. 하지만 원숭이의 이야기와 춘자의 이야기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서 다른 두 개의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거침없이 죽여라! 맥블라스터 : 서부극으로 시작해 SF로 끝나는 영화. 서부극에 나오는 현상금사냥꾼인 맥블라스터는 죽인다. 다 죽인다. 만나는 사람마다 다 죽인다. 배경음악인줄 알았지만 사실은 맥블라스터 옆에서 기타치는 사람이 직접 부르는 노래였다. 그 가수를 죽인다. 현상금이 걸린 악당을 죽인다. 그 악당은 알고보니 외계인이었다. 외계인은 외계의 부하들을 데려왔다. 그래서 다 죽였다. 레이져총을 빼앗아 근처에서 놀고 있던 불랑배를 죽였다. 살아난 가수가 다시 통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다. 그 가수를 죽였다. ...이런 이야기. 웃겨서 죽을뻔.
팡이요괴 : 주인공은 병든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극빈층이다. 집세는 5개월이나 밀렸고 집은 곰팡이로 가득찼다. 어느날 자신도 모르는 아름다운 여자가 부인 행세를 하고 있고 아픈 어머니는 건강해져있다. 주인공은 다시 행복해졌지만 집의 곰팡이는 점점 심해지고 여자는 곰팡이를 없애지 말고 모르는 이를 집에 들이지 말라고 한다. 주인공이 이런 환상에 취해있는 동안 집은 점점 만신창이가 된다. 우렁각시 이야기를 생각나게 하는 전래동화 같은 이야기이지만, 빈곤을 극복할 수 없어 현실에서 도피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비극적이다.
래빗 105 : 보통 공포영화나 스릴러에서 문란하고 사치스러운 여자는 희생양이 되고 만다. 그래서 주인공이 되지 못하는데, <래빗 105>에서는 그런 문란하고 사치스러운 여자가 주인공이다. 주인공은 아버지의 카드로 쇼핑을 끝내고 주차장에 차를 찾으러 간다. 하지만 차는 사라지고 없고 아무도 없는 주차장에서 누군지 모를 사람의 습격을 받는다. 공포의 대상이 누군지 나오지 않지만, 그렇기 때문에 주인공인 여자가 당하는 재앙과도 같은 상황은 주인공의 일상에 대한 처벌처럼 느껴진다.
그림자연극 : 중국영화인줄 알았는데 프랑스 감독이었다. 그림자 연극을 생업으로 삼고 있는 남자는 보잘것 없다. 하지만 길가다 우연히 만난 여성에게 반하게 된다. 집에 돌아오던 중 오토바이 사고를 당한 주인공은 점점 몸이 그림자로 변한다. 결국 그림자가 된 주인공은 자신이 반한 여성의 몸에 들어간다. 다음날, 여자는 출근하지만 그녀의 그림자는 남자의 모습이다. 이런 비스무리한 이야기를 어디서 본 것 같은데...잘 기억은 안 난다. 결말이 좋았다. 해피엔딩일 수도 있지만 배드엔딩일 수도 있다. 내 생각엔 해피엔딩이다.
자매들의 시간 : 일단 자매로 나온 배우들의 연기가 어색해서 집중을 못 했음.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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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전편과 마찬가지로 블록버스터이지만 인물 사이의 갈등에 더 눈이 간다. 인간 집단에서도 유인원을 믿는 쪽과 믿지 않는 쪽으로 나뉘고, 유인원 집단에서도 인간을 믿는 쪽과 믿지 않는 쪽으로 나뉜다. 다들 나름대로의 당위성도 가지고 있고. 하지만 결국 자신이 경험한 일부만으로 전체를 파악하려 했기 때문에 비극이 일어난 것 같다.
집단도 그렇지만, 개인을 판단함에 있어서도 비슷한 실수를 자주 범한다. 사람을 길게 보고 사귀어야 한다는 말이 맞는 것이, 길게 보고 함께 다양한 경험을 해보아야 그 사람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장님이 코끼리를 만지는 것처럼.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이 모르던 그 사람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면 배신당했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은데, 어떤 경우에는 그게 배신이 아니라 그냥 그런 사람일 뿐이었던 적도 있다. 뭐 그런 기억들이 났다.
하여튼, 영화는 믿음을 가지고 관계를 가지려 노력했지만 그것이 결국 완전한 결별로 이어지는 비극적인 이야기다. 마지막에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말콤과 그를 복잡한 표정으로 쳐다보는 시저의 모습이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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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에서 예전에 보고 1주일 전 쯤인가, 2편인 <혹성탈출 : 반격의 서막>이 개봉하길래 또 보았다. 때맞춰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구입.
주인공이 사람이 아니라 침팬지인 시저인데, 사람이 아닌 유인원을 가지고 이런 감정묘사를 해낸다는 점이 놀랍다. 미세한 표정 묘사는 오히려 사람보다 더 낫다는 느낌. 더해서, 블록버스터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시저가 느끼는 감정들, 기쁨과 애정, 절망과 재기의 흐름이 대규모 전투 장면보다 더 부각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볼거리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볼거리의 초점이 그런 대규모 장면이 아닌 시저의 표정이라는 것이다. 이 영화는 시저로 시작해서 시저로 끝나는 그런 영화다. 사람도 아니고, 실제 침팬지도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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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막판으로 봤다. 노래도 좋고, 왕자의 힘을 빌리지 않고 처리한다는 부분도 좋았다. 그럼, 공주가 왕자에 의지하기만 하는 것은 옛날 이야기지. 디즈니 영화는 선택했을 때 적어도 후회하지는 않는 것 같다. <라푼젤>도 재미있게 보았고. 끝나고 효린이 부른 렛잇고가 나오는데, 개인적으로는 효린 버전이 더 좋더라.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 (2014)
Captain America: The Winter Soldier
- 감독
- 조 루소, 앤소니 루소
- 출연
- 크리스 에반스, 스칼렛 요한슨, 사무엘 L. 잭슨, 로버트 레드포드, 세바스찬 스탠
- 정보
- 액션, 어드벤처, SF | 미국 | 136 분 | 2014-03-26
스칼렛 위도우와 캡틴 아메리카가 썸타는 듯한 모습이 좋았는데, 결국 썸은 이루어지지 못한 듯... <어벤저스>에서 캡틴 아메리카는 정의감만 앞서지 정작 힘은 없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주변에 있는게 토르, 아이언맨, 헐크니까. 하지만 여기서 캡틴 아메리카의 액션은 정말 멋있다. 헐크, 토르, 아이언맨이 인간이 아닌 것들과 싸우는 전투라면 캡틴 아메리카는 인간과의 전투에서 최강인 느낌. 그리고 캡틴 아메리카의 '캡틴'으로서의 능력이 이번 영화에서 완전히 드러난다. 자신의 정의감으로 사람들을 끌어당기고 지휘할 수 있는, 진짜 '캡틴'의 모습을 본 것 같다. 캐릭터가 더욱더 확고해지니 <어벤저스 2>가 더 기대된다.
마이클 패스벤더 하앜... <엑스맨 3>와 이어지는 부분도, 이어지지 않는 부분도 있다. 나는 <엑스맨 3>가 기억이 잘 안 나서 몰랐는데, 여자친구의 말을 듣고 보니 이 영화는 <엑스맨 3>에서 이어지는 영화는 아닌 것 같다.
<엑스맨 :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는 '틀린'게 아닌 '다른' 사람이고 싶은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메인으로 내세우는데, 이야기도 재미있고 주요한 캐릭터들도 매력적이다. 특히 마이클 패스벤더는 <엑스맨 : 퍼스트 클래스>에서부터 이어지면서 젊은 매그니토의 매력을 극대화 시킨다.
몇몇 정말 멋진 장면들이 있었다. 정조가 쏟아져오는 암살자들과 맞서는 장면은 정말 멋졌다. 한지민의 팜므파탈 연기도 조금 과한 것 같긴 했지만 너무 멋있었고. 영화 초반에 한지민이 현빈을 맞이하고 대화하는 장면은 긴장감이 돌았다. 하지만 그정도가 끝. 현빈 위주로 홍보가 됐던 영화지만 사실 현빈이 확실한 원톱은 아니다. 정재영도, 조정석도, 조재현도 다들 나름의 이야기가 있는데, 그걸 전부 다 메인으로 다루려고 하다 보니 영화가 집중이 안 된다. 번잡스럽달까. 이렇게 이야기의 가지가 많더라도 클라이막스로 가면서 정교하게 합쳐지고 뒤섞여서 하나의 큰 결론으로 이어지면 좋을텐데, 결국 따로따로 결말을 맺고 말아 아쉽다. 몇 안 되는 멋진 장면과 현빈의 등근육으로 끝난 영화.
아참, 아무리 주연급이라고 해도 그렇지, 총맞고 칼맞고 몸이 만신창이가 됐는데 할 말 다 뱉고 죽는 그런 모습은 너무 현실감이 없다. 대사도 너무 많아서 오히려 그때 전달되어야 했을 감동이 너무 퇴색되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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