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에 해당되는 글 102건
- 2012.11.16 우리는 사랑일까
- 2012.11.11 007 스카이폴
- 2012.11.04 아르고
- 2012.11.04 불안한 동화
- 2012.11.01 (500) DAYS OF SUMMER : The Shooting Script
- 2012.10.27 박사가 사랑한 수식
- 2012.10.24 마술은 속삭인다
- 2012.10.21 무한도전 300회 특집
- 2012.10.21 the curious incident of the dog in the night-time
- 2012.10.17 성녀의 구제
책 정보 검색하면서 알았는데, 개정판이 있다. 하드커버. 내가 읽은 책은 소프트커버에 2005년에 출간된 판. 책 정보 넣는데 제목으로 검색하니까 '사랑' 들어간 책이란 책은 모두 나오는 듯. 검색능력이 쓰레기같다. '알랭 드 보통'으로 검색해서 찾긴 했지만.
뭐 하여튼 꽤 긴 시간동안 읽은 <우리는 사랑일까>. 그냥 유명한 작가라 이름은 알고 있었는데(게다가 영화 <500일의 썸머>에서 남자 주인공이 읽는 책이 이 작가의 <행복의 건축>이다) 알라딘 중고서점에 있길래 어떤 책을 쓰나 궁금해서 집어왔다. 뒤의 설명에 보면 연애소설이라기에 '별로 안 좋아하는 장르니 빨리 읽고 팔아버려야지'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굉장히 재미있고, 연애소설을 생각하고 이 책을 읽었다간 낭패를 본다. 로맨스라기보다는 '연애'라는 행위를 다루고 있는 소설이라고 해야 할까. 굉장히 흥미롭다.
책에는 여주인공 '앨리스'와 남주인공 '에릭'이 등장한다. 앨리스의 시점에서 에릭을 만나 연애를 시작하고 관계를 지속해나가다 결국 헤어지기까지의 과정이 책의 내용이다. 하지만 로맨스 소설에서 기대할 수 있는 로맨틱하거나 가슴아픈 에피소드, 문학적인 감정 묘사같은 것은 없다. 대신 작가는 둘 사이의 관계를(특히 주인공인 앨리스의 시점에서 바라본 연애를) 분석한다. 연애소설에서 쉽게 발견할 수 없는 사상가들의 이름이 등장하고 그들의 이론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것들에 비추어 둘 사이의 연애관계를 살펴본다. '소설'이라기 보다는, 사랑과 연애관계 뒤에 숨어있는 생각의 흐름들을 설명하려고 하는데, 그냥 설명하면 재미도 없고 어려우니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두 주인공을 등장시켰을 뿐인 느낌이다. 연애를 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이야들을 한 커플에게 몰아놓은 것 같다. 'case 1. 앨리스와 에릭 커플의 경우' 같은 느낌. 두 주인공의 에피소드를 위해 할애된 분량보다 그 에피소드에서 읽어낼 수 있는 것들을 설명하기 위해 할애된 분량이 훨씬 많은 듯하다.
그렇다고 해서 '겉으로만 소설인 듯한' 이 책이 지루하냐 하면 그건 또 아니다. 작가의 말솜씨도 재미있는데다가 잘 모르는 사상가들의 이야기를 통해 연애관계를 살펴보는 방식이 꽤나 재미있다. 전혀 지루하지 않고 오히려 두루뭉실하게 보여주는 소설보다 훨씬 더 명확하고 이해하기 쉽다고 해야 할까. 지나치게 분석적이다 보니 오히려 더 잘 이해되고 그런게 있다. 더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연애행위 뒤에 이렇게 많은 이야기가 있을 줄 몰랐다. 예전에 한 수업에서 교수님이 '사람은 둘만 있어도 그 사이에 권력관계가 형성된다'고 하셨는데 이 책을 보면서도 교수님의 말씀이 자주 생각났다. 순수해보이는 사랑 속에도 권력관계가 형성되어 있고 계산이 있고 다 그런 것. 그렇다고 이 책이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 비관적인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읽으면서 지금 하고 있는 연애에 있어 참고...라고 해야할까, 새로운 관점으로 우리를 바라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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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주의>
목요일에 봤지만 오늘 정리.
간략한 감상 위주로.
1. 다시 시작하는 007을 위한 영화. 네이버 영화에서 씨네21의 장영엽 평론가님이 '본드, 제임스 본드 비긴즈'라고 했는데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2. 제임스 본드는 자신의 고향이자 트라우마의 근원인 스카이폴에서 새로운 요원으로써 다시 시작하고, 007 프랜차이즈는 <007 스카이폴>을 통해서 이전까지의 시리즈를 청산하고 새로운 시리즈를 시작한다는 느낌.
3. 007 시리즈를 전부 보지 않았지만, 50주년을 맞이하여 새롭게 시작하려는 의지를 느낄 수 있다. 변화는 시리즈의 엔진인 007을 새로운 배우로 바꾸면서 시작되었고, 이제 <스카이폴>에 이르러 M, Q, 머니페니가 모두 바뀌었고, 본드걸은 사라졌다.
4. Q가 컴퓨터 천재 역할인 점은 <다이 하드4>를 생각나게 만든다.
5. 머니페니가 내근을 선택하는 것은 '머니페니 비긴즈'라고 해야 할까.
6. 피어스 브로스넌의 007을 자주 봐서 그런지 M이 바뀌니까 특히 어색하다.
7. <스카이폴>의 악역 실바는 <다크나이트>의 조커와 비슷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주인공(본드와 배트맨)과 등을 맞대고 있는 역할이라고나 할까. 조커와 비교하면 실바가 많이 약하기는 하지만.
8. 영화 내에서 시리즈의 과거에 대해 회상하고 앞으로의 존재 의미에 대해 이렇게 직접적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은 50년 동안이나 지속되어온 시리즈만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9. 음. 정말 멋졌다. 다시 생각하면 할수록. 영화 자체도 좋지만 새로운 전환점으로써의 역할을 완벽히 해냈다고 생각한다. 다음편이 어떨지 정말 기대하게 만든다.
10. 개인적인 생각인데, 마지막에 M이 제임스 본드에게 보여준 화일이 다음 편의 제목이 아닐까!! <007 24탄 일급기밀> 이렇게.
11. 전편까지는 잘 못 느꼈는데, 이번 편 보면서 제임스 본드 정말 멋있다고 생각했다.
12. 나도 Q 머리 하고싶어. 안그래도 볶을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더 길러서 저렇게 해달라고 할까. 뭐, 항상 문제는 그거다. 나는 벤 휘쇼가 아니라는거...
13. 스카이폴의 저택에서 적을 맞을 준비를 하는 장면은 꼭 <나 홀로 집에>같은 느낌이라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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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주의>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
영화를 볼 때 다양한 경로를 통해 보고싶은 영화를 추려내게 되는데, <아르고>의 경우는 줄거리가 확 왔다. 물론 감독의 전작인 <타운>이 재미있었던 것도 있지만, 줄거리가 끌린다. 영화 제작으로 위장한 구출작전? 게다가 실화가 바탕이라고? 역시 현실은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것인가.
영화는 재미있는데, 특히 구출 계획을 실행에 옮기는 이야기는 정말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물론 이야기 전개상 절정이기도 하지만, 긴장감이 차원이 다르다. 그 전까지, 계획을 준비하고 승인받고 이 과정이 상대적으로 지루한 지경.
근데 영화 보고 나와서 여자친구랑 이야기한 것은 구출 계획 보다는 이란의 시위에 관한 것이었다. 좋은 목적을 갖고 있어도, 많은 사람을 모으고 움직이기 위해서는 감정을 움직일 수 있는 한 줄의 문장이 필요하고, 그 문장과 그 감정으로 움직이게 되는 무리들에게는 역시 이성보다는 감정이 우선시되게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상태가 되면 이제 무고한 이들이 피해를 보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분명히 영화 초반에 미국의 잘못된 대외정책으로 이란 국민들의 분노를 샀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결국 영화를 보다보면 이란 혁명군?이 무지 나쁜 놈들 처럼 보인다. 물론 주인공은 무고한 자국 국민을 구하는 것이고 주인공은 선하다. 근데 그게 살짝, 뭐랄까, 주인공이고 국가의 명령을 받아(나중에는 좀 독단적으로 나가게 되긴 하지만) 움직이니까 주인공이 역시 미국을 대표한다는 생각이 살짝 들기 시작하면서 이란 혁명군이 나쁜 것처럼 보이게 되었다. 약간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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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 리쿠의 1994년 발표작. 국내에는 2007년에 출판되었다(이제 일본에서 언제 출판되었는지를 적어놔야겠다. 그래야 다른 작품들과의 전후 관계를 판단하기 편할 듯 싶다. 이미 늦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젊어서 살해당한 여류 화가의 전시회에서 영문 모를 두통으로 쓰러진 주인공은, 깨어난 뒤 화가의 아들이 자신을 그 화가의 환생이라고 말하는 것을 듣게 된다. 여류 화가는 죽기 전에 자신의 작품을 네 명의 지인에게 전달해달라는 유서를 남겨두었고, 화가의 아들과 주인공은 작품을 전달하면서 화가의 죽음에 얽힌 비밀에 접근해간다.
환생을 소재로 한 작품인데, 비현실적인 소재라는 점에서 <어제의 세계> 결말에서의 안 좋은 기억이 생각나 망설였다. 하지만 다행히도 이야기와 결말은 납득할 수 있는 현실적인 선에서 마무리 되었다. 온다 리쿠의 작품이지만, 다른 작품들에 비해서는 그 특유의 색채가 옅다는 생각이 든다. 비교적 초기 작품이라 그런걸까. 하지만 '재미'는 확실히 있다.
다른 작품들에 비해서는 약하지만, 그래도 '이건 온다 리쿠의 이야기'라는 느낌이 드는데, 그 느낌을 만드는 원인이 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전작들과의 몇 가지 공통점을 찾아보면, 역시 아름다운 여성이 등장하고 그 여성은 작품의 미스테리한 요소의 핵심이다. 살인사건이 있지만 사건 자체는 거의 다루어지지 않는다. 수사의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경찰이나 형사가 등장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사건은 과거의 이야기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건을 뒤쫒는 과정은 과거를 뒤쫒는 과정이다. 그리고 과거의 기억이란, 수사와 같은 엄밀함은 없지만 모호함과 알 수 없는 미스테리함이 있다.
뭐 이정도일까. 온다 리쿠의 작품의 특징은 역시 '분위기' 라고 생각하는데, 지금은 개인적으로 살인 사건의 성격이 다른 추리소설과는 많이 다르다는 점이 이 '분위기'를 형성하는 요건이 아닐까 한다. 예전에는 '미스테리함을 지닌 아름다운 여성 등장인물'이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근데 또 생각해보면 <초콜릿 코스모스>같은 작품은 살인사건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냥 연극 이야기니까. 하지만 그 책 역시(라기보다는 지금까지 읽었던 온다 리쿠 작품 중에서는 거의 최상위 급으로) 몰입도가 뛰어났던 것을 보면 살인사건이나 여성 등장인물 뿐만 아니라 이야기를 참 재미있게 하는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 표지 마음에 안 듬. 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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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 Days of Summer : The Shooting Script
- 저자
- Neustadter, Scott/ Weber, Michael H./ Webb, Marc ( 지음
- 출판사
- Perseus | 2009-12-22 출간
- 카테고리
- 예술/건축
- 책소개
- The official book tie-in to the acc...
1. (혹시나 모를 원서의 난이도 같은 것이 궁금해 검색해서 들어온 사람을 위해)대본집이라 쉬울거라 생각했지만 그렇게 쉽지는 않았다. 두 가지 문제가 있었다. 첫 번째 문제는, 지시문에서 행동이나 감정, 상황 같은 것을 표현하는데 쓰이는 형용사들이 익숙하지 않았다(영문 소설을 많이 읽고 그쪽에 쓰이는 어휘들이 익숙한 사람이라면 아무런 문제 안 될것 같긴 하다). 시험을 위해 배우는 단어에는 이런 단어들이 없으니까. 두 번째 문제는, 대본에서 쓰이는 어휘는 막히는게 많지 않지만 의외로 문어체와는 다른 느낌들이 해석하는데 방해가 된다. 대본이다보니 뭔가 문법이 익히 공부하던 문법이랑은 다른 것 같다고 해야하나.
2. 영화를 좋아하는데, 대본집을 본 것은 처음이다. 너무너무 좋아하는 영화이고, (위에도 썼지만) 대본집이니까 아무래도 소설같은 것보다는 쉽지 않을까 싶어서 용기있게 구매했다.
책 구성은, 감독과 각본가의 서문+대본(중간에 몇 장의 컬러 사진들이 삽입되어있다. 몇 장 되지 않음)+프로덕션 노트로 구성되어 있다. 딱히 설정이랄지 파고들만한 면이 없기 때문에 부록은 좀 부족한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영어의 난이도는 맨 위에 썼으니 넘어가고, 대본을 처음 읽어본 느낌은 정말 신선했다. 사실 어차피 영화도 몇 번이나 봤으니까 뭐 새로울 것이 있겠냐 싶었는데, 의외로 새롭게 다가온다.
우선 지시문의 존재가 새롭다. 몇몇 장면들에서는 그 장면들의 어디가 포인트인지를 알려주기도 하고, 애매했던 배우들의 표정이 사실은 어떤 표정인지 같은 것도 나와있다. 연기로 보는 것과 글로 보는 것이 느낌이 많이 다르다. 또한 장면들 역시 영화로 보는 것과 지시문을 읽고 머리속으로 상상하는 것이 다르다.
대본도 느낌이 다른데, 실제로 영화에서 배우의 말을 토씨하나 빼먹지 않고 기억하진 않기 때문에 비교는 무리지만, 글로 읽는 것의 느낌이 있다.
스크립트랑 영화를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특히 영화에서 재미있는 장면들이 많았는데(화면 분할이라던지, 뮤지컬 장면이라던지, 흑백영화 장면이라던지), 어디까지 스크립트에 적혀있는 것인지 궁금했다. 생각보다 스크립트에서 많은 것이 정해지는 것 같다. 어떤 장면은 앵글까지 다 나와있기도 하다.
영화를 먼저 보고 대본을 읽으니 장단점이 있다. 장점이라면 역시 내용을 알고 있기 떄문에 독해에서 애매한 것도 영화를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장점은 단점이 되기도 하는데, 아무래도 영화를 많이 봐서 내용을 다 알고 있으니 해석이 되지 않아도 대충 넘어가버리게 되기도 한다. 집에 <다크나이트 트릴로지>, <인셉션>, <제인 에어>, <팅커 테일러 솔져 스파이>, <싱글맨>도 스크립트가 있는데(왜이렇게 많지) 영화를 보고 읽을지, 아니면 읽고 볼지 모르겠다. <제인 에어>와 <싱글맨>은 영화를 안 봤고, <팅커 테일러 솔져 스파이>는 봤지만 본게 아닌 상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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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로 인해 기억이 80분 밖에 지속되지 않는 박사. 책의 화자는 박사의 집에 출퇴근하며 파출부로 일하는 여성이다. 80분의 기억력을 갖고 있고, 사람을 대하는게 서투르지만 따뜻하며, 수학을 사랑하는 박사에게 점차 적응해가면서 화자와 화자의 아들 루트, 그리고 박사는 셋의 추억을 만들어간다.
감동적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기승전결이 뚜렷하거나 눈물이 막 쏟아지거나 하는 내용은 아니다. 오히려 굉장히 잔잔한 분위기 속에서 화자는 박사와의 추억을 이야기한다. 위기와 이별도 담담하게 서술되고.
박사는 순수하고, 아이들을 사랑하고, 예의바르다. 80분이면 사고 이후의 모든 것들을 다 잊고 말지만, 자신이 상대하는 사람들(파출부와 그녀의 아들)을 배려한다. 자신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똑같은 질문과 이야기로 사람들이 지루하고 괴로워할까봐 걱정하고, 80분이 지나면 처음 보는 아이가 되어버리는 루트에게도 항상 사랑을 베푼다. 화자인 파출부는 이런 박사의 모습이 드러났던 에피소드들을 하나하나 꺼내놓는다. 하지만, 파출부가 이런 박사의 따뜻하고 순수한 성격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파출부가 먼저 마음을 열고 박사에게 다가갔기 때문일 것이다.
박사는 80분 밖에 되지 않는 기억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항상 사람을 진심과 경의를 담아 대한다. 상대방이 아는 사람인지 조차 기억하지 못하면서.
박사와의 이별은 담담하게 이야기하지만, 파출부와 아들 루트에게는 누구보다 박사가 크게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특히 루트는 박사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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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주의>
등장인물이 많고 이야기가 한 줄기가 아니다. 그래서 더 복잡한 것 같은데, 산만하지는 않다. 사건에 대한 이야기로 처음부터 끝까지 가는 것이 아니라, 사건에 얽힌 주인공의 개인사가 또 다른 작은 사건들을 불러오고, 나중에는 그 둘이 하나로 뒤엉켜 마무리를 맺는다.
읽다보면 추리 소설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미스테리, 호러 소설같은 느낌이 있다. 살해 트릭이 최면이다보니 더 그런 것 같은데, 아무도 없는 어두운 거리에서 사람이 자살하고 막 그러다보니. 거기에 정체를 모를 사람이 결정적인 도움을 주고 알 수 없는 사람이 전화를 하고 그런 것들이 뒤엉켜서 그런 것 같다.
등장인물 가운데 주조연? 혹은 조연급 인물들에 대한 설명이 빈약하고 성격도 단순하게 묘사되다 보니 인물들이 재미가 없다. 주인공이 일하는 알바의 직원도 그냥 착한 사람이고, 주인공을 도와주는 '누님'도 그냥 주인공을 돕는 역할로 끝. 그에 대한 설명같은 것도 없다. 주인공을 괴롭히는 아이도 그냥 괴롭히는 것을 좋아하고.
하지만 악역은 다른 추리소설에서 보는 느낌과는 매우 달라서 인상깊다. 주인공과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심판'이라는 부분에 있어서 주인공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그리고 실제 주인공은 그 공감대 속에서 악역을 계승할 뻔 하기도 했고. 하지만 그러지 않았고, 악역은 그것을 분해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형태로 주인공 나름대로의 마무리를 할 수 있도록 또 다른 배려를 준비했다. 악역이 아니라 주인공의 내면의 상처를 마무리하고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그런 역할인 것처럼 보일 정도.
최면이 살인의 트릭으로 작용하기도 하고, 등장인물간의 연결고리가 뭔가 조금 비현실적이라고 느껴졌다. 설명이 부족한 조연들도 그렇고. 이야기는 재미있는데, 1년 전에 쓴 <화차>에 비교하면 좀 더 '소설'이라는 느낌이 든다.
그러고보면 <화차>는 적은 등장인물에 한 줄기의 이야기로 우직하게 달려가는 소설이라는 느낌이었는데. 오래전에 읽었고, 저번에 본 영화와 겹쳐지면서 그렇게 기억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화차> 발표되고 1년 뒤에 발표된 작품이 <마술은 속삭인다>라는 점에서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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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숫가 살인사건 (0) | 2012.10.17 |
1. 아, 벌써 300회구나. <무모한도전>때부터 본 그런 골수 '무도빠'는 아니지만, 무한도전은 TV프로 하나도 보지 않는 내가 유일하게 챙겨보는 프로그램이다. 레슬링 특집때 경기도 직접 봤고. 벌써 300회다.
2. 예고편부터 기대했던 300회. 지금 시점에서 300회 특집으로 뭔가를 하기보다는 서로 이야기를 하기로 한 것은 정말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너무 짧지 않나... 좋은 이야기가 많았지만 그래도 2주분량이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3. 처음에 가장 기억에 남는 특집을 하나씩 뽑는 장면에서. 길은 중간에 들어왔으니, 그것도 가장 마지막에 들어온 멤버이니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그래도 안타깝긴 하다. 모두가 뽑은 특집에서 길이 출연했던 회는 레슬링특집 말고 하나도 없었다. 레슬링특집 이야기할 때도 길은 안 나왔고(물론 레슬링특집에서 길 역할이 심하게 없긴 했다. 열심히 했던 것 같지도 않고). 그런 느낌이 든다. 길 입장에서는, 슈퍼7 사건도 있었고 무한상사에서 정직원도 달았고 이제 무도 가족이 되었고 열심히 하려고 생각하는 딱 그 때 추억을 이야기하는데, 그 추억에는 본인만 없는 그런거. 하나가 된 줄 알았는데 본인이 없던 때의 이야기들.
그렇다고 다른 멤버나 제작진 탓 하겠다는게 아니고(당연히 길 영입을 기준으로 보면 길 영입 이전의 이야기가 훨씬 더 많고, 무도 최전성기때 길은 없었기도 하고. 무한도전의 모든 역사를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길이 소외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냥 길을 아끼는 입장에서 좀 안타깝달까. 길을 막 좋아하진 않지만 그냥 본인 전문 분야가 아닌 곳에서 욕먹으면서 노력하는거 보면 괜히 안쓰러운 느낌이 많이 든다. 더 잘 해서 칭찬도 많이 받았으면 좋겠고, 좀 더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달까.
4. 소울푸드 코너에서는 누가 뭐 좋아하고 싫어하고 은근히 길이 그런걸 잘 알더라. 조금 놀랐음. 위에도 썼지만 길이 다른 멤버들과 친한 티가 나고 멘트도 늘고 하면 괜히 뿌듯하다.
5. 텐트에서 이야기하는 코너에서는, 유재석이 단연 주인공이었다. 노홍철과 하하가, 자신들에게 왜 그렇게 '심하게' 잘해줬었냐는 물음에서 유재석은 정말 인간적으로 멋지다고 생각했다. 특히 노홍철을 챙겨줬다는 그 이야기는. 어린 후배를 그렇게까지 챙겨줄 수 있다는 것은. 아랫사람에게 이만큼의 인망을 얻은 유재석은 아마 오래 갈 것이다. 오래 갔으면 좋겠다.
오래 갔으면 좋겠는데. 유재석은 벌써 내려올 때를 생각하는 듯하다. 노홍철과 하하에게 자신이 없을 때를 대비하라는 이야기를 했던 것은 그만큼 노홍철과 하하를 아끼기 때문이겠지. 유재석이 무한도전이 끝나면 본인의 예능 인생도 끝날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고 많은 생각을 했다. 오래 전부터 갖고 있는 고민이 있다. 나를 안정시켜주고 나를 성장시켜주는 그런 존재와 함께 한다는 것은 정말 너무 행복하고 감사한 일이지만, 그것이 나와 평생 함께할 수 없다면, 홀로설 때를 생각해야 한다. 그것이 나와 함께하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나는 그 속에서 더 안도하고 더 의지하게 되겠지만, 대신 홀로설 때 더 많이 아프고 더 많이 힘들겠지. 그런 생각들을 하고 있다. 유재석은, 만약에 무도가 사라지더라도 변함없이 방송에 나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도, 날 편안하게 해주고 성장하게 해주는 그 존재를 벗어나 혼자가 되었을 때 빨리 추스를 수 있기를. 떨어지지 않을 수 있다면 더 좋겠지만.
6. 무한도전은 출연자들과 제작진에겐 물론 가족같은 소중한 존재이겠지만, 무한도전을 꾸준히 시청해왔던 시청자들에게도 단순한 방송 프로그램 이상의 존재다. 오래오래, 지금같은 재미와 감동 유지하면서 함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지난 회에서 노홍철 울던거는 그냥 편집된걸까, 아니면 다음주에 이어서 좀 더 해주려나. 장면상으로는 텐트 들어가기 전인 것 같은데 편집된건가...
The Curious Incident of the Dog in the Night-Time
- 저자
- Haddon, Mark 지음
- 출판사
- Vintage Books USA | 2004-04-01 출간
- 카테고리
- 문학/만화
- 책소개
- Christopher John Francis Boone know...
<스포일러 주의>
처음으로 끝까지 읽은 영문 소설이다. 나에게 박수를, 짝짝짝.
자폐를 가진 15세의 주인공은, 어느날 옆집의 개가 죽어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리고 개를 죽인 범인을 찾아내기 위해 혼자 수사를 시작한다. 그리고 그 과정들을 책으로 기록한다.
추리물일 것 같고 책을 쓴 주인공 역시(물론 주인공이 실존인물이 아니기 때문에 주인공이 이 책을 썼다는 것 역시 소설일 뿐이다) 셜록홈즈를 좋아하고 추리물을 좋아한다고 하지만, 이 책은 추리소설은 아니다. 개를 죽인 범인을 찾아나서기 시작하면서 주변과의 갈등을 겪고, 낮선 사람을 두려워하는 자폐아인 주인공이 한적한 마을에서 혼자 런던까지 가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나름대로 약간은 성장을 하는, 그런 이야기다.
전반부다 재미있었지만, 중반에서 개를 죽인 범인이 밝혀지고 엄마가 죽지 않았고 다른 남자와 살게 되어 런던으로 이사갔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장면부터 더 빠져들었다. 아빠가 주인공을 속이고 엄마를 죽었다고 말했던 것에 대해 사과하고 설명하는 장면은 가슴이 많이 짠했다. 자폐증인 주인공의 시점으로 쓰여졌지만 주변 가족들의 고통에도 많은 관심이 갔다. 아이는 부모임에도 자신을 건드리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고, 15년이나 함께 살았지만 부모는 자폐를 가진 아이를 아직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그로 인해 부부도 따로살게 되고.
책은 개를 죽인 범인을 찾는 것에 관한 이야기와 그밖의 과거에 있었던 일들이나 자신의 생각, 지식, (선생님이 소설책에 필요하다고 한) 풍경의 묘사 등이 챕터마다 번갈아가면서 쓰여진다. 자폐증 아이의 시각으로 서술된 이야기라 일반적인 소설과는 다른 느낌이다. 사람의 감정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낮선 사람을 경계하고 자신을 건드리는 것을 특히 두려워하는 것들, 사람이 많은 곳을 두려워하여 귀를 막고 웅크린 채 외부를 차단하려고 하는 모습들이 자폐아의 시점에서 쓰여지니 신기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이런 행동을 취하는구나, 싶다. 그리고 감정적인 능력이 거의 결여된 대신 논리적인 사고가 매우 발달되어있어서 그런지 책의 내용도 이해하기 어렵지 않고 단어가 약한 나도 읽을 수 있었다. 어려운 단어나 의미가 모호한 경우는 주인공이 알아서 이런이런 의미라고 다 설명해준다. 전체적으로 책 자체가 15세 소년이 썼다는 설정이라 문장도 어렵지 않고 단어 수준 역시 많이 어렵지 않았다.
국내에는 <한밤 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어 있다. 표지는 원서가 훨씬, 훨씬 더 이쁘다. 사실 다른 책과 비교해도 이 책의 원서 표지는 정말 이쁜 편인 것 같긴 한데, 우리나라 번역본 표지는 다른 책과 비교해도 별로다.
우리나라 번역본은 청소년이나 어린이 대상으로 번역된 것 같은데, 어른이 읽어도 유치하다고 느끼지 않을 내용이다. 사실 원서를 읽으려고 할 때, 정신적인 나이에 비해 영어 나이는 많이 어리기 때문에 정신적인 나이에 맞춰 보자니 영어가 너무 어렵고, 또 영어 나이에 맞춰 보자니 너무 유치한 책을 고르기 쉽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영어도 많이 어렵지 않고 내용도 어른이 읽기에도 재미있어 좋은 것 같다. 몇주 전에 서울역에서 책을 싸게 팔길래 구경갔다가 유명한 책이라 그냥 구매했던 건데, 정말 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원서를 한 권 끝까지 읽었다는 것이 뿌듯하고 용기도 생긴다. 영어 실력도 좋지 않으면서 괜히 욕심부려 원서를 많이 사놨는데, 이 책을 시작으로 조금씩 읽어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스포일러 주의>
<용의자 X의 헌신>에 이은 '갈릴레오 시리즈' 4탄. <용의자 X의 헌신>을 너무 예전에 읽어서(고등학교때였으니 거의 6, 7년쯤 됐나) <성녀의 구제>읽기 전에 먼저 읽을까 했는데, 그래도 안 읽어본 책이 더 궁금해서 <성녀의 구제>를 먼저 펴들었다.
<용의자 X의 헌신>과 마찬가지로, 다 읽고 나면 제목에서 강한 인상을 받게 된다. <용의자 X의 헌신>이 말 그대로 '용의자 X의 헌신'에 관한 내용이고 그 '헌신'이 트릭의 핵심인데, <성녀의 구제> 역시 '성녀(라고 하기엔 좀 그렇지만)의 구제'에 관한 내용이고 '구제'가 트릭의 핵심이다.
여자가 결혼하면서 남편을 죽일 살인 계획을 마련해놓고, 그 살인계획에 남편이 걸려들지 않게 하기 위한 1년간의 결혼생활을 보내는 그 심정이 사실 이해가 잘 되진 않는다. 본인 때문에 친구가 자살했다는 죄책감, 자신도 임신하지 못하기 때문에 버려지고 말 것이라는 슬픈 확신,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선택하는 그 마음을 다는 이해하지 못하겠다.
갈릴레오 탐정은 (전작들에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추리하는 과정에서 이리저리 부딛히고 실패하지만, 결국은 가장 가능성이 적은 하나의 해답을 발견한다. '허수해'라고 말하는데, 그렇게 지칭하는 것은 너무 오버하는 거 아닌가 싶기도. 그리고 갈릴레오는 물리학자인데, 추리하는 과정과 물리학이 크게 관련이 있는 건가 싶기도 했다. 뭐 이건 캐릭터 설정에 관한 사소한 의문이지 <성녀의 구제>에 관한 불만은 아니다.
<용의자 X의 헌신>도 재미있었고, <성녀의 구제> 역시 재미있었으니 '갈릴레오 시리즈'는 다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