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에 해당되는 글 102건
- 2013.01.18 메이즈(온다 리쿠)
- 2013.01.01 도쿄는 꿈맛(허안나)
- 2013.01.01 천사의 나이프(야쿠마루 가쿠)
- 2012.12.31 달의 뒷면(온다 리쿠)
- 2012.12.26 공중그네(오쿠다 히데오)
- 2012.12.25 고양이 이야기 黑(니시오 이신)
- 2012.12.15 목요조곡(온다 리쿠)
- 2012.12.05 구형의 계절(온다 리쿠)
- 2012.11.25 모든 것이 F가 된다(모리 히로시)
- 2012.11.17 13번째 인격 ISOLA(기시 유스케)
<스포일러 주의>
이건 꽤 전에 읽은 책인데, 어째서인지 글이 없다. 분명히 썼을 줄 알았는데...하지만 잘 생각해보니 블로그에 남긴 것이 아니라 핸드폰으로 에버노트에 간략한 감상만 끄적여놓고 만 것 같다. 여튼, 또 온다 리쿠의 책이다.
제목 그대로 미궁에 관한 이야기. 중동의 한 국가의 국경선 근처에 미로가 하나 있다. 정사각형 미로는 그 안에 들어간 사람이 사라진다는 전설을 갖고 있다. 주인공은 친구의 초대를 받아 안락의자 탐정의 역할로써 이 미로의 비밀을 풀기 위한 일행에 참가하게 된다. 일행들은 모두 각자의 꿍꿍이가 있고.
온다 리쿠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 호러 느낌이 조금 강한 미스테리 소설이다. 읽으면서 섬칫하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사람을 잡아먹는' 미궁의 존재감이 인상적인데, 주인공에 의해 하나하나 비밀이 밝혀져가는 듯한 상황들이 무섭게 한다.
마지막이 정말로 아쉬웠는데, 이상하거나 용두사미식 결말이어서는 아니다. 나는 이 소설의 초반부와 중반부가 갖고 있는, 초현실적인 호러 느낌이 너무너무 좋았는데 마지막 결말에 와서 이 미스터리는 결국 현실에 발을 딛는다. 비밀이 밝혀지지 않아도 좋으니 미로의 비밀이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혹은 설명할 수 없는 초월적인 무언가이길 바랐는데. 오히려 비밀이 밝혀지지 않았다면 이 미로의 존재감은 훨씬 더 강력하게 남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현실적인 결말이 이상하다는 것은 아니다. 책을 덮고 곰곰히 생각해보면 미로의 비밀을 밝혀내는 척 하면서 비밀기지를 철수시킨다는 작전이 뭔가 현실에 존재하기엔 지나치게 연극적이고 과장된 것 같아보이긴 하지만, 적어도 소설의 흐름과 분위기 속에서는 납득하게 된다.
납득하지만, 그래도 초중반의 그 분위기는 너무 매력적이고 이 분위기를 끝까지 유지하지 않은 것은 아쉽다.
+ '간바라 메구미'시리즈의 첫 번째 권인데, 주인공은 간바라 메구미가 아니라 그의(간바라 메구미는 남자다) 친구인 미쓰루가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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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1년간 도쿄로 유학가서 있었던 일들을 쓰고, 그리고, 사진으로 찍어놓았다. 일기를 읽는 느낌인데, 정말 일기같은 느낌이라 '책'이라는 느낌이 들진 않는다. 도쿄에서의 1년도 생각해보면 서울에서의 1년과 다르지 않겠구나 싶다. 결국 새로운 환경을 만나 좌충우돌하면서 적응해가는 것이다. 20년 넘게 살아온 한국에서의 생활은 모든걸 다 적응한 것 같고 이제 지루함뿐인 것 같다. 하지만 작가의 도쿄에서의 생활도 처음엔 실수하고 넘어지고 많이 어려웠지만 나중엔 다 적응한다.
다 마음먹기에 달린 것 같다. 여기에서 평생을 살았지만 생각해보면 작은 새로움은 항상 있다. 새로움을 찾아 해외로 떠나는 것도 좋겠지만, 여기에서도 얼마든지 새로움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나는 해외에 나가서 살아보고 싶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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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주의>
범죄를 저지른 미성년자를 보호하는 것에 대해 사실은 별로 찬성하지 않는 입장이다. 찬성하지 않는다 해도 관련 법률을 찾아보거나 반대하는 이유를 논리적으로 조목조목 댈 수 있을 정도로 관심있는 것은 아니긴 하지만. 그래서 <천사의 나이프>를 읽고 나서 소년범들에 대한 처분이 어떤 식으로 이뤄져야 하는가 보다는 범죄에 대해 피해자와 가해자에게 어떤 식의 대응이 이루어져야 하는가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처벌은 범죄자가 죗값을 치름과 동시에 교화도 이루어져야 하고 이것이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들에게 보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처벌은 가해자에게 내려지는 것이지만 영향은 가해자에게만 끝나지 않는다. 그런 생각을 했다.
책에 나온 소년범의 처분에 대해서도, 미성년자의 교화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처벌보다는 교정 위주의 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은 하는데, 그 과정 속에서 피해자나 피해자 가족과의 면담이 있다면 좋지 않을까 싶다. 물론 가해자는 당연히 보고싶지 않을 것이고,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 역시 가해자를 만남으로써 트라우마가 더 심해질 수도 있겠지만 전문가의 입회 하에 정기적으로 만남이 이루어진다면 가해자는 자신의 죄의 무거움을 더욱더 마음속 깊이 느낄 것이고 피해자 역시 트라우마를 안고 있는게 아니라 풀어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나는 피해자도, 가해자도 되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관련 없는 사람의 나이브한 생각일지도 모르겠다.
책은 재미있다. 빠르게 읽히고 무리한 설정도 없고 사회적인 주제를 다룰 때 나타나기 쉬운 지나친 설교도 거의 없다. 다만 주인공 주변 인물들 중에 소년범죄 관련자들의 비중이 너무 높은 것이 아닌가 싶었는데, 생각해보면 결국 원한이라는 것이 돌고 돌아 자신과 주변사람에게 되돌아오기 때문인 것 같다. 물론 소설 내에서도, 주인공 주변에 소년범죄와 관련된 사람들이 많은 이유를 설명해주기 때문에 어색하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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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주의>
읽고 팔아야지, 하는 생각으로 읽었는데 생각보다 재미있어서 놀랐다. 물론 재미없을 책을 사진 않았지만, 재미는 있되 쭉 갖고있고 싶지는 않을 거라 생각하고 첫 장을 펼쳤기 때문이다.
책 뒷면의 광고 문구처럼 미스터리와 판타지, SF, 호러가 모두 들어가있는 것 같다. 운하의 마을 '야나쿠라'를 배경으로 주인공들은 '실종되었다가 아무런 상처 없이 실종된 기간동안의 기억만 잃은 채 돌오는 사건'을 조사한다. 다만 주인공들은 모두 그냥 일반인일 뿐이고, 따라서 보통 생각하기 쉬운, 주인공들이 미스터리를 밝혀내고 사건을 해결하여 평화가 찾아오는 식의 해결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사건을 막을 수 없었지만, 세계는 (겉보기엔)격변하지 않았고 그렇게 일상이 흘러간다.
온다 리쿠의 책은 읽으면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생각나게 만드는데, 이 작품은 <어제의 세계>를 바로 떠올리게 된다. 운하가 거미줄처럼 뻗어있는 마을이라는 점도 그렇고, 비현실적인 요소가 있다는 점도. 다만 <어제의 세계>는 비현실적인 요소가 너무 뜬금없었지만 <달의 뒷면>에서는 잘 녹아있다고 생각된다.
주인공들이 일반인이다보니 이야기는 별로 급박하게 흘러가지도 않고, 사건의 중심에 선 주인공들이 할 일도 별로 없다. 책에서도 나오듯이 인간의 몸을 빼앗아 그 인간의 행세를 하는 여러 작품이 있는데, 그 어느 작품과도 다른 분위기일 것 같다(이런 내용의 작품들을 많이 본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읽어왔던 온다 리쿠 작품들이 갖고 있는 분위기의 연장선이라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장르가 달라져도 이 작가의 분위기는 뭔가 통하는 것이 있다.
미스터리의 비밀은, 운하 속의 '그것'이 사람들을 납치하고 실종된 사람들을 지하수로에서 다시 만들어내 복귀시킨다는 것이다. 복귀된 사람들은 실종되고 지하수로에서 다시 만들어지는 동안의 기억을 잃지만, 무의식 속에 '그것'과 이어져있는 의지가 심어져있다. 실종되었다가 돌아온 사람들은 모두 '그것'과 이어진 무의식을 공유하는 하나의 의식체계 속에 편성된다. 이 '하나가 되려는 의지'에 대해 온다 리쿠는 '개성과 다양성을 통해 진화하려는 전략이 한계에 부딛혀 하나가 되려는 전략으로 선회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이야기한다. 확실히 인간은 남과 차별화되려고 하지만 또 너무 달라져버리면 불안감을 느낀다. 즉, 암묵적으로 용인되는 테두리 내에서 최대한 튀고 싶어하지만, 그게 지나쳐서 일정 정도를 넘어서버리면 다른 것이 아니라 틀린 것이 되어버리는 것. 실제로 마지막에 주인공 일행을 제외한 모든 마을사람들이 다 실종되는데, 홀로 남겨진 주인공들은 마을사람들이 다시 돌아온 뒤를 두려워한다. 모든 마을사람들이 무의식속에 동일한 의식을 갖고 있는데, 주인공들만이 그렇지 않다. 그들은 개성적인 존재가 아니라 이질적이고 배척되어야할 존재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오랜만에 이 책은 중고판매가 아니라 책장 속으로.
+주인공인 다몬이 등장하는 단편집이 있구나. 당장 읽어보고 싶다. <달의 뒷면>에서 다몬은 특이한 인물로 나온다. 그는 '도둑맞았는지, 도둑맞지 않았는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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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주의>
다섯 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있는데, 다섯 편의 구조 역시 크게 보면 비슷하다. 일상 생활의 이상을 느낀 주인공들이 정신과의사인 이라부를 찾아와 치료받는 것이다. 다만 그 치료하는 과정이 평범하진 않다. 정신과 의사지만 치료행위라고 할만한 것은 비타민 주사 뿐이고, 눈치보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는 이라부의 뒤를 따라다니며 이런저런 해프닝을 겪으면서 자연스럽게 치료가 된다.
주인공들은 전부 다 압박이나 강박에 시달린다. 다들 눈치보고 웅크리고 허세부리고 밀어내기 때문에 생긴 마음의 병들이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싫지만 어쩔 수 없이 타인을 신경쓰고 타인에 비치는 나를 신경써야 한다. 그런 사람들에게 정신과 의사는 가끔은 눈치보지 말고, 셔츠의 단추를 조금 푸르고 벨트를 조금 느슨하게 하라고 행동으로 충고한다. 이를 온몸으로 실천하는 이라부의 모습을 보면서 환자들은 무언가를 느낀다.
주인공이 안고 있는 마음의 병도, 그것을 치료하는 이라부의 행동도 재미있다. 각 단편들의 중반이나 중후반쯤에 주인공들의 마음의 병으로 인한 위기상황이 나오는데, 예상되는 이야기지만 그래도 흥미진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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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주의>
전에 썼던 <가짜 이야기 상, 하>의 감상에서 이야기에 관련되지 않은 잡담은 읽는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는 식의 글을 썼는데, <고양이 이야기 흑>에서의 잡담 역시 이야기와 관련있지 않지만 재미있었던 것을 보면 이야기에 관련되고 말고의 여부가 문제가 아닐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상처 이야기>에서는 왜 재미가 없었던 거지. 이전 권의 이야기를 너무 반복시켜서 그런걸까, 아니며 제목과는 다르게 츠키히와 카렌이 등장하지 않아서?
뭐 하여튼 <고양이 이야기 흑>은 재미있었다. 잡담도 후루룩 넘어가고. 아라라기군이 독자를 직접적으로 의식하는 발언을 많이 한다.
<고양이 이야기 백>이 있다는 것 같지만, 일단 <고양이 이야기 흑>에서 하네카와와 있었던 골든위크 동안의 사건 회상은 끝난다. <백>에서는 시간상으로 <상처 이야기>이후의 이야기들이 나온다는 것 같으니 머리 자르고 캐릭터 변한 센조가하라의 모습을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다.
센조가하라가 히로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자꾸만 하네카와와의 접점이 많아지고 비하인드 스토리로 책 한 권 분량을 내니까 센조가하라는 점점 잊혀져간다. 하지만 나는 캐릭터가 안경을 쓰면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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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주의>
유명 작가인 도키코는 자살했다. 그 후 매년 도키코가 자살한 목요일을 전후로 3일간 그녀의 집에서 모임이 열리고 있다. 멤버는 도키코의 편집자와 혈연관계인 사람들을 포함한 다섯 명. 모두 도키코의 영향을 지대하게 받아온 사람들로, 편집자를 제외한 나머지 넷은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올해 모임에서 도키코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자살인가, 아닌가. 타살이라면 누가 왜 죽인 것인가.
집에서만 진행되는 이야기로 가장 먼저 <굽이치는 강가에서>가 떠오른다. <굽이치는 강가에서>는 청소년기를 벗어나는 소녀들을 그리고 있고, 이 책 <목요조곡>은 도키코의 그림자에서 벗어나는 이야기다. 추리소설처럼 죽음의 배후를 쫒지만, 온다 리쿠의 소설 답게 탐정도, 근거도 나오지 않는다. 모든 추리는 도키코의 사망 당일에 대한 회상이나 도키코와의 관계에 대한 후일담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렇기 떄문에 추리소설에서 기대하기 힘든 결과가 나오는데, 엄정히 따지면 범인은 없지만 결국은 비뚤어진 관계가 쌓이고 쌓여 모두가 범인인 것처럼 끝난다. 책 뒷면의 이야기처럼 도키코의 죽음에 관한 진실은 각자에게 다르다.
책을 관통하는 주제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개인적인 경험도 있고 해서 어떤 부분에서는 많은 생각이 들었다. 도키코의 죽음을 기릴 겸 열리는 3일간의 모임. 그 기간동안 많은 이야기가 나온다. 모임에 참석하는 다섯 명은 모두가 서로 친하다고 생각했지만, 도키코의 죽음에 대한 진실공방 속에서 서로가 몰랐던 이야기들이 나오고, 도키코와 각자가 맺어왔던 관계에 관해서도 비밀스러운 부분들이 드러난다. 서로 친하지만 솔직하지 못한 것들. 요새 이런 것들에 관해서 많이 생각하고 있어서 괜히 이 장면에서 생각이 많아졌다. 비밀을 끌어안거나 터놓는 것, 그 정도에 따라 매겨지는 인간관계의 등급같은 것들 말이다.
그리고 다섯 멤버들에게 드리워져있던 도키코의 그림자와, 그 그림자에서 벗어나는 이야기들도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든다. 부모님의 그림자에 대해서도 예전부터 종종 생각해왔던 이야기라서. 책 속에서는, 결국 각자 도키코와의 관계 속에서 있었던 비밀들을 서로에게 오픈하면서 그림자의 압박에서 벗어나고, 그 그림자를 새로운 창작의 동력으로서 활용하는 장면을 마지막으로 한다. 나도 부모님의 그림자를 발전적인 방향으로 걷어내는 날이 올까. 지금은 너무 무거울 때도 있고 번거로울 때도 있고 그렇다. 고민이 많다.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많이 써놨는데, 책은 재미있었다. 다만 좀더 뭐랄까, 소녀적이면서 잔혹한 그런 느낌들을 기대했는데, 다른 작품들에 비해서(특히 읽으면서 많이 생각 난 <굽이치는 강가에서>와 비교했을 때) 조금 더 건조하달까, 추리소설같은 느낌이 더 강한 것 같다. 굽이치는 강가에서는 딱 표지같은 느낌이 난다. 아니면 화려한 장미나 백합 아래에 지나가고 있는 뱀이나 지네같은 광경이랄까. 써놓고도 모르겠지만 뭐 하여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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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주의>
온다 리쿠의 1994년 작. 폐쇄적 분위기의 작은 시골마을에서 벌어지는 미스테리한 이야기. 등장인물이 너무 많아 지루하다. 처음에는 주인공이 넷인 줄 알았는데, 이후 등장하는 인물들의 비중이 조연 이상이라 이야기의 초점이 잘 맞춰지지 않는다. 이야기하는 방식도, 성인이 되기 전의 아이들이 겪는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 같은데 별로 와닿지 않는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내용이나 이야기 방식이 아니라 다루고 있는 것의 측면에서)<굽이치는 강가에서>가 생각나는데, 당연하지만 <굽이치는 강가에서>가 훨씬 더 좋았다. <라이온 하트>이후로 가장 실망한 온다 리쿠의 소설.
+표지는 진짜 똥이다 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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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주의>
대학생들에겐 공포의 제목일 <모든 것이 F가 된다>를 읽었다. 난 휴학생이라 무섭지 않았다.
주인공 사이카와와 모에, 그리고 대학원생들이 캠핑을 떠난 외딴 섬에서 일어난 사건이 메인이다. 외딴 섬에는 연구소만 있는데, 그 지하에는 천재이지만 15년전 부모를 살해한 마가타 시키가 있다. 사이카와와 모에는 마가타 시키를 만나보기 위해 캠핑중에 연구소에 들르는데, 마가타 시키가 살해되었다.
등장인물들부터 작가 자신까지 전부 다 이과계라 그런지 약간 감정적으로 차가운 느낌인 것 같다. 트릭도 이과계 트릭이고. 그래서 그런지 개인적으로 읽으면서는 쭉 읽었지만 다 읽고 나서는 그냥 그런 느낌.
소재가 컴퓨터나 가상현실 관련의 나름 최첨단 이야기들인데, 책이 쓰여진 시점이 지금부터 15년도 더 전이라서(1996년 작품) 지금 보면 어색하고 그렇다. SF가 아니기 때문에 아예 상상력에 의존한 이야기가 아닌데, 그렇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더 빨리 구식이 되어버린다.
시리즈의 첫 번째 권이라고 하는데, 캐릭터가 히가시노 게이고나 미야베 미유키에 비해 꽤 튄다. 미야베 미유키의 경우 <모방범>의 등장인물이 <낙원>에서도 등장한다고 들었다(<크로스 파이어>에도 등장한다고 들었는데 확실하진 않고). <모방범>만 읽어봤는데 현실에 서있는 인물이라는 느낌이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갈릴레오 시리즈'에서의 갈릴레오는 조금 비현실적인 캐릭터이긴 한데, <모든 것이 F가 된다>의 모에는 그보다 더 만화같은 캐릭터이다. 천재에 부자이고, 서민의 삶에 대한 상식도 없다. 게다가 부모가 모두 사망했는데, 친척은 상당히 높은 공무원들이다. 다른 주인공인 사이카와와 러브라인을 형성하는 것 같은데, 탐정 역할을 맡고 있는(실제 직업은 건축학과 교수지만) 사이카와를 보조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캐릭터가 좀 더 강하다보니 시리즈를 이어나가는데 좋을 수도 있는데, 그렇다고 라이트노벨처럼 캐릭터가 강렬한 것도 아니고 이야기가 막 재미있는 것도 아니라 시리즈에 대한 기대감은 별로 없다.
오히려 마가타 시키의 캐릭터가 더 인상깊다. 소설 속에서는 희생자이자 범인으로 나오는데, 처음의 면담 장면과 마지막의 사이카와와의 짧은 만남 장면에서 깊은 인상을 남긴다. 마가타 시키를 주인공으로 하는 '시키 시리즈'도 있다는데, 10편이나 되는 시리즈인 '사이카와&모에 시리즈'보다 이쪽이 더 기대된다.
+알라딘에 되팔려고 했는데 매입불가 상품. 어쩌나.
++어제 분명히 썼는데 저장을 안 했나보다. 다행히 임시저장 되어있어서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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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동화 (0) | 2012.11.04 |
<스포일러 주의>
<푸른 불꽃>과 <천사의 속삭임>을 통해 좋아하는 작가로 자리잡은 기시 유스케의 데뷔작. 히가시노 게이고나 온다 리쿠, 미야베 미유키에 비하면 호러의 색채를 좀 더 강하게 보여주는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주인공 유카리는 '엠파시'라는 능력을 통해 사람의 마음에 깊이 공감하고 읽어낼 수 있다. 한신 대지진으로 인한 피해자 상담을 하던 중 만난 치히로라는 환자가 다중인격이라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리고 치히로의 학교 상담 선생님과 함께 치료를 해나가던 중 분노와 원망에 가득찬 열 세번째 인격을 찾아내게 되고, 그 인격으로 인해 끔찍한 사건들이 발생한다.
엠파시, 유체이탈, 영혼 등의 비과학적인 소재들이 많이 나오지만 히가시노 게이고의 <다잉아이>만큼 거슬리지 않고 자연스럽다. 경찰이 등장하지 않기 때문인지, 아니면 분위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기시 유스케는 조금 더 비과학적이어도 괜찮은 느낌이다. 추리라기보단 호러소설이니까.
몰입도도 있고 재미있게 읽었다. 역시 유명 작가가 될 사람은 데뷔작도 재미있구나 싶다. 재미있는 부분들에 대해서는 딱히 할 말은 없는데, 마지막 마무리는 말해두고 싶다. 뒤끝 있는 마무리는 좋다. 선을 긋다가 펜을 딱 떼는 것이 아니라, 흐물흐물 흐릿하게 선을 계속 이어나가다가 슬그머니 떼어버리는 느낌. <푸른 불꽃>도, <천사의 속삭임>도 어느정도 그런 느낌의 마무리였던 것 같다.
별로였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크지 않지만 또 쓰다 보면 분량으로는 길어진다.
데뷔작이라 그런지 이야기는 매끄럽지 않은 부분들이 몇몇 있는데, 특히 유카리가 다중인격 치료를 목적으로 치히로의 상담을 하게 되는 부분이 그랬다. 처음 상담을 할 때는 다중인격임을 몰랐고, 치히로의 인격들 역시 유카리에게 다중인격임을 들키지 않기 위해 경계심을 갖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갑자기 치히로의 인격들은 자신이 다중인격임을 유카리가 알고 있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행동한다. 치히로의 인격들이 유카리를 인정하고 다중인격 치료를 위한 상담을 맡기는 과정이 없다. 그 밖에도 유카리가 가진 엠파시라는 능력이 너무 자연스럽다. 다른 등장인물들은 유카리가 알지 못해야 할 정보를 알고 있는데도 '감이 예민하네'로 넘어가고, 혹은 엠파시라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말해도 그냥 놀라고 만다. 엠파시는 거의 초능력 비슷한 느낌으로 사용되는데, 그만큼 비일상적인 능력이면 아예 철저하게 숨기거나 공개되더라도 어느정도의 갈등을 동반해야 더 자연스럽지 않을까 싶었다. 마지막으로, 한신 대지진이 배경인데 그 배경이 갖는 의미를 좀 더 강조해도 좋았을 것 같다. 실제 있었던 비극적인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써먹지 않을 거면 굳이 실제 있었던 지진이 배경일 필요는 없지 않을까.
역시나. 별로였던 부분은 적은데도 글로 쓰면 꼭 길어진다. 여튼, 재미있게 읽었다.
+ 제목에 책 제목만 쓰지 말고 작가 이름도 함께 써두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아서 이번 글부터는 그렇게 쓰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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