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0. 6. 00:57



가짜 이야기(하)

저자
니시오 이신 지음
출판사
학산문화사 | 2012-01-1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니시오 이신의 라이트노벨 『가짜 이야기』 하권. 저자의 괴물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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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주의>






메모해두었던 감상을 간략하게 정리.


우선, <가짜 이야기(상)>과는 거의 연결되지 않는다. (상)의 등장인물이 (하)에도 조금 등장하는 정도.


패턴이 <가짜 이야기(상)>과 매우 유사한데, 제목이 '츠키히 피닉스'이면서 츠키히의 비중은 매우 낮다. (상)과 마찬가지로 책의 반이 지나갈 때까지 '츠키히 피닉스'에 관한 직접적인 내용은 하나도 안 나온다. 오히려 앞의 반의 분량이 지나는동안 (상)의 주인공(이랄까, 부제가 '카렌' 비 였으니까)인 카렌의 분량이 더 나올 정도. 이 분량은 카렌의 이름이 소제목으로 들어간 (상)권으로 넘겨달라고. 책의 후반부 반에서도 '츠키히 피닉스'에 관련된 내용이 나오지만 정작 츠키히는 거의 안 나온다, 라고 할까 사실은 등장했다가 기절하고 마지막에 깨어난다...


또 한 가지 불만인게(<가짜 이야기(하)>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이야기 시리즈 전체에서) 자꾸 이전 권의 이야기를 언급하는데 이게 한두 번은 복습 차원에서 좋을지 모르지만 좀 지나치게 언급되는 것 같다. 책에서 칸바루가 처음 등장하면 바로 '스루가 몽키'의 이야기를 하고, 뭐 센조가하라가 등장하면 '히타기 크랩'이야기를 하고 이런 식. 게다가 이 작가 특성상 짧은 이야기를 말장난으로 엄청 늘여 쓰는데, 그때문에 이미 아는 이야기를 상당한 분량으로 또 읽어야 한다. 지루하다. 가뜩이나 '카렌 비'에는 카렌이 안 나오고 '츠키히 피닉스'에서는 츠키히가 안 나와서 얼른 나오는 부분을 보고싶은데 언제적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는 건지.


이게 한 번 거슬리기 시작하니까 곳곳에서 거슬린다. 한 문장으로 끝날 것을 동의어들을 활용해 두 문장 세 문장으로 늘려버리는 것도 그렇고, (상), (하) 포함해서 '가짜'라는 테마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도 뭔 소린가 싶기도 하고. 안 좋은 인상 때문에 더 그렇게 느꼈는지 모르겠지만, '가짜'라는 것에 너무 의미를 부여하려고 하는 것 같아서 어색한 느낌이었다.


그러고 보면, 책 제목이 <'가짜' 이야기>인데 소제목에 언급된 두 여동생이 사실은 주인공이 아니라는 점에서 '가짜'인걸까 싶기도 하다. 


그리고 이건 개인적인 부분인데, 센조가하라가 머리 자르고 캐릭터가 변했다는 것은 아라라기의 입을 통해 그냥 언급할 게 아니라 센조가하라가 직접 등장해서 보여주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궁금하다.


+ 폰으로 에버노트에 중간중간 감상을 남기는데, 제목을 '블로그 가짜 이야기 감상'이라고 하려던걸 오타 때문에 '블로그 사짜 이야기 감상'이라고 써버렸다. 그런데 또 나름대로 의미는 통하네. '사짜 이야기'라...


++ 초반에 칫솔로 하는 벌칙이 나오는데, 은근히 수위가 높다, 랄까 읽다가 헛웃음이 나왔음. 생뚱맞게 어째서...


+++ 그러고 보면 후기에 작가가 '200% 취미로 쓴 소설'이라고 했지. 정말 그런 것 같다. 완성도보다는 정말 취미생활이 가장 큰 목적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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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이야기(상)

저자
니시오 이신 지음
출판사
학산문화사 | 2011-11-01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니시오 이신의 라이트노벨 『가짜 이야기』상권. '파이어 시스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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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주의>







하권을 읽어봐야 할지도 모르지만, 우선 상권 내에서 하나의 이야기는 마무리 지은 것 같기 때문에 감상을 남겨본다.


'이야기 시리즈'에서 항상 엄청난 분량의, 이야기를 무시할 정도로, 말장난 그 자체가 이 소설의 목적이라는 듯이 말장난을 늘어놓는 니시오 이신이지만 그래도 그 말장난은 이야기 속에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정신사납지만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고. 하지만 <가짜 이야기(상)>에서는 책의 앞부분 반이 기존의 캐릭터들과의 말장난 에피소드에 할애되어 있는데, 본 스토리와는 그다지 크게 연관이 없다. 그야말로 기존 캐릭터들의 팬을 위한 팬서비스랄지, 작가가 단순히 기존 캐릭터들과의 말장난 에피소드를 쓰고싶었던 것 뿐인지 모르겠지만 그런 것이다. 팬서비스라면 팬들에겐 만족일 것이고 작가의 취향이라면 작가에겐 만족이었겠지만 나에게는 불만족이다. 이야기 진행과정 속에서의 말장난 장면은 즐겁지만 이야기와 상관이 없으면 그냥 유머 모음집 같은 것처럼 느껴진다. 굳이 기존 캐릭터를 전부 언급하고 싶다면 그들을 이야기 속에 관계된 인물로 등장시키던지, 아니면 그냥 과감하게 생략해버리고 새 캐릭터와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위한 소수의 캐릭터에 집중하는 편이 더 좋지 않을까.


라고 쓰지만, 그래도 '야이기 시리즈'는 말장난을 위한 소설이라는 이미지가 강해서 또 달리 생각하면 그렇게 아쉽지는 않을지도 모르겠다. 비중을 생각해본다면 말장난>캐릭터>이야기 순으로 비중을 두고 있는 시리즈 같다고나 할까.


참고로 나는, 이야기>캐릭터>말장난 순이다. '이야기 시리즈'로 생각해본다면 이야기+말장난>캐릭터>이야기와 상관 없는 말장난 순. 그래서 <가짜 이야기(상)>은 지루했다. 아무리 침대에 누워 읽었지만 읽다가 졸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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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잉 아이

저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출판사
재인 | 2010-07-3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잊지마, 당신이 나를 죽였다는 사실을.제134회 나오키상 등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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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주의>






읽으면서 트릭을 어떻게 설명할건지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했는데, 비과학적이라는 느낌이라 맥이 풀렸다. 주인공은 자신이 낸 교통사고로 죽은 피해자가 살아돌아와 자신에게 복수를 하려고 한다(세세하게 쓰자면 주인공은 자신이 낸 교통사고의 기억을 잃어 자신에게 접근하는 사람이 죽은 피해자인줄 몰랐고, 또 사실은 주인공인 낸 사고가 아니라 대신 덮어쓴 것 뿐이긴 하지만). 분명히 피해자는 죽었는데 다시 살아와 복수하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지 궁금했다. 피해자의 남편이 마네킹 기술자라 인조인간같은 형태로 만들어서 복수하는건가, 싶었는데 일단 피해자의 남편은 사망했고, 설마 인조인간같은 어이없는 SF식 설정으로 대충 때우려는건 아니겟지 싶었다. 쌍둥이 자매가 있는 것도 아닌데 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답은 최면이었다. 그것도 뭐 피해자의 남편이 애먼 여자 구해다 최면을 걸어 대신 복수시키고 그런게 아니다. 교통사고의 가해 차량은 두 대 였는데, 그중 주인공이 아닌 다른 차량의 운전자가 죽어가는 피해자의 눈을 보면서 본인이 바로 피해자라고 혼자 최면에 걸린 것이다. 그 뒤로 체형도 피해자와 비슷하게 바꾸고 얼굴도 피해자와 똑같이 성형해서 가해자에게 복수한다는 설명이었다.


그래서 제목이 '다잉 아이'구나, 싶으면서도 이해는 안 됐다. 죽어가는 눈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했던 것 같은데 이건 조금 지나친 것 같다. 이야기도 재미있고 곳곳의 반전들로 인해 더욱 빠져들었지만 마지막에 비밀을 알고 나서는 음...회의적인 관점이 되었달까.


이제, 내용 외적인 이야기로. 글자가 헐렁하게 배치되어있다. 줄간격도 길고. 장르의 특성상 빨리 넘기게 되는데 한 장에 들어있는 글자 수가 적다보니 더욱 더 책장이 잘 넘어간다. 두껍지만 금방 읽었다. 그리고 밤에 읽어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마지막 장을 넘기면 깜짝 놀라게 된다. 재미있는 장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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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와 나(제36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2012년)

저자
김영하 지음
출판사
문학사상 | 2012-01-16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현대 소설의 흐름을 보여주는 이상문학상 작품집!2012년 제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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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영하의 작품을 하나도 안 읽어 봤다. 문학동네에서 김영하의 작품들을 이쁜 디자인으로 내던데(이쁜 디자인이라기보다는, 역시 같은 작가의 작품을 같은 컨셉의 디자인으로 만들어놓으면 소장하고 싶은 마음이 더 생기는 듯), 한 번 읽어보고 싶었다. 그렇다고 덜컥 아무거나 집어보기도 그래서 망설이던 차에 알라딘 중고서점에 김영하가 대상을 수상한 <이상문학상 작품집>이 있었다.


2.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 작가의 작품을 읽어본 지도 꽤 됐다. 국어교과서의 영향인걸까, 우리나라 작가들에 그다지 관심이 가지 않았다. 일본 소설과 만화책, 그리고 라이트노벨이나 판타지 소설 같은 것들을 접하면서 자극적인 이야기에 길들여져왔던 것도 있을 것이다. 짜게 먹다 보면 싱거운 음식을 먹을 수 없듯이. 즐겨 읽던 책들에 비해 교과서에 실린 소설들은 분명히 작품성이 뛰어나기에 선정된 것이겠지만 그 작품성이라는 것을 잘 이해할 수 없었다. 재미도 없고. 분석하는 것도 지겹고.


3. 이상문학상 작품집은 처음 읽어보는데, 대상 한 편과 대상 수상 작가의 자선작 한 편, 수상 소감, 문학적 자서전, 작가론, 작품론으로 대상 수상자를 위한 페이지가 할애되어 있다. 나머지는 우수상 수상작과 심사평이 있는데, 특이하게도 맨 앞에 선정 이유서 라고 글이 하나 있고 맨 뒤에는 이상문학상에 대한 설명이 있다.


4. <옥수수와 나>는 재미있었다. 우리나라 최고의 순문학 상이라는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라서 사실 교과서같은 느낌을 생각했는데, 내가 순문학에 대해 얼마나 고리타분한 생각을 갖고 있었는지 조금 알게 되었다. 대화가 많은데, 속도감이 있어서 좋았다. 자선 대표작인 <그림자를 판 사나이>는 느낌이 안 왔다고 해야 하나. 특히 마지막이. 


5. 우수상 수상작은 일곱 편인데, 특히 김숨의 <국수>와 조현의 <그 순간 너와 나는>이 참 좋았다. 


<국수>는 처음에 생뚱맞게 국수 반죽을 하는 장면에서 시작하지만 그 국수를 뽑는 과정 속에 새어머니와 주인공의 인생을 녹여내는 것이 감동적이었다. 뭉클함도 느껴졌고, 정말 밀가루를 반죽하고 국수를 끓여 새어머니의 식탁에 내어놓는 과정일 뿐인데 그 속에 너무나 많은 이야기가 있었다. 


<그 순간 너와 나는>은 마무리가 조금 허무했지만 오컬트적인 분위기가 나와 잘 맞았던 것 같다. 섬뜩하기도 했고. 내가 갖고 있던 '순문학'이라는 것의 고정관념과도 별로 맞지 않는 느낌이라서 신선하기도 했다. 


그밖에 다른 우수상 수상작도 좋았다. 하지만 함정임의 <저녁식사가 끝난 뒤>는 지루했다.


6. 심사평이나 평론가들의 글은 항상 어느 정도는 일반인의 시선과 동떨어진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상문학상 작품집의 심사평들을 보면서도 그런 생각은 크건 작건 들었는데, 특히 <옥수수와 나>의 작품론을 읽으면서는 거의 공감하지 못했다. 너무 확대해석한 것 같은 부분도 있고. 좋게 말하면 '여기서 이런 것까지 읽어내는 건가'하는 대단함이지만, 솔직히 말하면 작가도 이런 것까지 염두하지는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건 작가만 알겠지만. 내가 문학적 지식이 없는 것도 있고. 여튼, 내가 재미있게 읽고 내가 나름의 감상을 얻으면 그걸로 된 것이겠지. 평론가가 무엇을 읽어내든, 심지어 작가가 정말 의도한 것이 무엇이든.


7. 생각 외로 재미있게 읽어서 만족스러웠다. 뿌듯하기도 하고. 나 이상문학상 작품집 읽는 남자야!라는 느낌도 조금 들고. 하하하. 2012년도 말고, 김훈이 대상을 수상했길래 2004년도 이상문학상 작품집도 같이 사왔는데 처음부터 겁먹고 읽지는 않아도 될 것 같다. 뭐, 재미가 없다면 어쩔 수 없는 거지. 


8. (20120926추가)책 내부 디자인이 아주 좋다. 보통 책을 볼 때 한 페이지의 여백을 살펴보면 좌우 여백 폭이 같은데, <이상문학상 작품집>의 경우 책을 펼쳤을 때 바깥쪽의 여백이 좁고 안쪽의 여백이 넓어서 책을 조금만 펼쳐도 안쪽의 글짜까지 잘 보인다. 책을 자꾸 많이 펼치면 책 가운데가 갈라지고 책장이 낱장씩 분리되는 경우도 있는데, 안쪽의 여백이 넓어 책을 끝까지 펼치지 않아도 되니 책 상태 유지에도 좋고 읽는데도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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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곰고옴
2012. 9. 18. 00:24



인간의 증명

저자
모리무라 세이치 지음
출판사
해문출판사 | 2011-03-1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일본의 베스트셀러 작가 모리무라 세이치의 대표작 『인간의 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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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주의>







지난달인가 지지난달인가 종각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구입. 드라마 <로얄패밀리>의 원작소설이라고 한다. 드라마는 보지 않았는데, 느낌이 책 내용이랑은 매우 다를 것 같다. 이 책 내용대로 드라마가 진행되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여튼, <인간의 증명>. 책 제목부터 끌렸다. 일본 초호화호텔의 엘리베이터에서 죽은 흑인에 관한 수사와, 사라진 아내를 찾는 남편과 불륜남의 이야기가 두 개의 줄기를 이룬다. 그리고 그 줄기에는 고위층 가족(어머니와 아들)이 얽혀있다.


추리소설이라고 생각했는데, 수사의 진행은 사실 그렇게 극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우연도 꽤 많고. 죽은 흑인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형사가 내놓은 추측을 수사본부에서 그다지 비판없이 수용해버리고(물론 그 추측은 전부 다 옳긴 하다), 사라진 아내를 찾는 남편과 불륜남은 형사도 아니면서 우연히도 기회가 딱딱 맞아서 사실에 쉽게 접근해가기도 한다. 마지막에 관련 없어보였던 주요 등장인물들이 알고보니 서로 과거에 인연이 있던 사람들이었다는 식인데, 이역시 납득은 잘 되지 않는다.


작가의 시각이 조금 거슬리는데, 전반적으로 일본 전통적 가치들을 높이고 물질주의적이고 서구적인 가치들을 문제삼는다. 이 전통적 가치들이라는게 비 물질적이고 가족주의적이고 흔히 말하는 '사람냄새나는' 것들인데, 이에 대한 찬양이 조금 지나치다. 소설에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너무 대놓고 말해서 오히려 거부감이 든다고 해야 할까. 그리고 전통적인 일본을 선한 가치로 내세우면서 그와 반대로 뉴욕을 온갖 악하고 잘못된 것들의 온상으로 묘사하는데, 그 대비가 '인간적인 것과 물질만능주의의 대비'가 아니라 '일본과 미국의 대비'처럼 보여서 불편할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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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곰고옴
2012. 9. 7. 00:40



요노스케 이야기

저자
요시다 슈이치 지음
출판사
은행나무 | 2009-09-23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도쿄로 상경한 무사태평 낙천가 규슈 청년 요노스케!요시다 슈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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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시오 이신의 이야기 시리즈 신간인 <요노스케 이야기>


는 뻥이고.


<괴물 이야기>와 <상처 이야기>에 이어 같은 친구에게 빌린 <요노스케 이야기>를 읽었다. 본격 청춘 성장소설은 별로 읽어본 적이 없다. 지금 와서 딱히 기억나는 청춘소설?성장소설? 이라면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정도일까. 3년인가 4년 전에 읽은 것 같은데.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은 읽고 나서 많은 위로가 됐는데, <요노스케 이야기>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그다지 위로가 되지는 않았다.


느긋하고 빈틈 많은 주인공 요노스케는 대학 신입생이다. 상경 후 1년간의 이야기를 12개월로 나눠서 하고 있는데, 그 중간중간에 요노스케 지인들의 20년 후 이야기가 삽입되어있다. 책은 쉽게 쉽게 넘어간다. 이야기가 재미 없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남는게 없다.


일단, 빈틈 많은, 흐릿한 성격의 주인공 처럼 이야기도 뭔가 흐릿하다. 기승전결을 잘 모르겠다고 해야할까. 말 그대로 일상이 이어진다. 그리고 그 일상 속에서 요노스케는 성장한 듯 하면서도 성장하지 않은 것도 같다. 1년만에 정신적으로 성숙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될지 모르지만, 제자리에 서있는 듯한 요노스케의 모습은 조금 답답하기도 하다. 마지막에서 요노스케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첫 발자국을 떼는 듯한 모습도 보여주고, 성취한 요노스케의 모습도 언급은 된다. 그래도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요노스케의 성격은 어디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성격인데, 묘하게 몰입이 안 된다. 지극히 일반인이라고 생각하는 나의 경험에 비추어 보았을 때, 요노스케가 1년간 겪은 이야기들은 그다지 기억에 남는 일상으로 보여지지 않는다. 오히려 비일상에 가깝다고나 할까. 내가 지나치게 심심하게 살아왔는지 모르겠지만, 에피소드들이 그다지 공감되지 않는다.


중간중간에 언급되는 요노스케 지인들의 20년 후의 이야기도 생뚱맞게 느껴졌다. 20년 후의 지인들에게 요노스케는 그냥 기억 한켠에 남아있는 친구의 이름이다. 그냥 이름도 잊혀지고 두리뭉실한 느낌으로만 요노스케를 기억하는 지인도 있다. 이 이야기들이 왜 삽입되어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내가 청춘소설, 성장소설에 대해서 뭔가 편견 같은 것을 가지고 있는 것도 같다. 띠지에 '걸작 청춘소설'이라고 쓰여져있는데, 읽기 전에 이 문구 때문에 선입견이랄까, 기대가 있었다. 어느 나이대나 마찬가지지만, 내가 지금 겪어가고 있는 20대는 고민이 많다. 20대만의 고민들이 있다. 그리고 이런 고민과 갈등에 대해 이야기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내가 여러가지로 복잡하기 때문에 더 그런걸 기대했는지 모르겠다.


20대를 이야기하는 소설들은 나중에 20대가 지났을 때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대체로 20대 이야기를 하는 작가는 20대를 넘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20대가 지나서 20대를 기억하며 쓴 이야기는, 20대를 살아가는 독자와 생각이 다를 수도 있다. 내가 20대이기에 보지 못하고 지나가는 것들도 많을 것이고. 아직 많이 서투르기도 하고. 그래서 20대가 지나서 다시 읽어보면, 그때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작가가 무엇을 생각하고 이야기를 한 것인지 그때는 별로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또 다르게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이 책, <요노스케 이야기>도 그런 책인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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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9. 3. 23:34



괴물 이야기(상)

저자
니시오 이신 지음
출판사
학산문화사 | 2010-07-3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놀라움과 감탄의 연속! 니시오 이신이 풀어놓는 현대 속 괴이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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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이야기(하)

저자
니시오 이신 지음
출판사
학산문화사 | 2010-09-17 출간
카테고리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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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이야기』는 엔터테인먼트 소설의 선두주자로 인정받고 있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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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처음 접한 것은 애니를 통해서였다. 스루가몽키 시작부분까지 보다가 접었다. 대사량이 너무 많고 연출에 적응이 안 됐기 때문이다. 애니를 많이 본 것은 아니지만, 다른 애니들에 비해 많은 대사량과 특이한 연출이 특징이라고 생각했는데, 대사량이 너무 많으니 집중이 안 되고, 거기에 연출도 정신사나워서 보기 힘들었다.


그래서 책에도 관심이 없었는데, 친구가 빌려준다고 하기에 호기심에 읽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애니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책에서 대사가 많은 것은 그다지 단점이 아니니까. 정신사나운 화면을 볼 일도 없고.


말장난하는 장면들이 꽤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 부분을 다 들어낸다고 치면 분권 할 필요도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게다가 이야기가 복잡한 것도 아니고. 그야말로 이야기의 뼈대가 있다면 말장난이 살을 이루고 있다. 사람에 따라서는 스토리 진행과는 전혀 상관 없는 말장난이 거슬리고 정신사나울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말장난 부분이 제일 재미있었다. 괴이를 퇴치하는 과정은 오히려 그냥 흐음...수준. 괴이의 정체를 드러내는 부분에서도 긴장감이라던지 하는 것은 없고, 괴이의 정체도 같은 의미의 단어나 비슷한 글자, 동음이의어 같은 것들을 통해 밝혀낸다. 사족이지만 괴이...라고 할까, 이런 류를 퇴치하는 내용중에서는 교고쿠 나츠히코의 책들이 가장 재미있었다. 쇼크도 컸고.


여튼 캐릭터도 매력적이고 무엇보다 말장난들, 딴죽거는 이야기들이 즐겁게 읽혀서 좋았다. 작가 이름인 니시오 이신의 영어 스펠링이 회문인데, 이걸 보면 역시 이 작가는 주고받는 대화 속의 말장난이라던지 동음이의어나 뭐 그런, 말이나 글자로 장난치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다른 작품은 아직 읽어보진 않았지만.


이 다음으로 빌려놓은 책은 <상처 이야기>인데, <괴물 이야기>와는 달리 한 권에 하나의 이야기다. 이 한 권을 다 말장난들로 채워놓진 않았겠지. 아니, 말장난만 한가득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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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저자
토드 부크홀츠 지음
출판사
김영사 | 2009-09-11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300년 경제학 역사를 이끌어온 거장들을 만난다! 광범위한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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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스미스부터 시작해서 경제사상사를 쭉 훑어볼 수 있다. 저자가 나름대로 개그도 치고 하면서 설명하는데 그다지 웃기진 않다. 역시 교양서의 카테고리에 있기 때문인가.


경제학과는 아니지만 경제에 관심이 있어서 경제학과 수업을 조금 들었다. 거시경제학 수업도 들었는데, 수업에서 들었던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즐거웠다. 애덤 스미스부터 시작하는 앞부분은 수업에서 그다지 많이 다루지 않는데 중반 이후쯤부터는 수업에서 들었던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물론 수업에서는 수식도 나오고 굉장히 복잡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렇지 않다.


그래서 어땠느냐, 하면 나는 수업이 더 재미있었다. 이 책은 경제학의 시작부터 현재까지의 흐름을 볼 수 있어 좋지만, 수업에서 이런저런 수식같은 것들과 배웠던 것이 어려웠지만 더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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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곰고옴
2012. 8. 9. 23:57



천사의 속삭임(개정판)

저자
기시 유스케 지음
출판사
창해 | 2007-03-09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푸른 불꽃, 크림슨의 미궁 등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며 일본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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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주의>







기시 유스케의 작품은 <푸른 불꽃>을 통해 처음 접했다. 그 전에 영화 <검은 집>으로 작가의 이름은 알고 있었지만. <푸른 불꽃>과는 느낌이 매우 다르다. <푸른 불꽃>이 주인공의 심적 갈등과 변화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면 <천사의 속삭임>은 사건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한 주인공의 행보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다른 것 보다 그로테스크한 묘사가 가장 기억에 남는데, 마지막에 단체로 죽은 피해자들의 모습은 정말 끔찍하다.


이 책을 읽은 후 영화 <연가시>를 봤는데, 이 책에서처럼 그로테스크한 묘사를 기대했는데 그렇지 않아 실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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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곰고옴
2012. 8. 9. 23:52
<스포일러 주의>






처음 접해본 온다 리쿠의 책은 <삼월은 붉은 구렁을>. 이후로 '삼월 시리즈'를 다 읽고, <도서관의 바다>, <밤의 피크닉>, <초콜릿 코스모스>도 읽었다. 이후 한동안 온다 리쿠의 책을 안 읽다가(라기 보다는 책 자체를 별로 안 읽다가) 최근 알라딘의 오프라인 중고서점에서 책 집어오는데 맛들리면서 온다리쿠의 책도 중고로 하나 둘씩 사모으기 시작했다. 온다 리쿠는 인기 작가라서 역시 중고 매물도 많이 나와서, 안 읽어본 책 중 A급 위주로 알라딘 오프라인 중고서점에 갈 때마다 한두 권씩 집어오기 시작했다.


온다 리쿠의 작품들은 작품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무언가 말로 설명하기 힘든 기묘한 느낌들이 있다. 노스텔지어, 라고도 말하는 것 같은데 노스텔지어라는 말의 느낌을 잘 모르기 때문에 동의할 수가 없다. 내게는 그냥 말로 설명하기 힘든 기묘한 느낌이다. 그리고 이 느낌들이 온다 리쿠의 책을 자꾸 찾게 만드는 매력인 것 같다.


아래의 감상들은 한 권씩 읽을 때마다 두서없이 워드로 작성해놓은 감상들이다. 대충 정리는 하고 블로그에 올리는 것이지만,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라도 어쨌든 읽고 나서의 감상이 팔딱일 때 적어놓은 감상이기 때문에 가급적 수정하지 않았다. 순서는 읽은 순서대로이다. 예전에 읽었던 책들도 이참에 다시 읽어볼까 했지만 아직 읽지 못한 책이 너무 많아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했다.


1. 여섯 번째 사요코 친구에게 빌려 읽었다가 너무 재미있어서 중고로 다시 구매한 책이다. 데뷔작인데, 연극 같은 느낌이 물씬 풍긴다. 몇몇 부분은 연극 지문 같은 느낌이 나고, 배경도 한정되어서 그런지. 온다 리쿠가 연극을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다른 작가의 책들 가운데 읽으면서 영상이 떠오르는 경우가 많다면, 온다 리쿠의 책은 연극 무대가 떠오르는 듯할 때가 많다.


학교라는 곳은 기묘한 곳이지만 온다 리쿠의 소설을 읽으면 그런 생각이 한층 더 강해진다. 그리고 그런 기묘한 느낌을 온다 리쿠는 그녀만의 느낌으로 잘 풀어낸다. 학교라는 기묘하고 특별한 공간.

첫 데뷔작인 이 책을 읽으면서 다른 작품들에서도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요소들을 발견하는 것도 즐거웠다.


2. 굽이치는 강가에서 과거에 있었던 한 사건을 네 명의 화자를 통해 진행시키는데, 이 방식은 나중에 다른 작품에서도 종종 쓰인다. 한 사건을 여러 사람의 입을 통해 서술하면서, 각 화자가 알고 있던 비밀들이 드러나고 다른 화자의 이야기와 상충하는 부분들을 통해 만들어지는 긴장감이 좋다.


역시나 온다 리쿠의 소설에서 빠지지 않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소녀가 등장한다. 온다 리쿠의 작품 중에는 아름다운 소녀가 등장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체로 작품에서 미스테리한 분위기를 만든다. <여섯 번째 사요코>에서의 사요코도 그렇고. 다만 <여섯 번째 사요코>에서 '사요코'는 주인공인데, 그밖의 다른 소설에서 아름다운 소녀는 보통 주인공이 아니라 비밀을 숨긴 조연 같은 역할이다. 다만 <여섯 번째 사요코>에서 '사요코'는 주인공급으로 다뤄짐으로 인해서 그 미스터리한 느낌이 조금 희석된 듯 하다.


<굽이치는 강가에서> 역시 아름다운 소녀가 등장하는데, 온다리쿠의 다른 작품에서와 마찬가지로 그 소녀를 동경하는 소녀 역시 등장한다. 온다 리쿠의 소설에서는 이런 관계가 종종 보이는데, 한 소녀를 동경하는 소녀, 그리고 다른 사람의 동경을 받는 소녀의 느낌은 실제로 어떠할지 궁금하다. 여중 여고에서는 이런 관계가 많다는 것 같은데. 온다 리쿠의 소설에서는 동경과 시기, 질투가 뒤섞여서 꼭 파스텔 색처럼 밝고 따뜻한 색과 흙탕물같은 탁한 색이 뒤섞인 듯한 느낌인데 실제로는 어떨까. 그런 점에서, 세 번째로 등장한 화자 '마오코'의 경우 처음에는 '요시노'와 '가스미'를 싫어한다고 생각했는데, '마오코'가 화자로 등장하니 '마오코'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 그게 이해가 잘 안 된다


전체적으로 굽이치는 강가에서의 경우 느낌은 늦여름, 혹은 여름과 가을의 중간쯤 같은 느낌이다. 여름의 상큼함과 활발함, 그리고 가을의 쓸쓸함이 대비되는 느낌. 시간적인 배경도 그렇지만 주인공들의 변화 역시 소설에서 언급하듯이 소녀에서 여성으로, 상큼함에서 고독함, 쓸쓸함으로 넘어가는 느낌이 든다.


3. 유지니아 끝까지 읽는데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이전의 온다 리쿠 작품의 경우 보통 이틀 정도면 다 읽을 수 있었다. 유지니아의 경우 책 읽는데 조금 게을렀던 것도 있지만, 특유의 구성 때문에 빨리 넘길 수 없었던 것도 있다. 한 사건을 중심으로 이와 관계된 모든 인물들을 인터뷰하고 그들의 과거 이야기를 모아놓은 구성인데, <굽이치는 강가에서>와 비슷한 느낌이지만 화자는 훨씬 많다. 또한 인터뷰를 할 때 인터뷰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어떤 질문을 한 것인지 언급하지 않기 때문에 파악하는데 시간이 조금 걸리기도 한다. 책을 읽을수록 사건과 용의자에 대한 정보가 쌓여가면서 이 챕터가 누구에 관한 것인지, 무엇에 관한 것인지 파악된다. 때문에 가끔은 뒤로 돌아가기도 하느라고 조금 오래 걸렸다


책에는 맨 처음부터 가장 유력한 용의자가 등장한다. 그리고 이야기가 진행되고 정보가 쌓여갈 수록 용의자에 대한 의심은 점점 더 높아지지만, 마지막에 나온 용의자와의 인터뷰는 의심을 무너뜨리기에 충분하다. 범인은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고, 표지에 나온 추리소설 대상 문구에도 불구하고 사건의 발생->수사->범인 체포의 순서로 흘러가는 것이 아닌 인터뷰 모음집 같은 형태라서 일반적인 추리소설의 느낌은 아니다. 오히려 이 책의 재미는 인터뷰를 읽어가면서 이 사건에 대해 접근해나가는 그 과정이다. 보통 추리소설은 처음에 사건에 대해 수사해나가는 형사를 따라가면서 사건의 핵심적인 정보를 접하게 되는데, 유지니아의 경우 주변인물들의 근거 없는 추측, 그리고 그 주변인에 대한 다른 주변인의 의견, 그리고 각각의 관계자들의 증언 속에 들어있는 미묘한 불일치 등이 더해져서 독특한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보통의 추리소설이 집 안을 들어가서 살펴보는 것이라 하면 유지니아는 담벼락에 매달려 집의 겉모습만을 살펴보는 것과 같다. 창문을 통해 안을 들여다보려 애쓰지만, 볼 수 있는 범위도 한정되어 있고 어느 창을 통해 보느냐에 따라 집안의 모습은 달라진다. 이러한 점이 오히려 긴장감을 유발하고, 내가 직접 추리한다는 느낌을 갖게 만든다. 결국 범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지만(책 내용상 밝혀졌을지 모르지만 내가 이해를 못 한건지 나는 알 수가 없었다) 그 과정을 경험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다.


4. 라이온 하트 지금까지 읽어본 온다 리쿠의 책 가운데 최초의 본격 로맨스 소설이다. 세대를 거슬러 이어지는 기억을 바탕으로 한 사랑 이야기는 설정만으로도 상당히 애틋하지만, 지금까지 읽어본 온다 리쿠 소설 중 가장 재미 없었다. 우선 로맨스 소설은 취향이 아니라는 점도 있지만, 글에서 기승전결을 잘 느끼지 못하겠고 이상하게 스케일이 커진다는 점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사실 책을 읽으면서 나의 가장 큰 관심은 '에드워드'와 '엘리자베스' 사이의 로맨스의 행방이 아니라 둘 사이의 관계가 세대를 뛰어넘어서까지 전승되는 원인이 무엇인가 였다. 두 사람은 어째서 과거로부터 이어져오는 상대방의 기억을 갖고 있는지, 어째서 행복한 만남이 아니라 찰나간의 만남밖에 갖지 못하는지를 밝혀내는 것이 중심이라고 느껴졌다. 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쓸데없이 스케일이 컸고, 두 사람의 만남과 헤어짐이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해서 두 사람의 관계가 가진 비밀에 대한 궁금증도 약해졌다. 결국 이야기에 대한 흥미 자체가 사라져서 재미없었다.


재미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읽은 것은 돈이 아깝기도 했지만 각 세대에서 기억을 계승한 에드워드와 엘리자베스의 입을 통해 전승되는 기억에 대한 정보를 얻는 방식을 통해 정보를 짜맞추는 행위가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이 라이온 하트 전반에 걸쳐 사용되는 것은 아니고, 다른 사건이 중심이 되면서 사이드로 에드워드와 엘리자베스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챕터도 있다.


온다 리쿠가 굉장한 다작을 하는 만큼, 작품들의 편차도 크다고 들었다. 지금까지 운 좋게 재미있는 작품만 읽어왔는데, <라이온 하트>는 최초로 읽게 된 온다 리쿠의 재미없는 작품으로 남았다.


5. 어제의 세계 우선 <유지니아>처럼 한 가지 사건을 다양한 화자의 입을 빌어 말하는 방식이 사용되었다는 점은 좋다. 온다 리쿠는 이러한 방식의 서술을 잘 사용하는 듯 하다.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본 모습을 통해 전체를 추리해내야 한다는 점에서 독자의 입장에서도 즐겁게 책을 읽게 해준다. 그리고 마을과 탑이 가진 비밀은 인상깊었다. 약간 억지스러운 것 같기도 하지만 이 분야는 내가 모르기 떄문에 넘어가고, 인상은 강하게 남았다.


하지만 마무리는 납득할 수 없다. 완전히 판타지로 끝나는데, 옮긴이의 말 에서는 이게 바로 온다 리쿠 표 판타지 라고 하지만, 추리소설 분위기에서 갑자기 판타지로 끝맺음을 해버리면 독자 입장에서는 당황스럽고 현실의 범위에서 마무리할 수 없어서 결국 판타지스러운 설정의 힘을 빌려야 했나 하고 생각하게 된다.


책 중간에서 '고로'가 본인은 신이 되기 위해 이 마을에 왔다는 식의 이야기를 하는데, 난 그것이 죽음으로써 모두의 기억에 남는다든지, 아니면 마을의 비밀에 융화된다든지 뭐 이런 것일 줄 알았다. 하지만 내 기대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빗나가는 것은 상관 없는데, 납득이 가는 결말을 제시해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봉신연의를 생각나게 만드는 어이없는 결말은 이전까지의 이야기를 즐겁게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진한 아쉬움만 남게 만든다.


그리고 제목이 어째서 어제의 세계인지도 이해할 수 없고 책 뒤의 '망각할 능력이 없는 사람은 어떻게 살아갈까' 하는 문구도 왜 있는건지 모르겠다. 온다 리쿠가 본인 작품의 집대성이라고 했는데 어떤 점에서 집대성했다는 것인지 역시 잘 모르겠다.


초중반 부분을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에 마지막의 마무리는 더더욱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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