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에 해당되는 글 73건
- 2012.10.14 마구
- 2012.10.06 가짜 이야기(하)
- 2012.10.01 가짜 이야기(상)
- 2012.09.30 다잉 아이
- 2012.09.23 2012 이상문학상 작품집 - 옥수수와 나
- 2012.09.18 인간의 증명
- 2012.09.07 요노스케 이야기
- 2012.09.06 상처 이야기
- 2012.09.03 괴물 이야기
- 2012.09.02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스포일러 주의>
히가시노 게이고의 <마구>를 읽었다. 작품 발표 순으로 하면 초기작에 해당되지만(88년 작), 국내에 소개된 것은 작년인 2011년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들이 발표 순이 아니라 한 작품이 인기를 끌고 나서 과거의 작품들이 무작위로 발표되는지라 이렇게 초기의 작품이 근래에 번역되어 나오기도 하는 것 같다.
약소했지만 천재 투수의 입학을 계기로 좋은 성적을 올리게 된 한 고등학교의 야구부에서 포수가 시체로 발견된다. 그와중에 한 전기회사에서 장난이라기엔 너무나도 정교한 폭발물이 발견되고, 고등학교 야구부의 천재 투수 역시 시체로 발견된다. 두 사건은 아무런 연관이 없어보이지만 사건이 진행될 수록 연관성이 드러나게 된다.
야구부의 살인사건이 메인 스토리이고, 전기회사의 폭발물은 서브 스토리라고 할 수 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마구>의 중심은 주인공이자 살해된 천재 투수인 '스다 다케시'이다. 야구부 살인사건의 트릭이나 전기회사에 폭발물을 설치한 범인은 사실은 전부 사이드라고 생각한다. 실제 살인을 일으키게 된 직접적인 계기나 트릭도 그다지 공감되지 않고, 전기회사의 폭발물 이야기는 없애는 편이 더 깔끔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주인공인 '스다 다케시'의 캐릭터가 갖는 매력이 있다. 출생의 비밀과 함께 자신이 집안을 일으켜 세워야 한다는 중압감, 그를 위해 진로를 정하고 그 외의 모든 것들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안쓰러웠다. 천재적인 재능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더욱더 확실한 미래를 위해 살인적인 연습을 소화해내야 하는 모습, 자신의 존재 이유인 오른팔이 망가졌다는 것을 알았을 때의 절망감, 스카우터가 변화구를 익히느라 자세를 망가트리지 말라고 조언했음에도 불구하고 망가진 오른팔로도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 마구를 배워야만 하는 상황들. 고등학생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강인한 멘탈을 갖고 있었던 것은 그만큼 많은 상처와 각오를 지나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가 배운 '마구'는 말 그대로 악마의 공이었다. 망가져가는 오른팔의 마지막 존재 의미가 될 수 있었던 공.
히가시노 게이고는 항상 살인사건과 그 트릭보다는 범인의 배경에 관심을 갖는 것 같은데, 그런 점에서 '스다 다케시'라는 캐릭터는 꽤나 인상깊었다.
포수를 살해하고, 그 여파가 가족들에게 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 스다 다케시가 주변을 정리하고 자살로 마무리하는 점은 기시 유스케의 <푸른 불꽃>을 연상하게 했다. 하지만 자살로 마무리하기로 결심하고 실행하는 일련의 과정들은 <푸른 불꽃>이 훨씬 더 설득력이 있다.
꽤 두껍지만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답게 빨리 읽힌다. 페이지당 글자 수가 적은 것도 있겠지만.
+ 여담이지만, 페이지당 글자수를 적게 만들고 줄 간격을 늘리는 것은 책장이 빨리 넘어가게 만들어서 몰입도를 높이기 위한 의도적인 편집인걸까, 아니면 그냥 책을 두껍게 만들어서 비싸게 팔려는 것일까. 확실히 책장이 빨리 넘어가면 좀 더 집중이 되는 것도 같다. 한 페이지를 오랫동안 보고 있으면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것 같기도 하다. '아, 아직도 이 페이지인가' 싶달까. 하지만 추리, 스릴러 같은 경우에는 몰입이 잘 되니까 그냥 페이지에 글자 수 많이 넣고 책 두께를 좀 줄이고 싸게 만들어도 괜찮을 것 같기도 한데.
++ 작년에 <마구>가 나왔을 때, 어디선가 승부조작에 관한 이야기라고 들었던 것 같아서 그쪽 스토리를 예상하고 있었는데 내 착각이었다. 완벽한 착각이었다.
<스포일러 주의>
메모해두었던 감상을 간략하게 정리.
우선, <가짜 이야기(상)>과는 거의 연결되지 않는다. (상)의 등장인물이 (하)에도 조금 등장하는 정도.
패턴이 <가짜 이야기(상)>과 매우 유사한데, 제목이 '츠키히 피닉스'이면서 츠키히의 비중은 매우 낮다. (상)과 마찬가지로 책의 반이 지나갈 때까지 '츠키히 피닉스'에 관한 직접적인 내용은 하나도 안 나온다. 오히려 앞의 반의 분량이 지나는동안 (상)의 주인공(이랄까, 부제가 '카렌' 비 였으니까)인 카렌의 분량이 더 나올 정도. 이 분량은 카렌의 이름이 소제목으로 들어간 (상)권으로 넘겨달라고. 책의 후반부 반에서도 '츠키히 피닉스'에 관련된 내용이 나오지만 정작 츠키히는 거의 안 나온다, 라고 할까 사실은 등장했다가 기절하고 마지막에 깨어난다...
또 한 가지 불만인게(<가짜 이야기(하)>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이야기 시리즈 전체에서) 자꾸 이전 권의 이야기를 언급하는데 이게 한두 번은 복습 차원에서 좋을지 모르지만 좀 지나치게 언급되는 것 같다. 책에서 칸바루가 처음 등장하면 바로 '스루가 몽키'의 이야기를 하고, 뭐 센조가하라가 등장하면 '히타기 크랩'이야기를 하고 이런 식. 게다가 이 작가 특성상 짧은 이야기를 말장난으로 엄청 늘여 쓰는데, 그때문에 이미 아는 이야기를 상당한 분량으로 또 읽어야 한다. 지루하다. 가뜩이나 '카렌 비'에는 카렌이 안 나오고 '츠키히 피닉스'에서는 츠키히가 안 나와서 얼른 나오는 부분을 보고싶은데 언제적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는 건지.
이게 한 번 거슬리기 시작하니까 곳곳에서 거슬린다. 한 문장으로 끝날 것을 동의어들을 활용해 두 문장 세 문장으로 늘려버리는 것도 그렇고, (상), (하) 포함해서 '가짜'라는 테마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도 뭔 소린가 싶기도 하고. 안 좋은 인상 때문에 더 그렇게 느꼈는지 모르겠지만, '가짜'라는 것에 너무 의미를 부여하려고 하는 것 같아서 어색한 느낌이었다.
그러고 보면, 책 제목이 <'가짜' 이야기>인데 소제목에 언급된 두 여동생이 사실은 주인공이 아니라는 점에서 '가짜'인걸까 싶기도 하다.
그리고 이건 개인적인 부분인데, 센조가하라가 머리 자르고 캐릭터가 변했다는 것은 아라라기의 입을 통해 그냥 언급할 게 아니라 센조가하라가 직접 등장해서 보여주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궁금하다.
+ 폰으로 에버노트에 중간중간 감상을 남기는데, 제목을 '블로그 가짜 이야기 감상'이라고 하려던걸 오타 때문에 '블로그 사짜 이야기 감상'이라고 써버렸다. 그런데 또 나름대로 의미는 통하네. '사짜 이야기'라...
++ 초반에 칫솔로 하는 벌칙이 나오는데, 은근히 수위가 높다, 랄까 읽다가 헛웃음이 나왔음. 생뚱맞게 어째서...
+++ 그러고 보면 후기에 작가가 '200% 취미로 쓴 소설'이라고 했지. 정말 그런 것 같다. 완성도보다는 정말 취미생활이 가장 큰 목적인 것 같다.
<스포일러 주의>
하권을 읽어봐야 할지도 모르지만, 우선 상권 내에서 하나의 이야기는 마무리 지은 것 같기 때문에 감상을 남겨본다.
'이야기 시리즈'에서 항상 엄청난 분량의, 이야기를 무시할 정도로, 말장난 그 자체가 이 소설의 목적이라는 듯이 말장난을 늘어놓는 니시오 이신이지만 그래도 그 말장난은 이야기 속에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정신사납지만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고. 하지만 <가짜 이야기(상)>에서는 책의 앞부분 반이 기존의 캐릭터들과의 말장난 에피소드에 할애되어 있는데, 본 스토리와는 그다지 크게 연관이 없다. 그야말로 기존 캐릭터들의 팬을 위한 팬서비스랄지, 작가가 단순히 기존 캐릭터들과의 말장난 에피소드를 쓰고싶었던 것 뿐인지 모르겠지만 그런 것이다. 팬서비스라면 팬들에겐 만족일 것이고 작가의 취향이라면 작가에겐 만족이었겠지만 나에게는 불만족이다. 이야기 진행과정 속에서의 말장난 장면은 즐겁지만 이야기와 상관이 없으면 그냥 유머 모음집 같은 것처럼 느껴진다. 굳이 기존 캐릭터를 전부 언급하고 싶다면 그들을 이야기 속에 관계된 인물로 등장시키던지, 아니면 그냥 과감하게 생략해버리고 새 캐릭터와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위한 소수의 캐릭터에 집중하는 편이 더 좋지 않을까.
라고 쓰지만, 그래도 '야이기 시리즈'는 말장난을 위한 소설이라는 이미지가 강해서 또 달리 생각하면 그렇게 아쉽지는 않을지도 모르겠다. 비중을 생각해본다면 말장난>캐릭터>이야기 순으로 비중을 두고 있는 시리즈 같다고나 할까.
참고로 나는, 이야기>캐릭터>말장난 순이다. '이야기 시리즈'로 생각해본다면 이야기+말장난>캐릭터>이야기와 상관 없는 말장난 순. 그래서 <가짜 이야기(상)>은 지루했다. 아무리 침대에 누워 읽었지만 읽다가 졸 줄이야.
<스포일러 주의>
읽으면서 트릭을 어떻게 설명할건지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했는데, 비과학적이라는 느낌이라 맥이 풀렸다. 주인공은 자신이 낸 교통사고로 죽은 피해자가 살아돌아와 자신에게 복수를 하려고 한다(세세하게 쓰자면 주인공은 자신이 낸 교통사고의 기억을 잃어 자신에게 접근하는 사람이 죽은 피해자인줄 몰랐고, 또 사실은 주인공인 낸 사고가 아니라 대신 덮어쓴 것 뿐이긴 하지만). 분명히 피해자는 죽었는데 다시 살아와 복수하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지 궁금했다. 피해자의 남편이 마네킹 기술자라 인조인간같은 형태로 만들어서 복수하는건가, 싶었는데 일단 피해자의 남편은 사망했고, 설마 인조인간같은 어이없는 SF식 설정으로 대충 때우려는건 아니겟지 싶었다. 쌍둥이 자매가 있는 것도 아닌데 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답은 최면이었다. 그것도 뭐 피해자의 남편이 애먼 여자 구해다 최면을 걸어 대신 복수시키고 그런게 아니다. 교통사고의 가해 차량은 두 대 였는데, 그중 주인공이 아닌 다른 차량의 운전자가 죽어가는 피해자의 눈을 보면서 본인이 바로 피해자라고 혼자 최면에 걸린 것이다. 그 뒤로 체형도 피해자와 비슷하게 바꾸고 얼굴도 피해자와 똑같이 성형해서 가해자에게 복수한다는 설명이었다.
그래서 제목이 '다잉 아이'구나, 싶으면서도 이해는 안 됐다. 죽어가는 눈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했던 것 같은데 이건 조금 지나친 것 같다. 이야기도 재미있고 곳곳의 반전들로 인해 더욱 빠져들었지만 마지막에 비밀을 알고 나서는 음...회의적인 관점이 되었달까.
이제, 내용 외적인 이야기로. 글자가 헐렁하게 배치되어있다. 줄간격도 길고. 장르의 특성상 빨리 넘기게 되는데 한 장에 들어있는 글자 수가 적다보니 더욱 더 책장이 잘 넘어간다. 두껍지만 금방 읽었다. 그리고 밤에 읽어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마지막 장을 넘기면 깜짝 놀라게 된다. 재미있는 장치였다.
1. 김영하의 작품을 하나도 안 읽어 봤다. 문학동네에서 김영하의 작품들을 이쁜 디자인으로 내던데(이쁜 디자인이라기보다는, 역시 같은 작가의 작품을 같은 컨셉의 디자인으로 만들어놓으면 소장하고 싶은 마음이 더 생기는 듯), 한 번 읽어보고 싶었다. 그렇다고 덜컥 아무거나 집어보기도 그래서 망설이던 차에 알라딘 중고서점에 김영하가 대상을 수상한 <이상문학상 작품집>이 있었다.
2.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 작가의 작품을 읽어본 지도 꽤 됐다. 국어교과서의 영향인걸까, 우리나라 작가들에 그다지 관심이 가지 않았다. 일본 소설과 만화책, 그리고 라이트노벨이나 판타지 소설 같은 것들을 접하면서 자극적인 이야기에 길들여져왔던 것도 있을 것이다. 짜게 먹다 보면 싱거운 음식을 먹을 수 없듯이. 즐겨 읽던 책들에 비해 교과서에 실린 소설들은 분명히 작품성이 뛰어나기에 선정된 것이겠지만 그 작품성이라는 것을 잘 이해할 수 없었다. 재미도 없고. 분석하는 것도 지겹고.
3. 이상문학상 작품집은 처음 읽어보는데, 대상 한 편과 대상 수상 작가의 자선작 한 편, 수상 소감, 문학적 자서전, 작가론, 작품론으로 대상 수상자를 위한 페이지가 할애되어 있다. 나머지는 우수상 수상작과 심사평이 있는데, 특이하게도 맨 앞에 선정 이유서 라고 글이 하나 있고 맨 뒤에는 이상문학상에 대한 설명이 있다.
4. <옥수수와 나>는 재미있었다. 우리나라 최고의 순문학 상이라는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라서 사실 교과서같은 느낌을 생각했는데, 내가 순문학에 대해 얼마나 고리타분한 생각을 갖고 있었는지 조금 알게 되었다. 대화가 많은데, 속도감이 있어서 좋았다. 자선 대표작인 <그림자를 판 사나이>는 느낌이 안 왔다고 해야 하나. 특히 마지막이.
5. 우수상 수상작은 일곱 편인데, 특히 김숨의 <국수>와 조현의 <그 순간 너와 나는>이 참 좋았다.
<국수>는 처음에 생뚱맞게 국수 반죽을 하는 장면에서 시작하지만 그 국수를 뽑는 과정 속에 새어머니와 주인공의 인생을 녹여내는 것이 감동적이었다. 뭉클함도 느껴졌고, 정말 밀가루를 반죽하고 국수를 끓여 새어머니의 식탁에 내어놓는 과정일 뿐인데 그 속에 너무나 많은 이야기가 있었다.
<그 순간 너와 나는>은 마무리가 조금 허무했지만 오컬트적인 분위기가 나와 잘 맞았던 것 같다. 섬뜩하기도 했고. 내가 갖고 있던 '순문학'이라는 것의 고정관념과도 별로 맞지 않는 느낌이라서 신선하기도 했다.
그밖에 다른 우수상 수상작도 좋았다. 하지만 함정임의 <저녁식사가 끝난 뒤>는 지루했다.
6. 심사평이나 평론가들의 글은 항상 어느 정도는 일반인의 시선과 동떨어진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상문학상 작품집의 심사평들을 보면서도 그런 생각은 크건 작건 들었는데, 특히 <옥수수와 나>의 작품론을 읽으면서는 거의 공감하지 못했다. 너무 확대해석한 것 같은 부분도 있고. 좋게 말하면 '여기서 이런 것까지 읽어내는 건가'하는 대단함이지만, 솔직히 말하면 작가도 이런 것까지 염두하지는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건 작가만 알겠지만. 내가 문학적 지식이 없는 것도 있고. 여튼, 내가 재미있게 읽고 내가 나름의 감상을 얻으면 그걸로 된 것이겠지. 평론가가 무엇을 읽어내든, 심지어 작가가 정말 의도한 것이 무엇이든.
7. 생각 외로 재미있게 읽어서 만족스러웠다. 뿌듯하기도 하고. 나 이상문학상 작품집 읽는 남자야!라는 느낌도 조금 들고. 하하하. 2012년도 말고, 김훈이 대상을 수상했길래 2004년도 이상문학상 작품집도 같이 사왔는데 처음부터 겁먹고 읽지는 않아도 될 것 같다. 뭐, 재미가 없다면 어쩔 수 없는 거지.
8. (20120926추가)책 내부 디자인이 아주 좋다. 보통 책을 볼 때 한 페이지의 여백을 살펴보면 좌우 여백 폭이 같은데, <이상문학상 작품집>의 경우 책을 펼쳤을 때 바깥쪽의 여백이 좁고 안쪽의 여백이 넓어서 책을 조금만 펼쳐도 안쪽의 글짜까지 잘 보인다. 책을 자꾸 많이 펼치면 책 가운데가 갈라지고 책장이 낱장씩 분리되는 경우도 있는데, 안쪽의 여백이 넓어 책을 끝까지 펼치지 않아도 되니 책 상태 유지에도 좋고 읽는데도 편하다.
<스포일러 주의>
지난달인가 지지난달인가 종각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구입. 드라마 <로얄패밀리>의 원작소설이라고 한다. 드라마는 보지 않았는데, 느낌이 책 내용이랑은 매우 다를 것 같다. 이 책 내용대로 드라마가 진행되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여튼, <인간의 증명>. 책 제목부터 끌렸다. 일본 초호화호텔의 엘리베이터에서 죽은 흑인에 관한 수사와, 사라진 아내를 찾는 남편과 불륜남의 이야기가 두 개의 줄기를 이룬다. 그리고 그 줄기에는 고위층 가족(어머니와 아들)이 얽혀있다.
추리소설이라고 생각했는데, 수사의 진행은 사실 그렇게 극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우연도 꽤 많고. 죽은 흑인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형사가 내놓은 추측을 수사본부에서 그다지 비판없이 수용해버리고(물론 그 추측은 전부 다 옳긴 하다), 사라진 아내를 찾는 남편과 불륜남은 형사도 아니면서 우연히도 기회가 딱딱 맞아서 사실에 쉽게 접근해가기도 한다. 마지막에 관련 없어보였던 주요 등장인물들이 알고보니 서로 과거에 인연이 있던 사람들이었다는 식인데, 이역시 납득은 잘 되지 않는다.
작가의 시각이 조금 거슬리는데, 전반적으로 일본 전통적 가치들을 높이고 물질주의적이고 서구적인 가치들을 문제삼는다. 이 전통적 가치들이라는게 비 물질적이고 가족주의적이고 흔히 말하는 '사람냄새나는' 것들인데, 이에 대한 찬양이 조금 지나치다. 소설에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너무 대놓고 말해서 오히려 거부감이 든다고 해야 할까. 그리고 전통적인 일본을 선한 가치로 내세우면서 그와 반대로 뉴욕을 온갖 악하고 잘못된 것들의 온상으로 묘사하는데, 그 대비가 '인간적인 것과 물질만능주의의 대비'가 아니라 '일본과 미국의 대비'처럼 보여서 불편할 때도 있다.
니시오 이신의 이야기 시리즈 신간인 <요노스케 이야기>
는 뻥이고.
<괴물 이야기>와 <상처 이야기>에 이어 같은 친구에게 빌린 <요노스케 이야기>를 읽었다. 본격 청춘 성장소설은 별로 읽어본 적이 없다. 지금 와서 딱히 기억나는 청춘소설?성장소설? 이라면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정도일까. 3년인가 4년 전에 읽은 것 같은데.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은 읽고 나서 많은 위로가 됐는데, <요노스케 이야기>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그다지 위로가 되지는 않았다.
느긋하고 빈틈 많은 주인공 요노스케는 대학 신입생이다. 상경 후 1년간의 이야기를 12개월로 나눠서 하고 있는데, 그 중간중간에 요노스케 지인들의 20년 후 이야기가 삽입되어있다. 책은 쉽게 쉽게 넘어간다. 이야기가 재미 없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남는게 없다.
일단, 빈틈 많은, 흐릿한 성격의 주인공 처럼 이야기도 뭔가 흐릿하다. 기승전결을 잘 모르겠다고 해야할까. 말 그대로 일상이 이어진다. 그리고 그 일상 속에서 요노스케는 성장한 듯 하면서도 성장하지 않은 것도 같다. 1년만에 정신적으로 성숙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될지 모르지만, 제자리에 서있는 듯한 요노스케의 모습은 조금 답답하기도 하다. 마지막에서 요노스케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첫 발자국을 떼는 듯한 모습도 보여주고, 성취한 요노스케의 모습도 언급은 된다. 그래도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요노스케의 성격은 어디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성격인데, 묘하게 몰입이 안 된다. 지극히 일반인이라고 생각하는 나의 경험에 비추어 보았을 때, 요노스케가 1년간 겪은 이야기들은 그다지 기억에 남는 일상으로 보여지지 않는다. 오히려 비일상에 가깝다고나 할까. 내가 지나치게 심심하게 살아왔는지 모르겠지만, 에피소드들이 그다지 공감되지 않는다.
중간중간에 언급되는 요노스케 지인들의 20년 후의 이야기도 생뚱맞게 느껴졌다. 20년 후의 지인들에게 요노스케는 그냥 기억 한켠에 남아있는 친구의 이름이다. 그냥 이름도 잊혀지고 두리뭉실한 느낌으로만 요노스케를 기억하는 지인도 있다. 이 이야기들이 왜 삽입되어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내가 청춘소설, 성장소설에 대해서 뭔가 편견 같은 것을 가지고 있는 것도 같다. 띠지에 '걸작 청춘소설'이라고 쓰여져있는데, 읽기 전에 이 문구 때문에 선입견이랄까, 기대가 있었다. 어느 나이대나 마찬가지지만, 내가 지금 겪어가고 있는 20대는 고민이 많다. 20대만의 고민들이 있다. 그리고 이런 고민과 갈등에 대해 이야기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내가 여러가지로 복잡하기 때문에 더 그런걸 기대했는지 모르겠다.
20대를 이야기하는 소설들은 나중에 20대가 지났을 때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대체로 20대 이야기를 하는 작가는 20대를 넘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20대가 지나서 20대를 기억하며 쓴 이야기는, 20대를 살아가는 독자와 생각이 다를 수도 있다. 내가 20대이기에 보지 못하고 지나가는 것들도 많을 것이고. 아직 많이 서투르기도 하고. 그래서 20대가 지나서 다시 읽어보면, 그때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작가가 무엇을 생각하고 이야기를 한 것인지 그때는 별로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또 다르게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이 책, <요노스케 이야기>도 그런 책인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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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바로 쓰는 두서 없는 이야기. 를 약간만 정리.
흡혈귀는 다른 작품들에서도 상당히 많이 사용되는 소재로, 사실 상당히 라기보다는 뼛속까지 우려낸 사골이라고 하는 편이 더 어울릴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나오는 것을 보면 흡혈귀라는 소재 자체가 많은 매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겠지. 그러고보면 같은 흡혈귀 이야기면서도 색다른 이야기가 꾸준히 나온다는 것도 참 대단하다.
<상처 이야기>는 흡혈귀 이야기를 또 다른 느낌으로 써내려간다. 말장난은 여전히 많고 또 여전히 재미있다. 흡혈귀가 나오는데 책의 분위기는 호러도, 액션도, 그렇다고 러브코미디...도 아닌 듯하고. 역시 말장난의 비중이 크다보니 그런걸까.
흡혈귀는 이러니저러니해도 역시 인간을 잡아먹는 존재다. 보통 흡혈귀가 주인공 급으로 나오는 다른 작품에선 고상하고 완전한 인간의 친구로 나온다. 흡혈귀는 인간을 이해하고 인간을 보호한다. 그래서 상처이야기 후반부에서 아라라기가 키스샷의 식사장면을 보고 받는 충격이 더 신선했다. 흡혈귀에게 인간은 역시 식량일 뿐인데. 사실 다른 작품에서와는 달리 상처이야기에서 키스샷은 인간의 살까지 씹어삼킨다는 설정이 이런 충격의 강도를 더 키운 것 같다.
그러고보면 이야기랑 상관 없는 말장난이 많다보니 책은 술술 넘어가는데 다 읽고나서 머리에 남는건 이야기의 뼈대와 몇몇 인상깊은?? 끌린 장면 뿐이다. 그 이상을 바라는 것도 이상할지 모르지만, 여튼 꽤 두꺼운 두께임에도 이야기는 간략하게 남는다는건 좀 이상한 기분이긴 하다.
그리고 하네카와와의 플래그는 괴물이야기 상권에서의 센조가하라보다 오히려 더 빨랐구나. 그리고 상처이야기에사의 하네카와 캐릭터가 괴물이야기에서보다 더 마음에 든다.
시리즈라는 것은 참 묘한데, 이야기가 쭉 이어지는 장편 시리즈야 물론 처음 살 때부터 끝까지 읽을 각오를 하고 사는거지만, 이야기 시리즈처럼 각 이야기간의 상관관계가 장편소설처럼 직접적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 경우에는 오히려 퍼즐맞추기처럼 생각되어 수집욕이 더 강해지는 것 같다. <괴물 이야기>에서도 각각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다른 이야기의 주인공을 찾는 것처럼 <상처 이야기>에서도 주인공인 키스샷 말고도 하네카와의 색다른 모습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이후 다른 이야기 시리즈에서도 퍼즐 찾듯이 다른 캐릭터들을 찾아나가게 될 것이다. 이런 점이 수집욕을 자극하게 되는 것 같다. 말하자면 이전 이야기의 보충 설명을 다음 이야기에서 한다던지. 괴물이야기 하권의 마지막 에피소드 츠바사캣에서 하네카와가 아라라기군을 좋아해왔다고 말하는데, 다음 이야기인 <상처 이야기>에는 하네카와가 아라라기군을 좋아하는 듯한 모습이 빈번하게 묘사된다.
여하튼 친구에게 당장 <가짜 이야기>를 빌리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그러지는 못하고. 가능한 빨리 빌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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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처음 접한 것은 애니를 통해서였다. 스루가몽키 시작부분까지 보다가 접었다. 대사량이 너무 많고 연출에 적응이 안 됐기 때문이다. 애니를 많이 본 것은 아니지만, 다른 애니들에 비해 많은 대사량과 특이한 연출이 특징이라고 생각했는데, 대사량이 너무 많으니 집중이 안 되고, 거기에 연출도 정신사나워서 보기 힘들었다.
그래서 책에도 관심이 없었는데, 친구가 빌려준다고 하기에 호기심에 읽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애니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책에서 대사가 많은 것은 그다지 단점이 아니니까. 정신사나운 화면을 볼 일도 없고.
말장난하는 장면들이 꽤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 부분을 다 들어낸다고 치면 분권 할 필요도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게다가 이야기가 복잡한 것도 아니고. 그야말로 이야기의 뼈대가 있다면 말장난이 살을 이루고 있다. 사람에 따라서는 스토리 진행과는 전혀 상관 없는 말장난이 거슬리고 정신사나울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말장난 부분이 제일 재미있었다. 괴이를 퇴치하는 과정은 오히려 그냥 흐음...수준. 괴이의 정체를 드러내는 부분에서도 긴장감이라던지 하는 것은 없고, 괴이의 정체도 같은 의미의 단어나 비슷한 글자, 동음이의어 같은 것들을 통해 밝혀낸다. 사족이지만 괴이...라고 할까, 이런 류를 퇴치하는 내용중에서는 교고쿠 나츠히코의 책들이 가장 재미있었다. 쇼크도 컸고.
여튼 캐릭터도 매력적이고 무엇보다 말장난들, 딴죽거는 이야기들이 즐겁게 읽혀서 좋았다. 작가 이름인 니시오 이신의 영어 스펠링이 회문인데, 이걸 보면 역시 이 작가는 주고받는 대화 속의 말장난이라던지 동음이의어나 뭐 그런, 말이나 글자로 장난치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다른 작품은 아직 읽어보진 않았지만.
이 다음으로 빌려놓은 책은 <상처 이야기>인데, <괴물 이야기>와는 달리 한 권에 하나의 이야기다. 이 한 권을 다 말장난들로 채워놓진 않았겠지. 아니, 말장난만 한가득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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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스미스부터 시작해서 경제사상사를 쭉 훑어볼 수 있다. 저자가 나름대로 개그도 치고 하면서 설명하는데 그다지 웃기진 않다. 역시 교양서의 카테고리에 있기 때문인가.
경제학과는 아니지만 경제에 관심이 있어서 경제학과 수업을 조금 들었다. 거시경제학 수업도 들었는데, 수업에서 들었던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즐거웠다. 애덤 스미스부터 시작하는 앞부분은 수업에서 그다지 많이 다루지 않는데 중반 이후쯤부터는 수업에서 들었던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물론 수업에서는 수식도 나오고 굉장히 복잡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렇지 않다.
그래서 어땠느냐, 하면 나는 수업이 더 재미있었다. 이 책은 경제학의 시작부터 현재까지의 흐름을 볼 수 있어 좋지만, 수업에서 이런저런 수식같은 것들과 배웠던 것이 어려웠지만 더 기억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