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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3.14 클레오파트라의 꿈(온다 리쿠)
- 2013.03.13 7년의 밤(정유정)
- 2013.03.10 팔란티어(김민영)
- 2013.02.27 명탐정의 규칙(히가시노 게이고)
- 2013.02.16 코끼리와 귀울음(온다 리쿠)
- 2013.02.04 탐정 갈릴레오(히가시노 게이고)
- 2013.02.04 쌀(쑤퉁)
- 2013.01.23 다섯째 아이(도리스 레싱)
- 2013.01.23 브라더 선 시스터 문(온다 리쿠)
- 2013.01.22 잠자는 숲(히가시노 게이고)
<스포일러 주의>
이 책이 생각보다 별로였던 이유가 뭘까. <메이즈>로 인해 같은 '간바라 메구미 시리즈'인 이 책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커져서일까.
전체적으로 조금 산만하다고 느껴지고 몰입이 안 된다. <메이즈>에는 매혹적인 분위기가 있었는데, <클레오파트라의 꿈>에는 그게 없다.
재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냥 평이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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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주의>
출간됐을 때 재미있다고 소문이 자자했다.주변에서는 읽어봤다는 사람은 없었지만.
7년 전 자신의 엄마와 다른 가족의 가장, 딸을 죽이고 댐의 수문을 열어 마을을 통채로 수장시킨 아버지. 그런 아버지를 둔 주인공은 정착할 만하면 자신의 주변으로 날아오는 아버지의 사건 기사 때문에 작가 지망생인 아저씨와 함께 살인자의 아들이라는 딱지가 붙은 채 떠돈다. 그러던 어느날 아저씨가 사라지고, 아저씨가 쓰고 있던 7년 전 그 사건에 대한 소설이 배달된다.
라는 식으로 시작되는 이야기. 아저씨라는 사람이 쓴 소설은 당시 사건 관계자들 중 만날 수 있는 모든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고 그 이야기를 바탕으로 써내려간 소설로, 작중에 '소설 속의 소설' 식으로 삽입되고 이 소설을 통해 7년 전의 그 사건을 읽게 된다.
결론적으로 세간에는 미치광이 살인마인 아버지가 가족도 죽이고 다른 집 가족도 죽이고 마을까지 수몰시킨 이야기이지만, 그 속에는 신문과 잡지의 기사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너무나 많은 이야기가 있다. 아버지의 뒤에는 아버지의 아버지에 관한 트라우마가 있고, 어머니 역시 어머니의 어머니에 의한 트라우마가 있다. 아버지에게 살해당한 여자아이 역시 그 아이의 아버지로 인한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모두가 이야기를 갖고 있고, 그 것들은 기껏해야 한두 페이지 짜리 기사로는 다 담아낼 수 없는 것이다. 작가는 뒤의 후기에서 '사실과 진실 사이에는 바로 이 '그러나'가 있다'고 말하는데, '그러나'가 바로 인물이 갖고 있는 이야기, 이야기를 가진 인물들이 만남으로써 만들어지는 또 다른 이야기, 그리고 객관성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우연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은 사실 간단하게 만들면 간단할 수도 있는 이야기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인물들의 사연, 즉 과거나 트라우마 같은 것들을 세심하게 짚고 넘어가는데, 이떄문인지 굉장히 집중하고 몰입하게 된다. 모든 인물들이 이해가 된다. 주인공의 아버지도, 어머니도, 주인공 자신도. 감정의 흐름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것들을 세심하게 잘 설명해주는데 그렇다고 문장이 길거나 이야기가 지루한 것은 아니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하여튼 집중은 끝내주게 잘 된다.
*책 정보가 왜 삽입이 안 되는거지. 결국은 교보문고 개점 30주년 도서 판으로 삽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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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주의>
중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한창 판타지를 많이 읽었다. 인터넷에는 양판소 까는 글들이 넘치고 이른바 개념작을 추천해달라는 글들이 많았는데, 그 개념작을 꼽으면 자주 언급되던 소설이 <옥스타칼니스의 아이들>이었다. 한창 게임 판타지가 유행하던 때에는 게임 판타지의 원조라는 설명도 덧붙여졌다. 제목 때문에 망한 저주받은 걸작이라고들 했다.
<팔란티어>는 바로 이 <옥스타칼니스의 아이들>의 개정판이다. '게임중독 살인사건'이라는 촌스러운 부제가 붙어있는데, 대체 왜 붙인 건지 정말로 모르겠다. 권당 500쪽 후반에서 600쪽이 넘는 엄청난 분량이다. 미야베 미유키의 <모방범> 보다도 많은 분량이다.
현실에서 한 국회의원이 대낮에 사람 많은 곳에서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범인은 사건 직후 보안요원에 의해 사망하지만, 범인의 배후를 알 수가 없어 사건은 미궁에 빠진다. 한 편, 프로그래머인 원철은 가상현실 온라인 게임인 '팔란티어'라는 게임을 접하고 그곳에 빠져든다. 국회의원 살해사건 수사팀인 욱은 원철과 친구인데,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살인사건과 게임 사이의 연결고리가 드러난다.
이야기는 현실(원철의 직장 이야기+욱의 수사 이야기)과 팔란티어 내의 이야기가 번갈아서 진행되는데, 중반까지도 팔란티어 내의 이야기가 많다. 책이 매우 두껍지만 이런저런 곁가지들이 많기 때문에 굉장히 빠르게 읽히는 편이다.
가상현실의 현실세계 침범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만 이에 관해 그다지 철학적인 이야기를 할 맘은 그다지 없어보이고, 오로지 재미만을 추구하는 듯 하다. 팔란티어 내의 이야기도 재미있지만, 이 부분이 현실세계와 얽히고 난 뒤의 이야기도 긴장감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팔란티어와 현실세계의 접점이 발견되어가는 과정이 그다지 긴장감있지 않아서 팔란티어 이야기는 팔란티어 이야기 대로, 현실세계의 이야기는 또 그대로 따로 노는 것 같은 느낌이 조금 있다.
그리고 두 가지 이해가 되지 않는 점이 있다. 하나는 김혜란 박사에 대한 것으로, 본인의 잘못으로 살인사건이 일어났는데 수사팀이 협조를 요청해온다면 소극적으로 협조하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김혜란 박사는 단지 보로미어에 대한 흥미만으로 자신이 범인인 사건에 발을 깊이 집어넣는다. 이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또 하나는 게임 팔란티어의 목적이다. 뭐랄까, 게임 운영을 통해 통일자금을 마련한다는 것이 억지스럽다. 책을 다 읽기 전에 암살자를 육성해서 사용하기 위한 용도로 만들어진 게임이 아닐까, 했던 추측보다는 참신하...려나.
아참, 그리고 김혜란이 실바누스였다는 우연도 조금 아쉬웠다.
아쉬웠던 부분 빼고는 재미있었고, 두껍지만 시간가는줄 모르고 읽었다. 하지만 이 두께를 감수할 정도로 다시 읽고싶은 생각은...글쎄. 조금 더 얇았더라면 몇 번 더 읽어보고 싶긴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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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주의>
히가시노 게이고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굉장히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소설. '명탐정 덴카이치 시리즈'라는 가상의 추리소설 시리즈가 있다. 그 시리즈의 각 권에서의 에피소드를 단편화하여 실어놓은 책이 바로 <명탐정의 규칙>이다. 이 단편들에서는 '명탐정 덴카이치 시리즈' 각 권에서 쓰인 이야기와 트릭들의 부조리함을 털어놓는데, 특이한게 시리즈의 주인공인 덴카이치 탐정과 오가와라 경감은 이 이야기가 소설임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고 소설 내에서 움직이다가도 소설 밖의 세계로 나와 트릭의 어이없음과 작가의 필력없음을 한탄하곤 한다(두 주인공 외의 등장인물들도 이 이야기가 소설이라는 것을 종종 인식한다). 때문에 단편들의 핵심은 이야기와 트릭에 있는 것이 아니라 두 주인공의 장르 비틀기이다.
여기서 히가시노 게이고는 독자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추리소설, 즉 본격 추리소설이라는 장르에서 종종 고민 없이 차용되어 쓰이는 관습적인 트릭이나 설정들에 대해 풍자적인 비판을 한다. 첫 단편인 '밀실 선언-트릭의 제왕'에서는 본인의 데뷔작인 <방과 후>에서도 밀실 트릭이 쓰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끝나버린 지루한 트릭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한다. 그리고 그밖에 다잉메세지나 알리바이 트릭, 살해 방법이나 살해 도구에 관한 트릭들을 각 단편에서 하나하나 짚으며 비판하는데. 작가 본인은 작품의 경향이 처음에는 트릭의 성립에 무게를 두다가 점점 범행의 배경과 범인의 동기에 무게를 두는 쪽으로 변화해간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내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을 많이 읽어본 것도, 시간순으로 읽어본 것도 아니라 작가의 작품들을 대입해가며 읽기는 힘든데, 내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 중 가장 먼저 접했던 <용의자 X의 헌신>은 읽은지 오래 되어서 범행 트릭에 대해서는 자세히 기억나지 않지만, 범행의 동기가 사랑과 헌신이었던 것은 인상깊게 남아있다. 같은 갈릴레오 시리즈인 <성녀의 구제>역시 그렇고. 하지만 갈릴레오 시리즈의 첫 작품인 <탐정 갈릴레오>는 다른 것보다도 트릭에 집중한 단편 다섯 편을 모아두었다. 이렇게 보면 갈릴레오 시리즈도 비슷한 흐름 속에 있는 걸까.
<명탐정의 규칙>의 해설에 보면 가가형사 시리즈 가운데 한 권인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의 경우 (나처럼)직접 추리하며 읽지 않는 독자들의 경우에는 답을 알 수가 없도록 모든 단서는 소설에 있지만 마지막에 범인을 밝히지 않는다는데, 진정한 독자와의 추리대결이라는 느낌이 들어 궁금해진다.
방금 썼듯이, 나는 직접 추리하고 메모해가면서 읽는 스타일이 아니라 그냥 쭈욱 읽어내려가면서 탐정이나 형사의 추리를 보고 나중에 아하, 그랬구나 하고 이해하는 식이다. 하지만 직접 추리해가면서 읽는 독자들의 경우엔 이 책을 더 재미있게 ,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거기에 히가시노 게이고의 팬이라면 일본에서의 출판년도에 따라 <명탐정의 규칙>전후의 작품들을 비교해가며 대입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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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리쿠가 본격추리소설을 써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쓴 단편집. 여러 잡지들에 실렸던 단편들을 모으고 신작도 한 편 있다. 각 단편들이 실린 잡지의 발행 시기는 95년부터 99년까지이고, 단편들을 모아 책으로 나온 해도 99년으로 꽤나 오래된 책이다(데뷔작 <여섯 번째 사요코>가 1991년).
단편집이지만 동일한 주인공이 등장하고 주변인물들도 자주 겹친다. 등장인물 이름을 잘 안 외우는데다 읽은지도 시간이 지나 몰랐는데, 주인공인 세키네 다카오는 <여섯 번째 사요코>에 등장하는 주인공 세키네 슈의 아버지로 <여섯 번째 사요코>에도 등장했었다. 그밖에 세키네 슈의 형(세키네 슈운)과 누나(세키네 나쓰)도 등장하는데, 형은 우리나라에 출간되지 않은 중편 <PUZZLE>에서, 누나는 <도서실의 바다>의 표제작에 주인공으로 등장했다고 한다. 그리고 <메이즈>에 나왔던 미쓰루 역시 이 책에 비중있는 역할로 등장한다. 읽은지 꽤 된 <여섯 번째 사요코>와 <도서실의 바다>는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메이즈>에 등장한 미쓰루까지 몰랐던 것은 조금 아쉽다.
'추리 단편집'이지만, 역시나 온다 리쿠의 여느 소설과 같이 경찰이 등장하거나 숨막히는 추격전 같은 것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주인공인 세키네 다카오가 한가로운 전직 판사인데, 이야기들 역시 정적이다. 배경이 휙휙 바뀌지도 않고, 대신에 추리의 과정과 설명이 메인으로 자리한다. 어느정도냐 하면, 식사자리에서 친구가 재미로 '범죄와 연관이 된 사람의 방을 찍은 사진 네 장을 보여줄테니 이 방의 주인에 대해 추리해보라' 라고 하여 세키네 슈운과 세키네 나쓰가 열심히 추리해보는 단편도 있다. 이야기가 막 버라이어티하고 극적이고 그렇진 않은데, 이런 자잘한 요소들을 끼워맞추고 이어나가면서 추리를 통해 가설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생각보다 굉장히 재미있다.
책 뒤에 작가 후기가 있는데, 온다 리쿠는 '본격 미스터리는 '설득'과 '납득'의 소설'이라고 말하는데, 이 단편들이 그렇다. 다시 생각해보면 논리의 비약이나 터무니없는 가설이 없는 것이 아닌데, 읽어나갈 때는 그런 것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주인공들은 주어진 근거들을 가지고 열심히 독자를 '설득'시키고 독자로서의 나는 그 가설을 '납득'하고 넘어갔다. 비슷한 느낌으로 <메이즈>가 생각나는데, 음...스포일러라 이 글에서 언급하기는 그렇지만 전에 썼던 감상글에 보면 책 마지막을 덮고 다시 생각해봤을 때 어색했던 설정도 책을 읽는 도중에는 납득하고 읽었던 적이 있다. 거기에 더해서 온다 리쿠는 '거기에 '경탄'이 더해지면 본격 미스터리로서 걸작'이라고 한다. 이 책이 그 '경탄'이 나올만한 이야기들이었는가, 라고 묻는다면 확실하게 대답하긴 힘들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의 추리소설은 온다 리쿠만이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야기가 재미있으면 됐지 뭐.
+역자 후기에서 <코끼리와 귀울음> 등장인물들이 등장하는 다른 작품들을 알려주는데, 거기에 남몰래 하는 억측이 있지만 알려주지 않겠다고 써놨다. 뭐지. 궁금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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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주의>
갈릴레오 시리즈 첫 번째 작품인 <탐정 갈릴레오>. 연결되지 않는 다섯 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형사 구사나기와 물리학 교수 유가와 콤비 이야기를 맛보기로 읽기에 딱 좋은 것 같다. 다섯 편의 단편은 모두 길거나 복잡하지 않으면서도 유가와의 논리적인 사고력과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 역할을 재미있게 담고 있다. 유가와는 탐정 역할로 트릭을 밝혀내기도 하지만 사건 현장에서 나타난 결정적인 현상의 원인이라던지 증언의 사실 여부도 밝혀낸다.
읽어본 갈릴레오 시리즈인 <용의자 X의 헌신>과 <성녀의 구제>와는 다르게 단편 모음이라 이야기의 스케일이라고 해야하나, 깊이라고 해야하나 그런게 얕긴 하다. 하지만 처음 갈릴레오 시리즈의 매력을 접해보기에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유가와 교수가 왜 갈릴레오라고 불리는지 궁금했는데, 그냥 어물쩡 구사나기의 동료들이 갈릴레오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 뿐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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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말에 본 책인데 올리는걸 까먹고 있었나보다. 돈을 벌기 위해 상경한 우룽의 이야기. 돈에 집착하고 권력에 집착하고 쌀에 집착한다. 인간다운 대접을 받기 위해 돈과 권력과 쌀을 얻었지만 이미 인간이 아니었다고 해야 할까.
짤막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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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주의>
집에 같은 작가의 <생존자의 회고록>이라는 책이 있는데, 얼마 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할인할 때 산 이 책이 더 얇아서 우선 읽어봤다.
전통적인 미덕을 지닌 가족-많은 가족 구성원들이 서로 화목하게 지내고 큰 집의 식탁에서 항상 저녁을 먹는, 그런 가족을 만들고자 하는 남녀가 나온다. 같은 또래의 주변 사람들은 이런 사고방식을 고루하다 여기지만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결혼과 동시에 큰 집을 산다. 피임도 하지 않고 아이도 열심히 낳고. 하지만 다섯 번째로 낳은 아이가 그 가족에 불행을 가져온다.
남녀는 전통적인 의미의 '행복한 가족'을 만들고자 했다. 때문에 자신들의 경제적 능력으로는 유지하기 힘들 정도의 거대한 집을 결혼과 동시에 장만했고, 역시나 풍족하지 않은 환경 속에서 아이를 계속 낳고 기념일마다 친척들을 불러모았다. 그들의 가족에 대한 이상을 유지하기엔 모든 것이 부족했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행복한 가족'을 꾸려나갔다. 그들의 가족에 불행을 가져온 다섯째 아이. 이로 인해 모든 것이 망가진다. 친척들은 점차 집을 찾아오지 않게 되고, 첫째와 둘째, 셋째 아이는 집을 떠난다. 넷째 아이 역시 정서적인 불안을 겪고, 가족을 가장 우선시하고자 맹세했던 부부의 관계 역시 파국으로 치닫는다. 결국 부부는 그들에게 있어 '행복한 가족'의 상징이었던 거대한 집을 팔기로 결심한다.
부부가 가졌던 가족에 대한 이상은 결국 허상이 아니었나 싶다. 그 허상을 실재하도록 만든다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 다섯째 아이가 가족의 와해를 가져왔을지 모르지만, 그 불행은 결혼 초기부터 내재되어있었다.
어른들은 항상 '결혼은 현실이다'라고 말한다. 그 말이 생각났다.
+음. 노벨문학상이니 순문학이니 이런거에 편견 비스무리한게 있어서 그런지 맨 위에 '스포일러 주의'라고 써놓는 것도 이상하다. 반쯤 습관이라 써놓았는데 왠지 이런 '문학'소설은 스포일러 따위에 지지 않아야 할 것 같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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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주의>
175쪽의 짧은 두께의 소설. 세 화자가 각자 자신의 대학 생활을 회고하는데, 이 셋은 고등학교 친구이다. 보통 온다 리쿠의 소설이라면 이 셋이 회고하는 대학생활 속에 무언가 비밀이 숨겨져있을 법한데, 이 소설은 그렇지 않다. 셋의 기억을 더듬으며 숨겨진 이야기를 찾기보다는, 정말 잔잔하게 흘러가는 이야기일 뿐이다. 심지어 첫 챕터인 아야네의 이야기는 뚜렷한 스토리 라인도 없다.
하지만 이들의 대학생활 이야기를 읽어가고 있노라면 내 대학생활을 생각하게 된다. 아무것도 축적하지 못한, 정말 급행열차처럼 어디어도 멈추지 못하고 지나쳐가고 있는 대학생활을 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 나만 그런 것은 아닌가보다. 지금은 얼마 남지 않은 대학생활을 끝마치고 취직을 준비해야 할 시기. 답답함 속에서 가끔은 대학 초반을 생각하곤 한다. 그때 당시에는 모든 것이 신기하고 즐거웠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기를 대표할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는다. 그땐 하루하루가 특별했는데 지금은 그냥 아무런 자취를 남기지 않고 흘러가버린 나날들이었던 것 같다. 바닷가 모래에 그린 그림처럼.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흘러가버린 대학생활을 더듬다보면 시간을 아깝게 허비해버린 것만 같아 안타깝다. 하지만 <브라더 선 시스터 문>의 세 화자는 그렇게 허무하게 흘러가버린 시간 속에서도 무언가 하나씩을 남겨두었다. 그것은 항상 인식하고 마음 속에 숨겨놓았다가 가끔 꺼내보는 그런 것이 아니었나보다. 시간이 많이 흐르고 어른이 되고 일상생활을 살다가 문득, 아 지금의 내 생활을 만든 것들 중 하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 같은 대학생활인가보다, 싶은 것이다.
나는 아직 어른이 아니다. 어른이 되었을 때 지금을 떠올려보면 무엇을 기억하게 될까. 어떻게 기억하게 될까.
+셋의 기억에 공통적으로 중요하게 등장하는 기억이 있다. 그 기억과 풍경은 보편적인 것이 아니라 나에겐 그 장면 자체가 특별하게 다가오진 않았지만, 나에게도 그런 기억이 하나쯤 있을 것이다.
++문득 세어봤는데, 지금까지 읽은, 그리고 읽지 않았지만 책꽂이에 꽃혀 있는 온다 리쿠 소설이 꽤 된다. 국내 출간된 소설들 중 내가 아직 읽어보지 않았거나 갖고 있지 않은 소설은 총 아홉 권.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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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주의>
어제 읽은 <붉은 손가락>에 이어 가가 형사 시리즈. 시간 순서로는 시리즈중 두 번째 권에 해당한다고 한다. 참고로 <붉은 손가락>은 일곱 번째.
이번 소설의 무대는 발레극단이다. 처음 발생한 살인사건은 정당방위일 것으로 여겨졌지만 이후 독극물 주사에 의한 살인과 음독 살인미수 사건까지 벌어지면서 사건이 점차 확대된다.
사건에 관한 이야기보다는 가가 형사의 사랑 이야기가 더 흥미로웠다. <붉은 손가락>에서는 고참 형사로 나와서 빈틈 없는 모습을 보였다면 여기서는 풋풋한 형사로 등장하며 발레단 사람과 사랑하는 사이로까지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답게 주인공의 로맨스가 있음에도 분위기는 건조하다.
<붉은 손가락>에도 나왔던 가가 형사 아버지도 잠깐 등장하고, 이전 권에 나왔을 가가 형사의 첫사랑?이야기도 잠깐 나오고. 부분부분 재미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평이했다는 느낌.
+예전에 읽고 판 <악의>가 <잠자는 숲>의 바로 다음권이었다. 기억에는 <악의>에서는 가가형사 개인 이야기보다는 범인에 의한 서술트릭에 더 무게가 실린 소설이었던 것 같다.
+띠지에 '가가 형사, 지금 그의 매력이 폭발한다!'라는 문구가 있는데, 왠지 오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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