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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9.23 근황. 동물원.
- 2012.09.21 근황 of 나가사끼 꽃게 짬뽕
- 2012.09.18 인간의 증명
- 2012.09.18 광해, 왕이 된 남자
- 2012.09.10 본 레거시
- 2012.09.07 근황.
- 2012.09.07 요노스케 이야기
- 2012.09.06 상처 이야기
- 2012.09.03 괴물 이야기
- 2012.09.02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여자친구와 동물원에 다녀왔다. 도시락을 싸 줬는데, 정말 맛있었다. 메뉴는 유부초밥과 치킨이었다.
날씨는 생각보다 더웠고, 기린은 생각보다 작았고, 사람은 생각보다 많았다.
뱀을 목에 감았다. 태어나서 처음 만져보는 뱀은 미끈하고 차갑고 말캉하면서 딱딱했다.
홍학의 빛깔은 정말 고왔다. 어느 정도였냐 하면, 붉은 빛이 진한 것 부터 흰색에 가까운 것 까지 그라데이션처럼 쭉 늘어놓고 싶은 정도.
물개는 쇼맨십이 없었고 바다사자는 쇼맨십이 좋았고 해달은 중간정도였다.
사막여우는 예상했던 것 보다도 훨씬 이뻐서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사슴은 눈이 너무 좋다. 코도 좋고. 목도 좋다. 뿔은 정말 멋있다.
이구아나를 보았다. 키우다 죽은 아이가 잠깐 생각 났다. 이름도 없는 아이었는데.
왜 육식동물들은 전체적으로 다 힘이 없는지. 아니, 물론 동물원에 같혀 있으니 더 그런 걸지도 모르겠지마는.
동물원은 참 좋았다. 얼마만에 가본 동물원이었는지.
+ 오늘 동물원 갔다 오고 집에 앉아 컴퓨터를 켰는데, 아이들의 권선생님에 서울 동물원이 나왔다. 생생하군. 작가님은 언제 동물원을 갔다 온 걸까.
한때 크게 유행이었던 흰 국물 라면도 유행이 다 해서 요새는 나가사끼 짬뽕만 먹고 있다(꼬꼬면은 먹고싶지만 근처에서는 파는 곳 찾기도 힘들다). 그런 나가사끼 짬뽕의 새 버젼 나가사끼 꽃게 짬뽕을 먹어보았다.
밥을 말아먹어도 매콤하질 않으니 심심한 느낌이다.
+나가사끼 짬뽕은 생라면으로 먹어도 맛있던데 나가사끼 꽃게 짬뽕은 어떨지...도전해보고 싶지는 않지만 남은 라면을 처리해야 하니.
<스포일러 주의>
지난달인가 지지난달인가 종각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구입. 드라마 <로얄패밀리>의 원작소설이라고 한다. 드라마는 보지 않았는데, 느낌이 책 내용이랑은 매우 다를 것 같다. 이 책 내용대로 드라마가 진행되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여튼, <인간의 증명>. 책 제목부터 끌렸다. 일본 초호화호텔의 엘리베이터에서 죽은 흑인에 관한 수사와, 사라진 아내를 찾는 남편과 불륜남의 이야기가 두 개의 줄기를 이룬다. 그리고 그 줄기에는 고위층 가족(어머니와 아들)이 얽혀있다.
추리소설이라고 생각했는데, 수사의 진행은 사실 그렇게 극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우연도 꽤 많고. 죽은 흑인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형사가 내놓은 추측을 수사본부에서 그다지 비판없이 수용해버리고(물론 그 추측은 전부 다 옳긴 하다), 사라진 아내를 찾는 남편과 불륜남은 형사도 아니면서 우연히도 기회가 딱딱 맞아서 사실에 쉽게 접근해가기도 한다. 마지막에 관련 없어보였던 주요 등장인물들이 알고보니 서로 과거에 인연이 있던 사람들이었다는 식인데, 이역시 납득은 잘 되지 않는다.
작가의 시각이 조금 거슬리는데, 전반적으로 일본 전통적 가치들을 높이고 물질주의적이고 서구적인 가치들을 문제삼는다. 이 전통적 가치들이라는게 비 물질적이고 가족주의적이고 흔히 말하는 '사람냄새나는' 것들인데, 이에 대한 찬양이 조금 지나치다. 소설에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너무 대놓고 말해서 오히려 거부감이 든다고 해야 할까. 그리고 전통적인 일본을 선한 가치로 내세우면서 그와 반대로 뉴욕을 온갖 악하고 잘못된 것들의 온상으로 묘사하는데, 그 대비가 '인간적인 것과 물질만능주의의 대비'가 아니라 '일본과 미국의 대비'처럼 보여서 불편할 때도 있다.
<스포일러 주의>
인상 위주로 짤막하게 정리.
1. 이병헌의 1인 2역 연기 좋았다. 표정과 말투를 달리 해서 다른 인물을 묘사하는데 인상깊었다. 이병헌 잘생겼고 좋아하는 인상이고 연기도 잘해서 정말 좋아하는 배우다. 첫 사극인 걸로 아는데, 예상 외로 사극 연기도 잘 어울린다. 코믹한 연기 하는 것도 별로 본 적이 없는데 잘 어울리고. 나에게는 이병헌이 무거운? 배우로 인식되어있어서 가벼운 캐릭터도 잘 어울려서 신선했다.
2. 웃길 때는 빵빵 터진다. 진지한 영화일 줄 알았는데, 의외로 코믹한 장면들이 많았다. 웃느라 힘들었다.
3. 초반에서 중반까지 웃긴 부분이 많다면 후반에는 진지한 분위기가 흐르는데, 하선이 왕 역할을 하면서 하는 바른 말들이 그다지 와닿지 않았다. (가끔 본)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에서 한석규가 연기한 세종대왕도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 이병헌이 연기한 하선도 둘 다 백성을 생각하는 성군 캐릭터인데, 같은 바른 말의 무게가 다르게 느껴졌다. 드라마를 좋아하는 친구가 영화는 드라마에 비해 상황과 감정의 설명이 부족해서 몰입하기 힘들다는 말을 했었는데, 혹시 그런 차이 때문에 그런걸까 싶기도 하다. 아니면 초중반부의 개그 분위기가 너무 강해서 진지한 분위기에서의 진지한 말들이 너무 붕 떠보이는걸까. 여튼 백성을 생각해야 한다느니 하는 그런 말들이 그다지 진심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4. 김인권은 코믹한 연기를 많이 봐왔는데 그래서 그런지 인상쓰고 하는 진지한 연기가 적응이 잘 안 됐다. 하지만 그것도 처음이고 점점 적응 되더니 마지막에 하선을 보내주는 부분에서는 조금 감동.
5. 했지만, 음악이 방해가 됐다. 전반적으로 음악이 과잉되게 흐르는 듯하다. 감동먹어야 할 때 음악이 내가 느낄 감동까지 다 뺏어가서 표현하는 것 같았다. 차라리 음악을 아예 없앴더라면 더 뭉클했을지도 모르겠다.
6.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제목에서 '왕이 된 남자'이런건 좀 뺐으면 좋겠다.
7. 결론적으로는 어쨌거나 매우 만족. 하지만 두 번 보게될 것 같지는 않다.
7.1 최근에 본 사극 영화중에(최근에 사극 영화를 별로 보지 않았지만) 두 번 보고싶은 영화라면 역시 <후궁>일까. 그러고보니 이것도 '제왕의 첩'이런거는 뺐으면 좋겠다.
<스포일러 주의>
짤막하게 감상.
1. 맷 데이먼이 출연했던 이전의 세 편은 같은 음악에 엔딩 크레딧 영상이 굉장히 멋졌는데, <본 레거시>에서는 아쉽게도 음악은 같지만 크레딧은 매우 실망했다.
2. 좋아하는 배우인 에드워드 노튼을 오랜만에 극장에서 봤는데 분량도 적고 역할도 인상깊지 않아서 실망했다.
3. 전반부가 지루하고 정신사납다는 느낌이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스토리가 빈약.
4. 액션은 글쎄...나쁘진 않았는데.
5. 마지막 배에서의 장면 보고 순간 예전 007인가 싶었다. 잘 생각해보면 꼭 007이 연상되어야 할 이유는 없는 것 같은데.
6. 전작과의 연계를 위해서 중간중간에 <본 얼티메이텀>의 장면들이 삽입되는데, 한눈에 확 티가 날 정도로 화질이 차이난다.
7. 전체적으로 맷 데이먼의 본 시리즈를 생각하고 본다면 100% 실망하게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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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분명히 일기를 주 목적으로 만든 블로그인데, 본격 가동하고 쓴 글이 전부 다 독서 기록 뿐이다. 일상이 책으로만 되어있느냐, 하면 또 그건 아닌데. 뭐 여튼 요새는 이전까지에 비해 책을 많이 읽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영양가나 밀도는 제쳐두고라도.
재미있는 책과 기억에 남는 책은 다르다. 기분 좋게 마지막 장을 덮었지만 이 책을 계속 가지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안 드는 책이 있다. 그와 반대로 복잡한 심정으로 마지막 장을 덮었지만 이 책은 언젠가 꼭 한 번 다시 읽어보고 싶은 책이 있다. 재미도 없고 다시 읽을 것 같지도 않은 책도 있지만.
책을 많이 읽은 것도 아니고 아직은 다시 읽어보고 싶은 책보단 새롭게 읽고 싶은 책이 더 많기도하기 때문에, 다 읽은 책을 갖고 있어야 할지 아니면 다시 중고로 팔아야 할지 확신이 안 서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많이 읽어보면 구분이 되겠지. 그러면 책장에 두 겹으로 꽂혀 있는 책들과 침대 옆에 무릎 높이의 3층탑을 이루고 있는 책들을 많이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그러고보면, 내가 산 책들 가운데 반복해서 가장 많이 읽어본 책은 만화책 <허니와 클로버>다. 그중에서 주인공인 다케모토가 자아찾기 자전거 여행을 떠나는 부분과, 맨 마지막 엔딩 부분. 이전까지는 만화책 <아즈망가대왕>이 가장 많이 읽어본 만화책이었는데 역전된 것 같다. 아니, 아직은 <아즈망가대왕>을 더 많이 반복해서 읽었는지도 모르겠다.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다 읽은 횟수는 아무래도 <아즈망가대왕>이 가장 많다. 권수도 적고 고등학교때부터 읽었으니까.
그리고 요즘 다시 읽어보려고 벼르고 있는 책은 김훈의 <칼의 노래>, <현의 노래>, <남한산성>,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다. 특히 <남한산성>은 어서 읽고 10월이 지나기 전에 실제 남한산성을 갔다오는 것이 목표다.
2. 책과 마찬가지로 영화도 다시 볼 것 같은 영화와 그렇지 않은 영화가 있다. DVD로 갖고 있는 영화들 중에 가장 많이 본 것은 <멋진 하루>와 <500일의 썸머>다. 나에게는 의외인데, 공포나 스릴러를 좋아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역시 영화도 많이 본 것은 아니지만, 보면 볼 수록 다른 장르의 영화들 역시 그 나름의 매력이 있는 것 같다. 공포나 스릴러는 비교적 테크닉이라고 해야하나, 그런 것들이 눈에 들어오는데 다른 영화, 특히 느릿한 영화는 마음이 따라가는 것 같다고 해야할까. 말로는 잘 설명을 못하겠는데, 하여튼 그렇다.
생각해보니 <500일의 썸머>는 '느린 영화'라고 하기엔 맞지 않는구나.
다시 보고싶던, 앞으로 꽤 많이 볼 것 같다고 생각했던 <만추>의 DVD를 얼마전에 선물받았다. 아직 보진 않았다. 어서 보고싶다.
3. 근황을 쓰려고 했는데. 이건 근황이 아니라 그냥 내 잡생각을 써놓은 거잖아. 근황이라고 한다면...마음이 복잡해서 별로 길게 쓰고 싶은 마음은 안 들지만. 휴학했고 이 문제로 여자친구와 심하게 싸웠고, 어떻게든 화해는 했지만 마음 속에 아직 깊이 가라앉아있는 것들이 남아있다. 아마 여자친구도 그럴 것이다. 오래 사귀었고 많이 싸웠지만 후유증이라고 할까, 그런 것이 가장 크다.
언제는 안 그랬냐마는, 잔잔한 것 같으면서도 복잡한 나날들이다. 멘탈의 강도를 높여야지.
니시오 이신의 이야기 시리즈 신간인 <요노스케 이야기>
는 뻥이고.
<괴물 이야기>와 <상처 이야기>에 이어 같은 친구에게 빌린 <요노스케 이야기>를 읽었다. 본격 청춘 성장소설은 별로 읽어본 적이 없다. 지금 와서 딱히 기억나는 청춘소설?성장소설? 이라면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정도일까. 3년인가 4년 전에 읽은 것 같은데.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은 읽고 나서 많은 위로가 됐는데, <요노스케 이야기>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그다지 위로가 되지는 않았다.
느긋하고 빈틈 많은 주인공 요노스케는 대학 신입생이다. 상경 후 1년간의 이야기를 12개월로 나눠서 하고 있는데, 그 중간중간에 요노스케 지인들의 20년 후 이야기가 삽입되어있다. 책은 쉽게 쉽게 넘어간다. 이야기가 재미 없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남는게 없다.
일단, 빈틈 많은, 흐릿한 성격의 주인공 처럼 이야기도 뭔가 흐릿하다. 기승전결을 잘 모르겠다고 해야할까. 말 그대로 일상이 이어진다. 그리고 그 일상 속에서 요노스케는 성장한 듯 하면서도 성장하지 않은 것도 같다. 1년만에 정신적으로 성숙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될지 모르지만, 제자리에 서있는 듯한 요노스케의 모습은 조금 답답하기도 하다. 마지막에서 요노스케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첫 발자국을 떼는 듯한 모습도 보여주고, 성취한 요노스케의 모습도 언급은 된다. 그래도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요노스케의 성격은 어디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성격인데, 묘하게 몰입이 안 된다. 지극히 일반인이라고 생각하는 나의 경험에 비추어 보았을 때, 요노스케가 1년간 겪은 이야기들은 그다지 기억에 남는 일상으로 보여지지 않는다. 오히려 비일상에 가깝다고나 할까. 내가 지나치게 심심하게 살아왔는지 모르겠지만, 에피소드들이 그다지 공감되지 않는다.
중간중간에 언급되는 요노스케 지인들의 20년 후의 이야기도 생뚱맞게 느껴졌다. 20년 후의 지인들에게 요노스케는 그냥 기억 한켠에 남아있는 친구의 이름이다. 그냥 이름도 잊혀지고 두리뭉실한 느낌으로만 요노스케를 기억하는 지인도 있다. 이 이야기들이 왜 삽입되어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내가 청춘소설, 성장소설에 대해서 뭔가 편견 같은 것을 가지고 있는 것도 같다. 띠지에 '걸작 청춘소설'이라고 쓰여져있는데, 읽기 전에 이 문구 때문에 선입견이랄까, 기대가 있었다. 어느 나이대나 마찬가지지만, 내가 지금 겪어가고 있는 20대는 고민이 많다. 20대만의 고민들이 있다. 그리고 이런 고민과 갈등에 대해 이야기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내가 여러가지로 복잡하기 때문에 더 그런걸 기대했는지 모르겠다.
20대를 이야기하는 소설들은 나중에 20대가 지났을 때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대체로 20대 이야기를 하는 작가는 20대를 넘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20대가 지나서 20대를 기억하며 쓴 이야기는, 20대를 살아가는 독자와 생각이 다를 수도 있다. 내가 20대이기에 보지 못하고 지나가는 것들도 많을 것이고. 아직 많이 서투르기도 하고. 그래서 20대가 지나서 다시 읽어보면, 그때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작가가 무엇을 생각하고 이야기를 한 것인지 그때는 별로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또 다르게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이 책, <요노스케 이야기>도 그런 책인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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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바로 쓰는 두서 없는 이야기. 를 약간만 정리.
흡혈귀는 다른 작품들에서도 상당히 많이 사용되는 소재로, 사실 상당히 라기보다는 뼛속까지 우려낸 사골이라고 하는 편이 더 어울릴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나오는 것을 보면 흡혈귀라는 소재 자체가 많은 매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겠지. 그러고보면 같은 흡혈귀 이야기면서도 색다른 이야기가 꾸준히 나온다는 것도 참 대단하다.
<상처 이야기>는 흡혈귀 이야기를 또 다른 느낌으로 써내려간다. 말장난은 여전히 많고 또 여전히 재미있다. 흡혈귀가 나오는데 책의 분위기는 호러도, 액션도, 그렇다고 러브코미디...도 아닌 듯하고. 역시 말장난의 비중이 크다보니 그런걸까.
흡혈귀는 이러니저러니해도 역시 인간을 잡아먹는 존재다. 보통 흡혈귀가 주인공 급으로 나오는 다른 작품에선 고상하고 완전한 인간의 친구로 나온다. 흡혈귀는 인간을 이해하고 인간을 보호한다. 그래서 상처이야기 후반부에서 아라라기가 키스샷의 식사장면을 보고 받는 충격이 더 신선했다. 흡혈귀에게 인간은 역시 식량일 뿐인데. 사실 다른 작품에서와는 달리 상처이야기에서 키스샷은 인간의 살까지 씹어삼킨다는 설정이 이런 충격의 강도를 더 키운 것 같다.
그러고보면 이야기랑 상관 없는 말장난이 많다보니 책은 술술 넘어가는데 다 읽고나서 머리에 남는건 이야기의 뼈대와 몇몇 인상깊은?? 끌린 장면 뿐이다. 그 이상을 바라는 것도 이상할지 모르지만, 여튼 꽤 두꺼운 두께임에도 이야기는 간략하게 남는다는건 좀 이상한 기분이긴 하다.
그리고 하네카와와의 플래그는 괴물이야기 상권에서의 센조가하라보다 오히려 더 빨랐구나. 그리고 상처이야기에사의 하네카와 캐릭터가 괴물이야기에서보다 더 마음에 든다.
시리즈라는 것은 참 묘한데, 이야기가 쭉 이어지는 장편 시리즈야 물론 처음 살 때부터 끝까지 읽을 각오를 하고 사는거지만, 이야기 시리즈처럼 각 이야기간의 상관관계가 장편소설처럼 직접적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 경우에는 오히려 퍼즐맞추기처럼 생각되어 수집욕이 더 강해지는 것 같다. <괴물 이야기>에서도 각각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다른 이야기의 주인공을 찾는 것처럼 <상처 이야기>에서도 주인공인 키스샷 말고도 하네카와의 색다른 모습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이후 다른 이야기 시리즈에서도 퍼즐 찾듯이 다른 캐릭터들을 찾아나가게 될 것이다. 이런 점이 수집욕을 자극하게 되는 것 같다. 말하자면 이전 이야기의 보충 설명을 다음 이야기에서 한다던지. 괴물이야기 하권의 마지막 에피소드 츠바사캣에서 하네카와가 아라라기군을 좋아해왔다고 말하는데, 다음 이야기인 <상처 이야기>에는 하네카와가 아라라기군을 좋아하는 듯한 모습이 빈번하게 묘사된다.
여하튼 친구에게 당장 <가짜 이야기>를 빌리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그러지는 못하고. 가능한 빨리 빌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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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처음 접한 것은 애니를 통해서였다. 스루가몽키 시작부분까지 보다가 접었다. 대사량이 너무 많고 연출에 적응이 안 됐기 때문이다. 애니를 많이 본 것은 아니지만, 다른 애니들에 비해 많은 대사량과 특이한 연출이 특징이라고 생각했는데, 대사량이 너무 많으니 집중이 안 되고, 거기에 연출도 정신사나워서 보기 힘들었다.
그래서 책에도 관심이 없었는데, 친구가 빌려준다고 하기에 호기심에 읽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애니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책에서 대사가 많은 것은 그다지 단점이 아니니까. 정신사나운 화면을 볼 일도 없고.
말장난하는 장면들이 꽤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 부분을 다 들어낸다고 치면 분권 할 필요도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게다가 이야기가 복잡한 것도 아니고. 그야말로 이야기의 뼈대가 있다면 말장난이 살을 이루고 있다. 사람에 따라서는 스토리 진행과는 전혀 상관 없는 말장난이 거슬리고 정신사나울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말장난 부분이 제일 재미있었다. 괴이를 퇴치하는 과정은 오히려 그냥 흐음...수준. 괴이의 정체를 드러내는 부분에서도 긴장감이라던지 하는 것은 없고, 괴이의 정체도 같은 의미의 단어나 비슷한 글자, 동음이의어 같은 것들을 통해 밝혀낸다. 사족이지만 괴이...라고 할까, 이런 류를 퇴치하는 내용중에서는 교고쿠 나츠히코의 책들이 가장 재미있었다. 쇼크도 컸고.
여튼 캐릭터도 매력적이고 무엇보다 말장난들, 딴죽거는 이야기들이 즐겁게 읽혀서 좋았다. 작가 이름인 니시오 이신의 영어 스펠링이 회문인데, 이걸 보면 역시 이 작가는 주고받는 대화 속의 말장난이라던지 동음이의어나 뭐 그런, 말이나 글자로 장난치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다른 작품은 아직 읽어보진 않았지만.
이 다음으로 빌려놓은 책은 <상처 이야기>인데, <괴물 이야기>와는 달리 한 권에 하나의 이야기다. 이 한 권을 다 말장난들로 채워놓진 않았겠지. 아니, 말장난만 한가득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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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스미스부터 시작해서 경제사상사를 쭉 훑어볼 수 있다. 저자가 나름대로 개그도 치고 하면서 설명하는데 그다지 웃기진 않다. 역시 교양서의 카테고리에 있기 때문인가.
경제학과는 아니지만 경제에 관심이 있어서 경제학과 수업을 조금 들었다. 거시경제학 수업도 들었는데, 수업에서 들었던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즐거웠다. 애덤 스미스부터 시작하는 앞부분은 수업에서 그다지 많이 다루지 않는데 중반 이후쯤부터는 수업에서 들었던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물론 수업에서는 수식도 나오고 굉장히 복잡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렇지 않다.
그래서 어땠느냐, 하면 나는 수업이 더 재미있었다. 이 책은 경제학의 시작부터 현재까지의 흐름을 볼 수 있어 좋지만, 수업에서 이런저런 수식같은 것들과 배웠던 것이 어려웠지만 더 기억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