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4. 4. 20:01



슈뢰딩거의 고양이

저자
에른스트 페터 피셔 지음
출판사
들녘 | 2009-01-12 출간
카테고리
과학
책소개
세계를 바꾼 과학적 인식의 비밀!『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세계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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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고 고르는 멍청한 짓은 하지 말자고 결심하게 만든 책.


학교 도서관에서 빌렸는데, 책 반납하고 나가는 길에 옆에 꽂혀있었다. 제목만 보고 슈뢰딩거의 고양이에 관한 이야기인가 싶어서 빌려왔는데, 핵심은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아니라 '과학적 아포맂므이 세계를 바꾸다'이다. 여러 분야에서 중요한 과학적 발견을 짤막하게 실어놓았는데, 각 발견에 관한 내용은 짧은데다, 내가 인문학을 전공해서 그런지 이해가 힘들었다. 분명 일반 대중을 위한 책일 것임에도 이론에 대한 설명이 나오면 반은 이해가 안 됐다. 게다가 이런저런 뒷이야기나 에피소드가 많은데, 그부분도 그다지 와닿는게 없고.


여러모로 제목만 보고 기대했다가 실망한 책.

Posted by 곰고옴
2013. 3. 22. 01:15



빵가게 재습격

저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출판사
창해 | 2008-04-2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무라카미 하루키 단편집『빵가게 재습격』. 하루키 특유의 감각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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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주의>







이 책도 읽고 시간이 지났는데 팔기 전에 기록을 남겨놓는다.


여섯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느낌이 오는? 것도 있지만 전혀 모르겠는 것도 있다. 각 단편의 주인공은 현실에 발 붙이고 살면서도 뭐랄까, 현실에서 반 발짜국에서 한 발짜국 정도 떨어진 뭔가를 안고 있는 것 같다. 비어 있는 것일 수도 있고, 잊고 있던 것일 수도 있고. 빠르게 읽히는데, 다 읽고 나면 조금은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패밀리 어페어>는 다른 것보다 남매의 관계가 재미있었다. 서로의 성생활까지 아무렇지 않게 터놓는 사이라니. 오빠와 여동생은 거의 반대되는 성격의 인물인데, 서로가 서로에게 열등감이라고 해야 할까, 부러움? 같은 것을 갖고 있는 것 같았다.


다 재미있었는데, <로마제국의 붕괴, 1881년의 인디언 봉기, 히틀러의 폴란드 침입, 그리고 강풍세계>는 잘 모르겠다.


음.

Posted by 곰고옴
2013. 3. 22. 01:01



한국 추리 스릴러 단편선. 3

저자
박하익, 박지혁, 진건우, 정명섭, 최혁곤 지음
출판사
황금가지 | 2010-10-2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보다 다양하고 탄탄해진 한국 추리 스릴러 단편선!국내 추리 스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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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주의>







몇 달 전에 본 것 같은데... 오랜만에 다 읽은 책 중 팔 것을 정리하다가 찾아냈다. 총 열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그중 가장 인상깊었던 단편은 <잠만 자는 방>, <전철 수거왕>, <당신의 데이트 코치>.


<잠만 자는 방>은 겨우 대출을 끼고 내 집을 장만한 경비원이 경비라는 직책을 이용해서 자신이 입주할 집을 계속 감시하다가 벌어지는 이야기. 현재 집에서 살고 있는 스튜어디스와 이제 곧 그 집에 들어갈 경비의 신경전이 긴장감있었다.


<전철 수거왕>은 소재가 인상깊었다. 지하철에서 출퇴근시간에 버려진 신문을 수거하는 사람의 이야기인데, 색다른 소재라 인상깊었다.


<당신의 데이트 코치>는 화자가 알고보니 싸이코였다는 이야기. 이런 식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전체적으로는 재미없었다. 집에 1권이 있는데 이건 재미있게 읽었던 것 같아서 3권도 사왔는데 실망스러웠다.

Posted by 곰고옴
2013. 3. 14. 00:51



클레오파트라의 꿈

저자
온다 리쿠 지음
출판사
노블마인 | 2008-03-1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음모와 괴소문으로 가득한 잿빛 도시에서 진실을 찾아 떠도는 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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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주의>







이 책이 생각보다 별로였던 이유가 뭘까. <메이즈>로 인해 같은 '간바라 메구미 시리즈'인 이 책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커져서일까.


전체적으로 조금 산만하다고 느껴지고 몰입이 안 된다. <메이즈>에는 매혹적인 분위기가 있었는데, <클레오파트라의 꿈>에는 그게 없다.


재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냥 평이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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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곰고옴
2013. 3. 13. 01:52



스토커 (2013)

Stoker 
7.3
감독
박찬욱
출연
미아 바시코브스카, 매튜 구드, 더모트 멀로니, 재키 위버, 니콜 키드먼
정보
드라마, 스릴러 | 미국 | 99 분 | 2013-02-28

<스포일러 주의>







1. 아직도 명확하게 정리되지는 않는다. DVD를 (아마 100%) 사게 될 것 같은데, 정말 여러번 볼 것 같다. 음악이 정말 좋고, 선남선녀 배우들은 연기도 잘 한다. 화면에 담긴 것들이 우아하다고 해야 하나, 멋지다. 보는 내내 긴장감이 대단하다. 몸에 힘 주고 보았다.


2. 결국은 인디아의 구성 성분에 관한 이야기인 것 같다. 아버지의 이성과 찰리 삼촌의 본능, 어머니의 여성성(성욕)이 합쳐져 인디아 스토커를 만들어냈다. 그것을 전부 깨달았을 때 그녀는 성인이 된다. 실크 잠옷을 입고 어머니와 마주서면서 여성성을 완성하고 찰리 삼촌을 죽임으로써 본능, 혹은 찰리 삼촌과 이어지는 정신병적인 부분을 확실하게 가져가는 것 같다. 하지만 어머니의 부분이 찰리 삼촌에 비해 약한 것 같아 좀 아쉽다.


3. 나는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하는 물음은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할 것이고 나도 아직까지 그것이 궁금하다. 나는 엄마와 아빠가 몇 퍼센트씩 섞여있는 것일까. 외무는 비교적 명확하지만 생각이나 성격은 때때로 의문스럽다. 어느 때는 엄마 닮은 것 같다가도 또 다른 상황에서는 아빠의 모습이 나오고. 어떤 성분이 어떻게 조합되어 있는지 아직도 나는 깨닫지 못했다.


4. 엄마와 동생이 식탁에서 싸우던 것이 기억에 남아서 그런가, 식탁 씬에서 특히나 긴장했다.


5. 후반부에 니콜 키드먼의 대사, 정확히는 생각이 안 나는데 대충 '사람은 자신이 실패했다고 생각했을 때 자신을 닮은 자식을 낳아 그 자식이 자신의 실패를 보상해주길 바란다'는 내용이었는데, 콱 닿았다.


6. 특정 장면에서는 실제로는 거의 안 들릴 소리를 엄청 키워놓는데 소름이 슥.


7. 자위하는 장면이 있는데, 사실 그보다 찰리 삼촌과 함께 피아노 치는 장면이 되게 야하다.


8. 뭐 하여튼 굉장히 만족스럽게 보았다. 집에 있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들 싹 몰아서 보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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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곰고옴
2013. 3. 13. 01:13



7년의 밤(교보문고 개점 30주년도서)

저자
정유정 지음
출판사
은행나무 | 2011-06-14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딸의 복수를 꿈꾸는 한 남자와 아들의 목숨을 지켜려는 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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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주의>








출간됐을 때 재미있다고 소문이 자자했다.주변에서는 읽어봤다는 사람은 없었지만.


7년 전 자신의 엄마와 다른 가족의 가장, 딸을 죽이고 댐의 수문을 열어 마을을 통채로 수장시킨 아버지. 그런 아버지를 둔 주인공은 정착할 만하면 자신의 주변으로 날아오는 아버지의 사건 기사 때문에 작가 지망생인 아저씨와 함께 살인자의 아들이라는 딱지가 붙은 채 떠돈다. 그러던 어느날 아저씨가 사라지고, 아저씨가 쓰고 있던 7년 전 그 사건에 대한 소설이 배달된다.


라는 식으로 시작되는 이야기. 아저씨라는 사람이 쓴 소설은 당시 사건 관계자들 중 만날 수 있는 모든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고 그 이야기를 바탕으로 써내려간 소설로, 작중에 '소설 속의 소설' 식으로 삽입되고 이 소설을 통해 7년 전의 그 사건을 읽게 된다.


결론적으로 세간에는 미치광이 살인마인 아버지가 가족도 죽이고 다른 집 가족도 죽이고 마을까지 수몰시킨 이야기이지만, 그 속에는 신문과 잡지의 기사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너무나 많은 이야기가 있다. 아버지의 뒤에는 아버지의 아버지에 관한 트라우마가 있고, 어머니 역시 어머니의 어머니에 의한 트라우마가 있다. 아버지에게 살해당한 여자아이 역시 그 아이의 아버지로 인한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모두가 이야기를 갖고 있고, 그 것들은 기껏해야 한두 페이지 짜리 기사로는 다 담아낼 수 없는 것이다. 작가는 뒤의 후기에서 '사실과 진실 사이에는 바로 이 '그러나'가 있다'고 말하는데, '그러나'가 바로 인물이 갖고 있는 이야기, 이야기를 가진 인물들이 만남으로써 만들어지는 또 다른 이야기, 그리고 객관성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우연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은 사실 간단하게 만들면 간단할 수도 있는 이야기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인물들의 사연, 즉 과거나 트라우마 같은 것들을 세심하게 짚고 넘어가는데, 이떄문인지 굉장히 집중하고 몰입하게 된다. 모든 인물들이 이해가 된다. 주인공의 아버지도, 어머니도, 주인공 자신도. 감정의 흐름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것들을 세심하게 잘 설명해주는데 그렇다고 문장이 길거나 이야기가 지루한 것은 아니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하여튼 집중은 끝내주게 잘 된다.


*책 정보가 왜 삽입이 안 되는거지. 결국은 교보문고 개점 30주년 도서 판으로 삽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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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곰고옴
2013. 3. 10. 23:13



닌자 어쌔신 (2009)

Ninja Assassin 
8.2
감독
제임스 맥테이그
출연
, 나오미 해리스, 벤 마일즈, 코스기 쇼, 릭 윤
정보
액션, 범죄, 스릴러 | 미국, 독일 | 98 분 | 2009-11-26

<스포일러 주의>








집에서건 극장에서건 통틀어서 정말 오랜만에 영화를 본다. 어제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사온 <닌자 어쌔신>DVD. 개봉했을 당시 극장에서 봤는데, 예상보다 너무 잔인해서 같이 본 여자친구는 반은 못 본 것 같다. 비를 좋아해서 내가 꼬셨는데 미안할 정도였다. 나는 뭐 잔인한 것도 딱히 싫어하지 않으니 상관 없었지만.


영화에서 비는 말 그대로 '몸으로 하는 연기'를 펼친다. 대사는 거의 없고 액션은 넘친다. 스트레스도 쌓이고 해서 시원한 영화가 보고싶어서 충동적으로 구매했는데 만족스럽다. 선혈이 낭자하고 절단된 사지가 날아다니고 총알보다 칼날이 번뜩이는 영화.


+'오 미카 미카'는 이 영화의 모든 대사 중 유일하게 기억나는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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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곰고옴
2013. 3. 10. 21:20



팔란티어 1

저자
김민영 지음
출판사
황금가지 | 2006-03-3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1999년 출간된 옥스타칼니스의 아이들 개정판. 온라인 게임 중...
가격비교

<스포일러 주의>







중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한창 판타지를 많이 읽었다. 인터넷에는 양판소 까는 글들이 넘치고 이른바 개념작을 추천해달라는 글들이 많았는데, 그 개념작을 꼽으면 자주 언급되던 소설이 <옥스타칼니스의 아이들>이었다. 한창 게임 판타지가 유행하던 때에는 게임 판타지의 원조라는 설명도 덧붙여졌다. 제목 때문에 망한 저주받은 걸작이라고들 했다.


<팔란티어>는 바로 이 <옥스타칼니스의 아이들>의 개정판이다. '게임중독 살인사건'이라는 촌스러운 부제가 붙어있는데, 대체 왜 붙인 건지 정말로 모르겠다. 권당 500쪽 후반에서 600쪽이 넘는 엄청난 분량이다. 미야베 미유키의 <모방범> 보다도 많은 분량이다.


현실에서 한 국회의원이 대낮에 사람 많은 곳에서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범인은 사건 직후 보안요원에 의해 사망하지만, 범인의 배후를 알 수가 없어 사건은 미궁에 빠진다. 한 편, 프로그래머인 원철은 가상현실 온라인 게임인 '팔란티어'라는 게임을 접하고 그곳에 빠져든다. 국회의원 살해사건 수사팀인 욱은 원철과 친구인데,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살인사건과 게임 사이의 연결고리가 드러난다.


이야기는 현실(원철의 직장 이야기+욱의 수사 이야기)과 팔란티어 내의 이야기가 번갈아서 진행되는데, 중반까지도 팔란티어 내의 이야기가 많다. 책이 매우 두껍지만 이런저런 곁가지들이 많기 때문에 굉장히 빠르게 읽히는 편이다.


가상현실의 현실세계 침범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만 이에 관해 그다지 철학적인 이야기를 할 맘은 그다지 없어보이고, 오로지 재미만을 추구하는 듯 하다. 팔란티어 내의 이야기도 재미있지만, 이 부분이 현실세계와 얽히고 난 뒤의 이야기도 긴장감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팔란티어와 현실세계의 접점이 발견되어가는 과정이 그다지 긴장감있지 않아서 팔란티어 이야기는 팔란티어 이야기 대로, 현실세계의 이야기는 또 그대로 따로 노는 것 같은 느낌이 조금 있다.


그리고 두 가지 이해가 되지 않는 점이 있다. 하나는 김혜란 박사에 대한 것으로, 본인의 잘못으로 살인사건이 일어났는데 수사팀이 협조를 요청해온다면 소극적으로 협조하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김혜란 박사는 단지 보로미어에 대한 흥미만으로 자신이 범인인 사건에 발을 깊이 집어넣는다. 이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또 하나는 게임 팔란티어의 목적이다. 뭐랄까, 게임 운영을 통해 통일자금을 마련한다는 것이 억지스럽다. 책을 다 읽기 전에 암살자를 육성해서 사용하기 위한 용도로 만들어진 게임이 아닐까, 했던 추측보다는 참신하...려나.


아참, 그리고 김혜란이 실바누스였다는 우연도 조금 아쉬웠다.


아쉬웠던 부분 빼고는 재미있었고, 두껍지만 시간가는줄 모르고 읽었다. 하지만 이 두께를 감수할 정도로 다시 읽고싶은 생각은...글쎄. 조금 더 얇았더라면 몇 번 더 읽어보고 싶긴 한데.

Posted by 곰고옴
2013. 2. 27. 20:37


명탐정의 규칙

저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출판사
재인 | 2010-04-16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당신이 아는 추리 소설의 규칙을 신랄하게 파헤치는 12가지의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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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주의>







히가시노 게이고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굉장히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소설. '명탐정 덴카이치 시리즈'라는 가상의 추리소설 시리즈가 있다. 그 시리즈의 각 권에서의 에피소드를 단편화하여 실어놓은 책이 바로 <명탐정의 규칙>이다. 이 단편들에서는 '명탐정 덴카이치 시리즈' 각 권에서 쓰인 이야기와 트릭들의 부조리함을 털어놓는데, 특이한게 시리즈의 주인공인 덴카이치 탐정과 오가와라 경감은 이 이야기가 소설임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고 소설 내에서 움직이다가도 소설 밖의 세계로 나와 트릭의 어이없음과 작가의 필력없음을 한탄하곤 한다(두 주인공 외의 등장인물들도 이 이야기가 소설이라는 것을 종종 인식한다). 때문에 단편들의 핵심은 이야기와 트릭에 있는 것이 아니라 두 주인공의 장르 비틀기이다.


여기서 히가시노 게이고는 독자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추리소설, 즉 본격 추리소설이라는 장르에서 종종 고민 없이 차용되어 쓰이는 관습적인 트릭이나 설정들에 대해 풍자적인 비판을 한다. 첫 단편인 '밀실 선언-트릭의 제왕'에서는 본인의 데뷔작인 <방과 후>에서도 밀실 트릭이 쓰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끝나버린 지루한 트릭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한다. 그리고 그밖에 다잉메세지나 알리바이 트릭, 살해 방법이나 살해 도구에 관한 트릭들을 각 단편에서 하나하나 짚으며 비판하는데. 작가 본인은 작품의 경향이 처음에는 트릭의 성립에 무게를 두다가 점점 범행의 배경과 범인의 동기에 무게를 두는 쪽으로 변화해간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내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을 많이 읽어본 것도, 시간순으로 읽어본 것도 아니라 작가의 작품들을 대입해가며 읽기는 힘든데, 내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 중 가장 먼저 접했던 <용의자 X의 헌신>은 읽은지 오래 되어서 범행 트릭에 대해서는 자세히 기억나지 않지만, 범행의 동기가 사랑과 헌신이었던 것은 인상깊게 남아있다. 같은 갈릴레오 시리즈인 <성녀의 구제>역시 그렇고. 하지만 갈릴레오 시리즈의 첫 작품인 <탐정 갈릴레오>는 다른 것보다도 트릭에 집중한 단편 다섯 편을 모아두었다. 이렇게 보면 갈릴레오 시리즈도 비슷한 흐름 속에 있는 걸까.


<명탐정의 규칙>의 해설에 보면 가가형사 시리즈 가운데 한 권인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의 경우 (나처럼)직접 추리하며 읽지 않는 독자들의 경우에는 답을 알 수가 없도록 모든 단서는 소설에 있지만 마지막에 범인을 밝히지 않는다는데, 진정한 독자와의 추리대결이라는 느낌이 들어 궁금해진다.


방금 썼듯이, 나는 직접 추리하고 메모해가면서 읽는 스타일이 아니라 그냥 쭈욱 읽어내려가면서 탐정이나 형사의 추리를 보고 나중에 아하, 그랬구나 하고 이해하는 식이다. 하지만 직접 추리해가면서 읽는 독자들의 경우엔 이 책을 더 재미있게 ,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거기에 히가시노 게이고의 팬이라면 일본에서의 출판년도에 따라 <명탐정의 규칙>전후의 작품들을 비교해가며 대입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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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곰고옴
2013. 2. 16. 01:18


코끼리와 귀울음

저자
온다 리쿠 지음
출판사
비채 | 2008-11-2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온다 리쿠 특유의 분위기가 더해진 본격 미스터리! '노스탤지어...
가격비교


온다리쿠가 본격추리소설을 써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쓴 단편집. 여러 잡지들에 실렸던 단편들을 모으고 신작도 한 편 있다. 각 단편들이 실린 잡지의 발행 시기는 95년부터 99년까지이고, 단편들을 모아 책으로 나온 해도 99년으로 꽤나 오래된 책이다(데뷔작 <여섯 번째 사요코>가 1991년). 


단편집이지만 동일한 주인공이 등장하고 주변인물들도 자주 겹친다. 등장인물 이름을 잘 안 외우는데다 읽은지도 시간이 지나 몰랐는데, 주인공인 세키네 다카오는 <여섯 번째 사요코>에 등장하는 주인공 세키네 슈의 아버지로 <여섯 번째 사요코>에도 등장했었다. 그밖에 세키네 슈의 형(세키네 슈운)과 누나(세키네 나쓰)도 등장하는데, 형은 우리나라에 출간되지 않은 중편 <PUZZLE>에서, 누나는 <도서실의 바다>의 표제작에 주인공으로 등장했다고 한다. 그리고 <메이즈>에 나왔던 미쓰루 역시 이 책에 비중있는 역할로 등장한다. 읽은지 꽤 된 <여섯 번째 사요코>와 <도서실의 바다>는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메이즈>에 등장한 미쓰루까지 몰랐던 것은 조금 아쉽다.


'추리 단편집'이지만, 역시나 온다 리쿠의 여느 소설과 같이 경찰이 등장하거나 숨막히는 추격전 같은 것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주인공인 세키네 다카오가 한가로운 전직 판사인데, 이야기들 역시 정적이다. 배경이 휙휙 바뀌지도 않고, 대신에 추리의 과정과 설명이 메인으로 자리한다. 어느정도냐 하면, 식사자리에서 친구가 재미로 '범죄와 연관이 된 사람의 방을 찍은 사진 네 장을 보여줄테니 이 방의 주인에 대해 추리해보라' 라고 하여 세키네 슈운과 세키네 나쓰가 열심히 추리해보는 단편도 있다. 이야기가 막 버라이어티하고 극적이고 그렇진 않은데, 이런 자잘한 요소들을 끼워맞추고 이어나가면서 추리를 통해 가설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생각보다 굉장히 재미있다.


책 뒤에 작가 후기가 있는데, 온다 리쿠는 '본격 미스터리는 '설득'과 '납득'의 소설'이라고 말하는데, 이 단편들이 그렇다. 다시 생각해보면 논리의 비약이나 터무니없는 가설이 없는 것이 아닌데, 읽어나갈 때는 그런 것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주인공들은 주어진 근거들을 가지고 열심히 독자를 '설득'시키고 독자로서의 나는 그 가설을 '납득'하고 넘어갔다. 비슷한 느낌으로 <메이즈>가 생각나는데, 음...스포일러라 이 글에서 언급하기는 그렇지만 전에 썼던 감상글에 보면 책 마지막을 덮고 다시 생각해봤을 때 어색했던 설정도 책을 읽는 도중에는 납득하고 읽었던 적이 있다. 거기에 더해서 온다 리쿠는 '거기에 '경탄'이 더해지면 본격 미스터리로서 걸작'이라고 한다. 이 책이 그 '경탄'이 나올만한 이야기들이었는가, 라고 묻는다면 확실하게 대답하긴 힘들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의 추리소설은 온다 리쿠만이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야기가 재미있으면 됐지 뭐.


+역자 후기에서 <코끼리와 귀울음> 등장인물들이 등장하는 다른 작품들을 알려주는데, 거기에 남몰래 하는 억측이 있지만 알려주지 않겠다고 써놨다. 뭐지. 궁금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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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곰고옴